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홀스즈 넥 (Horse's Neck) by NeoType

모처럼 냉장고를 뒤적이던 도중... 평소에 사용하는 레몬을 두는 곳이 아닌 의외의 곳에서 랩에 싼 레몬 하나가 튀어나왔습니다; 분명 평소에 제가 쓰던 것이 아닌데 왜 이런 것이 들어있을까, 싶어서 꺼내보니 그리 오래 되진 않았지만 슬슬 겉껍질이 마르기 시작하려는 낌새를 보이더군요. 그래서 문득 이 레몬 자체를 어떻게 사용할까 생각하다가 오랜만에 이걸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칵테일 홀스즈 넥(Horse's Neck)입니다. "말의 목"이라는 이름의 꽤나 고전적인 칵테일 중 하나로군요.

================
기법 - 빌드

브랜디 - 45ml
진저엘 - 적당량
레몬 - 1개
================

재료만을 보면 꽤 간단합니다만 평소에는 자주 만들지 않는 칵테일입니다. 사실 오늘 만든 것도 따지면 총 세 번째 만들어보는 것이로군요. 그 이유라면 칵테일의 형태를 보시면 딱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레몬 한 개분의 껍질이 통째로 들어가는만큼 일부러 만들기에는 조금 아까운 느낌이 들어서로군요;

칵테일에서의 레몬은 과육과 즙 외에도 껍질 역시 하나의 중요한 재료입니다. 특히 레몬의 향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바로 껍질인 만큼 껍질을 홀랑 벗겨낸 레몬은 일부러 즙을 짜서 따로 보관하지 않는 이상 더 이상의 활용처를 찾기 힘들군요.

뭐 어쨌든... 칵테일 이야기로 돌아오면, 이 칵테일 홀스즈 넥의 역사는 대략 1890년대쯤 시작되었다 합니다. 최초에는 알코올 음료가 아닌 단순히 얼음이 든 잔에 진저 엘을 따르고 레몬 껍질을 넣어 향을 준 무알코올 음료에 지나지 않았다는군요. 그러던 것이 1900년도를 넘어가며 점차 변형이 가해져 진저 엘만 넣는 대신 버번 위스키나 브랜디 등을 넣어 즐기게 되었고, 장식과 향을 위해 넣는 레몬 껍질 역시 형태의 변화를 주기 시작해서 이렇게 길게 잘라내어 잔에 걸쳐서 마치 "말의 목"과 같은 형상이 되도록 했다 합니다. 즉, 이 홀스즈 넥이라는 이름은 이 레몬 껍질의 형상에서 따온 이름이라 하는군요.

꽤나 단순한 재료입니다. 브랜디로 레미 마르탱, 진저엘과 레몬 하나... 적당한 하이볼 잔을 준비합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레몬인만큼 표면이 고른 깨끗한 형태의 레몬을 써주는 것이 최고겠습니다만... 오늘 쓴 녀석은 다소 형상이 좋지 못하군요;

어쨌든 레몬 껍질을 끊어지지 않게 벗깁니다. ...중간에 깎다가 끊어질 때의 기분은 뭐라 형용하기 힘들더군요;
오늘은 다행히 처음부터 끝까지 한 가닥으로 잘 깎였습니다. 역시 이 홀스즈 넥은 레몬 껍질을 벗기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고 그리고 가장 어려운 과정이라 할 수 있겠군요.

레몬 껍질을 잔의 벽을 따라 잘 정리해서 담고 가운데에 얼음 조각을 적당히 채웁니다. 잔이 길고 좁을수록 작업이 힘들어지니 제가 사용한 것과 같은 평범한 하이볼 글라스가 가장 쉬운 편입니다.
이 과정까지 만드는데 제법 손이 가는 편이로군요. 

이제 준비된 잔에 브랜디를 적정량 붓고 진저엘을 붓습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습니다만, 이미 잔에 들어있는 레몬 껍질과 얼음으로 인해 공간이 꽤 좁으니 스푼으로 젓기에는 상당히 힘듭니다. 그러니 진저엘을 붓는 강도를 조절해서 피어오르는 탄산의 힘으로 자연스레 섞이게끔 잘 부어줍니다.

굳이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만 머들러 하나로 장식... 이걸로 완성입니다.
단순한 재료지만 제법 손이 가는 까다로운 칵테일이로군요.

단순한 재료입니다만 맛은 꽤 좋습니다. 진저엘에 섞인 브랜디의 향이 확~ 퍼지고 제법 강하면서도 입맛을 당기는 듯한 쌉싸름함이 입안 가득 퍼지는군요. 그리고 레몬 한 개분의 껍질이 잔에 들어있기에 레몬 껍질 특유의 향기가 마시는 내내 퍼져서 향을 즐기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단지 레몬 껍질이 까다롭다는 것이 아쉬운 칵테일이로군요. 분명 천천히 즐길만한 멋진 맛입니다만 이 홀스즈 넥을 한 잔 만들자면 레몬 하나가 홀랑 날아가니(..) 자주 만들기는 힘들다는 점이 아깝습니다;

덧글

  • 팡야러브 2008/05/25 17:06 # 삭제 답글

    역시.. 레몬필은 최대한 가늘고 길게 뽑아야 멋진가 봅니다 ㅇㅅㅇ
  • 친한척 2008/05/25 17:38 # 답글

    레몬이다! 하악하악 맛나보여요 정말 ㅠ_ㅠ
  • 니트 2008/05/25 19:09 # 답글

    레몬 껍질 벗긴 알멩이는 처음 보네요..^^
  • 장어구이정식 2008/05/25 21:36 # 답글

    껍질 벗긴 레몬을 제게 주시면 요새 같이 더운 날 레모네이드나 잔뜩 만들어 먹을 수 있을텐데말이죠~ 우엉우엉 레몬레몬.
  • 슈지 2008/05/26 01:12 # 답글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사히 복귀했습니다.
  • NeoType 2008/05/26 10:55 # 답글

    팡야러브 님... 그러고보니 저는 없지만 레몬 제스터(zester?)라는 도구가 레몬이든 오렌지든 껍질을 가늘고 길게 뽑을 수 있던데... 왠지 그걸 사면 장식하긴 쉽지만 레몬들이 껍질만 듬성듬성 파인 채 방치될 것 같더군요;

    친한척 님... 항상 동네 마트에서 레몬을 사는데 늘상 레몬을 사가다보니 마트 직원분이 대체 어디에 쓰기에 그리 자주 사가는지 물으시더군요; 그러고보니 평소엔 웬만해선 레몬이 많이 쓰이지 않는 편이려나요...

    니트 님... 그 이전에 저렇게 쓸 일이 사실 별로 없긴 하지요;

    장어구이정식 님... 마침 사이다가 하나 있기에 저 껍질 벗겨낸 레몬을 즙을 짜서 넣어 마셨군요~
    예전엔 레몬대신 레몬 아이스티 분말을 사이다에 넣은 적도 있었는데 역시 생과일이 좋군요~

    슈지 님... 돌아오셨군요. 정말 요즘 분위기가 참...
  • 타이 2008/06/09 00:12 # 삭제 답글

    브랜디 좋아하는데 브랜디 베이스 칵테일은 지금까지 별로...
    하지만 요것은 맛이 죽일것 같습니다. 캬...
  • NeoType 2008/06/09 21:16 # 답글

    타이 님... 정작 밖에서는 브랜디 베이스들이 거의 안 보이니 마시려면 집에서 마시는 것이 최고지요;
    이건 진저 엘이 탁~ 쏘는게 저도 꽤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만드려면 레몬 하나를 통째로 날려야하니 조금...;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