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음용법 ④ - Hot & Cold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근무 서고 돌아온 네타입니다.(..)
보통 2~3주에 한 번은 토요일에 근무를 서게 되는데 다음 날 아침까지 쭉 서고 나면 몸은 피곤해서 금방이라도 쉬고 싶지만, 일단 샤워를 하고 시원한 물 한 잔을 쭈욱 들이키면 머리는 반대로 아주 쌩쌩해지는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곧장 잠이 들기보단 책을 보거나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등 이것저것 하며 시간을 때우다가 점심까지 먹고서야 잠이 드는군요. 뭐... 이렇게 하면 일요일 오후는 통째로 잠으로 보내고 밤에야 일어나니 주말은 이걸로 땡이군요; 지금 쓰는 이 글도 이러한 적당한 피로감과 쌩쌩함의 차이를 알코올 한 잔으로 녹여가며 슬슬 쓰고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내용은 이제까지 이어져 온 위스키 음용법의 네 번째 방식이자 어쩌면 이 주제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방법입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Hot & Cold, 즉 위스키를 따뜻하게 마시는 방법과 차갑게 마시는 방식이로군요.

이제까지 이야기한 위스키 음용법을 정리해보면... 먼저 스트레이트는 다른 것을 섞지 않고 오로지 위스키 자체만을 마시는 방법으로 위스키를 따른 잔의 형태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다음으로 얼음을 이용한 온더락의 경우는 얼음의 형태와 얼음에서 나온 물과 차가움의 변화에 따라 위스키의 맛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리고 바로 요 전에 이야기한 워터 방식은 위스키에 물을 섞는 정도와 탄산수와 일반 물의 차이, 위스키와 물의 어울림 등에 따라 맛의 변화를 주는 방식이라 할 수 있겠군요.

이렇게 이야기해보면 이제까지 정리한 변화 요인들 중 새로이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이 나옵니다. 여기에서 더욱 변화를 줄 수 있는 방식이 있을까, 이미 위스키 자체만으로 시도할 수 있는 변화는 전부 해본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지만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마지막 방식은 바로 온도였습니다. 이 온도를 극히 올리거나 또는 극히 내리는 방식이 아직 남아있었습니다.

여담으로 저는 위스키 음용법이라는 주제로 위스키 외의 다른 음료나 술을 섞는 칵테일이라는 방식을 제외할 생각입니다. 칵테일도 물론 위스키의 다양한 맛을 끌어낼 수 있고 또한 상당히 매력적인 방식임에는 분명합니다만 그 응용법과 가지 수는 무한하다고 할 수 있는 만큼 글 하나로 간단히 정리하기엔 힘들기 때문이군요.

먼저 따뜻한 방식으로...
이 방식은 사실 위스키 워터의 간단한 변형의 한 가지입니다. 얼음이 든 잔에 위스키를 따르고 물을 섞는 대신 따뜻한 물만을 섞는 것이군요. 굳이 말하자면 이 방식은 핫 위스키(Hot Whiskey) 또는 위스키 토디(Whiskey Toddy)라 부를 수 있겠군요. 또한 일본어로 위스키 워터를 물을 섞었다는 의미로 미즈와리(水割)라 부르는 것처럼 따뜻한 물을 섞은 이것은 오유와리(お湯割)라 부릅니다.

따뜻한 물을 섞은 위스키... 온도를 올리는데 굳이 물을 섞어야 하는가, 마치 청주를 데우듯이 그냥 위스키 자체의 온도를 높여버리면 물을 섞는 것보다 더 맛이 확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장 시도를 해보면 단순히 위스키를 데워버리는 것이 얼마나 무리가 많은 방식인지 절감하게 됩니다.

당장 청주를 예로 들어도 약 12~15도 내외의 청주도 데워서 잔에 따라 입에 가져가면 알코올 향이 강렬하게 퍼지고 입에서의 촉감도 짜릿해집니다. 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도 따뜻하게 마시면 알코올이 금방 퍼지고 금방 취기가 오릅니다. 그러나 만약 40도 내외의 위스키를 데운다면? ...이건 굳이 실제로 해보지 않더라도 상상이 가시리라 믿습니다. 일단 위스키 향 자체도 강렬해지지만 그에 지지 않게 알코올의 느낌이 더욱 강하게 퍼져서 이것이 술맛인지 알코올 맛인지 구분이 가지 않게 됩니다. 거기다 위스키 본연의 향과 맛도 이 알코올 맛에 밀려 제대로 즐기기도 힘들어지는군요.

