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글렌피딕 18년 (Glenfiddich 18 Years Old)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최근 일주일간 잠시 야외에 나가 있었군요. 뭐, 말하자면 야외 훈련이었습니다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지내고 돌아와서 이번 주말은 잠시 여유 있게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이제 다음 주는 민족 대명절 중 하나인 추석이군요. 생각해보면 제가 여기 온 이래 구정이나 추석 같은 큰 명절 때는 밖에 나가본 적이 없습니다. 항상 근무가 있거나 다른 일정과 겹쳐 대기를 해야 하거나 기타 여러 이유들로 제한이 많았는데 과연 이번 명절에는 집에 갈 수 있을까 모르겠군요. 그냥 대기한다는 생각으로 포기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술 이야기를... 그것도 유명한 위스키 상표 하나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싶습니다. 전세계 베스트셀러 싱글 몰트 위스키인 글렌피딕(Glenfiddich), 그 중 18년입니다.

용량 750ml에 알코올 도수는 43도로 다른 스카치들에 비해 약간 높은 정도입니다.

글렌피딕... 워낙 유명한 위스키 브랜드이기도 하고 국내 싱글 몰트 시장 초창기에 소개된 위스키이기도 하며 대부분의 가게의 메뉴에 올라 있는데다 결정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싱글 몰트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명성을 가진 위스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렌피딕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지 조금 막막한 느낌도 드는군요.

이 글렌피딕은 제게 있어서는 두 번째로 접해본 싱글 몰트였습니다. 제 첫 번째는 맥켈런 12년이었는데 이 맥켈런은 정말 제게 있어서는 충격 그 자체였었군요. 그때까지 조니 워커나 발렌타인 같은 블렌디드 스카치들만 몇 가지 마셔본 제가 처음으로 마음 먹고 한 병 구입한 맥켈런은 당시 대학생인 제게는 거금이라 지갑을 탈탈 털어서 구입했다는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위스키 자체의 맛과 향이 이제까지 마셔본 다른 위스키들과 다른 "격"이 느껴졌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운 질감과 입안에 퍼져가는 달콤함과 부드러운 맛의 변화로 "이래서 사람들이 싱글 몰트를 마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위스키라는 세계에 풍덩 빠져버렸습니다. 그렇기에 두 번째로 접해본 글렌피딕은 과연 어떤 맛이 날지 매우 궁금했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마셔본 글렌피딕 12년은 제게는 어쩐지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느낌이었습니다. 질감은 매우 부드럽고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무엇인가 "임팩트"가 없다고 해야 할지... 큰 개성을 찾지 못하고 그저 "향은 조금 약하지만 부드럽고 마시기 좋은 술"이라는 느낌만이 들었군요. 그랬기에 당시에는 글렌피딕은 "맛이 약한 몰트"라는 선입견만이 생겼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한 친구의 집에서 글렌피딕 15년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12년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15년은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마셔본 15년은 확실히 12년과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층 묵직해진 질감과 입과 코에 퍼지는 진한 곡물의 향, 묵직하지만 부드러운 질감은 12년에서 느낀 "약한" 이미지를 어느 정도 없애기 충분했습니다. 위스키란 술의 맛은 역시 숙성년도에도 크게 좌우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다음으로 18년을 마셔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제 제 앞에는 이 18년이 있습니다. 18년을 맛본 저의 감상은... 이것이 글렌피딕만의 "개성"이구나, 하는 어떠한 특정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한층 짙어진 이 "개성"으로 "글렌피딕=맛이 약한 몰트"라는 선입견을 완전히 버리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감상은 조금 뒤에 이야기하겠습니다.

