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피즈? 톰 콜린스? by NeoType

진 피즈(Gin Fizz)와 톰 콜린스(Tom Collins)...

둘 다 꽤나 클래식한 칵테일이로군요.
저는 예전부터 항상 이 두 가지가 무슨 차이가 있고 이 둘을 구분하는 기준이 뭔지 잘 몰랐습니다. 이 둘은 워낙 닮은 칵테일들인데다 정작 이 둘을 따로따로 표기한 칵테일 책이 있는가 하면, 둘 중 하나만 표기된 책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둘은 무엇인가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같은 것인데 혼용해서 쓰는 것인지 궁금해하며 이런저런 자료를 뒤져보다가 결국 제 나름대로의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것이 과연 정답인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제 추정이로군요.
(톰 콜린스는 보통 "탐 컬린스"정도의 발음이 된다지만, 표기상 톰 콜린스가 보기 좋기에 이렇게 씁니다.)

진 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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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법 - 셰이크

진 - 45ml
레몬 주스 - 15ml
설탕 - 2tsps
탄산수 - 적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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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콜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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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법 - 셰이크

진 - 45ml
레몬 주스 - 15ml
설탕 - 2tsps
탄산수 - 적당량
=================


보시다시피 거의 같은... 아니, 사실상 똑같은 레시피의 칵테일이로군요. 과연 이 두 가지의 차이가 있는 것일까...

이 이후 내용은 꽤나 길어지니 일단 가려둡니다.

이후...


이 두 가지의 차이... 제가 가장 먼저 떠올려 본 것은...

만드는 방식이 다르다?

진 피즈와 톰 콜린스...
이름적인 의미로 보자면 진 피즈는 "진을 이용한 피즈 칵테일"이고 톰 콜린스는 "진을 이용한 콜린스 칵테일"입니다.
이 두 가지는 공통적으로 진과 레몬 주스, 그리고 설탕 또는 시럽, 탄산수로만 만드는 칵테일입니다.
만드는 방식 역시 "진과 레몬 주스, 설탕을 얼음이 든 셰이커에 넣어 잘 흔든 후 하이볼 글라스 또는 콜린스 글라스에 담고 탄산수를 채운다."로 같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얼음의 유무로 얼음이 있으면 콜린스, 없으면 피즈라고도 합니다만, 여러 칵테일 책이나 영상물 등을 뒤져봐도 전부 얼음을 넣는 방식을 보여주니 이것으로 구분하기는 조금 애매하더군요.


사용하는 잔이 다르므로 그 이름이 다르다?

실제로 칵테일 진&라임(Gin and Lime)김렛(Gimlet)의 경우가 그러하다 할 수 있겠군요.
둘 다 공통적으로 진과 라임 주스만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김렛은 셰이크 후 칵테일 글라스에 담는 반면 진&라임은 얼음이 든 텀블러 글라스에 담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김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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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법 - 셰이크

진 - 45ml
라임 주스 - 15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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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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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법 - 빌드 or 셰이크

진 - 45ml
라임 주스 - 15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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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이 다르므로 칵테일 자체의 느낌도 확 다릅니다. 거기다 진&라임의 경우는 얼음이 들어있으니 김렛에 비해 짜릿한 맛이 조금 누그러든 맛이 나는군요.

그러나... 이 두 칵테일의 경우는 이렇게 잔과 담는 방식의 차이로 확연한 개성이 드러나는 반면, 진 피즈와 톰 콜린스에 사용되는 하이볼 글라스와 콜린스 글라스는 그 형태로 구분하기에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사진 출처 - 위키페디아>


잔의 무늬와 관계 없이 일반적인 짧거나 긴 유리잔들을 보통 텀블러(tumbler) 글라스라 하는데, 이 중에서 약 8~12온스 내외의 길쭉한 잔들을 하이볼 글라스라 부른다는군요. 그리고 콜린스 글라스는 보통 하이볼 글라스에 비해 약간 가늘고 긴 느낌의 잔이라지만, 정작 이 두 글라스 모두 가장 표준적인 형태가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구분이 힘듭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그릇 매장에 가서도 일부러 콜린스, 하이볼을 구분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보니 글라스 형태로 구분하는 것은 매우 불분명한 것 같더군요.


그러면... 만드는 방식이 같고 잔의 구분이 확실치 않다면 남는 것은 재료뿐이로군요.
둘 다 진, 레몬, 설탕에 탄산수이지만 이 중에서 확연히 구분되는 재료라면 단연 베이스 술인 진이로군요.