그런 의미에서 위스키를 따뜻하게 즐기자면 이렇게 따뜻한 물을 섞은 핫 위스키 형태로 즐기는 것이 최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스키 워터와 마찬가지로 물과의 비율이 중요한데 특히 핫 위스키는 얼음도 쓰지 않고 위스키와 물만을 섞는 만큼 물의 비율이 특히 중요합니다. 매우 적은 양의 물만으로도 맛의 변화가 일어나는 위스키에 심지어 따뜻한 물을 섞는다고 하면 그 변화는 더욱 커집니다. 물과 위스키의 비율은 위스키가 좀 더 많거나 동급으로 하는 것이 강렬한 맛을 이끌어내는데 좋습니다. 그러나 물의 비율을 많게 할 경우 위스키 워터를 생각하고 물을 3배 가량 넣어버리면 위스키 맛이 매우 묽어지고 향도 희미해져서 맛이 없어져버리는군요. 개인적인 생각으론 물을 많이 섞자면 많아도 위스키의 2배 정도까지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만든 핫 위스키는 스트레이트와도 다르고 차갑게 즐기는 방식들과도 다른 또 하나의 새로운 느낌의 맛입니다. 물로 인해 위스키에 숨은 향이 피어오르고 그 따뜻함과 부드러움으로 입에서 스르르 퍼져가는 맛이 또 독특합니다. 특히 물의 비율을 많게 할 경우엔 연하면서도 위스키의 맛은 확실하고 마치 차를 마시듯 천천히 마실 수 있는 만족스러운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방식에 이용하기 가장 적합한 위스키는 개인적으론 스카치, 그것도 6년 정도의 숙성년도가 적은 위스키들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버번과는 달리 강렬하고 떫은 맛도 적거니와 그냥 마시더라도 가볍게 마실 수 있고 대체적으로 무난한 위스키가 많아 물을 섞으면 한결 부드럽게 마실 수 있게 되는 만큼 한두 잔 간단히 시도해볼 수 있는 핫 위스키 방식에 잘 어울리는 느낌이기 때문이군요.


다음 방식으로... 이번엔 차갑게 마시는 방법입니다.

이 방식은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매우 간단한 방식이군요.
필요한 것은 그저 위스키 한 병, 그리고 냉장고의 냉동실 뿐입니다.

단순히 위스키를 한 병 사서 영하 2~30도 내외의 냉동실에 병째로 넣어 꽁꽁 얼려버리면 됩니다. 보드카나 위스키 등 40도 이상의 알코올들은 이 정도의 온도에선 얼지 않습니다. 술은 어는 대신 오히려 술의 질감이 걸쭉해져 훨씬 무게감 있는 맛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얼리는 방식을 굳이 말하자면 프로즌(Frozen)이라 하는군요.

이렇게 꽁꽁 얼린 위스키를 따르려면 역시 마찬가지로 냉장고에서 차게 식힌 잔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얼린 술은 스트레이트 잔에 따라 한 번에 쭉 넘기는 방법으로 마십니다만 이렇게 칵테일 잔 등에 따라 천천히 마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칵테일 잔을 쓸 경우엔 마치 이 자체가 칵테일인 것처럼 스트레이트와는 사뭇 다른 맛을 느낄 수 있군요.

이 프로즌 방식은 어떤 위스키에 써도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얼음이 들어가서 차갑게 되는 대신 온도만으로 위스키 자체가 차가워진 것인 만큼 위스키의 질감과 맛은 한결 무거우면서도 진해집니다. 또한 알코올의 자극이 상당히 작아져 입에 닿는 촉감마저 마치 모난 곳이 둥글게 된 것처럼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워지는군요. 만약 스트레이트로 한 번에 들이켰을 경우엔 입에 남은 약간의 위스키가 체온으로 따뜻해져 향이 서서히 돌고 몸 속에 들어간 위스키가 속에서부터 따뜻해져 온몸에 퍼져가는 느낌이 드는군요.


Hot & Cold... 이걸로 이제까지 제가 시도해보고 또한 즐겨온 위스키 음용법을 전부 정리해보았습니다. 줄줄이 정리를 해놓고 보니 많은 것 같기도 하고 단순한 것 같기도 한 방식들입니다만 그만큼 술 하나라도 마시는 법을 조금만 바꿔도 그 맛이 천차만별이 되는지 실감이 나는 것 같습니다. 바로 요 전 글에서 했던 이야기입니다만 위스키를 마시는 방식엔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만큼 자신이 마음에 드는 대로 마시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역시 그 개인만의 방식 역시 무한히 존재하고 각각이 가진 맛의 차이는 또 각자 다른 만큼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덧글

  • 라비안로즈 2010/06/13 12:52 # 답글

    오호.. 뜨겁게 마시는 방법도 있네요... ^^
    뜨거운물 섞는건 뭐랄까 맛이 강한 녀석들로 골라야.. 괜찮을꺼 같네요

    근데... 정말 데워서 드셔본적 있으시나요? ㅎㅎㅎ

  • NeoType 2010/06/13 14:28 #

    라비안로즈 님... 뜨거운물 섞는 건 어지간한 녀석들이라면 다 잘 어울립니다.
    딱 한 번 데워봤었습니다. 조니워커 블랙을 작은 병에 담아 중탕하듯 데워서 한 잔 따라봤는데... ...농담이 아니라 뿜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 냐암 2010/06/13 13:38 # 답글

