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naru... 가배나루... by NeoType

오늘은 그야말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보자!"라는 취지하에, 간만에 오후부터 여친냥과 함께 아무런 계획 없이 거리에서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영화라도 볼까 싶어서 서대문역 근방의 스타식스 정동에 갔으나, 막상 뭘 볼까 생각해보니 그리 확~ 땡기는 것이 없어서 나중에 심야 영화로 세 편을 보기로 정하고 근처를 느긋히 배회했군요;

그러던 중 예전에 어딘가에서 들었던 가배나루라는 커피집이 떠올랐습니다. 핸드 드립으로 커피와 몇 가지 허브차를 사장님이 직접 추출하고 서비스가 좋은 곳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자세한 위치는 모르고 그저 지하철 충정로역 주변이라는 것만 기억나더군요. 마침 여기저기 부유해 다니던(..) 서대문역에서 한 정거장 차이라 그 주변에서 천천히 찾아보기로 하고 충정로역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생각 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 번 찾아보자.", "저기쯤 한 번 가볼까..."라는 말과 함께 걸음을 옮긴 한 골목길에서 한 번에 발견해버렸군요;

커피나루... "가배나루"입니다.

대략 오후 2시쯤 밝은 곳에서 폰카로 찍은 것이라 그리 잘 나오지 않았군요.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곳이었습니다. 바깥쪽에도 앉을 수 있게 의자와 테이블이 갖춰져 있었으나 오늘은 비가 조금 뿌리는 날씨라서 밖에는 아무도 없었군요. 그런데 사실 처음엔 이렇게 1층만 있는 곳인줄 알았는데 들어가보니 2층까지 있더군요.

가배나루라... 아마 예전 우리나라 고종 황제 때에 커피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가배차(珈琲茶)"라 불렀었다는데, 거기서 따온 이름이 아닐까 싶군요. 어쨌든 처음 와본 곳이라 약간 뻘쭘하게 들어갔습니다.

이후 내용...

카운터의 모습

처음 가봤음에도 친절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전체적으로 가게의 분위기가 느긋하고 사장님과 직원분들도 친밀하게 대해주셔서 아주 편안한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가게 안에서는 대놓고 사진을 찍는 것이 실례라 생각하고 먹고 마시는 것을 일일이 찍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에 그리 많이 찍지 않았군요. 이 사진은 카운터의 모습으로, 저 뒷모습이 바로 사장님 본인이었습니다. 핸드 드립 커피나 허브차를 주문하면 본인이 직접 정성스레 잘 보이는 곳에서 드립 주전자를 기울이시더군요.

제가 이곳을 찾은 시간은 대략 오후 2시를 조금 넘어가는 즈음이었습니다. 메뉴를 보고 커피를 주문했는데, 콜롬비아 슈프리모와 에티오피아 모카를 주문하니 아직 모카는 커피를 볶지 않아 나중에 된다고 하시더군요. 가게에서 떠도는 향과 분위기를 보니 직접 생두를 볶아서 커피를 추출하는 곳 같았습니다. 모카 대신 이곳의 블렌드 커피를 주문하니 어느 정도로 진하게 할지를 묻고 사장님이 직접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해 주시더군요.

제가 앉아있던 중앙의 네모꼴로 둘러진 테이블. 의자는 학교 책걸상이고 거기에 그림을 그려둔 것이라 보기 좋더군요.

커피를 받아 한 모금 마시니... 저도 모르게 "맛있다!"라는 탄성이 나왔습니다. 이제껏 밖에서 커피를 사마시며 이렇게 맛있게 마셔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제가 주문한 것은 콜롬비아 슈프리모로 진하게 뽑은 커피였는데, 커피잔에 떠도는 약간 연기향과도 같은 강렬하고 진한 커피의 풍미, 입 안에 감겨드는 듯한 묵직한 촉감과 깔끔한 뒷맛... 꽤나 인상적인 맛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잔을 맛있게 비우고 가게 안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장식된 장식품들과 이런저런 잡지 등이 있었습니다. 평소 보진 않습니다만 괜시리 패션 잡지 한 권을 펴놓고 여친냥과 한참 신나게 수다를 떨었군요. 그러던 중 문득 커피 두 잔을 내주시더군요. 아까 마신 커피는 진한 것이었으니 약간 연하게 탄 블렌드 커피라 하며 주셨는데, 예상 외의 커피 서비스에 놀랐습니다. 이것 역시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맛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왠지 다른 메뉴에도 관심이 가서 이번엔 허브차를 한 잔 주문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카운터에 가서 레몬 밤을 주문했는데 저는 당연히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무려 허브차로 리필이라 하시며 레몬 밤 두 잔을 또 핸드 드립으로 정성스레 뽑아주시더군요.

