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음용법 ③ - 워터 (Water)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조용한 휴일을 보낸 네타입니다.
최근 휴일에는 보통 근무를 서거나 잡다한 일들이 생겨서 가만히 숙소에 붙어있지 못했는데 이번 주는 꽤 여유있는 주말을 보냈군요. 오랜만에 느긋히 숙소에서 보고 싶던 책도 좀 읽고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둘러보고 게임도 하고... 그리고 이렇게 포스트를 쓸 여유도 생겼습니다.

오늘은 위스키 음용법의 세 번째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까 싶습니다. 그런데 잠시 다른 이야기로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술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싶군요.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술은 PX에서 구입하거나 잠시 외출해서 밖에서 사가지고 오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밖에까지 나가자면 이 주변은 교통도 번거롭고 귀찮은 면이 있어서 저는 주로 PX를 이용하는 편입니다.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 흔한 것들이군요. 여러 과실주 등을 제외하면 역시 남는 것은 위스키와 브랜디인데 위스키만 이야기해보면 국산 위스키인 임페리얼과 딤플, 윈져 등이 있고 때때로 면세로 스코셔(Scotia) 등의 생소한 녀석에서부터 뭔가 묘한 몰트 위스키들이 들어오기도 하는군요. 그리고 익숙한 상표인 짐 빔(Jim Beam) 화이트와 캐나디언 클럽(Canadian Club) 12년, J&B의 15년산인 리져브(Reserve)가 있습니다. 이중에서 제가 가장 애용하는 것이라면 단연 캐나디언 클럽과 J&B 이 두 가지인데 역시 이곳에서는 가격도 저렴하니 좋군요. 국산 위스키들도 임페리얼과 윈져는 12년과 17년 등을 구해서 마셔보곤 합니다만... 솔직한 이야기로는 17년이라 해도 동급의 여러 스카치들과 비교하면 뭔가 "싱겁다"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국산 위스키들도 언젠가 이곳에서 천천히 다뤄볼까 합니다.


그러면 본론으로 돌아와서... 오늘 이야기할 음용법은 스트레이트, 온더락에 이어 워터(Water)입니다. 그 이름대로 이번엔 물만을 이용하는 방법이군요.

위스키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물... 원료가 되는 보리와 옥수수 등의 곡물만으론 술을 만들 수 없고 좋은 위스키를 만드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좋은 수원(水原), 즉 좋은 물이 필수입니다. 이러한 물로 만들어낸 위스키에 또다시 물을 더하면 같은 위스키라도 다양한 맛의 변화를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첫 번째로 가장 흔한 방법이자 특히 일본에서 많이 애용되는 방식인 위스키 워터(Whiskey Water)입니다. 일본어로 하면 미즈와리(水割)라 하며 얼음이 든 잔에 위스키와 물의 비율을 1:2 또는 1:3 정도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군요.

얼음에 위스키를 따르는 온더락은 위스키에 소량의 물을 섞고 온도를 떨어뜨려 위스키의 질감과 맛을 한층 부드럽게 합니다. 거기다 여기에 물까지 섞으면 위스키의 맛은 매우 묽어지며 알코올의 맛 역시 희미해져 위스키 자체의 향과 풍미만이 부드럽게 퍼지게 되는군요. 알코올의 자극을 누그러뜨리고 위스키 특유의 곡물의 고소함, 바닐라 향이 섞인 부드러움, 깔끔한 뒷맛 등이 물로 인해 가볍고 깊게 퍼지는 느낌이 듭니다. 알코올의 강한 자극이 없어진다는 점이 위스키를 한결 편하게 마실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이 위스키 워터의 장점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위스키와 물의 비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위스키의 2~3배의 물을 섞는 것이라 해도 위스키 종류에 따라선 같은 양의 물을 넣어도 만족스러운 맛이 나는 것이 있는가 하면 형편 없을 정도로 싱겁고 밍밍해지는 것도 있습니다. 또한 이 위스키 워터에 쓸 수 있는 위스키는 뭘 써도 상관 없긴 합니다만 특히 스카치 블렌디드 위스키들의 6년 및 12년이 잘 어울립니다. 스카치를 쓸 경우엔 스카치 워터(Scotch Water), 버번을 쓸 경우엔 버번 워터(Bourbon Water), 아이리쉬 위스키를 쓸 경우엔 아이리쉬 워터(Irish Water) 등으로 이름 붙일 수 있습니다.

물을 섞는 것이라면 당연히 빠질 수 없는 것이 탄산수입니다. 흔히 "소다수"라고도 하며 영어로는 클럽 소다(Club Soda), 카보네이티드 워터(Carbonated Water), 스파클링 워터(Sparkling Water)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이 탄산수는 말 그대로 탄산이 섞인 물로 이러한 탄산을 섞은 위스키는 한층 독특한 맛을 나타냅니다.

