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RED] 까네파 클라시코 (Canepa Classico) 까베르네 소비뇽 2010, 까르미네르 2010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오늘은 와인 카테고리를 신설, 그리고 첫 번째 와인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이야기에 앞서... 저는 이제까지 각종 위스키나 리큐르 등에 대해서는 그런대로 정리를 해왔기에 저 나름대로의 글의 양식이랄지, 무엇인가 나름의 형태에 맞춰 글을 써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와인에 대해서 써보려 하니 이제까지의 형식으로 글을 써서는 무엇인가 상당히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무엇보다 와인은 위스키나 리큐르처럼 한 번 개봉하고도 두고두고 즐길 수 있는 술이 아닌, 한 번에 다 소비하는 술이라는 점이 있기 때문에 이제까지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형식으론 상당히 힘들 것 같았습니다. 거기다 와인은 한 번 따면 그 순간부터 맛의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일일이 잔에 따라 사진 찍고 마시고 하기 바쁘니 와인 사진은 찍기도 번거로운 편이라 간단히 개봉 전 와인병 사진만 찍어두기로 했습니다.

거기다 저는 와인 같은 경우엔 어떤 와인 한 병을 온전히 다 마셔보지 않는 한 이 와인을 마셔봤다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따는 그 순간부터 다 마실 때까지 그 맛과 질감이 천천히 변화해가는 술인 만큼 와인 한 병을 가지고 1시간이고 3시간이고 오랫동안 즐겨보지 않고 한 순간의 시음처럼 마셔서는 전체의 인상을 알기도 어렵고 기억하기는 더더욱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군요.

뭐, 길게 이야기할 것 없이 한 마디로 와인에 대한 간단한 배경 설명 정도만 하고 곧장 맛이 어땠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가격이 어떤지만 가볍게 소개하는 형식으로 써볼까 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와인은 칠레의 와인 중 하나인 까네파(Canepa), 이들 중 까네파 클라시코로 분류되는 와인들입니다.

사진은 까네파 클라시코 까르미네르 2010년입니다. 매우 젊은 와인이지만 그리 비싼 와인은 아닌 만큼 가볍게 마시기 좋을 정도지요. 까베르네 소비뇽은 이미 마시고 병을 버렸기에 사진에는 없습니다.(..)

까네파라는 와인은 칠레의 주요 와인 생산지의 하나인 콜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 및 마이포 밸리(Maipo Valley) 등에 걸친 대규모의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들어집니다. 까네파 와인, 즉 비냐 까네파(Vina Canepa)라고도 불리우는데, 까네파의 와인은 칠레에서 생산되지만 이름에서 연상되듯 이탈리아 스타일의 와인을 고집하는 까네파 와이너리 특유의 자존심을 드러낸다 할 수도 있습니다.

최초의 비냐 까네파는 약 1930년대 이탈리아인 호세 까네파(Jose Canepa)라는 사람이 칠레로 이민을 오면서 시작되었다 합니다. 이 칠레의 토지에서 그는 그가 사랑했던 이탈리아의 와인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포도의 생산, 선별, 그리고 양조에 이르기까지 온힘을 다했다 하며 이러한 까네파의 와인을 가리켜 "칠레 토양의 이탈리아의 혼(Italian Soul, Chilean Soil)"이라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까네파 와이너리는 3대째를 이어가고 있다 하며 전세계로 수출되고 있으며 국제 와인 박람회 등의 각종 와인 대회에서도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합니다.

까네파의 와인들의 분류는 오늘 이야기하는 클라시코(Classico) 외에도 노비시모(Novisimo), 피니시모(Finisimo) 등의 상급 범주에 속하는 와인들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에 속하는 까베르네 소비뇽을 마셔본 적이 있으나 아직 천천히 한 병을 가지고 즐겨보진 못했기에 이들에 대해선 언젠가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요. 어쨌든 클라시코는 이 까네파의 가장 기본형이라 할 수 있는 상품이며 종류는 까베르네 소비뇽, 까르미네르, 메를로, 로제, 소비뇽 블랑 등이 있습니다.

현재 매장에서 제가 취급하고 있는 까네파는 위 사진과 같이 까베르네 소비뇽과 까르미네르 두 가지와 로제를 합쳐 총 세 가지입니다. 가장 기본형이라고 하지만 이 클라시코는 과실의 향과 맛을 특히 중점적으로 살리는 것을 목표로 만든다고 하는군요.

