와인 셀러 구입, 두 번째.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최근 저는 근무처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직책 자체가 바뀌게 된 것인데, 이제까지 일하던 이마트 성수 와인매장에서 판매사원을 하는 대신 본사로 옮기게 되었지요. 이젠 이제까지의 저와 같은 판매사원들을 지원하고 기타 유통 전반에서 일을 하는 영업사원이 되었습니다.

이번 주부터 본사로 출근을 하게 되었으니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며 제 자리를 잡아가야겠습니다. 아직 업무에 대해선 깜깜하니 하나하나 배워가야겠지요. 저는 이러한 사원 가운데서도 최고 막내인 셈이니 선배나 상사들께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제몫을 할 수 있도록 힘내야겠습니다.

덕분에 이젠 이렇게 글을 쓸 시간도 점점 적어지는군요. 여유 있게 좋아하는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글을 끄적이는 등의 취미생활과 사회생활을 양립하기엔 정말 애로사항이 큽니다.


뭐, 최근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제목 그대로, 와인 셀러를 또 하나 구입했습니다.

기종은 예전에 구입했던 윈텍의 보보스(BOBOS), 모델명은 JC-65A라는 제품입니다.

예전에 구입했던 보보스의 셀러가 그런대로 마음에 들었기에 이번엔 그 전의 물건보다 좀 더 큰 것을 찾다보니 결국 이걸 구하게 되었군요. 가격은 인터넷 쇼핑몰 주문으로 약 37만원.

내부 구조는 가운데 칸막이가 있어서 위아래로 나뉘어 있고 나무틀 받침대가 들어있습니다. 한층에 4병이 보관 가능하니 단순 계산으로 총 28병 정도를 넣을 수 있지만 중간의 나무틀을 한두개 빼고 와인병을 차곡차곡 쌓으면 더 넣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에 이 셀러를 구입하게 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였습니다. 첫 번째는 집에 와인이 점점 늘어가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이제 날씨가 점차 더워지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와인뿐 아니라 무엇인가 수집에 관심이 생기면 일단 어느 정도 자금이 모이면 평소 사고 싶었던 물건을 사기 마련이지요. 제 경우는 이렇게 와인을 사모으며 마시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평소 가격보다 싼 물건이나 희귀한 녀석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콱~ 질러버립니다. 이렇게 구입한 와인은 잘 보관해두며 평소에 잘 마시고 있지요. 그런데 문제는 역시 마시는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압도적이다보니(..) 이젠 구입하기보단 보관하는 것에 더 신경써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는 셀러에 들어가지 않는 와인들을 골판지 상자에 넣어 베란다에 두었습니다. 가을에서 겨울, 그리고 초봄 무렵에는 선선하니 내버려둬도 괜찮았는데, 이젠 점점 기온이 올라가 아무래도 상온 중에 보관하다간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와인은 온도에 민감한 주류이니 더운 여름철엔 보관에 각별히 신경써야 합니다. 잠시라면 큰 우려가 없지만 와인병은 열을 오래도록 받으면 내부의 와인이 끓기 시작해 내용물이 변질되기도 하고, 때로는 이렇게 끓어오른 와인이 코르크 틈으로 누수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모처럼 비싼 돈 주고 구입한 와인이 이렇게 망가져버린다면 와인도 흐르고 눈물도 흐르지요.(..)

일단 햇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곳에 진동이 없고 적당히 서늘한 장소에 보관하는 것이 최적이지만 이런 공간이 흔치 않으니 결국 남는 해결책은 어딘가 깊숙히 땅 파고 셀러를 만들든가(..) 셀러를 마련하는 수밖에 없지요. 듣기로는 어떤 사람은 대형 스티로폼 아이스박스를 구입해 그곳에 와인을 차곡차곡 쌓고 아이스팩을 채워 계속 아이스팩을 교체하며 보관하기도 한다는데, 효과적이긴 하겠지만 저는 아무래도 그 정도로 부지런하지 못하니 그냥 셀러를 샀습니다.

