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활, 마당을 나온 암탉을 봤습니다.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오늘은 영화 두 편을 보고 왔습니다. 최근 특히 평이 좋은 영화인 최종병기 활과 조금 개봉한지 오래 됐지만 아직도 높은 예매율을 보이는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두 가지를 보았는데, 마침 둘 다 보고 싶던 것이었기에 마음먹고 두 편을 내리 보고 왔군요.

이 두 편을 보고 온 감상은 한 마디로... 최고! 였습니다.
정말 이 두 편 모두 영화 표값이 아깝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보고 나서 정말 보길 잘했다, 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오랜만에 찐~한 감동을 느꼈군요.

오늘은 이 두 영화에 대해 조금 떠들어볼까 싶습니다.
내용과 영화 누설이 한가득 들어있으니 아직 안 보신 분은 주의바랍니다.

먼저 최종병기 활부터...
솔직히 저는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제목이 상당히 신경쓰였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신경쓰였는데 일단 제목에서 모 일본만화가 떠올라 알 수 없는 연상작용(..)에 신경쓰였고, 두 번째로는 2008년도에 개봉했던 영화인 "신기전"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일단 첫 번째 이유는 차치하고 신기전은 일단 사람이 쓰는 활이 아닌 화차이기에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화살이 날아간다."라는 점에서 연출상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오늘 이 영화 최종병기 활을 보기 전까지 이 영화의 내용에 대해 아무 것도 아는 바가 없었기에 제목과 영화 포스터의 "활의 전쟁이 시작된다."라는 문구만을 보고 대규모의 화살이 날아다니는 전쟁이 나오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군요. 그래서 무기인 "활"을 소재로 한 영화이니 어쩐지 신기전과 비슷한 연출의 영화가 아닐까 싶은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이 선입견은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고 영화 내용뿐 아니라 연출, 액션장면 모두 신기전과 비교를 하는 것 자체가 실례일 정도의 영화였습니다. ...솔직히 신기전의 화살은 화살이 아니라 웬 미사일 수준에 마지막 대 신기전은 오죽하면 친구들과 나로호 발사(..)라고까지 이야기했을 정도니 말 다했습니다;

최종병기 활의 내용은 참 알기 쉽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추격전의 연속입니다. 주인공 "남이"의 집안이 역적으로 몰려 영화 시작부터 집안에 참살이 나서 병사들과 군견들로부터 도망치고, 병자호란으로 쳐들어온 청나라 군사들에게 추격당하고, 청나라 황자를 살해하고 황자의 삼촌이자 청나라의 명궁인 "쥬신타"가 이끄는 특수부대 "니루"들한테 쫓겨다니고, 남이의 동생인 "자인"과 매재 "서군"은 또 따로 도망쳐 쫓겨다니고... 하여간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정신 없이 뛰어다닙니다. 그런 만큼 2시간여 되는 영화 시간 내내 신기할 정도로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적습니다. 거기다 오히려 우리말 대사보다 청나라 사람들이 말하는 만주어가 더 많이 나올 정도이고 심지어 주인공 남매부터 만주어에 능숙해 만주어로 대화를 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보니 남이 본인부터 워낙 대사가 많지 않아 한마디 한마디가 명대사처럼 느껴질 정도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병자호란부터가 영화에서 다뤄지는건 드문 수준을 넘어 거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기야 이 병자호란 자체가 인조의 항복이라는 매우 치욕스러운 역사 중 하나이기도 하고, 청나라군이 쳐들어와서 인조만을 목표로 엄청난 속공으로 치고내려와 조선군이 제대로 준비도 못해 전투다운 전투도 거의 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니 별로 묘사할만한 배경도 아닐 것 같군요. 그렇기에 영화 초반 남이의 여동생의 혼인식이 열리는 개성에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대뜸 청나라군이 밀려들어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건 꽤 갑작스럽지만 적절한 묘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 영화에선 다양한 화살이 등장합니다. 당장 영화 초반 사냥을 하는 남이가 편전에 애기살을 매겨 명중시키는 장면을 보고 내심 감탄했습니다. 짧은 애기살의 총열이라 할 수 있는 통아를 꺼내 손에 매고 화살을 매겨 한 방에 명중시킨 후 통아를 풀어놓는 장면이 꽤 자세히 묘사되었기에 꽤 흥미로운 장면이었습니다. 그 후 청나라군이 쳐들어오며 "소리나는 화살"을 허공에 쏘고 마치 도끼날과도 같은 무시무시한 촉이 달린 강한 화살이 굵은 나뭇가지들을 관통하며 날아드는 등 활과 화살의 묘사가 충실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스카이 다이빙(..)과 국궁 배우기라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영화를 보고 생각해보니 영화 제목인 "최종병기 활"이란 제목은 살짝 미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그 최종병기를 주인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신나게 쏴제꼈고 영화 대부분의 인물들의 기본무장(..)이니 약간 묘한 느낌입니다;

