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잡담.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이제 일을 시작한지 얼추 한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이제야 조금 제 자리가 잡히기 시작하고 어느 정도 요령을 익히게 된 느낌입니다.

사실 제 일이라고 해봐야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지요. 저희 회사에서 들여오는 와인들의 재고를 관리하고 이를 매장에 진열해서 마트를 찾는 손님들에게 판매하는 일입니다. 단순히 진열만 해두어도 손님들이 찾아가서 자동으로 판매되는 상품들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 직접 손님들께 설명을 하거나 추천을 드려 와인을 선택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저 자신이 그 와인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맛이 어떤지 설명할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일을 하며 이제까지 제가 접했던 그 수십배 이상의 와인들을 접해보고 이 와인이라는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새삼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당장 현재 제가 취급하고 있는 상품의 종류만도 5~60가지 이상이고 그 이상의 상품들도 준비 중인데다 저희 회사의 상품들뿐 아니라 최소 10개 이상의 와인 회사들의 상품들 역시 진열되어 있는 만큼 제 와인만 알아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거기다 와인을 회사별로 생각하는 것은 일부 관심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저 같은 와인 회사 관계자나 하는 일인 만큼 주요 판매대상인 대부분의 손님들의 입장에선 매장 내의 모든 상품들이 고려대상이지요. 그런만큼 저 자신 역시 당연히 모든 종류의 와인의 특징과 대략적인 맛을 알아두어야 설령 서로 다른 와인들의 맛을 비교해달라는 손님의 요구에도 완벽히 대응할 수 있겠군요.

덕분에 요즘은 저 나름대로 와인 공부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와인관련 서적을 넘겨가며 프랑스의 와인 생산지며 보르도 1~5급 와인 종류이니 부르고뉴의 와인 분류 방법이나 주요 중간제조업자 이름들을 줄줄이 외우는 것도 일단 중요하지만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자 직접적이고도 현실적인 와인 공부란 다름 아닌 직접 마셔보고 맛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직접 마셔본다는 과정이 참 간단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방법이긴 하지요.

완전히 터놓고 말해서 다양한 주류들을 마셔보기 위해, 예를 들면 위스키 등의 각종 증류주들도 직접 마셔보기 위해선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입니다. 물론 제대로 맛을 보려면 그럴만한 시간과 장소, 여러 도구나 몸 상태 등등 전제되어야 할 것이 많지만 탁 까놓고 말해 돈 없으면 아무 것도 사지 못하지요. 그런 만큼 저는 이제까지 각종 주류와 칵테일, 다양한 위스키들을 마셔보기 위해 그만큼 상당한 돈을 지불해왔습니다. 저 자신의 취미를 위해, 그리고 어떤 면에선 공부를 위해서기도 한 것이니 일종의 저 자신에 대한 투자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솔직히 위스키는 한 병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일단 한 병을 사면 이걸 다 마실 때까지 두고두고 즐길 수 있습니다. 병을 따더라도 제대로 막아놓고 햇빛이 닿지 않는 선선한 곳에 잘 보관만 해두면 언제라도 처음과 다름없는 맛을 느낄 수 있지요. 그렇기에 위스키는 일단 구입할 당시에는 상당히 비싼 값을 치렀을지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꽤 싸게 먹히는 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 위스키의 경우 아무리 특별한 보틀이고 한정된 수량의 희귀품이라 할지라도 올라갈 수 있는 가격대가 어느 정도 안정된 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와인으로 넘어가는 순간... 말 그대로 지갑에서 버틸 수가 없다!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중저가의 와인들도 있지만 제법 퀄리티가 있는 와인들의 가격은 5~7만원을 우습게 넘어가고 정말 이름 있는 와인들의 경우 수십, 수백을 호가하는 건 일도 아니지요. 거기다 와인은 한 번 따면 오래 보관할 수 없고 그 한 병을 다 마셔야 하기에 짧은 기간에 다양한 와인을 마셔본다는 이야기는 바꿔 말하자면 돈을 쏟아붓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당장 저 위의 사진에 나온 와인들은 현재 제가 가진 와인들인데 이 사진에 나온 와인들은 싼건 1만원 내외, 비싼건 8만원 이상인 것이 섞여있지만 저 8병의 가격만 합쳐도 30만원 왔다갔다 합니다. 그리고 저는 앞으로 2주일 이내에 얘네들을 다 비워버릴 생각이고 또 새로운 것들을 들여올 예정입니다.(..)