셀러를 배치.
가운데 술장을 기준으로 왼쪽이 이번에 구입한 물건, 그리고 오른쪽은 예전에 구입한 셀러입니다. 셀러 배치를 바꾸느라 전선 플러그를 끌어오고 술장을 이리저리 옮기고 와인병들 가져다가 차곡차곡 채우는 등 난리를 치다보니 시간 참 잘 갔습니다.(..)

이 셀러는 크기는 그런대로 마음에 드는데 단점이라면 부르고뉴 와인병 같은 뚱뚱한 와인병을 넣기 힘들다는 것이군요. 저렇게 나무틀을 그대로 둔 채 와인을 넣으려면 일반적인 매끈하게 생긴 보르도 스타일 와인병만을 채워야 하고, 뚱뚱한 병을 넣자면 가운데 나무틀을 한두개 빼야합니다.

뭐, 어차피 예전 셀러는 적당히 뚱뚱한 병들도 들어가니 매끈한 녀석들은 새 셀러에, 그리고 굵은 병들은 예전 셀러에 보관하면 문제는 없군요. 병들끼리 쓸리거나 틀에 닿아 라벨이 망가지지 않도록 이리저리 위치를 바꾸며 와인들을 전부 채워넣고 보니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습니다.

이 두 셀러로도 집에 있는 와인들을 전부 보관하긴 힘들기에 몇몇 저가 와인이나 샴페인, 스파클링 와인들은 별도의 와인랙에 꽂아두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와인들은 실온 중에 두더라도 당장 큰일은 나지 않을 것 같더군요.

이렇게 정리를 끝내고보니 홀가분하기도 함과 동시에 저도 참 징하게도 와인을 사모은 것 같습니다.(..) 싸게는 1~2만원의 중저가에서 비싸게는 전에 구입한 샤또 무똥 로칠드 1975년을 필두로 수십 만원대의 와인까지 구입하다보니 와인이란 참 위험한(?) 분야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도 저는 현재 와인 업계에서 일하는 만큼 많은 종류를 마셔보고 다양한 종류를 접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기에 그 점을 위안으로 삼아야지요;

2012 서울 국제주류박람회 다녀왔습니다.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올리는군요. 최근 조금 여러 일들이 겹치는 바람에 이래저래 바빴습니다. 이런저런 사람들과 모임이라거나 회사 교육, 매장에서의 행사, 기타 등등으로 얌전히 집에서 쉴 수 있는 시간도 별로 없었군요.

그러고보니 이제 저는 곧 제가 일하던 매장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짤린 것(..)은 아니고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 매장 판매사원이 아닌 본사 영업팀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군요. 이미 후임을 맡을 사람도 들어왔고 저는 현재 인수인계 차원에서 같이 매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앞으로 약 1~2주 내로 본사 출퇴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작년 9월 1일부로 일하기 시작했던 매장에서 지금까지 약 8개월 가량 일했다고 생각하면 정말 순식간에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그동안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도 떨어져 새로운 자리에서 일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매우 아쉽지만 앞으로 아주 못 보는 것도 아니니 새로운 자리에서도 열심히 일해야겠습니다.


뭐, 최근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오늘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2 서울 국제주류박람회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는 이러한 박람회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작년 이 시기의 저는 한창 군대에서 바쁠 시기였기에 올해 들어서 처음 가보게 되었습니다. 행사 기간은 2012년 5월 3일 목요일부터 5월 5일 토요일까지... 저는 오늘 둘째날에 참가했군요.

오전 11시에 코엑스 행사장에 도착...
3층 C Hall에서 열린 행사로 도착한 시점에선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슬슬 사람들이 모이는 시간대였습니다. 어차피 저는 이런 시음이 같이 진행되는 주류 행사는 이른 시간부터 거의 파장 직전까지 돌아다니는 편이기에 오늘 하루는 여길 천천히 돌며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매우 오랜만에 천국을 보고 왔습니다.(..)

