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고져스 (Gorgeous)

어제부터 오늘 오전까지는 그야말로 긴장과 초조함과 후덜덜함, 거기다 불안감에 휩싸여 보냈습니다.
일요일 오전에 심야영화 잘 보고 돌아와서 잠들었다 일어난 것까지는 좋았습니다만... 저녁 무렵 문득 휴대폰이 울리더군요. 받아보니 대학 학과 사무실에서 제 졸업 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무엇인가가 약간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내용은 자세히 이야기하긴 그렇습니다만... 하여간 이것 때문에 한동안 이야기를 하다가 월요일 오전까지 찾아오라고 하더군요. ...덕분에 일요일 저녁은 '이러다 졸업 못 하는 거 아닌가...', '설마 여기까지 와서 장교는 그만둬야하나...' 등 별별 잡생각이 떠나지 않아서 불안에 싸여 보냈습니다. 밤에도 잠을 못 자고 거의 새벽 5시까지 뜬눈으로 보내다 깜빡 잠들었다 7시쯤 부스스 일어났군요;

그래도 오늘 오전에 가서 사정을 듣고 잘 이야기를 하고 몇 가지 서류를 제출하고 돌아왔으니 이제야 한시름 놓았습니다. 하도 긴장하며 보냈더니 괜시리 몸이 찌뿌드드해서 헬스장 가서 신나게 뛰다 돌아왔습니다.

뭐... 이야기가 길었습니다만 오늘 이야기 할 칵테일은 오랜만에 제 취향인 녀석입니다.
이름은 고져스(Gorgeous). 고오오~져스라 말하고 싶어지는 이름이로군요.
요즘은 국내 바에서 유명한 칵테일을 몇 종 소개하며 계속해서 피치 트리, 말리부 등등 달달한 술만을 쓰다가 오랜만에 다른 것을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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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법 - 빌드

그랑 마르니에 - 30ml
아마레또 디사론노 - 30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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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름이 참 "고~져스"하군요. 다른 무엇도 아닌 고~져스라...
어쨌거나 이 칵테일은 그랑 마르니에와 아마레또, 그 중에서도 디사론노를 1:1로 가볍게 섞어서 완성입니다. 아마레또는 일반적인 브랜드가 아닌 아예 디사론노라고 상표를 지정한 칵테일이로군요. 그야말로 만들기도 어려울 것 없고 재료 구성은 단순하지만 칵테일의 맛이 확실히 재료 본연의 맛에 따라 좌우되는 형태의 한 잔입니다.

사실 이제까지 소개한 피치 트리, 말리부가 쓰인 칵테일들이 달긴 합니다만 오늘 소개하는 이 녀석도 제법 달콤합니다. 그러나 굳이 비유하자면 피치 트리 등을 쓴 칵테일은 설탕을 탄 과일 주스의 맛, 이러한 리큐르의 단맛은 설탕과 같은 단맛이라기보단 향과 맛이 진한 꿀같은 풍미라 할 수 있겠군요. 맛은 있지만 계속해서 마시면 질리게 되는 경향이 있는 칵테일과는 달리 한 잔을 즐기더라도 계속해서 향과 맛의 변화가 느껴진다 할 수 있습니다.

고~~져스... 그야말로 고~져스한 재료인 꼬냑을 베이스로 한 오렌지 큐라소의 고급품인 그랑 마르니에, 그리고 아마레또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독특한 맛의 디사론노로군요. 그러고보니 어쩐지 이 칵테일의 재료를 보면 브랜디와 아마레또로 만드는 갓 파더의 변형 프렌치 커넥션(French Connection)과도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그랑 마르니에 역시 브랜디를 베이스로 한 것이니 말하자면 프렌치 커넥션을 좀 더 달콤하고 향기롭게 바꾼 형태가 바로 이 칵테일 고져스라 기억하면 알기 쉬울 것 같군요.

재료는 그랑 마르니에와 디사론노로 단순하지만 단순하다는 말 한 마디로 단순히 정리하기엔 단순하지 않은 재료들이군요.(?)

