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 시락 (Cîroc)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사실 요즘은 인터넷을 여유 있게 잡고 있을 틈도 없었군요. 꽤나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데다 다음 주부터는 2주 가량 큰 훈련이 있어서 그때는 한동안 숙소를 떠나 지내게 되겠습니다. 거기다 여기는 인터넷 속도도 속도거니와 선 하나를 가지고 3~4명이 공유기를 돌리는 상황이다보니 인터넷 페이지 하나를 옮기려 해도 상당히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당연히 그림이나 영상이 많은 사이트에서는 그 정도가 심해지니 어지간한 포탈 사이트나 쇼핑몰만 들어가도 로딩의 압박이 상당해서 제 노트북이 다운되는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입니다;

그나저나 요즘 들어 확실히 알게된 것은 제가 쓰는 글에는 꽤나 사진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장 블로그 메인 페이지가 뜨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걸리다보니 저 자신부터 제 블로그에 들어오지 않는 일이 많았습니다; 앞으로도 어지간히 이곳 환경이 나아지거나 여유있는 날이 아니면 이런 날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곳에 있더라도 가끔은 이렇게 글을 쓰고 싶어지는군요. 사진을 집에 잠깐 들를 때 준비해뒀다가 여기에서 틈틈이 글을 정리해서 이렇게 올릴 수 있는 여건도 생겼습니다. 가끔씩, 정말 가끔씩은 계속해서 이렇게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오늘은 보드카 하나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보드카에 대한 저의 인상을 크게 바꿔놓은 상표로, 프랑스의 보드카 시락(Cîroc)입니다.

알코올 도수는 일반적인 보드카와 같은 40도, 용량은 750ml입니다.

사실 저는 처음엔 이 보드카를 반쯤 순간적인 충동으로 구입했습니다. 그냥 적당한 위스키나 한 병 살까 해서 들른 주류 매장에서 술들을 둘러보던 중 위스키를 한 병 고르고 구경을 하다가 문득 이 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 보는 상표이기도 했고 병 모양도 꽤 독특했기에 이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보드카, 그것도 프랑스산 보드카라 했습니다.

프랑스산 보드카라니... 평소 보드카 하면 러시아를 차치하고도 스미노프(Smirnoff), 앱솔루트(Absolut), 벨베디어(Belvedere), 핀란디아(Finlandia) 등 미국이나 스웨덴, 폴란드, 핀란드 등 기온이 낮은 북유럽 쪽에서 만든 술이 좋은 것이라 생각하던 제게 있어 상당히 의외스러운 물건이었습니다. 거기다 제가 자주 언급하는 저질 술의 대명사인 바이타(Baita) 보드카 역시 프랑스산이라 처음에는 이 술에 대해 그리 큰 관심이 가지 않았었군요.

그런데 이 보드카는 일반적인 보드카들과는 달리 그 원료로 프랑스의 포도를 쓴다는 가게 형님의 설명에 이 술에 대해 상당한 호기심이 생겨났습니다. 잠깐 사이 제 머리 속에서는 수많은 생각들이 지나갔고 약 3초간의 격렬한 고민 끝에 바로 이 녀석을 집어들고 구입을 결심했군요. ...한 마디로 충동구매.(..)

그러나 집에 와서 병을 열고 한 잔 따라 조금 맛을 본 후... 이 술은 충분히 구입할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만족감이 들게 되었습니다.

보드카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서... 일반적인 보드카들이 감자, 옥수수, 밀 등의 곡물을 원료로 몇 차례의 증류와 목탄 여과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반해, 이 시락은 포도를 원료로 하여 그 원료에서부터 차이점이 두드러집니다.

프랑스하면 와인, 와인에 쓰이는 포도라 하면 다양한 종이 있습니다만 시락에 사용되는 포도는 프랑스 보르도 남동부의 갸약(Gaillac)이라는 지방과 브랜디로 유명한 꼬냑(Cognac) 지방에서 생산된다 합니다. 사용되는 포도는 주로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에 쓰이는 갸약의 모작 블랑(Mauzac Blanc)과 꼬냑 지방의 유니 블랑(Ugni Blanc)이라는 청포도로, 병에 쓰여있는 "Snap Frost"라는 말처럼 이 포도를 급속 냉동시켜 주스를 추출하고 발효한 후 원주를 만든다 합니다.