위스키 워터와 마찬가지로 얼음이 든 잔에 위스키와 탄산수를 약 1:2 또는 1:3 비율로 만들 수 있는 위스키 하이볼(Highball)입니다. "하이볼"이라는 이름은 사실 위스키에 국한된 것이 아닌 "술+음료"만으로 만드는 간단한 칵테일의 총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예전에 하이볼에 대해 썼던 글이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군요. 위스키 하이볼은 위스키와 탄산수, 여기에 취향에 따라 레몬 껍질 또는 레몬즙을 조금 넣어 변화를 줄 수도 있고 위 사진과 같은 200~240ml 내외의 원통형의 길쯕한 잔도 여기에서 이름을 따서 하이볼 글라스라 부르기도 합니다.

위스키와 탄산수... 맛은 위스키 워터처럼 알코올의 짜릿함을 줄이고 위스키를 독하지 않게 마실 수 있게 되는 점이 있는 반면, 알코올의 짜릿함 대신 탄산의 짜릿함이 크게 두드러져 색다른 느낌의 위스키 맛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이 하이볼 역시 어떠한 위스키를 써도 좋지만 워터와 마찬가지로 스카치 블렌디드가 잘 어울리고 버번 역시 잘 어울립니다. 마찬가지로 스카치를 쓸 경우엔 스카치 소다(Scotch & Soda), 버번을 쓸 경우엔 버번 소다(Bourbon & Soda) 등으로 이름이 바뀝니다.


위의 두 가지 방법은 위스키에 비해 물의 비율을 크게 섞어서 위스키 자체의 맛을 엷게 즐기는 방식의 대표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에 약간의 변화를 줘서 이러한 방법도 있군요.

이 방식은 먼저 잔에 물을 따르고 그 위에 위스키를 띄우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띄워서 만드는 방식을 그 이름대로 위스키 플로트(Float)라 하는군요.

즉, 위스키 워터를 만들 때 위스키에 물을 섞어서 만드는 대신 물을 먼저 따르고 위스키를 띄워 서로 섞이지 않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군요. 띄우는 방식은 얼음이 든 잔에 냉수를 붓고 그 위에 스푼을 대고 위스키를 서서히 따르면 물보다 가벼운 위스키가 그 위에 층을 이뤄 이렇게 두 층으로 갈리게 됩니다.

이렇게 만든 위스키 플로트는 잔을 코 앞에 가져가면 위에 뜬 위스키에서 강렬한 향이 풍기지만 잔을 기울여 한 모금 머금으면 위에 뜬 위스키와 함께 밑으로 물이 들어와 입에서 섞이며 한층 독특한 맛의 변화를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이때 사용하는 잔은 위 사진과 같은 하이볼 글라스도 좋지만 온더락에 쓰는 텀블러 등을 이용해도 상관 없습니다.


그리고 물을 이용한 방법의 마지막으로 조금 독특하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방식이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 이야기하는 마지막 방법이지만 이 방식은 특별히 붙일 만한 이름이 없습니다. 이 방법은 모든 위스키에 이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단지 잔에 따른 위스키에 몇 방울의 물을 떨어뜨리는 것이군요.

잔에 따른 위스키 한 잔에 물을 조금 섞는다고 뭐가 그리 달라지겠냐, 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방식은 상상 이상으로 위스키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단지 위스키에 물을 한두 방울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위스키는 어떠한 것이든 그 자체가 품고 있는 향과 맛은 매우 다양합니다. 그러나 평소에는 이 다양한 맛과 향이 강렬한 알코올의 자극과 맛 때문에 코와 혀에서 미처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넘어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강렬한 40도 내외의 위스키에 물을 한두 방울 떨어뜨리면 위스키가 품은 향과 맛이 풀려나옵니다. 말 그대로 맛과 향이 "활짝 열려서" 그 위스키가 가진 맛과 향이 확실히 두드러집니다.

짜릿하고 강렬한 알코올의 촉감 역시 한두 방울의 물로 크게 누그러져 혀에 닿는 촉감도 부드러워지고 평소 스트레이트로 쭉쭉 들이키던 위스키도 "이 위스키가 이런 맛이었던가."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위스키 자신이 가진 맛과 향이 활짝 피어나 한층 색다른 맛이 나타나는군요. 이 방식을 이용하면 일반적인 블렌디드 위스키는 블렌디드대로, 강렬한 버번은 또 버번 나름의 독특한 강렬함에 숨은 맛과 향이, 향과 맛이 섬세한 몰트 위스키들은 그 맛이 한층 두드러지는 색다른 맛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위스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물. 그러나 이 물을 좀 더 이용하면 위스키라는 술을 한층 독특하게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위스키를 마시는 방법에는 어떻게 마시든 정도(正度)가 없다고 합니다만 제 생각으로 위스키의 다양한 맛을 이끌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이 물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리지 않나 싶습니다.