주류박람회의 초청장.
제가 소속된 회사에서 받은 초청장입니다. 기본적으로 일반 참가라면 입장료가 들지만 저는 며칠 전 회사에서 한 장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럴 때 제가 주류업계에서 일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느낍니다.(..)

행사 이름은 "국제주류박람회"였지만 영어로는 Wines & Spirits Expo인 만큼 기본적으로 와인이 메인이 되는 행사였습니다. 입구에서 초청장을 입장권으로 신청해 목에 걸고 시음용 와인 글라스 하나를 사서 손에 들고 행사장으로 입장했습니다.

이하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마신 이야기들을 줄줄이 늘어놓습니다.
사진이 많아 이하 내용은 가려둡니다.

이하...

대략적인 행사장 풍경들...
사진에 찍히신 분들 중 만약 자신이 찍히셔서 초상권이 신경쓰이시는 분은 제보 바랍니다.(..)

기본적으로 행사장은 와인 부스를 중심으로 매장의 한가운데는 금양 인터내셔널, 길진 인터내셔널 등의 대형 와인회사 부스가 차지하고 주변으로는 소규모 와인회사 부스가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맥주, 막걸리, 소주 및 전통주 및 일본주나 중국술, 위스키 등의 여타 주류들은 상대적으로 바깥쪽에 위치해 있었는데 아무래도 메인은 와인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오늘 하루 저는 행사장을 돌며 익숙했던 주류에서 처음 보는 다양한 술까지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마셔볼 수 있었고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과도 오랜만에 마주치는 등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회사의 다른 부서의 사람들에서 심지어 가끔 들르는 바의 바텐더 언니에 이르기까지 의외로 아는 얼굴들을 많이 마주쳐 이쪽 분야는 꽤나 넓으면서도 좁다는 생각이 들었군요.

행사장의 와인 부스들은 크게 프랑스, 이탈리아 범주가 눈에 띄였고 미국, 호주, 남아공 등의 와인들도 군데군데 섞여 있었습니다. 일단 저는 행사장 전체를 둘러보며 위치를 파악해두고 흥미로운 부스를 중심으로 먼저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행사에 나온 와인들은 소위 "유명 브랜드"보단 새로 홍보를 시작하거나 아직 정식 수입이 되지 않는 와인들을 소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보르도나 부르고뉴 등의 지역보단 론 지역 및 랑그독 루시용 등 남 프랑스의 와인들과 알자스의 화이트 와인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미국이나 칠레, 호주 등의 와인들도 생소한 와인들이 참 많았습니다. 덕분에 참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되었군요.

어쩐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이 스파클링 와인이었습니다.
리큐르가 아닌 와인임에도 이러한 색상이 도는 것이 매우 신기해 처음으로 들르게 된 부스였는데 이름하여 블랑 드 블루(Blanc de Bleu), 즉 화이트 와인 품종인 샤르도네 100%로 만드는 스파클링인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을 살짝 바꾼 이름이더군요.

미국의 스파클링 와인으로 샤르도네 100%로 만들지만 블루베리 추출물을 혼합하여 이런 색이 돌게 된다고 하더군요. 설명에 따르면 주로 백화점 등에서 판매되며 약 7만원 내외에 판매된다고 합니다.

맛은 샤르도네 스파클링 특유의 상큼하면서도 신맛이 적고 단맛은 적지만 향긋하고 부드러운 맛의 마시기 좋은 맛이더군요. 몇몇 스파클링 와인은 탄산감이 강하고 신맛이 특히 강하게 나서 과실 풍미나 특유의 맛을 느낄 수도 없을 정도로 밸런스가 안 좋은 경우도 있었는데 이 와인은 단맛은 적으면서도 깔끔해 기분 좋게 마실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색상 덕분에 작업용으로(..) 인기가 좋은 와인이라더군요.

금양 부스의 한켠을 차지한 미국 와인 아포틱(Apothic)과 인형옷이군요.
저 인형옷을 입은 사람이 매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데 참 더우실 것 같았습니다.(..)