한 마디로... 와인을 자주 마신다는 건 위스키를 자주 마신다는 것과 비교해 그 지불하는 액수가 단순 계산으로도 10배 이상이 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와인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두고 싶은 저 자신은 말 그대로 돈지랄의 길(..)에 들어선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이곳에 와인을 마시고 칵테일이나 위스키들처럼 리뷰 포스트를 올릴지 말지 꽤 고민 중입니다. 칵테일이나 위스키는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맛이 일정한, 말 그대로 그 자체로 완결된 음료라는 이미지가 들 정도로 언제 마시더라도 거의 같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마신 맛이나 몇 년 후 마신 맛이나 거의 변하지 않고 위스키를 비롯한 증류주들은 몇 년이 지나 새로운 것을 구입하더라도 동일한 맛의 상품을 언제든 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지요.

그런데 와인은 이 맛 자체가 일정하지 않다고 봐도 좋습니다. 병 마개를 따는 순간 공기와의 접촉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맛이 변해갑니다. 처음 따서 맛이 없던 와인도 잠시 공기 중에 그대로 두거나 디캔팅을 해두면 점점 맛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다 같은 2009년도 빈티지의 와인이라도 지금 당장 따서 마시는 것과 1년 동안 보관해뒀다 나중에 따서 마시는 것은 또 맛이 다릅니다. 마지막으로 와인 맛은 위스키나 칵테일 그 이상으로 마시는 사람의 경험이나 주관에 따라 느껴지는 것들이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 맛은 어떻다!"라고 단적으로 설명하기 매우 어려운 음료라 생각합니다.

뭐, 그래도 제가 이런 제목으로 글을 썼다는 점에서 짐작 가능하듯(..), 조만간 저러한 카테고리를 하나 더 만들어 이제까지 마셔본, 그리고 앞으로 마셔갈 와인들에 대해서도 조금씩이나마 정리하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와인이라는 주류가 아무리 다양하고 많은 수가 있더라도 하나하나 순서를 밟아가다보면 꽤 다양한 와인들을 접하고 경험을 쌓을 수 있겠지요.

물론 칵테일이나 위스키들도 아직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 만큼 중간중간 그쪽 글들도 계속 써볼 생각입니다. 역시 아무리 와인이 매력적인 술이래도 위스키도 그에 못지 않은 술이니 이쪽도 포기할 수 없지요.^^

덧글

  • 2011/10/04 16:0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NeoType 2011/10/04 19:13 #

    비공개 님... 감사합니다.^^
    이 일도 제가 멀쩡해야 할 수 있으니 앞으로도 힘내야지요~
  • 2011/10/04 16:1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NeoType 2011/10/04 19:13 #

    비공개 씨... 으험험.(..)
    조만간 어딘가에서 만나지. 와인 첨부로.(..)
  •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11/10/04 19:47 # 답글

    저도 와인을 경험삼아 마시고는 있는데 와인의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기록하기가 좀 그렇더라구요.
    그냥 사진만 찍어 놓고 있습니다.
  • NeoType 2011/10/04 21:55 #

    사바욘의_단_울휀스 님... 흔히 맥주맛은 그날 기분과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이야기하지만 와인은 그 이상이지요. 단순히 "맛있다.", "맛없다."가 아니라 맛 없던 녀석이 갑자기 맛있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지요.
  • 엘바트론 2011/10/04 20:17 # 답글