오늘은 어쩐지 처음부터 감상만을 줄줄이 이야기하고 있군요. 그만큼 이 글렌피딕은 널리 퍼진 상표인 만큼 싱글 몰트들을 접함에 있어 반드시 엮일 수밖에 없고 한 번쯤은 마셔보게 되며 각자 어떠한 감상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Glenfiddich"이라는 이름은 게일어로서 영어로는 "The valley of the deer", 즉 "사슴이 있는 계곡"이라는 의미라 합니다. 라벨에 그려진 그림도 사슴이로군요. 싱글 몰트 증류소들 이름에 "Glen~"으로 시작하는 것이 많은 이유는 예전에도 자주 말씀드렸습니다만 위스키를 생산하기 좋은 환경과 좋은 수원(水原)이 위치한 계곡에 증류소를 세우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글렌피딕 증류소는 최초 1886년 윌리엄 그랜트(William Grant)라는 사람이 스코틀랜드 더프튼(Dufftown)에 위치한 피딕 강(River Fiddich) 근처 계곡에 설립했다 합니다. 현재 글랜피딕을 생산하는 회사의 이름은 "William Grant & Sons", 즉 "윌리엄 그랜트와 아들들"이라는 이름처럼 지금도 5대째에 걸친 전통 방식으로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다 합니다. 글렌피딕은 삼각형의 독특한 병의 형태와 위스키 증류소들 중 최초로 병을 원통과 알루미늄 뚜껑으로 포장을 하였으며 다양한 광고전략을 이용해 현재 전세계 싱글 몰트 시장의 약 35%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글렌피딕은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싱글 몰트 위스키 상표로도 유명한데 위에서 제가 이야기한 12년은 제게는 다소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국제 주류 품평회(IWSC, International Wine and Spirit Competition) 및 국제 위스키 품평회(ISC, International Spirit Challenge) 등과 같은 다양한 대회에서 12년 및 15년, 18년 이상의 글렌피딕 대부분의 상품들이 많은 상들을 받았습니다. 바로 이러한 상들을 수상했다는 점도 지금의 글렌피딕 시장의 명성에 한몫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글렌피딕이라는 상표는 약 2000년도에 국내에 첫 소개된 이래 호텔바를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합니다. 당시에는 "몰트 위스키"라는 국내 시장은 그리 넓지 않았고 글렌피딕은 사실상 첫 선을 보인 싱글 몰트라 할 수 있겠군요. 이 글렌피딕은 서울 강남의 유명한 바를 중심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하며 국내 소비자들의 이른바 "양주"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고급화에 맞물려 지금은 전국 대부분의 가게에서 취급할 정도가 되었고 국내 싱글 몰트 시장도 꽤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점차 새로운 싱글 몰트 상표들이 속속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데 이는 바로 글렌피딕의 성공이 있기 때문이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제까지 이야기가 길었으니 이제 이 18년을 맛볼 차례로군요. 잔에 한 잔 따랐습니다. 바로 옆에 12년이나 15년을 같이 두고 볼 수 없는 점은 아쉽군요.

짙게 그을린 나무와도 같은 진한 갈색에 향도 그에 어울리는 스모키한 향입니다. 12년과 15년보다 향에 있어서의 특징이 두드러지는군요. 입에 한 모금 머금으니 느껴지는 묵직한 질감... 마치 계피나 어떤 향신료와도 같은 느낌과 함께 산뜻한 과일의 향, 그리고 숙성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되는 마치 버번 위스키와도 같은 텁텁하고 거친 맛이 있음에도 술의 촉감 자체는 부드럽습니다.

잔에 물을 조금 떨어뜨리니 신선한 과일과도 같은 달콤한 향이 피어오르는군요. 질감이 살짝 누그러져 한층 달콤한 맛이 느껴지며 마시기 쉬워지지만 향신료와 같은 스파이시함은 거의 그대로 살아있어 한층 다양한 맛을 볼 수 있습니다. 12년과 15년을 마셨을 때는 부드러움이 특히 두드러지는 느낌이었다면 18년은 부드러움 속에 강렬함을 간직한 느낌이라 하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강렬한 맛이 다소 취향이 아닌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감상으로는 12년은 다소 맛이 약하지만 마시기 쉬운 느낌, 18년은 맛과 향이 강렬해져 개성이 강한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잘 어울릴 것 같군요. 그리고 가장 "가볍고도 맛있게" 마시기 좋은 것은 15년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 18년을 75000원 정도에 구입했습니다만 구입처에 따라 가격이 다르겠군요.

"싱글 몰트의 베스트셀러"라는 명성에 걸맞게 많은 분들이 즐기고 널리 퍼진 상표인 만큼 꼭 한 번 마셔보아야 할 위스키라 생각합니다. 저는 12년, 15년, 18년 순서로 마셔왔으니 이제 다음은 21년을 접해봐야겠습니다.