국내 수입사 중 하나인 길진의 부스들이 참 마음에 드는 와인들이 많이 나왔더군요. 행사장에서 진열된 와인들은 거의 전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중저가의 와인들이지만, 저 개인적으론 이 회사에서 수입하는 와인들은 그다지 대중적으로 유명하다기보단 보기보다 가격대 퀄리티가 높은 와인들이 많아 좋아하는 편입니다.

예전에 제가 이곳에서 소개했던 적이 있던 아르헨티나의 와인 아구어리베이(Aguaribay)와 그 윗등급인 푼타 드 프레차스(Punta de Flechas)가 눈에 띄더군요. 라피트 로칠드의 친척인 에드몬드 로칠드의 와인들로 오른쪽의 루퍼트 로칠드와 함께 꽤 마음에 드는 와인들입니다.

바로 옆에 진열된 남아공의 와인인 오비콰(OBikwa)와 처음 보는 와인이 있더군요. 이 와인들은 시중가는 1만원 내외의 매우 저렴한 와인들이라 평소엔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오늘 직접 마셔보니 가격대 만족비가 상당히 좋았습니다. 특히 오비콰의 쉬라즈는 2011년임에도 힘차면서 밸런스가 탄탄해 아주 마시기 좋았습니다.

프랑스 부스로 자리를 옮겨서...
보르도의 그랑 크뤼들인 뽕떼까네, 퓌작, 몽로즈 등등 쟁쟁한 와인들은 진열은 되어 있었지만 말 그대로 디스플레이용이더군요.(..) 오늘의 주류박람회는 이런 유명한 와인들보단 알려지지 않은 와인들을 알리는 자리이다보니 이들은 손님들 시선 집중용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프랑스의 와인들은 이러한 보르도나 부르고뉴보단 론 지방과 남 프랑스의 와인들이 마음에 듭니다. 물론 이 지방들의 고가의 와인들도 많지만 적당한 중저가의 와인이라도 독특한 개성의 와인들이 많고, 보르도나 부르고뉴보단 상당히 "편한 기분으로" 마시기 좋은 와인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군요. 그렇기에 이 주류박람회에서 행사 중인 프랑스 와인들은 남 프랑스의 와인들이 특히 많았기에 재미있는 와인들이 많았습니다.

저 위의 그랑크뤼들 바로 옆에서 행사중이던 샤또 레큐스(Chateau Lecusse)는 2001년부터 2006까지 빈티지별로 나란히 시음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두었는데 상당히 매력적인 와인이었습니다. 프랑스 남부 랑그독 인근의 가이약(Gaillac) 지방의 와인으로 남 프랑스 와인인만큼 메를로, 쉬라, 까베르네 소비뇽에 "페르세르바두"라는 토착 품종을 블렌딩한 독특한 와인이더군요.

여기서 저는 2001년과 2006을 시음했고 2001년은 그 숙성감에, 그리고 2006년은 상대적으로 젊음에도 무거우면서도 짙은 과실 풍미로 상당히 마음에 드는 맛에 놀랐습니다. 행사 중이신 직원분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중에서는 아직 판매되지 않고 있다고 하나 나중에 구할 수 있으면 다시 한 번 마셔보고 싶은 와인이었습니다.

도멘 드 니자스(Domaine de Nizas)... 와인 잡지인 와인 스펙테이터의 2008년 100대 와인에 선정되었다는 랑그독의 와인...이라고 하더군요.
여기서 저는 2008년에 100대 와인으로 선정된 건 어떤 빈티지였냐고 물어보았는데 2005년이 100대 와인에 선정되었지만 아쉽게도 오늘 시음한 것은 그 밖의 빈티지들이었습니다. 살짝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와인 자체는 남 프랑스 특유의 풍성하고 부드러운 맛이라 꽤 맛이 좋았습니다.