    이탈리아 디저트 와인 발랑 드 모스카토 차게 해서 드셔보세요, 제가 마셔본 디저트와인중 가장 좋은듯 해요.
    알코올 특유의 맛만 없으면 그냥 포도주스 수준으로 맛있어요
  • NeoType 2011/10/04 22:01 # 답글

    엘바트론 님... 이탈리아 모스카토 계열은 참 많은 상표들이 있지요. 말씀하신 발랑 외에도 콰트로, 발비, 아랄디카, 2%, 티아라, 기타 수두룩하고 저희 매장에도 꽤 많기에 언제 날 잡아서 하나 둘씩 섭렵해볼까 싶습니다.^^
  • 카운터 2011/10/04 23:20 # 답글

    네타님이 올릴 와인포스팅이 기대되는군요.

    그러고보니 와인계에서 유명한 로버트 파커가 쓴 보르도 와인에 관한 책이 도서관에 꽂혀있는걸 본적이 있습니다.

    특정 시기를 기점으로 해서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보니 도서관에 칵테일이나 맥주, 위스키 관련 서적보다 와인 관련 서적이 많더군요.

    근데 로버트 파커의 그 책이... 사람을 때려죽일정도의 두께를 자랑하더군요.

    대충 펼쳐 봤는데 와인을 모르는 저로서는 그냥 외계어 같습니다.
  • NeoType 2011/10/05 21:42 #

    카운터 님... 그 로버트 파커의 보르도 와인이라는 책은 저도 살까 말까 고민중인 책이기도 합니다. 가격이 대충 7만원 내외이긴 하지만 양장본 약 200여 페이지의 무시무시한 두께를 자랑하는 물건이라 읽어보고 싶긴 하군요. 책의 내용은 아직 못 봤지만 꼭 보고 싶은 책 중 하나이긴 합니다.^^
  • 산지니 2011/10/05 21:12 # 답글

    와인은 자기 취향이라 ..추천해도 어찌보면 안맞을수있는게 더러있어서 ㅠㅠ

    제일 개인취향이 많이타는 술이라고 해도..과언은아니지요
  • NeoType 2011/10/05 21:45 #

    산지니 님... 저 역시 추천을 해서 구입했다 하더라도 입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긴 많았지요. 그래서 저는 조금이라도 최대한 손님의 요구에 맞을 수 있도록 일단 저 자신이 마셔본 다음에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제가 취급하는 대부분의 상품들을 전부 맛보고 이제는 다른 회사의 와인들도 마셔보고 있습니다. 일단 많은 와인을 알아야 조금이라도 정확하게 비교를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 해도 취향이라는게 있으니 정말 와인이란 어려운 술이라 생각합니다.
  • 산지니 2011/10/05 22:28 #

    랄까 에혀 이사하다가 리큐르 분실해서 다시살려니 환율떄문에 걱정입니다..어휴..네타님께 부탁해서 그쪽에 싸면..좀 부탁드리고싶구..
  • NeoType 2011/10/07 21:38 #

    산지니 님... 리큐르... 이건 아무래도 그냥 수입시장 쪽이 나을 것 같군요;
    여기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수입시장 쪽이 상표 종류나 상품 종류나 더 다양하지요.
  • 산지니 2011/10/14 15:34 #

    음.. 부산쪽보다..위에계신쪽이 구하기..더 수월하니 ㅠㅠ
  • 레키 2011/10/06 05:20 # 답글

    프랑스가 확실히 와인이 싸드라구... ㅜ ㅜ 하지만 내 위장은 많은 양을 허락해주지 않았어 으흐흑 3병정도 밖에 못마셧다... 슬픔... 본격 술쟁이 포스팅 ㅋ
  • NeoType 2011/10/07 21:39 #

    레키 씨... 제일 비싼 와인들은 죄다 프랑스 쪽에 포진되어 있지.(..)
    맥주라면 혼자서 3천은 비울 자신이 있지만(..) 와인은 1병이 고작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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