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올드 팰 (Old Pal) by NeoType

2009년 들어 첫 글이로군요.
요즘은 평일엔 특별히 할 일이 많지 않다보니 어쩐지 나태해지는 느낌입니다. 가만히 집에 있으면 사소한 집안 일이나 학교 관련 일 몇 가지만 끝내놓으면 정말 할 일이 없습니다. 앞으로 약 두 달의 자유시간이 남아 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그나마 하는 일이 헬스장에서 빡세게 운동하는 것밖에 할 것이 없군요. 뭐, 매일매일 한계까지 돌리다보니 운동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서 다른 일은 별로 못 하지만 점차 예전 체력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고 있으니 나름 보람 있게 지낸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칵테일은 올드 팰(Old Pal)입니다.
그 이름대로 꽤나 오래된 칵테일이자 만화 "바텐더" 1권에 소개되어서 아시는 분이 많을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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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법 - 스터 or 빌드

캄파리 - 20ml
버번 or 라이 위스키 - 20ml
드라이 베르뭇 - 20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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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파리, 버번 또는 라이 위스키, 드라이 베르뭇을 1:1:1로 스터하는 것이 흔합니다만 때로는 얼음을 채운 잔에 차례로 붓고 가볍게 휘저어 완성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 비율을 조금 바꾸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드라이 베르뭇 대신 스위트 베르뭇을 사용하는 변형 역시 존재합니다.

Old Pal, 즉 "오랜 친구"라는 이름의 칵테일로, 꽤나 맛이 강한 칵테일입니다. 거기다 캄파리와 위스키만 해도 꽤 도수가 높은 편인데다 전체적으로 씁쓸한 맛이 두드러지는 칵테일이기에 어째서 이것이 "오랜 친구"냐, 라는 생각이 들게 됨과 동시에 어쩐지 "그럴싸하다."라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오랜 친구"란 말 그대로 아주 오래된 사이, 또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니 이미 서로 볼 것, 못 볼 것 다 보고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게 된데다 오랫동안 사귀어 오면서 쓴맛 단맛 전부 겪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이 칵테일은 그러한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최초 이 올드 팰이라는 칵테일은 미국에서 생겨난 칵테일이라 합니다. 자세한 기원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대략적으로 추정해보면 약 1910년대 내외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최초 이탈리아에서 캄파리라는 리큐르가 생겨난 것이 약 1860년대, 그리고 최초 캄파리 생산 공장이 약 1900년대 초반에 세워졌다고 하고, 캄파리라는 리큐르가 미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 그 이후이기 때문이로군요.

그리고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캄파리라는 리큐르가 미국으로 넘어간 후 라이 위스키와 스위트 베르뭇으로 만드는 미국의 칵테일인 맨해튼(Manhattan)의 한 변형으로 만들어진 것이 이 올드 팰이라는 칵테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올드 팰의 변형 중 하나로 드라이 베르뭇 대신 스위트 베르뭇을 쓰는 경우도 있고, 본래 맨해튼은 라이 위스키로 만들지만 버번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 어쩐지 맨해튼과 올드 팰의 공통점으로 느껴지는군요. ...뭐, 어디까지나 이건 제 생각이고 칵테일이란 어떤 사연으로 만들어지는지 추측하는 것은 힘드니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재료는 캄파리와 위스키로 캐나디언 클럽 6년, 드라이 베르뭇은 마르티니 엑스트라 드라이입니다.
올드 팰에 쓰이는 위스키는 캐나디언 클럽이 가장 흔하다 하는군요. 그리고 베르뭇은 나머지 두 재료가 씁쓸하고 맛이 강한 만큼 단맛이 적은 엑스트라 드라이로 준비했습니다.

얼음이 든 믹싱 글라스에서 재빨리 휘저어 충분히 냉각시킨 후 잔에 걸러 따라냅니다.
특별한 장식은 없지만 흔히 레몬 또는 오렌지 껍질을 길게 자른 것(zest)으로 장식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군요.

그러나 저는 제스트를 깎는 도구가 없으니 그냥 평소대로 레몬 조각 하나로 장식해서 완성입니다.
언제나 생각합니다만 이러한 붉은색 계열 칵테일은 이런 칵테일 글라스에 담았을 때 가장 보기 좋은 것 같습니다.

향은 꽤 향기로운 편인데 처음 말씀드렸다시피 맛은 상당히 강합니다. 캄파리의 씁쓸함을 필두로 입 안을 확~ 뒤덮는 듯한 떫은 맛이 강하게 느껴져 자칫 나머지 재료들은 잘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캄파리 맛을 잘 모를 때 이 올드 팰을 처음 마셔봤을 때에는 이 칵테일은 그냥 떫기만 하고 그리 맛도 없다고 느꼈습니다만, 요즘은 슬슬 캄파리의 맛이 좋게 느껴져서인지 캄파리의 맛과 함께 희미하게 숨은 달콤한 맛이 느껴지는군요. 아마 베르뭇에서 왔을 것이라 생각되는 향과 캐나디언 클럽 위스키 특유의 부드러운 맛이 잘 어울려 한 잔만으로도 강렬한 향과 맛에 취기가 오르는 느낌이 듭니다.