이것만은 왠지 찍었군요;
그나저나 커피도 아닌 허브차를 드립으로 추출하는 것은 여기서 처음 봤습니다. 향긋한 레몬 향과 산뜻한 맛이 꽤 시원했습니다. 나중에 직접 차를 사서 집에서도 마셔보고 싶은 느낌이었군요.

제가 이렇게 커피 전문점에서 여러 잔을 마신 것은, 그리고 이렇게 맛있게 마셔본 것은 처음입니다. 가게의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고 사장님과 직원분들도 친절하고 가격도 꽤 저렴해서 앞으로 자주 찾을 것 같군요.

아, 말하는 것이 늦었습니다만 가격은 정말 저렴한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커피와 허브차 한 잔에 3500~4000원, 그리고 커피 외에도 케이크와 생과일 등의 메뉴가 있고 전체적으로 이와 비슷한 가격대로군요. 거기다 제가 오늘 마신 것은 커피 두 잔에 허브차 한 잔, 제 여친까지 합치면 도합 6잔이었는데 총 액수는 8000원이었습니다. 이 정도 가격에 이만한 퀄리티와 서비스라니... 정말 놀랐습니다.

그리고 이 가게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바로 고양이로군요.

괭이 밥;

가게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몇 마리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침 제가 찾아갔을 때 저 둘러앉는 네모난 테이블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 뭘까 싶었는데, 잠시 후 고양이가 한 마리 들어가서 아작아작 먹는 것을 보니 여기 있는 고양이 중 한 마리였군요; 정작 고양이 본인(?)은 찍지 못했습니다;


제법 재미있는 곳이었습니다. 위치는 대략 다음과 같군요.

콩나물 지도에서 따옴;

콩나물에선 자세한 위치는 나오지 않는군요. 2호선 충정로역 2번 출구에서 나와 멀지 않은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면 바로 가게 정면이 보이니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커피와 차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가보실만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덧글

  • 시리벨르 2008/07/02 21:25 # 답글

    호오~좋은곳이군요
  • 샛별 2008/07/02 21:26 # 답글

    커피는 역시 '역전앞 다방의 미스킴이 타준 양촌리 커피' 이게 짱이죠 ^-'
  • Luhe 2008/07/02 21:26 # 답글

    커피는 평소 즐겨마시는 편이 아니지만 차라면 +ㅁ+ !!

    평소 멀리 나돌아댕기는 편이 아니라서 ㅎㅎ 남친분끌고 한번 다녀와야 겠네요 ㅎㅎ
  • 산지니 2008/07/03 00:55 # 답글

    오오 저런 까페 'ㅅ' 만화에서나 있을법한 ㅎㅎ
  • NeoType 2008/07/03 21:20 # 답글

    시리벨르 님... 마침 저 주변에서 예전에 들었던 기억에 의존해 찾아갔었습니다만... 생각 외의 보물을 건진 기분입니다. 자주 찾아가게 될 것 같군요~

    샛별 님... 다방 커피는 다방 커피만의 매력이...
    ...근데 저는 "계란 동동 띄운 모닝 커피~"...만은 조금;

    Luhe 님... 커피가 주 메뉴인 것처럼 보입니다만 허브차 종류도 꽤 다양하더군요.
    그리고 케이크나 기타 메뉴들도 제법 갖춰져 있으니 남친분과 가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산지니 님... 뭐랄까요... 앞으로 자주 가봐야 알겠습니다만, 제 머리속에 그리던 이상적인 카페라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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