까베르네 소비뇽이라는 포도종은 전세계의 와인들에 있어서 기본 중의 기본이라 불러도 좋을 종류입니다. 시라즈(Shiraz)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와인은 기본적으로 진한 밀도와 질감을 가졌으며 적절한 탄닌에 붉은 자두, 블랙 커런트 등으로 표현되는 진한 과일맛을 특징으로 합니다. 모든 와인의 기본이 되는 포도라 불러도 손색이 없지요.

그런데 이 까르미네르(Carménère, Carmenere)라는 포도는 오늘날에는 거의 칠레에서만 자라는 포도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본래 이 포도는 프랑스 보르도, 메독 지방에서 자라던 종이었고 와인을 만들 때 블렌딩되는 정도로 주로 쓰이던 종이었는데, 이것이 칠레에 전해져 칠레만의 독특한 기후와 맞아 프랑스의 까르미네르와는 다른 독특한 특성을 보이는 종으로 바뀌어갔다 합니다. 프랑스에서 자라던 까르미네르는 약 1950년도부터 유럽의 포도나무를 덮친 필록세라(Phylloxera)균에 의해 전멸해버렸고 이제는 주로 칠레에서만 생산되는 칠레만의 종이 되었다고 하는군요.

어쨌든 이 까르미네르는 흔히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성질을 지녔다고 이야기합니다. 포도의 밀도나 진함 정도도 이 둘의 중간 정도이고 산도와 풍미 등도 이 둘의 중간 정도라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칠레의 까르미네르는 까베르네나 메를로에서는 자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스파이시함이 느껴져 코끝을 간질이는 재미있는 향을 보이는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 가장 중요한 와인의 맛으로 넘어가서...

먼저 이 까네파라는 와인은 제가 늘 손님들께 이 와인을 추천드리면서도 꼭 이것 한 가지를 강조합니다.
"반드시 병을 개봉한 후 15~20분 정도 그대로 뒀다가 마시십시오."

이 와인은 막 따서 잔에 따라 바로 마시면 정말 별 맛이 안 느껴집니다. 무엇인가 특징적이지도, 그렇다고 맛이 제대로 느껴지는 것도 아닌 정말 "무미건조한 조금 시큼한 액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심심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약 20여분 후 충분히 공기와 접촉해 자체적으로 산화가 진행되어 맛이 "열린" 순간... 그때부터 이 와인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먼저 까베르네 소비뇽부터 이야기하면 일단 향기부터가 강렬히 피어오릅니다. 처음엔 무미건조했던 와인에서 점차 달콤한 향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이 향이 점차 짙어져갑니다. 산뜻한 자두나 체리 등이 연상되는 상큼하고 달콤한 향이 퍼지는 가운데 한 모금 머금고 입에서 천천히 굴립니다. 입에서 느껴지는 질감은 입 안이 꽉 차는듯한 풀바디에 조금 못 미치는 미디엄 바디와 풀바디의 사이 정도입니다. 기본적으로 드라이 와인이지만 와인 자체의 질감과 알코올의 느낌, 그리고 달콤한 향과의 조화로 입에서 코 안 가득 풍성한 달콤함이 느껴지는 맛이라 하겠습니다. 워낙 기분좋은 맛이다보니 저는 이 와인을 아무 것도 곁들여 먹거나 마시지 않고 오직 이 와인만을 2시간 동안 혼자서 싹 비워버렸습니다. 그만큼 상당히 만족스러운 맛이었습니다. 만약 어떤 음식과 같이 먹는다면 가볍게는 육포나 스모크 치즈, 본격적이라면 진하게 양념을 하지 않은 고기와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까르미네르로 넘어가서... 이 까르미네르 역시 막 병을 개봉한 직후엔 그리 만족스러운 맛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약 20여분 후부터 점차 맛이 풀려나기 시작하고 향에서도 코를 자극하는 독특한 향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한창 향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을 때 느껴지는 이 향은 마치 매운 향신료향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마치 담배향과도 비슷한 독특한 향이라 마시기 전부터 묘하게 코 안을 자극합니다. 입에 한 모금 머금었을 때 느껴지는 질감은 우선 까베르네 소비뇽보다 살짝 밀도가 낮은 미디엄 바디 정도의 느낌이었으나 까베르네보다 조금 산도가 있는 편이라 입 안에서 상큼한 느낌이 듭니다. 이 상큼한 맛과 함께 코를 자극하는 스파이시한 향이 어울려 이 와인 한 잔을 가만히 머금고 코를 잔에 가까이하고 있으면 혀와 코를 동시에 자극하는 느낌이 마치 와인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군요. 저는 이 한 병 역시 아무 것도 곁들여 먹거나 마시지 않았지만 조금 양념이 진하고 매운 요리와도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그럼 가장 중요한 가격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현재 저희 매장에서 둘 다 한 병에 110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행사나 할인이 들어간다면 9천원대까지 떨어질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만약 다른 매장에서 구입하시더라도 비싸도 15000원 내외에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꽤 저렴한 와인이기에 그냥 싸구려라 생각해 흘려버릴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칠레 와인들은 저렴한 만큼 접하기 쉽고 무엇보다 가격대 만족비가 높기 때문에 마음에 듭니다. 저렴한 가격에 드라이하며 맛이 풍성한 와인을 찾으시는 분에게 자신있게 권해드리고 싶은 와인들입니다.

