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 스미노프 (Smirnoff No.21 Red Label) by NeoType

점점 "D-" 숫자가 떨어지는 기분이라 하루하루가 지나는 것이 영 묘한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무엇인가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한다 해도 어쩐지 신경쓰여서 집중하기도 힘들군요. 저는 이러한 "무슨 일을 하기 전"의 초조함과도 비슷한 느낌을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중요한 시험을 보기 직전이라거나 중요한 행사 이전, 무엇보다 군대 가기 직전의 느낌 등등 큰일을 앞둔 상황의 긴장감이라 할 수 있겠군요. ...뭐, 이런 상황이 좋다면 그 사람은 그야말로 초조함과 긴장을 즐기는 아드레날린 중독자와도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으려나요;

오늘은 보드카의 한 상표인 스미노프(Smirnoff)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스미노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스미노프 No.21 Red Label, 그냥 "스미노프 보드카"라 부르는 가장 흔한 상품입니다.

알코올 도수 40도, 용량 700ml인 보드카입니다.
투명한 병이라서인지 뒷면 라벨이 하얗게 두드러지고 사진이 조금 어둡게 나왔습니다.

국내에 들어오는 보드카는 이 스미노프를 비롯, 러시아의 스톨리치나야(Stolichnaya), 스웨덴의 앱솔루트(Absolut), 핀란드의 핀란디아(Finlandia), 미국의 스카이(Skyy) 등이 자주 보이는 상표들이군요. 이들 중 제가 이제까지 마셔본 것이라면 스미노프, 스톨리치나야, 앱솔루트 정도이고 주로 애용하는 것도 이 세 가지이긴 합니다만, 진 만큼은 아니지만 보드카도 상표에 따라 맛의 차이가 제법 독특하게 나타나기에 다양한 상표를 접해보고 싶어집니다.

럼에 있어서 바카디(Bacardi)가 세계적인 판도를 넓힌 상표라면 이 스미노프는 보드카 시장에서 가장 발이 넓은 상표라 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술이군요.

이 스미노프라는 회사는 본래 러시아에서 생긴 회사입니다만 지금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와인, 맥주, 증류주 등 다양한 주류를 취급하는 회사인 디아지오(Diageo)에서 스미노프 보드카의 생산과 판매를 하고 있다 하는군요. 여담으로 이 디아지오는 우리나라에도 디아지오 코리아라는 회사가 있으며 베일리스(Baileys), 조니 워커(Johnnie Walker), 기네스 맥주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처음 스미노프라는 회사는 1860년대 표트르 스미르노프(Piotr Smirnov)라는 사람이 러시아 모스크바에 증류소를 연 것이 최초였습니다. 보드카를 증류하며 중간에 목탄을 이용해 거르는 방식을 도입하여 훨씬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의 보드카를 생산, 이로 인해 러시아 상류층에게도 인기를 얻게 되었고 이 "스미르노프 보드카"는 러시아 황실에 보드카를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되었다 하는군요. 그 후 1910년 표트르 스미르노프 씨가 사망, 그의 아들인 블라디미르(Vladimir) 스미르노프가 증류소를 이어받게 됩니다. 그러나 1917년 러시아 혁명인 10월 혁명(October revolution)으로 인해 블라디미르는 러시아를 떠나 프랑스로 망명, 그곳에 작은 증류소를 열었다 하는군요. 이때 그는 러시아식 이름인 "Smirnov"를 프랑스식으로 "Smirnoff"로 바꾸고 이 이름의 보드카를 생산하여 유럽 각지에 판매하여 제법 성공을 거두었다 합니다.

그 후 블라디미르 씨는 1930년 루돌프 쿠네트(Rudolph Kunett)라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는 과거 러시아에서 증류소를 운영하고 있을 때 "스미르노프 보드카"의 원료를 조달해주던 사람이었는데 1920년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하는군요. 블라디미르 씨는 몇 년 후 쿠네트 씨에게 스미노프 증류소를 인수하였고 쿠네트 씨는 미국에서 이 보드카를 생산하여 판매를 시작했다 합니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스미노프 보드카의 판매는 생각만큼 잘 되진 않았고 결국 얼마 후 이 증류소는 휴브라인(Heublein)이라는 주류 회사의 사장인 존 마틴(John Martin)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하는군요.