위에서 "명대사"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주인공 남이는 초반부를 제외하면 중후반부엔 거의 대사가 없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리말 대사"가 적습니다. 그래서 우리말 대사를 하면 워낙 인상깊어 그 자체가 명대사처럼 느껴질 정도라 기억나는대로 가볍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고맙다, 버텨줘서." (직후 청나라 황자 끔살)
"바람은 계산하는게 아니라 극복하는거다." (쥬신타에게)
"다 큰 줄 알았는데, 아직 안 컸구나..." (여동생에게)

...기억나는 건 이 정도군요.

전체적으로 상당히 액션들이 시원시원하고 전개를 따라가기 쉬운 구도로 긴장감이 팽팽하게 이어져서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영화였습니다. 도망치던 주인공이 대나무를 쓱싹쓱싹 잘라 다듬고 화살을 부러뜨려 급조 편전을 만들어 쏜다든가 하는 등 중간중간 활과 관련된 인상적인 장면들도 많았고, 병자호란인만큼 청나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쥬신타 등 청나라 인물들에 대한 영화상의 시각이 다소 중립적이라 마냥 나쁜놈들로 그려지지 않은 점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보고나서 든 생각은 이래서 우리나라가 현재 양궁도 싹쓸이하는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국궁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다음으로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넘어갑니다.
저는 이 마당을 나온 암탉 역시 사전지식이나 줄거리에 대한 설명도 안 보고 있다가 본 사람들이 상당히 좋았다고 해서 보러 가게된 경우였습니다. 원작인 책이 있다고 들었지만 저는 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영화를 보고 지금 드는 생각은 이거 하나입니다. "내가 이런 영화를 놓칠 뻔 했나!"

일단 잠시 공식 영화소개에 나온 줄거리를 여기에 옮겨봅니다.


======================================================================================================================
양계장을 탈출한 겁 없는 암탉과 철부지 청둥오리의 기막힌 만남!

매일 알만 낳던 운명의 암탉 잎싹은 양계장을 탈출해, 나그네와 달수의 도움으로 자유를 만끽한다. 어느날, 주인 없이 버려진 뽀얀 오리알을 발견한 잎싹은 난생 처음 알을 품게 되고... 드디어 알에서 깨어난 아기 오리 초록은 잎싹을 '엄마'로 여긴다. 족제비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늪으로 여정을 떠나는 암탉 잎싹과 청둥오리 초록. 과연 이들은 험난한 대자연 속에서 더 자유롭고 더 높이 날고 싶은 꿈을 이루어 낼 수 있을까?
======================================================================================================================