오로지 로제 와인만을 생산하는 따벨(Tavel) 지방의 로제 와인들이 몇 가지 행사 중이었습니다.
총 세 가지 상품들을 시음할 수 있었는데 매우 바디감이 탄탄하면서도 과실 풍미가 산뜻하고 살짝 달콤한 느낌이 돌아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알자스 지방의 화이트 와인들 중 리보빌레(Ribeauville)이라는 상표의 와인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왼쪽에서 두 번째인 오스터버그(Osterberg)는 여기서 처음 보았는데 알자스의 그랑 크뤼급 리슬링이라 하는데 상당히 과실 풍미가 신선하고 상큼한 드라이 리슬링 와인이었습니다. 그 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와인인 피노 그리(Pinot Gris)를 마셨는데 피노 그리 품종도 오늘 마셔본 것이 처음이라 꽤 인상적이었군요.

마지막으로 제일 왼쪽의 게부르츠트라미너 품종을 마셨는데 단맛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스위트 타입이더군요. 게부르츠 특유의 매우 스파이시한 특성을 기대했지만 반대로 달콤한 것은 이건 이것대로 꽤 맛이 좋았습니다.


그밖의 여러 프랑스 와인들을 돌며 이것저것 마시다가 한숨 돌릴겸 여기저기 쉬엄쉬엄 돌아다녔습니다.

한 부스에서는 치즈도 판매 중이었고...

행사장 끝에 위치한 디아지오 부스에서는 칵테일 시연회도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와인들을 주로 마시다보니 위스키나 이쪽 증류주들은 거의 손을 대지 않았군요.

그래도 한쪽 면에서 행사중이던 이 딕타도르(Dictador)라는 럼은 꽤 눈길이 가기에 한 잔 마셔보았습니다.
처음 보는 상표인데다 병 자체도 특이해 보였고 무엇보다 이걸 서빙해주는 섹쉬한 언니들+--+에게 시선이 끌렸던 점은 없...진 않았지요.(..)

12년과 20년을 둘 다 시음했는데 여러 와인을 시음하며 와인맛에 살짝 젖어있던 입맛임에도 상당히 부드럽고 럼 특유의 달콤하면서 강렬한 느낌이 상당히 매력적인 맛이었습니다. 만약 시중에서 취급된다면 얼마가 될지 궁금하더군요.

또 하나 재미있었던 일은 이 부스에서도 있었습니다.
올가닉 와인... 즉, 유기농 친환경 와인들을 행사하는 부스였는데 독특한 와인들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점은...

발사믹 식초를 시음할 수 있습니다.
예, 말 그대로 식초를 시음할 수 있었습니다. 총 다섯 가지가 있었는데 이 중에서 가장 추천할만한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행사 직원분이 먼저 이것을 보여주시더군요.

저는 여기서 총 두 가지를 시음했습니다.
아무리 발사믹이라도 식초는 식초... 쪼~끄만 잔에 조금 따라서 입에 넣었지만 신맛이 번쩍~ 들어 온몸이 몸서리쳐지며 이때까지 쌓였던 술기운이 확 날아가버렸습니다.(..) 아무리 뭐해도 이 다섯 가지 전부를 시음할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그밖에 재미있는 부스들도 많았고 매력적인 와인들은 참 많았지만 슬슬 몸도 알코올의 한계가 있었고 보고 들은 이야기도 많지만 하나하나 정리하자면 끝이 없겠군요. 마지막으로 사진 몇 장만 더 올리고 끝을 내겠습니다.

이런저런 사진들...
여담으로 마지막 사진의 가운데에 있는 빌라 마운트 에덴(Villa Mt. Eden)이라는 미국 피노 누아 와인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몇 가지 미국 피노 누아 와인을 마셔보고 제 개인적으로 미국 피노를 정의 내리길, 약간 달콤한 풍미가 적고 신맛이 적은 쥬이시(juicy)한 느낌의 와인이 많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 와인은 무거운 나무향과 상당히 강렬한 느낌이 드는 탄탄하고 힘찬 와인이었기에 이런 피노 누아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나중에 이걸 구할 수 있으면 천천히 놓고 마셔보고 싶더군요.