이래저래 복잡한 사정이 있습니다만 그 후부터는 미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칵테일"들로 인해 스미노프 보드카의 매상은 오르기 시작했다 합니다. 이 스미노프 보드카와 라임, 진저 엘을 섞은 모스코 뮬(Moscow Mule)을 처음 소개하여 보드카와 함께 홍보하여 점차 인지도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보드카 베이스 칵테일인 스크류 드라이버(Screw Driver)와 블러디 메리(Bloody Mary) 등도 인기를 끌게 되어 스미노프 보드카는 칵테일 베이스뿐 아니라 상당한 인기를 끌게 되었다 합니다.

꽤 복잡한 역사를 가진 회사입니다만 지금은 보드카 시장의 단연 톱이라 할 수 있을만한 인지도를 가진 상표가 되었군요. 스미노프 보드카의 오리지널이라 할 수 있는 바로 이 No.21 레드 라벨뿐 아니라 여러 상품이 취급되고 있으며 사과, 랍스베리, 오렌지 등의 다양한 감미(flavored) 보드카 역시 상당량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이 스미노프라는 보드카는 개인적으로 꽤 애착이 있는 상표로군요. 예전에... 그야말로 제가 "보드카"라 부르는 술을 처음 마셔본 것은 어디 편의점의 한 구석에서 판매될 법한 싸구려 보드카였습니다. 이전에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만 바로 바이타(Baita)라는 상표의 프랑스산 저가 보드카였군요. 처음 그걸 마셔보고 느낀 감상은 마치 본드와도 비슷한 엄청난 휘발성 알코올 향과 지독할 정도로 쓰고 떫은 맛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보드카"라는 술은 이렇게 맛이 없으니 다신 마시지 않겠다는 편견을 가지고 한참을 지냈었군요.

그러다가 여러 술에 관심이 생겨 이런저런 서적 등으로 공부를 하다보니 보드카라는 술은 "무색, 무취의 순수 알코올에 가까운 맛을 특징으로 한다.", 라는 것을 보고 문득 의아하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예전에 마셨던 것은 대체 무엇이었나, 그건 싸구려라서 그랬고 좀 더 가격이 있는 좋은 보드카를 마셔보면 어떨까, 등등 여러 생각을 하다가 마음 먹고 처음 사본 것이 바로 이 스미노프 보드카였습니다.

예전에 마셨던 그 지독한 보드카 맛을 떠올리며 불안스레 병을 따고 잔에 한 잔 따라 향을 맡았습니다. 곧장 "어라?" 싶을 정도로 신기할 정도로 알코올 향 외에 아무런 향도 느껴지지 않았고, 한 모금 입에 머금으니 전혀 떫고 쓴 느낌 없이 매우 부드럽게 알코올이 화악~ 퍼져가는 느낌이 아주 기분 좋았습니다. 덕분에 제 보드카에 대한 잘못된 편견도 순식간에 사그라들었군요.

잔에 한 잔...
스미노프 보드카의 특징은 3번 증류와 10차례의 정제 과정에서 오는 깔끔함과 부드러움이라 광고할 만큼 맛이 꽤 산뜻합니다. 물론 요즘 이렇게 천천히 즐기면 예전에 느꼈던 것보다 좀 더 맛이 다양하게 느껴지는군요. 향은 알코올 향 외에도 마치 향이 나는 나무에 코를 대고 숨을 들이쉬었을 때와 비슷하고 술을 머금으면 이 향이 입에서 코 안까지 한가득 들어차는 느낌이 듭니다. 입에서의 느낌은 알코올 특유의 짜릿함, 입에서 굴리고 목구멍을 넘긴 후에는 입에서 남는 깔끔함...

그야말로 보드카는 "아무 맛이 없는 술"이다보니 마시고 난 후 입에서 알코올 기운이 스르르 휘발하여 없어진 후에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깔끔함이 느껴집니다.

이러한 보드카의 맛을 좀 더 확실하게 느끼고 싶으면 병 째로 냉동실에 넣어 냉동하여 마시는 것도 독특한 맛입니다만 저는 아직 스미노프는 냉동으로 마셔보지 못 했군요. 다음에 한 병 들여오면 시도해볼까 싶습니다.