덧글

  • 역설 2010/09/19 14:07 # 답글

    으악 군인이다!
    추석 때도 못 나온다고? orz
  • NeoType 2010/09/19 14:09 #

    역설... 군인이시다.(..)
    올해 들어 정식으로 휴가 나간 게 몇 번이더라... 그냥 여기 있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지내야지 뭐;
  • 팡야러브 2010/09/19 14:07 # 답글

    훠어~ 위스키는 12년숙성이면 거의 끝난다고 봐도 무방하다는데 싱글몰트는 아닌가보군요 ~_~ ㅎㅎ
    예비군 PX 갔더니 장교만 맥주나 위스키, 리큐르를 구매할 수 있고 일반병은 소주밖에 안된다더라구요 ㅠㅠ
  • NeoType 2010/09/19 14:12 #

    팡야러브 님... 웬만한 위스키들은 12년이면 맛이 좋지만 그야말로 "일반론"이지요.
    PX... 일반병 소주 구입이 그곳에선 가능하군요. 제가 있는 곳은 소주나 맥주, 면세주류는 간부들 할당량이 들어오기 때문에 간부들만 구입 가능하고 무엇보다 재고가 적어 빠른 사람 임자입니다.(,.)
  • 녹두장군 2010/09/19 14:27 # 답글

    얼마 전에 마셨는데 어찌나 부드럽던지 도수가 실감이 안 나더군요.
    오늘도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안에(?) 계시더라도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
  • NeoType 2010/09/19 22:27 #

    녹두장군 님... 부드럽지만 이 입안에 퍼지는 싸~한 스파이시한 느낌이 참 좋더군요.
    저는 추석 때라고 뭐 특별한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추석 잘 보내십시오~^^
  • 국사무쌍 2010/09/19 15:29 # 답글

    글렌피딕은 연도별로 차이가 많이 나나 보군요
    아직 견문이 짧아서인지 조니워커는 어느걸 먹건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말이지요;
  • NeoType 2010/09/19 22:29 #

    국사무쌍 님... 최근 저도 12년을 마셔보지 못했는데 요즘 다시금 천천히 마셔보면 어떤 느낌이 들게 될지 궁금해지는군요. 정말 마시면서 느는게 술인 것 같습니다;
  • KAZAMA 2010/09/19 15:50 # 답글

    오오오오오.........한병의 가격이 저의 한달 월급이지 말입니다?!(-)
  • NeoType 2010/09/19 22:29 #

    KAZAMA 님... ...군 생활 힘내십시오;;
  • 하르나크 2010/09/19 19:17 # 삭제 답글

    최근에... 롯데 에서 요번에 런칭한 8년산 canadian blue를 시음한적이 있는데...

    꽃향기와 어울어지는... 물과같더군요(맛이참;;;)

    18년산이상을 마셔보고싶긴하지만 현재 자금사정이 엉망이라서... 보너스 나오기전까진

    힘들것같은데 인근에 아주싼(...) 주류공급처가 있는 네타 씨가부러울 따름이네요 ㄷㄷㄷ;;;

    (오랜만에 댓글도 써보네요 ㅋㅋ)
  • NeoType 2010/09/19 22:33 #

    하르나크 님... 오랜만이십니다~
    캐나디언 블루라... 처음 들어보는군요. 어떤 맛인지 궁금합니다.
    남대문이 아주 싼...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격이 적당해 자주 이용하고 있지요^^
  • 매니아 2010/10/29 14:36 # 삭제 답글

    이거 양주보니 룸에서 아가시들하고 2차가서 먹던 생각 나는구만 ㅋㅋㅋ
  • 이준우 2011/02/21 17:50 # 삭제 답글

    글렌피딕에 대한 글 잘 읽었습니다..오늘 선물을 받아 첨 보는 술이라 궁금했는데 감사 합니다
  • NeoType 2011/02/25 22:06 #

    이준우 님... 좋은 술이지요~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iveholic 2016/06/13 20:49 # 삭제 답글

    전 글렌피딕 12년 5만2천원, 15년 7만2천원 에 구입 했네요.
    싱글 몰트는 처음 접했는데 15년부터 먹고 12년을 먹었는데..
    순서를 잘못한듯.. 일단 개인적인 입맛은 12년이 조금 더 나은 느낌이네요.
    비싼 술을 많이 못 먹어봐서 그런지도.. 나름 개성 있는 느낌을 받았네요.
    나쁘지 않은 술 입니다. 아쉬운건 좀 더 여러가지 술을 접해 보왔더라면
    그 참 맛을 알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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