이 줄거리와 포스터 자체만 봐서는 아주 가볍게 볼 수 있는 밝고 명랑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저 자신도 그랬습니다. 설마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마지막 스탭롤 끝날 때까지 자리에 앉아 눈물자국 마를 때까지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영화의 분위기나 그림체, 채색 등 분위기가 일견 밝은 것 같았지만 영화가 시작되어 진행되는 이야기는 상당히 무거운 내용이었습니다. 당장 시작부터 마당을 나온 암탉, 즉 암탉 "잎싹"이 양계장을 탈출하는 방법부터가 며칠을 굶어 죽은 척을 해서(...사실 거의 죽을뻔;) 대량의 죽은 닭이 담긴 손수레에 밀려 구덩이에 쏟아붓는 것이었고, 줄거리에서 "어느 날 주인 없이 버려진 뽀얀 오리알"이라 언급된 그 오리알 역시 청둥오리 "나그네"의 아내가 족제비에게 물려가고 남은 것이기도 하는 등 은근히 잔혹한 전개였습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잎싹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알에서 깨어난 청둥오리 "초록이"의 성장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더군요. 닭인 잎싹을 엄마로 여겨 자신도 "닭"이라 여기던 초록이가 점차 자신이 다르다는 걸 알게되고 이로 인해 잎싹에게 반발심을 갖고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으나(...반항기?;) 결국 모든 걸 이해하고 갈등이 해소된 후 청둥오리로서의 자신을 확실히 자각하게 됩니다. 사실 영화 전체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전개는 잎싹 본인보단 이 초록이를 중심으로 진행되지요.

영화의 주제는 한 마디로 "어머니의 사랑"으로 단적으로 말해 식상하다고 할 수도 있을 소재이지만 그 전개과정이 참으로 절절합니다. 영화 전체에서 잎싹은 상당히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많은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잎싹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따라서 눈물이 나는 저 자신이 있었습니다.(..) 특히 후반부 청둥오리의 "파수꾼"을 뽑는 비행대회에서 초록이가 전력을 다해 날며 잎싹의 말들을 회상할 때부터 영화 끝날 때까진 손에서 티슈를 내려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영화가 끝나고 스탭롤이 올라가면서 영화의 주요 장면들이 한 장면씩 지나갔는데 그걸 보면서 다시금 잎싹의 이야기가 떠올라 스탭롤 끝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나 감동받은 영화는 참으로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리고 저 자신이 꽤 눈물이 많은 인간이란 걸 다시금 자각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극장 내에는 어린이들이 참 많았습니다. 특히 제 양 옆은 초딩이들로 점철되어 있었고 저만 한가운데 앉아서 질질 짜고 있었습니다.(..) 애들은 애들대로 영화 자체가 그리 재미가 없는지 자리에서 뒤척이며 연신 "지금 몇 시야?", "영화 얼마나 남았어?", "아~ 아직도 안 끝나?"하고 있었습니다. 얘들아, 난 너희만할 때 "플란다스의 개"를 읽고 눈물 펑펑 쏟았는데 너희들은 안 그런가 보구나.(..)

어쨌거나 안 봤으면 후회했을법한 영화였습니다. 나중에 DVD가 나오면 사고 싶을 정도로군요. 현재 이 마당을 나온 암탉의 관객수는 전국 150만명을 넘어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 하는데 앞으로도 계속 선전해주고 이를 계기로 국내 애니메이션도 좀 더 발전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덧글

  • 히카리 2011/08/23 23:05 # 답글

    초등학생 아이들하고 '마당을 나온 암닭'을 보러 가자고 말하니,
    교과서로 배웠다고 싫다고 하더군요. 원작을 재밌게 봤는데 관객을 봐도 그렇고
    다른 블로그들 평을 봐도 그렇고 아무래도 애들이 좋아할 애니는 아닌듯 싶어요.
    엄마나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네요.

    '최종병기 활'은 박해일이 좋았어요. 오락영화로 재밌었습니다.
  • NeoType 2011/08/24 06:59 #

    히카리 님... 초등학교 교과서에 마당을 나온 암탉이 나온다는 것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암탉"에선 사실 캐릭터들 자체도 그리 밝은 편은 아니지요. "달수" 정도마저 없었으면 잎싹이나 초록이나 진중하게 나오니...;

    최종병기 활의 박해일 씨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연기들이 꽤 마음에 들더군요. 실제로 촬영을 위해 국궁을 배웠다고도 하니 꽤 신경쓴 작품 같았습니다.^^
  • 우엉남 2011/08/24 03:32 # 삭제 답글

    최종병기활은 영화 아포칼립토를 배꼈따고 논란이 있더라구요..