보드카 베이스 칵테일은 칵테일에 있어 상당히 큰 범주를 차지하고 있기에 한 가지 예를 들기 힘듭니다. 그러나 스미노프 칵테일이라면 단연 이 모스코 뮬을 들 수 있겠군요. 본래대로라면 라임 조각을 넣어야 합니다만 우리나라에선 흔히 구할 수 없는 관계로 레몬 조각으로 대체한 것입니다.

최초 스미노프 회사에서 홍보를 위해 만든 후 크게 인기를 끈 칵테일이었지만 "보드카를 팔려는 친구, 진저 엘을 팔려는 친구, 구리 컵을 팔려는 친구" 세 사람이 모여서 탄생한 칵테일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조주기능사 과제로도 나올 만큼 상당히 인지도 있는 한 잔이기도 합니다. 물론 맛도 라임의 상큼함과 진저 엘의 쌉쌀함과 약간 단맛, 탄산의 청량감과 적지 않은 알코올 도수로 꽤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칵테일이기도 합니다.

흔히 20000~28000원 내외의 가격에 구입 가능합니다.
이 스미노프는 그냥 마셔도 좋고 칵테일 베이스로도 가장 무난하게 쓸 수 있는 상표라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널리, 가장 많이 팔리는 보드카라는 명성답게 한 병 들여놓으셔도 후회 없으실 맛이라 생각합니다.

덧글

  • Frey 2009/02/18 10:10 # 답글

    예전에 앱솔루트를 쓰다가 다 떨어져서 스미노프를 대신 사봤는데, 확실히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뭐라고 딱 집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앱솔루트가 좀더 깨끗하다면 스미노프는 알코올 향이 강하다고 해야 할지...
  • NeoType 2009/02/18 17:00 #

    Frey 님... 스미노프는 앱솔루트에 비해 향이 조금 있는 편이지요. 그래도 진의 경우는 상표에 따라 맛과 향의 차이가 확연하지만 보드카는 상대적으로 차이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만큼 구별하라면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슈지 2009/02/18 11:15 # 답글

    군대 가기 직전보다 더 떨릴지도 모르겠군. 급여나오면 한잔 사지. 아...난 원래가 스미르노프 지지파였는데 요새는 이상하게 스톨리치나야가 훨씬 좋더군
  • NeoType 2009/02/18 17:01 #

    슈지... 요즘은 뭐... 하루하루가 자~알 가는구만;
    스미노프도 나쁘지 않지만 스톨리치나야도 꽤 좋지~ 난 항상 냉동실에 스톨리치나야 한 병씩 넣어두고 지내니...
  • 흑곰 2009/02/18 11:31 # 답글

    개인적으로 병은 앱솔루트 ' ㅁ'b;;
  • NeoType 2009/02/18 17:01 #

    흑곰 님... 앱솔루트가 병은 꽤 예쁘지요~
    어떤 사람은 앱솔루트 병을 물병으로 쓴다고도 하더군요.
  • 흑곰 2009/02/18 17:49 #

    제가 물병으로 쓰려고 얻으려 했으나...
    집의 거친 반대가 예상되서 접었죠 ㅠㅠ...
    흑... 아는분이 앱솔 색색별로 병 준다고 했는데 ㅠㅠ...
  • NeoType 2009/02/18 17:54 #

    흑곰 님... 어쩐지 아깝군요.
    ...술병을 물병으로 쓰면 어떻기에...(..)
  • 피두언냐 2009/02/18 12:54 # 답글

    아아 정말이지 네오타입님의 칵테일을 맛 봐야 할텐데....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없..
  • NeoType 2009/02/18 17:02 #

    언냐 님... 이런... 언젠가 정말 한 잔 드릴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시간도 없고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만 나중에 따로 나와 살면 꼭 초대하고 싶습니다^^
  • 피두언냐 2009/02/19 17:31 #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닷!!!
  • 진겟타 2009/02/18 14:13 # 답글