즉, 이 두 가지의 결정적인 차이라면 바로 이 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콜린스"라는 종류의 칵테일의 시초는 19세기 초... 약 1800년대 무렵 런던의 한 유명한 클럽에서 유래되었다 합니다. 최초로 이것을 만든 사람은 이 클럽 "Limmer"의 바텐더 존 콜린스(John Collins) 씨라 하는데, 처음에 그는 이 칵테일을 네덜란드의 진인 쥬네바(Genever)를 써서 만들었다 합니다. 그러던 중 당시 새로 만들어져 잉글랜드에서 크게 인기를 끌던 올드 톰 진(Old Tom Gin)을 사용해서 그 칵테일에 "톰 콜린스"라는 이름을 붙였다는군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올드 톰 진의 "톰(Tom)"과 자신의 성인 "콜린스(Collins)"를 따서 지은 것이겠군요.

길베이 올드 톰 진
<사진 출처 -
www.cocktaildb.com>

이 올드 톰 진은 런던 타입 진의 시초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네덜란드의 진(쥬네바)은 맥아를 비롯한 곡물로 만든 주정에 쥬니퍼 베리를 써서 단식 증류로 만든 다소 거친 술이었다 합니다. 그리고 요즘 술처럼 깨끗하지 않고 떫은 맛도 있었기에 사람들은 이 쥬네바를 설탕을 타서 마시는 것이 보통이었다는군요. 그러던 중 잉글랜드에서 이 네덜란드의 진을 개량하고 처음부터 설탕을 넣어 만든 이 올드 톰 진이 새로 만들어져 크게 인기를 끌었다 합니다.

그 후 연속식 증류기가 새로 발명되어 더욱 깔끔하고 설탕을 뺀 런던 드라이 진이 만들어져 이 올드 톰 진은 점차 사양세에 접어들었다는군요. 지금도 판매가 되기는 하지만 주로 잉글랜드에서 소비된다고 합니다.

약간 이야기가 빗나갔지만, 최초의 톰 콜린스는 당시 올드 톰 진이 유행하던 시절 존 콜린스 씨가 이 진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 시초라 합니다. 그리고 올드 톰 진이 사양세에 접어든 무렵에는 자연스레 런던 드라이 진을 썼을 것이라 생각되는군요. 실제로 현대에 들어서는 톰 콜린스의 레시피도 런던 드라이 진을 사용하라고 되어있는 곳도 많더군요.


이쯤에서... 그러면 과연 "피즈"의 유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도 잠시 생각해볼만 합니다.
사실 이 "피즈"라는 방식은 그냥 술에 탄산 음료를 타는 방식에 지나지 않고, 그 시초는 아마 탄산 음료가 처음 만들어진 시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어떤 한 사람에 의해 정립되어 "술+레몬or라임+설탕+탄산수"라는 공식이 만들어져 현재의 "피즈"가 되었다 합니다.

그 사람은 "미국 칵테일계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바텐더, 제리 토마스(Jerry Thomas) 씨로군요. 당시의 많은 칵테일 기법과 조합을 정립해서 현재의 스타일에 이르는 방식을 만드는 등 여러 활동으로 "교수(Professor)"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합니다. 이 "피즈"라는 칵테일 방식도 이 사람의 정리 중 하나로, 최초로 이러한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1887년 그의 책 『Bartender's Guide』에서 소개된 것이 처음이라 합니다.

이로 미루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제리 토마스 씨는 당시 유행하던 술에 탄산과 과일즙, 설탕 등을 타서 만드는 칵테일을 이렇게 "피즈"라는 형태로 정립시켰고, 현대에 알려진 "콜린스"의 레시피는 이러한 "피즈" 스타일의 영향을 받아 지금에 이른 것이라 추정되는군요. 그렇기에 지금에 와서는 "{톰 콜린스}⊂{진 피즈}"의 관계가 성립되는 것 같습니다.


즉,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톰 콜린스는 진 피즈의 한 종류로, 사용하는 진은 런던 올드 톰 진을 써야 한다.
그러나 드라이 진 타입이 보편화된 현대에서는 그 구분이 희미해졌다.