나무에 열린 포도에 서리가 내릴 정도로 겨울에 가까워서 늦게 수확한 포도로 만든 아이스 와인이 상당량의 당분을 포함하고 있듯, 언 포도에서 추출한 주스는 그냥 포도에서 짜낸 것보다 같은 양에 훨씬 많은 당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분이 많을수록 발효하여 알코올로 변하는 양이 많은 만큼 시락의 원주는 일반 와인에 비해 훨씬 고농도의 알코올이 들어있게 되고 이를 증류하여 보드카를 만듭니다.

어떻게 보면 이 시락은 포도를 발효, 증류하는 브랜디의 일종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통에서 숙성시키는 대신 여러 차례 증류하는 과정을 거쳐 순수하게 알코올에 가깝게 만든다는 것이군요.

여러 보드카 회사들이 그 원료와 증류 방법 등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것처럼 이 시락도 5번의 증류 과정을 거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보드카에 사용되는 두 종류의 포도로 만든 원주를 각각 따로 증류한다는 것이군요.

모작 블랑으로 만든 술과 유니 블랑으로 만든 술 두 가지를 각각 다른 증류기에서 네 차례 증류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둘을 블렌드하여 전통적인 방식의 브랜디 증류기를 이용해서 마지막 증류를 한 후 알코올 도수를 맞추고 병입되어 완성된다 하는군요.

사실 이 보드카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이 보드카는 프랑스산이지만 2003년 미국에 소개되어 그때부터 유명해지게 되었는데, 주로 도심지의 클럽 등을 타겟으로 홍보를 하여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합니다. 병의 분위기부터 마치 명품 향수병과도 비슷한 인상인데다 여타 보드카와는 달리 포도를 사용한다는 파격성, 무엇보다 그 독특한 맛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하는군요.

저 자신도 이 병을 처음 봤을 때 병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었으니 외양만으로도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시락을 더블 스트레이트에 한 잔.
우선 보드카답게 향 자체는 그리 많이 나지 않습니다. 가만히 향을 맡고 있으면 평범한 알코올향이지만 무언가 살짝 달콤한, 어떻게 보면 레몬 껍질과도 같은 신선한 향이 느껴지는군요.

잔을 기울여 입에 조금 흘려넣으면 놀라울 정도로 질감이 부드럽습니다. 일반적인 보드카가 처음 입에 닿는 느낌은 알코올 특유의 짜릿함과 강렬한 인상이 많은데, 이 시락은 혀를 찌르는 듯한 촉감 대신 혀 위로 부드럽게 퍼져서 스르르 스며드는 듯한 느낌입니다. 잠시 입에서 굴리면 알코올의 단맛이 아닌 마치 브랜디에서 느껴지는 것과도 같은 달콤한 풍미가 은근히 느껴지는 것이, 역시 그 재료가 같으면 만드는 방식은 달랐더라도 본래의 맛은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드카 자체의 맛이 독특한 만큼 이를 이용한 칵테일도 몇 가지 있고 여러 칵테일에 응용해보면 그 맛이 색다르게 됩니다만 요즘은 여건상 여러 시도를 해보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천천히 여러 방법으로 즐겨봐야겠군요.

제가 이걸 구입했을 때의 가격은 40000원이었군요.
판매처에 따라 가격차를 고려해보면 약 40000~55000원 내외에 구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야말로 제 보드카에 대한 인상을 완전히 바꿔놓은, 파격이라 할만한 독특한 술입니다. 보드카를 좋아하시는 분 뿐 아니라 독특한 맛을 원하시는 분은 꼭 마셔보실만한 술입니다.

by NeoType | 2009/08/28 23:58 | 재료 잡담 | 트랙백(1) | 덧글(31)

메이플 시럽.

그야말로 의외의 선물이라 할까요. 오랜만에 집에 오니 제 누나가 이걸 한 병 주었습니다.
예전부터 한 병 가지고 싶었던 것인데 이렇게 한 병 구하게 되었군요.

메이플 시럽입니다.
예전부터 케이크나 와플 등을 먹을 때 조금씩 곁들여주는 것을 먹어보고 독특한 맛이 인상적이라 한 병 구해볼까 싶었다가 가격을 보고 주저하게 되었던 물건이로군요. 그랬던 것을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구하게 되었는데... 말 그대로 "득템"이로군요. 새삼 다시 한 번 누님께 감사~