이상 여기까지...
이렇게 여러 종류의 주류들을 시음할 기회는 흔치 않았기에 오랜만에 참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칠레, RED] 에스쿠도 로호 (Escudo Rojo) 2008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요 며칠 날이 더워지나 싶었더니 비가 올때 즈음엔 선선해지다가 이젠 또 눅눅하고 후덥지근한 날이로군요. 말 그대로 봄이란 건 느낄 새도 없이 벌써 여름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는 느낌입니다.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꽤 유명한 와인 가운데 하나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칠레의 레드 와인인 에스쿠도 로호(Escudo Rojo), 그 중 2008년입니다.

최근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것은 2009년이지만 드물게는 2008년도 아직 찾아볼 수 있지요. 예전에 제가 이걸 접했을 때는 2005 또는 2006이었는데 이제 와선 이 정도를 구하고 싶어도 이미 다 팔렸을테니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에스쿠도 로호... 프랑스의 보르도 그랑 크뤼 1급으로 유명한 샤또 무똥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를 소유한 바롱 필립 드 로칠드(Baron Philippe de Rothschild)의 와인의 하나이지요. 바롱 필립 드 로칠드... 이하 줄여서 바롱 필립은 우선 샤또 무똥 로칠드로 보르도 와인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을 받기도 하는 생산자이며, 대표적인 보르도 와인의 하나로 유명한 무똥 까데(Mouton Cadet)를 비롯한 와인들은 세계적인 명성과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저도 보르도 그랑 크뤼 1급 중 필두라 여겨지는 샤또 라피트 로칠드와 이 바롱 필립의 샤또 무똥 로칠드 두 가지는 큰 흥미를 느끼고 있기에 언젠가 이 둘 만큼은 제대로 오래된 빈티지와 신선한 빈티지들을 마셔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러다가 최근 무똥 로칠드의 1975년 빈티지를 구입했고 이는 얼마 전 여기에서도 소개했었지요.

일부 프랑스의 유명 샤또를 소유한 생산자들은 프랑스 본토를 벗어나 칠레나 미국, 남아공 등 새로운 지역의 와이너리와 합작하여 다양한 시도를 통해 훌륭한 품질의 프리미엄급 와인들을 생산하기도 합니다. 이 바롱 필립은 특히 이런 외국의 유명 와이너리와 손을 잡고 현지에 와이너리를 건설해 왔는데, 이를 통해 생산된 유명한 와인을 몇 가지 꼽아보면 칠레의 콘차이 토로(Concha y Toro)와 협력하여 알마비바(Almaviva)를 만들었고 미국의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와 함께 캘리포니아의 특급 와인 오퍼스 원(Opus One)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두 와인의 품질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저 역시 매우 관심이 가는 와인들이기도 합니다. 오퍼스 원의 가격대는 국내에서 약 4~50만원 내외에 취급되니 한동안 힘들겠지만 알마비바에 대해선 머지 않은 시기에 이곳에서도 소개해볼까 싶군요.

이 에스쿠도 로호는 바롱 필립의 칠레 지부라 할 수 있는 "바롱 필립 드 로칠드 마이포(Maipo)"에서 만들어집니다. 칠레의 와인 생산지의 하나인 마이포 밸리에 위치한 와이너리로 이 에스쿠도 로호는 레드 와인 품종 까베르네 소비뇽을 메인으로 까베르네 프랑, 그리고 칠레 특유 품종인 까르미네르를 블렌딩하여 보르도 스타일의 칠레 와인을 만든 것이라 볼 수 있지요.