    뭐 아포칼립토를 재밌게봤으니 활도 재밌으리라 생각합니다.

    9월부터 잠시 쉬는데 문화생활 좀 해야겠습니다 ㅠ,ㅠ...
  • NeoType 2011/08/24 07:01 #

    우엉남 님... 그러고보니 어딘가에서 아포칼립토랑 최종병기 활의 스토리 플롯을 비교해놓은 표를 본 적이 있는데 거의 판박이라 놀랐습니다. 듣기론 감독 본인도 그 영화에서 어느 정도 차용한걸 인정했다고 하는 것 같으니 나중에 또 이야기가 나오려나요.
  • 이메디나 2011/08/24 11:31 # 답글

    마당을 나온 암닭은 그냥 DVD나오면 사서 볼라고 하고 있습니다.

    흠 최종병기 활도 괜찮은가 보네요.
  • NeoType 2011/08/25 09:23 #

    이메디나 님... 둘 다 꽤나 재미있게 본 영화들이었습니다.
    확실히 암탉은 DVD로 보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극장 가서 징징이는 것보단 혼자 집에서 DVD보며 징징이는 편이 나았을테니.(..)
  • 레키 2011/08/25 18:15 # 답글

    - 내가 근래 본 영화 2편이랑 딱 일치하는구만 ㅋㅋㅋ
    둘 다 너무 재밌게 보고왔음~ ㅠ.ㅠ 보고 나서 내 맘이랑 자네 글이랑 일치하는 느낌도 많구만 음음...
    확실히 암닭은 달수씨 없었으면 성인들 입장에선 좀 그슥했을 듯 ㅎ
  • NeoType 2011/08/25 23:30 #

    레키 씨... 솔직히 요즘 볼만한 영화라면 이 둘 빼고는 없더만.
    최근 "블라인드"를 보긴 했는데 인터넷 상의 평은 그리 나쁜 편은 아니지만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기도 해서 이건 그리 누군가에게 추천하긴 그렇더만;
  • azimazim 2011/08/25 23:51 # 삭제 답글

    저도 최종병기 활 제목 보고 저도 모르게 최X병X 그녀...를 떠올렸습니다. (읭?)

    아직 두개 다 못 본 영화들이라 대충 읽고 넘겼는데 (네타바레...)
    결론을 보니 대체로 감동스러웠던 모양이십니다, 허허. 조만간 저도 한번 봐봐야겠네요. :)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고 감동받으신 네타님은 은근히 동심의 나래를 펼치시는 분...
  • NeoType 2011/08/26 19:22 #

    azimazim 님... 사람들 생각하는 건 대체적으로 비슷한가 봅니다.^^;
    요즘 괜찮은 영화라면 이 두 가지를 당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전 영화든 책이든 항상 뭘 볼 때마다 너무 몰입하고 감정이입을 쉽게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 팡야러브 2011/08/28 15:42 # 답글

    져도 둘다 봤습니다~ 대 신기전은 그야말로 조선제 대포동미사일이었다는...;;; ㅋㅋ
    최종병기 활 보기 전에 고지전을 보았는데 거기 나오는 남성식 이병이 최종병기 활 첫 부분에 주인공 남자로 등장하더군요 ~_~;
    암탉은.. 머 그냥저낭.. ㅎㅎ
  • NeoType 2011/08/29 14:18 #

    팡야러브 님... 둘 다 보셨군요~ 그러고보니 저는 정작 고지전은 못 봤는데 캐스팅이 은근히 겹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렇게 되는군요. 신기전은 그냥 사소한 건 생각하지 않고 가끔 영화 채널에서 해줄 때 그냥 보면 재미있긴 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