핑백

  • NeoType의 일상 칵테일 : [조주실기] 브랜디 사워 (Brandy Sour), 톰 콜린스 (Tom Collins) 2008-05-15 22:58:26 #

    ... 면 재료 자체는 진 피즈와 완전 동일합니다. 그래서 예전에 저는 진 피즈와 이 톰 콜린스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생각하며 이런저런 것을 알아봤었는데, 결국 그에 대해서는 저번에 아주 길~게 써봤던 적이 있었군요.뭐, 그 밖에는 별다른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이 실기 레시피에서의 진 피즈와 톰 콜린스의 눈에 띄는 차이라면 장식 정도겠군 ... more

덧글

  • 팡야러브 2008/02/10 01:26 # 삭제 답글

    흠.. 새로이 알게된 정보군요 ㅋㅋ
    뭐 실기시험 레시피엔 탐 칼린스가 칼린스 잔이 크다보니 진이 2oz
    가니쉬에 레몬+체리 가 될까나요.. ㅋㅋ
  • MerLyn 2008/02/10 02:51 # 답글

    여행 다녀왓는데 이렇게 명쾌한 해석이.....!!!
    학교에서 이걸 가지고 주류학 시간에 교수님하고 다투자-!! 한적이 있었는데(우헷)
    이렇게 설명드릴껄 그랬네염. 넴.....(근데 너무 늦었어 ㅎㅎ)
  • 시리벨르 2008/02/10 09:48 # 답글

    으음...베이스가 되는 술의 종류에 따라서 이름이 바뀌는군요
  • Enke 2008/02/10 12:35 # 삭제 답글

    으악, 진 피즈에 설탕이 2스푼이나 들어가는군요 ㅠ
    살짝 넣었다가 이맛도 저맛도 아닌 술이 만들어져서 슬펐는데;
    아 그리고 질문드릴게 있는데요,
    레몬쥬스대신에 레모네이드 시중에서 파는걸 넣어도 되나요?
    그리고 탄산수 대신에 토닉워터를 넣어도 되나요?
    궁금해서요 ㅠ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NeoType 2008/02/10 12:44 # 답글

    팡야러브 님... 실기시험... 사실 올해 볼 생각이긴 합니다만, 거기에 나온 레시피도 1 1/2oz라고 되어있으니 뭐... 평소에 전 잔의 크기나 칵테일 맛을 봐서 임기응변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군요.

    MerLyn 님... 만약 교수님과 싸워서(..) 이겼으면 어땠으려나요;
    근데 사실 이건 제가 조사해본 것들을 기초로 써본거라 정답인지 아닌지 참...

    시리벨르 님... 잔이나 장식만 바뀌어도 이름이 바뀌는 판인데 술이 바뀌면 이름도 바뀌어야겠지요.
    사실 여러 칵테일의 변형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Enke 님... 보통 차이는 있지만 설탕을 1스푼 넣으라는 곳도 있고 2스푼, 심지어 3스푼도 있더군요; 그리고 시럽으로 하기도 하고... 사실 설탕의 역할은 레몬의 신 맛을 잡아주고 술의 풍미와 어울리게 하는 것이 목적이니 양에 따라 달리 해주면 될 것 같습니다.
    시중의 그 레모네이드는 그냥 마시기 좋게 레몬즙을 몇 배로 희석하고 당분을 넣은 것이니 레몬즙 90% 이상의 레몬 주스에 비해 조금 안 맞겠지요. 그리고 만약 탄산수 대신 토닉 워터를 넣으면 "설탕 든 진 토닉"이죠 뭐;
    토닉 워터는 특유의 씁쓸한 맛이 있는 반면 탄산수는 말 그대로 탄산이 느껴지는 물이니 별 맛 없습니다.
  • 네버모어 2009/10/11 10:49 # 삭제 답글

    몇가지 정정합니다.

    1."존 콜린스" 이야기는 1891년도에 모렐 맥켄지라는 사람이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2."톰 콜린즈"는 원래 진을 사용한 칵테일만을 말하는게 아니라, 진/브랜디/위스키 각각을 사용한 세 가지 칵테일을 통틀어 일컫는 이름이었습니다.
    3.최초의 여러 톰 콜린즈 레시피에는 올드 톰 진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진 피즈가 네덜란드 진(제네버 진)을 꼭 써야 한다는 레시피를 여럿 찾을 수 있습니다.
    4."톰 콜린즈"라는 이름는 1874년 미국에서 유행하던, 사람들이 장난으로 "그거 알아? 조금 전에 톰 콜린즈라는 사람이 네 욕을 하고 다녔는데, 빨리 쫓아가면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라는 식으로 지인들을 골탕먹이던 풍습에서 유래된 이름입니다.
    출처 : http://www.scribd.com/doc/18790/Tom-Collins-Article
  • NeoType 2009/11/24 22:10 #

    네버모어 님... 오호... 이런 글이 있었군요. 저는 여기저기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제 나름대로 추정해본 것이었는데 이렇게 자세한 글이 있었군요. 좋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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