덧글

  • 역설 2011/10/07 22:49 # 답글

    혹시 같거나 비슷한 라인에서 극도로 바디감 옅고 과일향 진하고 달콤한 거 있남
  • NeoType 2011/10/07 23:00 #

    역설... 딱 있네. 이 까네파 클라시코 시리즈의 로제. 우리 매장에도 있지.
    얘는 쪼끔 비싸서 12000원하고도 몇 백원. 로제라면 왠지 달달할 것 같지만 이건 그다지 달진 않고 적당히 묵직한데다 향기롭기도 해서 마음에 들더만.
  • 미중년전문 2011/10/08 00:14 # 답글

    우와 완전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__+
  • NeoType 2011/10/08 21:27 #

    미중년전문 님... 가끔 와인을 마시고 마음에 드는 것들을 올려볼 생각입니다.^^
  • SJ 2011/10/08 00:30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로 "싸고 괜찮은 와인"의 기준에 속하는 제품은 칠레산 Gato Negro (검은 고냥이~) 시리즈랑 호주산 Jacob's Creek 제품군 같습니다. 가격도 적당하고 (Gato Negro는 5 - 7유로, Jacob's Creek은 7 - 10유로), 포도 종자에 따라 기대되는 딱 그 정도의 맛이 나거덩요... 개인적으로 가장 조아하는 와인은 이태리 Montalcino의 Loacker 포도원에서 나오는 Brunello di Montalcino하고 시칠리아의 Donna Fugata에서 나오는 Tancredi라지요... 가격이 꽤 쎄서 저도 1년에 1 - 2번 맛볼까 말까 하는데 같이 마시는 친구들은 누구나 감탄하는 quality입니다...
  • NeoType 2011/10/08 21:30 #

    SJ 님... 싱글 몰트 뿐 아니라 다양한 와인들도 마시고 계시군요.^^
    가또 네그로는 몇 번 마셨지만 제이콥스 크릭은 아직 마셔보지 못했는데 다른 매장에는 없나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와 돈나푸가타의 탄크레디~ 좋은 와인들이군요~ 돈나푸가타 같은 경우는 저도 매장에서 취급하지만 앙겔리(Angheli)와 하프 사이즈 안실리아(Anthilia) 두 가지 뿐인데 그나마도 아직 제대로 마셔보질 못했습니다. 조만간 이것들부터 마셔봐야겠군요.^^
  • DDT 2011/10/08 01:04 # 삭제 답글

    위스키도 올려주세요 ㅠㅅㅠ
  • NeoType 2011/10/08 21:31 #

    DDT 님... 그렇지 않아도 위스키 글들도 몇 가지 준비 중입니다.^^
    아마 빠르면 다음 주 중, 늦어도 그 다음 주 사이까지 하나 완성해 올려볼 생각입니다.
  • 가은누리 2012/07/09 23:29 # 삭제 답글

    오늘 이 와인을 시음해보고, 제 블로그에 님의 포스팅을 첨부하려 합니다 ^^ 괜찮겠지요? 암튼 이 와인은 저에게도 꽤 맛있었네요.
  • NeoType 2012/07/12 09:09 #

    가은누리 님... 얼마든지 가져가십시오.^^
    여기엔 올리지 않았지만 이 까네파 클라시코의 메를로도 꽤 괜찮은 편입니다. 말 그대로 가벼우면서도 상큼한 과실향이 부드러워 아주 마시기 좋더군요.
  • 키스팝 2013/12/06 03:10 # 삭제 답글

    카네파.. 절륜한 와이너리입니다!! : )
    카베르네와 캬르메네르가 블랜딩 된 피니시모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지요.
    가격이 싸서(요즘은 싼 것도 아니지만;) 품질에서 평가절하 당하는 면이 없잖아 있는 듯합니다.
    하이엔드급 Magnificvm도 있지만, 이 와이너리는 모든 라인에 각각의 적절한 캐릭터가 있지요.
    너무 사랑하는 와이너리라 반가운 마음에 끄적거려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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