덧글

  • 문학군 2010/06/06 23:39 # 답글

    미즈와리는 몇번 마셔봤지만 아무래도 제가 잘못만든건지... 밍밍하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더군요;
    위스키 플로트는 처음보는방식이네요 ~ 기발한데요?
  • NeoType 2010/06/10 21:42 #

    문학군 님... 미즈와리는 정말 비율이 중요하지요. 처음 써보는 위스키라면 몇 번 비율 시험을 해봐야 적절한 비율을 찾을 수 있더군요. 플로트가 정말 참 독특한 방식이지요^^
  • The Lawliet 2010/06/06 23:42 # 답글

    마지막 응용법은 저도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다음에 꼭 저렇게 마셔봐야겠군요. 여기서 또 배우고 갑니다.
  • NeoType 2010/06/10 21:42 #

    The Lawliet 님... 저러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처음엔 생각 없이 시도해봤는데 그 차이가 정말 대단하더군요~
  • 역설 2010/06/06 23:58 # 답글

    수, 술을 다오...
    기말고사가 캠퍼스에 번지고 있다... 모든 공대생이 알코올을 갈구하기 시작하는 기간이지
  • NeoType 2010/06/10 21:43 #

    역설... ...기말고사 치기 1시간 전에 알코올을 빨아주는 센스를...;;
  • 산지니 2010/06/07 00:05 # 답글

    오오 위스키 응용법이군요 ~_~; 간만입니다 전 요즘 회사일이 바빠서 리큐르 나 위스키사러 나갈시간도 없군요ㅠㅠ 요즘은 일본 술에 관심이 왕창올라갑니다
  • NeoType 2010/06/10 21:43 #

    산지니 님... 회사로 바쁘신가보군요.
    일본주들도 꽤 매력적인 것이 많은데 그쪽도 파고들자면 한이 없어서 아직 저는 손을 못 대고 있습니다.
  • 2010/06/07 00:3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NeoType 2010/06/10 21:44 #

    비공개 씨... 오랜만~ 휴가라니 좋겠수;
    그러고보니 최근 PX에 그 물건이 들어오다니 참 의외였는데... 일단 아네호가 아닌 레포사도이긴 해도 꽤 좋은 술인 것은 분명하지. 이미 사서 한 병 마셔봤는데 참 좋더만.
  • 엘바트론 2010/06/07 02:24 # 답글

    전 아무래도 간군이 않좋아서 위스키는 플로트타입이 대다수 이지요 특히 비행기에서 주는 초 소형 위스키 보틀이면 [아니 그거 보틀이 아니잖아] 플로트 하기에 딱 알맞더군요
  • NeoType 2010/06/10 21:46 #

    엘바트론 님... 비행기에서 주는 보틀... 어떻게 생긴 건지 궁금하군요^^;
    물을 섞은 위스키는 부드러워지고 자극이 적어지니 그나마 간에 부담도 적으려나요.
  • 라비안로즈 2010/06/07 07:12 # 답글

    오호.... 저렇게 마시는 방법도 있군요...
    그나저나 역시 면세의 힘은.. ㄷㄷㄷㄷㄷ
  • NeoType 2010/06/10 21:46 #

    라비안로즈 님... 면세가 참 좋긴 해도 물건이 그리 다양하지 않은게 아쉽지요.
    ...이러한 불만 자체도 사치군요;;
  • SY Kim 2010/06/10 15:46 # 답글

    국산 위스키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대개 숙성 년수만 높고 허세가 좀 심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스카치 블루 마셨다가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 국산 위스키는 말아서 마시는지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더군요.
  • NeoType 2010/06/10 21:48 #

    SY Kim 님... 당장 저 위에 잠깐 언급한 "스코셔"만 해도 마침 면세로 18년산을 싸게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일단 따서 한 모금 마셔보고는... ...그대로 다른 사람 줘버렸습니다.(..)
    어떻게 된 18년이 6년산인 조니 워커 레드라벨의 발치에도 못 미치는 처참한 맛이었습니다.
  • 2010/07/28 17:58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NeoType 2010/08/02 18:32 #

    비공개 님... 정말 좋은 말씀이군요. 솔직히 제 쪽에서도 환영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정말 유감스럽게도 제가 지금 군생활 중이라 내년 중순쯤 전역하기 전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 같군요. 모처럼의 말씀인데 지금은 힘들 것 같습니다.
  • 아싸료 2010/08/08 15:43 # 삭제 답글

    위 글을 남긴 아싸료입니다 : )

    여전히 네오타입 님의 블러그를 잘 보고 있습니다
    내년 중순 이후에, 혹은 그 이후에도 우리 온라인의 연이 닿으면
    잊지않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건강한 군생활 하시기를 바랍니다 : )
  • 위숙희 2016/12/16 14:56 # 삭제 답글

    퍼가도 될까요? 위스키 음용법에 대한 정보를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어서요 ^^
  • 뭐라해 2020/04/25 19:14 # 삭제 답글

    멋지십니다 블로그 구경 잘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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