만약 조금 부드러운 맛을 원하신다면 드라이 베르뭇을 엑스트라 드라이 대신 일반적인 비앙코 타입을 쓰시면 좋을 것 같군요.

말 그대로 캄파리의 맛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이 칵테일의 열렬한 팬이 될 수도, 다시는 입에 대고 싶지도 않게 되는 칵테일이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오랜 친구"라는 그 이름과 같이 처음엔 그 맛을 몰라도 오래도록 "사귀어 갈수록" 숨겨진 묘미를 찾게 되는 한 잔이 아닐까 싶군요.

덧글

  • 산지니 2009/01/02 18:51 # 답글

    올드 파 군요 1월달 말쯤에 한번..리큐르 사러 갈까 싶은데


    저번에 말씀주신 4가지 이외에..좀 달달한거 만들수있는 리큐르좀 추천부탁드릴꼐요..

    한 2~3개정도
  • NeoType 2009/01/02 19:59 #

    산지니 님... 저번에 말씀드린 것이 무엇인지 잘 기억은 안 납니다만^^; 일단 리큐르로 베일리스, 깔루아는 가지고 계신 것 같으니 가볍게 마시기 좋고 달달한 리큐르라면 말리부와 피치 트리 두 가지 외에... 블루 큐라소는 가지고 계시면 여러 모로 이용하기 좋고, 메론 리큐르인 미도리도 좋고 카카오 다크가 그냥 마셔도 맛이 좋지요.
  • 시리벨르 2009/01/02 18:52 # 답글

    매번 느끼는 거지만 직접 마셔 보지 못하는게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 NeoType 2009/01/02 20:00 #

    시리벨르 님... 온라인의 한계지요;
    일반적으로 갖춰두기엔 까다로운 재료들이기도 하고...
  • MP달에서온소녀 2009/01/02 18:57 # 답글

    색이 참 예쁘네요..약간 주황빛이 나는게 달콤해보이는데 많이 드라이한가봐요?
    저도 방학이라 할일없이 방콕중...;;그래서 요리를 자주 하게 되는군요.
  • NeoType 2009/01/02 20:01 #

    MP달에서온소녀 님... 저 캄파리라는 리큐르가 색상이 아주 새빨갛고 겉보기론 꽤 산뜻할 것 같은 인상이지요. 그래서 자칫 저 외양으로 사람 여럿 낚이지요; 워낙 맛이 씁쓸하고 향이 강해서 그냥은 마시기 힘들고 칵테일로 만들어도 상당히 취향 타게 됩니다.
  • 2009/01/02 20:2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NeoType 2009/01/03 09:43 #

    비공개 님... 역시 맡은 일이 있으시니 방학이라고 편히 쉬지도 못 하시는군요.
    이제 평화의 시간(?)도 두 달 정도밖에 안 남았건만...;
  • timidity 2009/01/02 20:50 # 답글

    저번에 바에서 한번 먹어봤는데.. 저는 정말 못먹겠더군요 ㅜㅜ
    NeoType님 말씀대로인거 같애요 ;;;
  • NeoType 2009/01/03 09:44 #

    timidity 님... 바에서 직접 드셔보셨군요.
    확실히 캄파리란 녀석이 워낙 맛이 강해놔서 처음 마셔보신다면 어지간해선 좋아하기 힘들지요;
  • 2009/01/02 22:1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NeoType 2009/01/03 09:45 #

    비공개 님... 예전에 저도 저 제스터를 찾아보았는데 딱히 보이지가 않아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여기 있었군요. ...그런데 가격이 참...^^;
    한때는 제스터 없이 비슷하게 가늘고 길게 깎아보겠다고 레몬 껍질을 얼마나 난도질했는지 모르겠군요;
  • 하르나크 2009/01/02 23:51 # 삭제 답글

    음... 진짜 씁슬할것같은 레시피를 보내요...

