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from the Hell? by NeoType

2주만이로군요. 저번에 나왔을 때는 슬슬 5월에 접어들어 어린이날이 시작되었던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또 나와보니 어느 새 5월 중순이 되었습니다. 이번 2주간에도 이런저런 일이 있었군요.

특히나 이번 2주 중 1주일간은 유격 훈련 기간이었습니다.
유격... 그것은 한 마디로 지옥이라 표현하기엔 너무나 허전하고 그렇다고 무엇이라 간단히 표현하기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는 훈련입니다. 유격 훈련을 받아보신 분이라면 이 이름만으로도 이가 갈리고 자세히 생각하기도 싫은 기분이 듭니다.

뭐, 일단 이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이번 2주간 있었던 가벼운 이야기들을 잠시...

먼저 저번 5월 7일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평소에도 제 생일이라 해도 특별히 누군가가 챙겨주기를 바라지는 않고 선물도 있으면 좋고 없어도 상관 없는 기분으로 지냈습니다. 올해는 특히 생일을 군에서 맞았으니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평소대로 일정을 소화하며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일과 중 야외에서 장비를 다루며 잠시 휴식 시간에 연병장 구석의 벤치에 앉아서 시간을 죽이고 있을 무렵, 문득 구석 풀밭에 잔뜩 피어있는 클로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왠지 어렸을 적 네잎 클로버를 찾으러 공원 풀밭을 헤집고 기어다니던 것이 생각나서 슬슬 풀밭으로 걸어가서 클로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랬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단 한 번에 득템해버렸습니다;

음~ 어쩐지 올해는 좋은 일이 있을 법한 느낌입니다. 모처럼 찾은 네잎짜리니 잘 따서 주머니에 두었던 수첩 틈에 끼워뒀다가 저녁에 가지고 돌아와서 갱지에 끼운 후 두꺼운 책 틈에 눌러두었습니다.

나중에 잘 마르면 코팅을 해서 보관해도 좋을 것 같군요.

그리고 그날 저녁엔 동기들이 조촐하게 파티를 열어주었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오늘이 생일이구만~" 한 마디 했을 뿐인데 동기들이 PX에서 이것저것 사다가 저녁 시간에 한바탕 먹고 마시는 자리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이런저런 과자들과 냉동 만두 한 가득, 마지막으로 오예스 한 상자로 만든 케이크입니다. 케이크 위에 꽂힌 것은 이쑤시개 하나;

별로 기대하고 있지 않은 생일이었는데 의외로 좋은 일들이 많은 날이었습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동기들아 고맙다~


뭐... 즐거웠던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 글의 제목과 처음 언급했던 유격으로 넘어갑니다.

제가 돌아온 것은 어제, 즉 5월 15일 금요일이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번 1주간은 그야말로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도 모르게 휘딱 지나버린 느낌입니다만, 이번 주의 순간순간은 정말 '이대로면 죽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하루도 어떻게든 잘도 살아 남았구만...', '제발 살려줘.'(..) ...라는 느낌으로 지냈습니다.

오전 05시 30분에 기상해서 잠시 후 일과가 시작... 일과 중에는 끝없이 계속되는 PT 체조로 온몸의 쓰는 근육, 안 쓰는 근육 안 가리고 온몸을 혹사시켜 전신이 비명을 지르고, 교관과 조교들도 일말의 봐주기나 자비 따위 없이 무참하게 굴리며 조금이라도 동작이 둔해지거나 농땡이를 피우면 대열에서 열외시켜 직접 감시하에 강도 높은 얼차려를 부여... 각종 장애물을 통과하기 위해 훈련장을 이동할 때에는 항상 뜀걸음과 구호를 외치고, 각 훈련장에 도착해서도 자기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쉴새없이 목이 터져라 군가를 부르고 끝없이 PT 체조를 반복...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일과가 끝나갈 무렵이면 약 3km 이상 구보를 실시하고 나면 저녁 18시가 되어 일과가 끝납니다. 그 후엔 제한된 양의 물로 대충 세면과 정리를 끝내고 텐트에서 20시면 잠이 들고 다시 다음 날 05시 30분에 기상하여 일과가 반복됩니다.