잔은 적당한 텀블러 등을 준비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빌드 방식이니 얼음을 적당히 채운 잔에 순서대로 재료를 붓고 가볍게 휘저어 완성입니다.
굳이 장식을 하자면 레몬 껍질을 조금 잘라 넣을 수도 있다 합니다만 없어도 무방합니다.

단순한 재료입니다만 여기에 쓰인 두 재료가 그 향과 맛이 꽤나 다채로운 술들인만큼 가만히 이대로 들고 향을 즐기고만 있어도 다양한 맛이 날 것이라 느낄 수 있군요. 전체적인 도수는 낮지 않지만 도수를 잊을 정도의 향기로운 달콤함, 그리고 그 달콤함이 거슬리게 느껴지지 않게 하는 그랑 마르니에의 오렌지의 산뜻한 풍미와 디사론노의 약간 씁쓸한 듯 하지만 진한 맛이 멋지게 어울립니다.

꽤나 이 맛이 마음에 들어서 한 잔을 마시면 계속해서 또 한 잔을 마시고 싶어지는군요. 실제로 처음 만들었을 때는 두 잔을 연속해서 마셨습니다.

단지 재료 구성, 그 중에서도 아마레또 디사론노의 경우에는 은근히 까다로운 재료이기에 시중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 듯한 느낌이군요. 그러나 만약 이 두 가지를 갖추신 분이라면 꼭 한 번쯤은 이 맛을 보셔도 후회는 없으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by NeoType | 2009/02/02 13:49 | 주류 잡담 | 트랙백 | 덧글(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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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팡야러브 at 2009/02/02 14:12
It's Gorgeous~! 스티브잡스가 키노트 프리젠테이션에서 제일 많이 쓰는 말이죠 ㅋㅋ
졸업은 ... 학점이 모자라서 인가요 ㅇㅅㅇ ;;
Commented by NeoType at 2009/02/02 14:49
팡야러브 님... 정확히는 점수가 부족하다기보단 학점은 충분한데 반드시 들어야 할 과목 한 과목이 부족하다더군요; 뭐... 결국 어찌저찌 해결 보고 돌아왔으니 안심입니다.
Commented by 라비안로즈 at 2009/02/02 14:15
흐음... 학사장교갈 졸업자들보고 졸업 문제 있다고 이야기 하면 애들 얼굴들이 새파랗게 질려 오더군요;;
이해는 합니다만;;;; =ㅅ= 참 한두가지까 서류가 빠지면 난감한게 졸업이라 ㅎㅎㅎ;
다행이네요 ㅎㅎ