    하지만 이것도 어느정도 나이먹으면 의미를 알게되는날이 올지도...
  • NeoType 2009/01/03 09:46 #

    하르나크 님... 바로 캄파리를 좋아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린 칵테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몇몇 주변 사람들에게 저 리큐르 맛을 보였을 때 좋아하는 사람이 오히려 적었지요;
  • gargoil 2009/01/03 03:21 # 답글

    캄파리 만세. 고로 올드 팰도 만세. 저는 못 먹는게 없답니다.
  • NeoType 2009/01/03 09:47 #

    gargoil 님... 캄파리 칵테일 중 특히 좋아하는 것은 토닉이나 스푸모니 같은 것이었습니다만 이 올드 팰도 꽤나 마음에 들더군요. 예전엔 저렇게 스터로 만든 것보단 그냥 얼음 넣고 빌드로 만든 것이 훨씬 순하기에 그쪽을 좋아했었군요.
  • 띨마에 2009/01/03 12:47 # 답글

    캄파리는 가격이 보통 리큐르들에 비해서 그렇게 싼 편도 아니고. 물론 또 뭐 비싸다고 할 것도 없지만. 이래저래 사려고 해도 주저하게 되더군요. 스푸모니도 그렇고 네그로니라든지 아메리카노라든지 하는 것들도 언젠가는 맛보고 싶은데, 아마 빠른 시일 안에는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 NeoType 2009/01/03 18:42 #

    띨마에 님... 가격대가 웬만한 볼스 등의 리큐르에 비하면 높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드럼뷔나 디사론노 같은 것에 비하면 싼 편이니 애매하지요. 저는 처음엔 그냥 흥미가 동해서 구입했다가 그 맛에 헉~했다가 점차 마음에 들게 되었군요. 다른 건 몰라도 스푸모니는 꽤나 멋진 맛이지요~
  • 토보 2009/01/04 07:22 # 삭제 답글

    저에겐 그저 두려운 캄파리 입니다-ㅅ-;
    지금 바카디를 1온스 넣은 파우스트를 마시고 왔더니 정신이 조금 몽롱하네요(멍)

    주량이 약해서.. 드라이한 칵테일은 좀 나중에 도전해볼텝니다. 흠흠
  • NeoType 2009/01/04 14:33 #

    토보 님... 바카디 151로 제대로 만든 파우스트 한 잔이라면 이만저만이 아니지요^^
    이렇게 캄파리나 위스키를 이용한 향이 강한 술은 어지간히 술이 강한 사람이라도 한 잔을 천천히 마시면 많이 마신 것은 아니건만 상당히 취기가 느껴지더군요.
  • 권근택 2009/01/04 14:26 # 삭제 답글

    한가하시다니 마침 나이스 타이밍. 신년을 맞아 첫 인터뷰 주자로 질의서를 드리게 됐습니다. 블로그에 비밀글로 질의 올려달라고 하셨었지요? 곧장 드리겠습니다.
  • NeoType 2009/01/04 14:34 #

    권근택 님... 예~ 알겠습니다.
    신년 첫 주자라니... 긴장되는군요^^
  • 2009/01/04 14:5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NeoType 2009/01/04 15:15 #

    확인했습니다. 최대한 할 수 있는한 작성하겠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어디로 보내드리면 될지요?
  • 권근택 2009/01/04 15:26 # 삭제 답글

    제 메일 kwon@newsboy.kr로 보내주세요. 순간 저도 비공개 덧글을 본인도 못 읽는다는 사실에 '어떡하지~'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 NeoType 2009/01/04 15:37 #

    예, 그럼 가능한한 다음주 중에 보내겠습니다^^
  • 2010/10/21 12:3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NeoType 2010/10/21 20:04 #

    비공개 님... 친구분의 생일이시군요. 우정과 관련된 칵테일이라...
    솔직히 칵테일의 이름이나 이미지에 "사랑"이나 "정열"적인 이미지의 칵테일은 참 많습니다만 막상 "친구" 혹은 "우정"을 테마로 한 유명한 칵테일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어떤 것을 추천드려야 할지 조금 애매하군요^^;

    친구분께서 술을 좋아하신다면 좋아하는 술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을 한 잔 만들어드리는 것도 좋겠지만 칵테일을 생각해보면... 만약 저라면 "갓 파더"나 "쿠바 리브레"로 하겠습니다. 둘 다 매우 심플한 재료이기도 하고 맛도 확실히 보증된 고전 칵테일들이기도 하지요.

    갓 파더라면 말 그대로 "대부", 마피아 영화의 대명사라 할 수 있을 유명한 작품이지요. 즉, 칵테일 갓 파더는 그러한 마피아 사회의 남자들의 유대와 우정, 그리고 때로는 비정함이 담긴 "남자들의 음료"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칵테일을 만들어 두 분이 같이 건배를 하며 우정을 다지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또한 쿠바 리브레... 이건 조금 의미가 다르긴 합니다만 쿠바의 럼과 미국의 코카콜라의 합작품... 즉, 쿠바 독립 전쟁시의 쿠바와 미국의 협력관계를 뜻하기도 합니다. 또한 럼이라는 술은 친한 사람들과 떠들썩하게 마시기도 좋고 간단히 콜라와 라임 주스만을 섞어서 만들기 때문에 가볍게 만들어 마시기 좋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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