일단 잠을 잘 시간은 충분하긴 합니다만... 하루에 눈을 뜨고 있는 시간 중에는 끊임없이 뛰고 움직이고 엎드리고 기고 매달리고 소리치고를 반복하다보니 하루만에 전신 근육통에 목구멍이 쉬어버렸습니다. 연병장의 흙먼지가 날려도 그대로 들이마시며 괴성을 지르고 끝없는 오리걸음에 다리에 쥐가 나도 억지로 다리를 쥐어뜯으며 끝까지 기어가고, 어딘가 아픈지도 모르게 하루를 보냈다가 밤이 되면 모르던 곳들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특히 하루는 비가 왔는데 그 날은 장대비를 맞으며 진흙탕에서 구르며 땀과 빗물과 흙탕물에 뒤덮여 보기도 했고 입고 있던 젖은 옷이 그대로 마르도록 하루 종일 뛰어다녔군요. 이러한 유격장에선 계급따위 없이 단지 교육생과 교관 및 조교만이 있을 뿐, 저는 교육생 중 한 명으로 죽어라 굴러다녔습니다.

제법 훈련 강도가 높기에 어딘가 다치거나 컨디션이 떨어져서 훈련에서 빠지는 동기들도 많았습니다. 훈련이 특히 힘들 때는 저도 차라리 어딘가 다쳐서 훈련에서 빠지고 싶다는 기분도 들긴 했습니다만... 어째 저는 자잘하게 상처는 많이 생겼어도 다리가 부러진다든가 실신한다든가 하는 등 결정적으로(?) 다치는 일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단지 PT 체조 중 한 차례 심각한 현기증을 느껴 뒤쪽에 대기중이던 엠뷸런스에 가서 20분 가량 쉬고 돌아온 것이 전부군요. 그때 잠시 혈압을 쟀었는데 항상 80/120대를 유지하던 제 혈압이 100/150이 나온 것은 처음 봤습니다;

어쨌거나...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나서 멀쩡히 돌아와서 깨끗히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이렇게 집에 돌아오니 무엇인가 해냈다는 느낌과 동시에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는 느낌이 들고 있습니다. 아직 후유증으로 양다리에 근육통이 남아있고 특히나 목소리가 완전히 날아가서 제대로 말을 못 한다는 점만 있을 뿐 몸 상태는 극히 정상이라 다행입니다. 이번 외박 기간 동안에는 그야말로 생지옥에서 돌아온 기분으로 확실히 쉬고 돌아가고 싶군요.

살아있다는 느낌~

덧글

  • KAZAMA 2009/05/16 18:27 # 답글

    고생하셨습니다; 푹쉬셔요
  • NeoType 2009/05/16 18:50 #

    KAZAMA 님... 오늘은 오랜만에 알코올로 달려볼까 합니다^^;
  • 팡야러브 2009/05/16 18:33 # 답글

    유격.. 공익들은 하루에 끝냈지만 PT체조의 무한반복에 쒣 소리가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이상했던것은 장애물 기다리고 있을때도 PT체조와 군가를 불러야 한다는 것이었죠 ㅇㅅㅇ..
    어쨌든 살아 오셨다니 다행이군요~ ^^
  • NeoType 2009/05/16 18:50 #

    팡야러브 님... 매번 장애물 앞에서 마구 굴리니 정작 장애물에 올라가서는 몸에 힘이 안 들어가지요; 그랬던 유격이 끝나고 지금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는 사실이 참 신선합니다;
  • 나른한오후 2009/05/16 18:35 # 답글