    데워서 먹는 건 소주말고는 왠지 다른 술엔 안어울릴 것 같네요..
  • NeoType 2010/06/13 14:29 #

    냐암 님... 정말 데우는 건 청주 같은 술이 최고지요.
    뭐... 세계적으로 보면 맥주 본고장인 독일에선 "뜨거운 맥주"라는 녀석도 있고 와인을 데워 마시는 곳도 있으니 뭐든 못 데울 것 없겠습니다;
  • The Lawliet 2010/06/13 14:51 # 답글

    위스키가 원체 강렬해서 뜨겁게 데폈다간 지옥을 볼 수도 있겠어요;;
    프로즌 방식은 위스키도 좋지만 보드카가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 NeoType 2010/06/15 19:28 #

    The Lawliet 님... 적당한 15도 내외 정도의 술이라면 데우는 것이 어울리지만 위스키 정도쯤 되면 이건 뭐 맛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지요; 역시 얼려서 마시는 건 보드카가 최고인 것 같습니다.
  • Jeichi Oliver 2010/06/13 18:47 # 답글

    오유와리도 좋지만
    제이치는 벌꿀과 레몬홍차를 넣은 위스키토디나
    끓인 사과주스&시나몬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
    차갑게 마신다면 역시 조니워커골드레이블 프로즌샷과 다크초콜릿이 진리 ;ㅅ;
  • NeoType 2010/06/15 19:29 #

    Jeichi Oliver 님... 사실 그냥 따뜻한 물만 섞으면 다소 심심하긴 하지요. 그래서 저는 가끔은 레몬 조각 하나 꾹 짜 넣거나 꿀이나 설탕을 조금 넣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조니 워커 종류는 아직 골드를 마셔보지 않았군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 번 구해봐야겠습니다.
  • 테루 2010/06/16 00:58 # 삭제 답글

    오랜만에 글 남기네요. 하로님과는 실제로 몇번 뵈었는데 네타님과는 언제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 하로님과는 앞으로도 같은 조니워커스쿨 동문이라
    자주 뵐거 같네요...
  • NeoType 2010/06/16 23:29 #

    테루 님... 오랜만이십니다^^
    오오~ 조니워커스쿨~ 저도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인데 들어가셨군요~ 부럽습니다^^
  • Iscariot 2010/06/20 11:14 # 답글

    프로즌 방식에 대해선 그 자체로도 논란이 있는데 어떤 위스키에도 잘 어울린다는건 조금 납득하기힘드네요.
    애초에 여성소비자들을 타겟으로 잡으면서 디아지오나 기타 회사들이 프로즌골드,레미마틴 서브제로 등등의 음용법을 드라마타이즈드 CM과 함께 광고를 때려서 유명해진것 뿐이라는 주장도 많으니까요.

    물론 마시는 방식엔 정답이 없고 자기가 즐기면 그만이긴 합니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프리미엄 위스키들을 얼려먹는건 각 위스키가 가진 개성을 죽이고 획일화 시켜 먹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굳이 프로즌 방식으로 먹는다면 달달한 과일향이 짙은 위스키나 코냑외에는 어울리지 않는것 같아요.

    프로즌 골드만 두고 보아도 골드를 얼려 먹는게 입맛에 맞으면 훨씬 저렴한 발렌타인 파이니스트도 얼려서 먹는것이 더 달달하면서 맛도 거의 비슷하니까요.

    쓰다보니 넘 길어졌네요..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 NeoType 2010/07/04 16:37 #

    Iscariot 님... "어떤 위스키에도 어울린다"라는 건 약간 표현상의 문제가 있었군요. 저는 몰트 등 프리미엄 급이 아닌 "대다수의 블렌디드 위스키나 중저가의 대중적인 위스키"라는 생각으로 썼었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몰트나 2~30년 이상의 위스키들은 저도 프로즌보단 스트레이트가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정작 제가 평소 프로즌으로 즐기는 술은 위스키보단 진이나 보드카가 대부분이군요. 최근 프로즌을 전면에 앞세운 상품들이 더러 있던데 아직 실제로 마셔본 적은 없군요. 나중에는 그런 것들도 구할 수 있으면 천천히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 whiskybar 2010/08/27 17:18 # 삭제 답글

    너무 좋은 글이라서요. 스크랩을 하고 싶습니다.~
    괜찮으시면 네이버 카파에 글을 올려서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고 싶어요.
    원본글&제목 그대로 올립니다. 나중에 기회되시면 놀려오세요^^ㅋㅋ
    위스키&와인&BAR : http://cafe.naver.com/whiskybar
  • NeoType 2010/09/12 20:18 #

    whiskybar 님...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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