캐나다의 Turkey Hill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시럽으로 가격은 대략 1만원대 초중반입니다. 용량이 250ml인 것을 보면 메이플 시럽이란 양대 가격비가 상당한 물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메이플 시럽은 캐나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단풍나무, 이러한 단풍의 한 종류인 사탕 단풍(Sugar Maple)에서 채취한 수액에 아무런 첨가물 없이 그대로 농축시켜 만드는 시럽입니다. 나무의 생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나무 한 그루에서 뽑아낼 수 있는 수액의 양은 꽤 제한적이고 그나마 전체 수액의 10% 내외 정도로만 만드는 시럽이라 하니 당연히 생산량이 적고 그만큼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시럽을 가지고 몇 가지 쿠키나 초콜릿 등에 넣어보거나 팬케이크와 함께 먹어보고 싶기도 했고, 차에도 넣어 마셔보고 싶기도 했고 칵테일에도 써보고 싶긴 했습니다만... 아쉽게도 당분간은 이대로 보관해둘 수밖에 없겠군요. 생각같아선 당장 뚜껑을 열고 맛을 보고 싶기도 하지만 나중에 시간이 충분할 때 천천히 즐겨봐야겠습니다.

by NeoType | 2009/08/09 11:15 | 일상 잡담 | 트랙백 | 덧글(25)

이태원 3 Alley Pub.

이태원에 있는 많은 바와 펍들 중 제가 주로 찾는 곳은 이 집이로군요.
예전에 이 블로그를 찾아주시던 신양수 님께서 추천해주셨던 집이었는데 당시에는 어디 있는지 발견을 못 했다가 불과 몇 달 전에야 이 집의 위치를 알게 되어 그때부터 자주 가게 되었습니다.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뒤쪽에 있는 많은 가게들 중 은근히 눈에 띄는 위치에 있는 곳입니다. 평소 이태원을 가면 이 길에서만 돌아다녔는데 어째서 발견하지 못했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의문입니다;

어찌보면 특별히 상호라 부를만한 것이 이렇게 작게 달려 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군요; 은근히 간판 자체가 잘 안 보이는 편이라 이 앞을 몇 번이나 지나쳐 다녔음에도 신경도 안 썼었던 것 같습니다. 가게 이름은 3 Alley Pub... 스리 앨리 펍, "세골목집"이라고도 하는군요.

어쨌거나... 이곳은 개인적으로 이태원에서 맥주를 즐기기에는 가장 좋은 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맥주 외에도 여러 위스키나 다양한 증류주, 그리고 리큐르들도 갖춰져 있어서 여러 칵테일도 취급하는군요. 그래도 무엇보다 생맥주 종류가 꽤 다양하고 가격도 괜찮은 편이라 꽤 마음에 드는 가게입니다.

이 근처는 역시 외국인이 많다보니 맥주 종류나 가게 분위기도 국내 가게들과는 꽤나 다르기에 일단 기분부터가 독특하군요. 내부 분위기는 딱 이미지대로의 웨스턴 펍이란 느낌에 구석에는 당구대도 하나 있어서 술을 마시면서 공을 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맥주 종류도 국내에서 자주 보이는 기네스, 산미구엘, 크롬바커 필스 등의 생맥주 외에도 기네스와는 다른 크림 스타우트인 킬케니(Kilkenny), 캐나다산 에일인 앨리 캣(Alley Kat) 등의 독특한 상표의 생맥주들도 취급하고 있습니다. 대용량 피쳐도 취급하지만 잔 단위로 마시면 사이즈별로 전용 잔에 내주니 한 잔씩 주문하시면 좋습니다. 특히 제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은 평소 좋아하는 기네스는 말할 것도 없고 앨리 캣과 산미구엘, 독일 밀맥주 상표의 하나인 에딩거(Erdinger)로군요.

그밖에도 가볍게 즐길만한 감자 튀김, 나초 등의 스낵류도 5~8천원대의 적당한 가격이라 맥주를 마시기엔 최고라는 느낌입니다. 계산은 주로 카드를 맡겨놓고 나갈 때 계산하는 방식이라 제 경우 보통 2~3명 일행이 같이 가면 1인당 3만원 꼴이 나오더군요. 

단지 어제 갔을 때는 바깥에 있는 자리에 앉았던 점이 아쉬웠군요. 날도 더운데 에어컨 잘 나오는 실내 자리로 옮길 수 없을까 했는데 워낙 사람들이 많아서 결국 못 들어가고 이렇게 야외석에서 몇 잔만 마시고 나왔습니다. 모처럼 휴가를 이용해서 찾아갔던 것이었는데 아까웠군요.

맥주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찾아보실만한 가게라 생각합니다.

by NeoType | 2009/08/08 09:17 | 음식 잡담 | 트랙백 | 덧글(14)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