    헐...저랑 생일이 똑같으시네요..;;; 생일축하드립니다 ㅋ 전 생일날 하루종일 도서관에..ㅡ.ㅜ
    그나저나 유격받고 오셨다니;; 그래도 더 더워지기 전에 고비하나 넘기셨군요 허허 전 월말 동원가야되서..크흑..ㅜ.ㅜ
    유격받느라 고생하신만큼 푹쉬셔요^^
  • NeoType 2009/05/16 18:51 #

    나른한오후 님... 오우~ 생일이 같으시군요~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월말 동원이시라니... 힘내시기를~
  • Lawliet 2009/05/16 18:36 # 답글

    맥주를 한잔 쭉 들이키면 정말 살아있다는 느낌이 나지요...수고하셨습니다.
  • NeoType 2009/05/16 18:52 #

    Lawliet 님... 생각해보니 이렇게 맥주를 마시는 것도 오랜만이더군요. 오늘은 맥주도 좀 사다뒀으니 이걸로 즐길 생각입니다^^
  • 테루 2009/05/16 19:49 # 삭제 답글

    고생하셨습니다. 짧은 휴가 꽉차게 즐기시길.
  • NeoType 2009/05/17 10:44 #

    테루 님... 하루 쉬고보니 어느 새 슬슬 돌아갈 시간이 되어가는군요.
    잘 쉬고 돌아갑니다~
  • Livgren 2009/05/16 20:15 # 삭제 답글

    저도 올해 여름 신검 받을건데...
    신검받는건 받는다치고 어떻게 군생활할지...
  • Livgren 2009/05/16 20:16 # 삭제

    아 제 블로그에 네타님 소개해 놨음
  • NeoType 2009/05/17 10:45 #

    Livgren 님... 올해 신검을 받으시는군요. 저는 예전에 받으러 가니 대번에 1급이 떠버려서 그냥 편히 군생활 하자는 생각을 깨끗히 접고 이 길을 선택했군요;
    그나저나 이곳을 소개해주셨다니... 별 볼일 없는 곳이지만 감사합니다^^
  • 국사무쌍 2009/05/16 21:03 # 답글

    이 한잔에 사는거지요^^
  • NeoType 2009/05/17 10:46 #

    국사무쌍 님... 오랜만에 속이 쭉~ 펴진 느낌입니다~
    그나저나 마음 같아서는 혼자서 수십 잔이라도 비울 수 있을 듯한 느낌이었지만 체력이 떨어졌는지 3잔이 한계였습니다;
  • alcoholic 2009/05/16 22:22 # 삭제 답글

    고생 많이 하셨네요.... 선배들 하계때 60km 저희는 40km에 체력등급 합격컷 올린다느니

    ... 위가 바뀌니까 아래도 완전 갈아 엎어져서 힘들어 졌네요... 걱정이 앞섭니다만

    어떻게든 버텨야.... 하니까요 ㅋㅋ

    네타님 저번 글 보고 압상트 전재산 털어 들여와서 지금 한잔 했는데

    이맛을 어떻게 표현해 주실지 궁금하네요... ㅎㅎ 제가 가진 표현력으로는

    그냥 특이한데, 맛있고 중독성 있다는 평밖에 안나오네요.

    편히 쉬다 들어가시고, 이런 경험글 환영합니다 -ㅅ-;;; 얼른 운동좀 해서 체력좀..;
  • NeoType 2009/05/17 10:49 #

    alcoholic 님... 요즘 군대, 특히 육군이 참 빡세졌다는 것이 전체적인 생각이더군요. 걱정이 많으시겠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잘 헤쳐나가실 수 있겠지요^^
    압상트를 들여오셨군요~ ...그런데 전 재산이셨다니; 일단 저는 아직 압상트를 마셔본 적이 없고 대용품인 페르노만 줄기차게 마셨는데 확실히 맛이 궁금하긴 합니다. 훗날 기회가 되면 이곳에서 차분히 떠들어보겠습니다^^
  • Njel 2009/05/16 23:49 # 답글

    생일 축하드립니다 ^^;;
    뭔가 사진에서... 제 지난날이 스쳐지나가는;;;

    전 일반사병이라서... 유격왕이라는 것을 했죠 -_-;;
    모든 코스를 완벽히 통과하고, 간부(네오님이시군요 -_-;;) 눈에 잘 뗘야 하는..