우리나라에서 특히 유명한 칠레 와인을 몇 가지 들자면 시중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산 페드로(San Pedro)의 1865라거나 몬테스 알파(Montes Alpha), 그리고 바로 이 에스쿠도 로호를 들 수 있습니다. 유명하다는 것은 어지간한 사람들이라면 최소 한 번 이상 보았거나 이름을 들어보았다고도 할 수 있고, 그만큼 상품명만으로도 어느 정도 이상의 퀄리티가 보장되었다고 생각되는 와인이기에 대중적으로 많이 팔리는 와인이라 볼 수도 있지요.

그러나 다르게 말하면 이름만을 보고 구입한 후 생각만큼 맛이 좋지 않았다 할지라도 "이건 원래 이런가보다~"라고 생각한다거나 나중에 "나는 이러이러한 와인을 마셨다~"라고 말할 수는 있기에 품질과는 관계 없이 많이 팔려나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거기다 일반적으로 와인을 마시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와인을 오픈해서 바로 잔에 따라 마시기 시작하고, 어느 정도 많이 마셔보신 분이 아닌 이상에야 이 와인을 좀 더 뒀다가 시간을 들여 마실지 결정하는 등 마시는 방법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이 에스쿠도 로호는 이런 면에서 유명하긴 하지만 대중적으로 쉽게쉽게 마시기에는 다소 미묘한 와인이라 생각합니다.

코르크를 개봉...
이 에스쿠도 로호는 그냥 바로 따자마자 마셔선 절대로 그 품질이나 맛을 논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보르도 블렌딩 와인이므로 디캔팅 정도는 하거나 병을 열어서 충분한 시간을 들이든가 해서 천천히 즐겨야 제대로 된 맛이 나기 때문이군요.

막 개봉한 와인을 잔에 따르면 솔직한 이야기로 제대로 된 향은 아무 것도 나지 않습니다. 와인 질감 자체도 가벼운 편인데다 향도 빈약하고 이대로 한 모금 머금어도 그저 밍밍하고 시큼하고 떫기만 한데다 입안이 텁텁해지는 탄닌감만 입안 한가득 떠돌아 빈말로라도 맛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군요. 거기다 특유의 떫은 탄닌감과 함께 향기로운 나무향과는 다른 텁텁한 나무향이 와인에서 오래도록 떠돌아 이대로 그냥 마시자면 그저 가볍고 과일 풍미도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와인에 지나지 않습니다.

적어도 디캔팅을 한 후 약 1~2시간 이상 둔다거나 병을 개봉한 후 4시간 정도는 내버려두지 않으면 이 특유의 신맛과 떫은 맛이 안정되지 않는군요. 충분한 시간을 들인 다음에야 비로소 와인다운 풍미가 나타나기 시작하는군요.

예전에 마셨었던 에스쿠도 로호의 2006년은 제가 와인이란 것을 잘 모르고 마셨었던 점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무난하니 마시기 좋았었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의 느낌은 맛 자체는 무겁진 않지만 부드러우니 마시기 좋았었다고 생각하는군요.

그러나 이 2008년은 다소 만족감이 덜한 느낌이 듭니다. 무엇보다 산도가 높아 신맛이 강하고 바디감도 가벼운데다 약간의 떫은 맛이 계속해서 남아있고, 결정적으로 과실의 풍미가 매우 빈약한 편입니다. 제가 와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묵직함과 가벼움 등 바디감은 차치하더라도 얼마나 과실 특유의 풍미가 풍성하고 알코올의 맛이 나지 않는가를 생각하는데, 이 에스쿠도 로호의 2008년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마시더라도 신맛과 빈약한 과실 풍미, 그리고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떫은 맛이 지배적이라 매우 만족감이 떨어지는군요.

에스쿠도 로호의 수입사 책정 소비자가는 4만 7천원이지만 흔히 시중에선 3만원 중후반대, 그리고 가끔은 그 이하에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할인매장이라면 할인폭이 큰 만큼 그때그때 소비자가는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요.

유명한 바롱 필립 로칠드의 칠레 와인이지만 예전 빈티지에 비해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편이었습니다. 최근에는 2009년이 시중에서 주로 취급되는데 이건 아직 마셔보지 않아 어떨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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