    전 스트레이트로 앱솔, 스미노프, 스톨리치나야 를 다 마셔봤는데,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무향 무미 무취 에 가장 가까운 보드카는 스톨리치나야 같습니다.
    이건 정말 보드카 안 같은 착착 감기는 감칠맛이 있더군요.
    스미노프는 트리플 디스틸로 바뀌면서 맛이 좀 바꼈는지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 앱솔은 비추... 으으... 스트레이트로는 정말 마시면 안됩니다.
  • NeoType 2009/02/18 17:03 #

    진겟타 님... 스톨리치나야는 항상 냉동으로 즐기고 있습니다만 그래서인지 특히 질감이 강해져서 맛이 꽤 진한 것이 마음에 들더군요. 앱솔루트는 확실히 너무나 무미건조한 느낌이 강해서 스미노프나 여타 보드카들에 비해 스트레이트가 약간 힘들기도 하군요.
  • 2009/02/18 16:2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NeoType 2009/02/18 17:03 #

    비공개 님... 말씀 감사합니다^^
  • gargoil 2009/02/19 02:17 # 답글

    진저엘 따는 날은 무조건 모스크뮬 한 방 갑니다. 흑곰님 댓글을 보고 붙이는 말입니다만, 저같은 경우, 술병 빈것은 대부분 물병으로 재활용합니다. 그러나 앱솔루트는 앞의 마개 땜시 못쓴다는 게 좀 아쉽습니다.
  • NeoType 2009/02/19 21:35 #

    gargoil 님... 모스코 뮬 맛은 사실상 진저 엘 맛이지만 꽤 깔끔하니 맛있지요~
    그나저나 아직 저는 빈 술병은 그냥 보관하는 것은 몇 개 됩니다만 물병으로 써본 적은 없군요. 어쩐지 병을 보는 것 만으로도 실물을 마시고 싶어져서...^^;
  • enif 2009/02/19 13:44 # 답글

    몇년전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망을 넓힐때 과도한 마게팅에 오히려 반감을 샀던.ㅋㅋ
    왜 그런것 있자나요.."세계1위의 보드카"
    이런 광고문구보면 사실이어도 괜히 아닌것 같고.ㅋㅋㅋㅋㅋ
  • NeoType 2009/02/19 21:36 #

    enif 님... 정말 광고란 녀석이 좋을 때도 있지만 과하면 반감이 드는 것 같습니다.
    흔히 동네 슈퍼나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500원 내외의 단팥빵 하나도 "최고급 단팥빵"이라고 광고하고 있으면 어쩐지 헛웃음이 나오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 Catastrophe 2009/02/19 21:18 # 답글

    칵테일에 진은 비피터, 보드카는 스미노프!!...를 많이 선호하시는거 같던데 ㅎㅎ
    ...저렴하지도 않은 녀석이 어딘지 디자인은 몹시 저렴해보입니다(...)
    왠지 보드카는 플레이버드가 아니면 레몬 하나쯤은 띄우는게 좋을지도(........

    그게!! 어릴때 첫느낌은, "이건 뭐 그냥 독한 소주 아냐!!!!" ....였더랬죠.
    문득 생각납니다..........(어릴떈데 어떻게 소주맛을 아는거냐!!...신경쓰면 지는겁니다)
  • NeoType 2009/02/19 21:39 #

    Catastrophe 님... 조기 교육과 습득(?)의 결과물이신가보군요^^;
    사실 진은 비피터가 정말 범용성 최고입니다만 스미노프는 구하기 쉬운 점을 빼면 어울리는 칵테일은 한정되는 느낌입니다. 말씀대로 어느 정도 희석되는 롱 드링크엔 스미노프가 좋지만 숏 드링크에선 자체의 향이 두드러지는만큼 잡맛이 적은 스톨리치나야나 앱솔루트가 더 좋아보이더군요.
  • 세망 2010/10/02 11:21 # 삭제 답글

    군대가기 직전의 느낌........ ㅠ

    얼마전에 스톨리치나야 바나나를 하나
    질렀는데 이 글을 보니

    스미노프도 질러보고 싶네요ㅎ
    (모스코 뮬.)
  • NeoType 2010/10/03 19:10 #

    세망 님... 스톨리치나야 바나나라... 특이한 것을 구하셨군요^^
    이 스미노프는 확실히 많이 팔리는 것이고 모스코뮬같은 롱드링크에는 잘 어울리지요. 대신 그냥 마시기엔 역시 조금 심심한 느낌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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