    암튼....전 앞으로 다가올 동원 훈련이 걱정입니다 (에효...)
  • NeoType 2009/05/17 10:50 #

    Njel 님... 동원 훈련이시라도 일단 군생활을 마치셨다니 참 부럽습니다^^;
    유격왕이라니... 어쩐지 호칭만으로도 대단한 무언가가 느껴지는군요;
  • 띨마에 2009/05/17 00:55 # 답글

    ..저는 야비군 다녀와서 다음날 일어나니까 온몸이 다 쑤시던데(..)
  • NeoType 2009/05/17 10:51 #

    띨마에 님... 일단 전투복만 입으면 아무 일도 안 해도 피곤하기 그지 없지요; 아주 옷이 온몸의 기력을 빨아들이는 느낌이랄지...;
  • 역설 2009/05/17 02:02 # 답글

    오 외박이구만. 유격~ 유격~ 유격~
    20시에 잤다니 그야말로 수면이 아니면 유격이다! 의 생활.... 크허;
  • 역설 2009/05/17 02:03 # 답글

    그러고보니 나는 자대배속 받고 목욕탕가는 길에 잠깐 밑을 내려다 봤더니 네잎클로버가 한눈에 띄었던 게 생각나는군.... 꺾지 않고 그대로 두었지만, 그것은 무언가 행운의 전조였을까나.
  • NeoType 2009/05/17 10:53 #

    역설... ...이 시간에 덧글이라니; 역시 말년 병장 답구만;
    진지하게 클로버 따서 책에 끼워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구만. 나중에 만나서 한 잔 하지~
  • 2009/05/17 12:0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NeoType 2009/05/17 14:56 #

    비공개 님... 어찌저찌 굴러다니다보니 잘 살아있습니다;
    앞으론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도 잘 지내겠습니다^^
  • 산지니 2009/05/19 01:51 # 답글

    살아 계시군요 ㅠㅠ 파이팅입니다 그저
  • NeoType 2009/05/24 13:40 #

    산지니 님... 무엇이든 당장은 죽도록 힘들었어도 끝나고나면 살아있으니 다행이란 생각이었습니다^^
  • 스콜라 2009/05/21 00:37 # 삭제 답글

    혈압은 높은 거 먼저 쓰고 낮은 거 쓴답니다..ㅋㅋㅋ 150/100이라.. 혈압이 뛰었네요..

    그래도 잘 다녀왔다니 다행이네요....ㅋㅋ 수고하셨어요~ 화이팅!!
  • NeoType 2009/05/24 13:41 #

    스콜라 양... 음~ 그렇게 쓰는 거구만.
    다신 저런 훈련 안 받고 싶지...;
  • skymiracle 2009/05/31 11:57 # 삭제 답글

    도로로롱~~~~이따봐..ㅋㅋㅋ
  • NeoType 2009/05/31 13:06 #

    skymiracle... 아이디만 봐선 누군지 모르겠군;
    어쨌든 이따 봅세~
  • 창이 2009/05/31 13:50 # 삭제 답글

    ....동봉.....이제 남쪽으로는 머리도 안두고 자련다...ㄷㄷㄷㄷㄷㄷ

    저 위에 물건, *우 같은데..;;;

    쨌든, 좋은 물건, 기대하고 있겠으.^-^**

    좀다 보세~~~
  • NeoType 2009/05/31 14:17 #

    창이... ...거긴 이제 갈 일 없기를 바란다;
    이따 보세~
  • Catastrophe 2009/06/03 15:58 # 답글

    생존의 축배를 드는 것이지요... 군대는 과연 무서운 곳입니다()
  • NeoType 2009/06/07 09:42 #

    Catastrophe 님... 저 사진은 딱 유격 갔다오자마자의 사진이니 당시 기분은 정말 "살아있어서 다행이다..."란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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