이름만 들었을때는 독한 술처럼 느껴지는 칵테일이네요 ㅎㅎ
Commented by NeoType at 2009/02/02 14:50
라비안로즈 님... 멋진 칵테일이지요~
그나저나 졸업... 심각한 경우엔 아예 1년 미루고 내년에 들어가게 되지요. ...단지 그랬다간 동기들은 한창 군생활 중인데 홀로 1년 늦게 후임으로 들어가니...;
Commented by Lawliet at 2009/02/02 14:25
들어가는 술 종류만 봐도 맛있어 보이는 술이군요. 슬슬 네타님 들어가시기 전에 한번 뵈야하고 네타님 포스팅한 칵테일 정리해서 준비해야 하고 해야 하는데 뭔가 일이 많군요(...)곳 시험준비도 해야 하는데 뭔가 많이 바쁩니다(...)
Commented by NeoType at 2009/02/02 14:52
Lawliet 님... 요즘 저는 별로 할 일은 없지만 무언가를 하고 싶지 않더군요. ...곧 세상과 잠시 떨어지니;
그냥 하루하루 시간만 보내는 느낌입니다;
Commented by 슈지 at 2009/02/02 15:13
뭐냐 저 짤은;; 너무 역전재판에 빠졌군.
Commented by NeoType at 2009/02/02 20:07
슈지... 그냥 딱 저 형씨가 떠오르더만;
좋구만, 뭘~(..)
Commented by 산지니 at 2009/02/02 15:48
고져스~ 이러길래.. 갑자기 역재를 떠올린 저는 뭐죠..(응?)
Commented by NeoType at 2009/02/02 20:08
산지니 님... 바로 저도 그랬습니다;
4까지 클리어하니 이거 역시 대단한 물건이군요~
Commented by 혜란 at 2009/02/02 16:42
이럴수가, 맥시밀리안 갤럭티카(본명 : 야마다 코우헤이 24세) 를 칵테일 이야기에 더하시다니, 센스폭발!!
Commented by NeoType at 2009/02/02 20:09
혜란 님... 이름도 고~~져스하고 항상 고~~져스를 남발하는 캐릭으로 저 사람이 갑자기 떠올라 그냥 갖다 붙였군요. 뭐, 은근히 재미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Commented by 국사무쌍 at 2009/02/02 20:11
저도 이번에 졸업인데 못하면 한 학기 더 다녀야 졸업이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습니다
잘 풀리셨다니 다행입니다;
Commented by NeoType at 2009/02/02 20:14
국사무쌍 님... 제가 이렇게 된 건 4년간 신청 최대 학점 꽉꽉 채워가며 쉴새없이 들었건만 마지막 학기에 F가 두 과목 떠서 이렇게 됐습니다; 그야말로 출석은 완벽, 과제물 낼 거 다 내고 시험도 다 치렀건만 어지간히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았나봅니다;
Commented by Enke at 2009/02/02 23:41
오호, 고져스라
들어가는 리큐르만 해도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는군요
달콤한 향이 여기까지 납니다
Commented by NeoType at 2009/02/03 15:28
Enke 님... 고~져스답지요~(..)
달콤하지만 이 단맛이 의외로 독특해서 쉽게 질리지 않더군요.
Commented by 띨마에 at 2009/02/03 00:51
RT로 이번에 들어가는 제 후배들은 얼마전에 송별연하고 막 그러더군요(..) 이제 정말 얼마 안남으셨네요(..)
Commented by NeoType at 2009/02/03 15:28
띨마에 님... 아아~ 요즘은 그야말로 매일매일 "D-며칠"을 세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gargoil at 2009/02/03 03:42
이 블로그 들어와서 이토록 겔겔거리며 웃어 본 건 처음이군요.^^ 아무튼 고져스... 간만에 체크할 레시피가 생겼군요.
Commented by NeoType at 2009/02/03 15:29
gargoil 님... 고~~져스! 고져스!
역재2에서 은근히 재미있었던 형씨였군요; 칵테일도 시도해보셔도 후회 없으실 맛입니다~
Commented by Catastrophe at 2009/02/03 12:17
아마레또는 의외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그나저나... 재료는 두갠데 그랑마르니에와 아마레또 디사론노... 크아악!!
럭셔리!! 고져스!!!!!!!!!!!!!!!!!!!!! (....................)

...그냥 트리플섹에 볼스 아마레또로 만들어 Inferior, 혹은 Bargain 이라는
........한국어로는 싸구려지만. 어쨌든 칵테일로 승화시킬 수 있겠군요?...
Commented by NeoType at 2009/02/03 15:32
Catastrophe 님... 트리플 섹과 아마레또... 그야말로 고져스의 마이너 카피로군요^^;
아마레또가 들어가는 칵테일... 롱 드링크가 아니고 숏 드링크라면 꽤 맛이 강해서 취향을 탈 것도 같군요. 특히나 갓 파더 같은 경우에는 아마레또 뿐 아니라 위스키 향도 만만찮으니 향이 강한 걸 싫어하는 사람이면 마시기 힘든 편이니...
Commented by 니트 at 2009/02/03 22:14
고져스... 하면 반사적으로 마크로스F의 란카가 부르던 CM송 고져스 델리셔스 데칼챠~! 가 먼저 떠오르는 저는 오덕 맞군요..;;
Commented by NeoType at 2009/02/04 09:52
니트 님... 사람은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만 보입니...(..)
Commented by 하르나크 at 2009/02/05 16:25
역재2 에서 .... 보면서 한참웃은 ....

어쨌든 고져스 한번만들어서 한잔마시고오겠...
Commented by NeoType at 2009/02/05 18:36
하르나크 님... 고~~져스!
꽤 멋진 맛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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