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탈리스커 10년 (Talisker 10 Years Old)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제대로 맞는 휴일입니다. 와인 행사 관련해서 저번 주부터 바로 어제까지 특별히 쉴 틈도 없이 계속 매장에 나가 있었습니다. 항상 생각하는 것입니다만 어떠한 행사란 막상 행사 자체는 크게 어려운 일이 없지만 그 행사를 준비하는 시간, 그리고 끝나고 정리하는 시간이 더욱 큰일인 것 같습니다. 저도 행사기간 중에는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지만 정작 행사가 끝나고 남은 재고 파악이나 기타 뒷정리를 하는데 더욱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제 거의 정리는 끝났고 남은 물품을 보내버리기만 하면 대충 일단락되니 당분간은 평소 일과대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집에서 쉬는 만큼 대낮부터 와인이나 한 병 딸까, 하다가(..) 계속 와인만 봤더니 위스키가 매우 생각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낮부터 이것저것 싱글 몰트들을 한 차례 훑다가 그동안 미뤄두었던 글을 조금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스카치 싱글 몰트의 하나인 탈리스커(Talisker), 그 중 기본품인 10년입니다. 

용량 700ml, 알코올 도수는 통상의 40도보다 조금 높은 45.8도입니다.
그나저나 이 탈리스커를 처음 구입했을 때가 올해 1월 즈음이었고 이미 병을 개봉해서 거의 반 병 이상 줄어들었지만 다행히 예전에 찍어두었던 사진이 남아있었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멀쩡한 병 사진을 쓸 수 있어 다행입니다.(..)

흔히 스카치 싱글 몰트라 하면 대부분 스코틀랜드 북쪽의 하이랜드(Highland) 지역이나 스페이사이드(Speyside), 그리고 스코틀랜드 서해에 있는 섬인 아일레이(Islay)에서 생산되는 몰트들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이 지역들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들은 그 가짓수도 상당히 많고 각 지역이나 증류소별 특징들도 뚜렷해 싱글 몰트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들의 유명 상표들을 열거하실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탈리스커는 하이랜드나 아일레이가 아닌 또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싱글 몰트인데 하이랜드 북서부의 섬인 스카이 섬(Isle of Skye)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로 "아일랜드(Island) 싱글 몰트"로 분류됩니다. 어쩐지 "아일랜드"라고 우리말로 표기하면 "아일랜드(Ireland)"와 똑같아져서 이 둘이 같은 지역이라 혼동이 생길 수도 있긴 합니다만 "Ireland"는 엄연히 다른 지역이자 국가입니다. 여담으로 스코틀랜드에선 "위스키"를 "Whisky"라 표기하지만 "Ireland"에서 생산되는 아이리쉬 위스키는 "Whiskey"라 씁니다.

< 그림 출처 - 위키피디아 >

지도에서 보시다시피 아일랜드(Island) 지역은 아일레이 섬을 제외한 나머지 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거기다 하이랜드 지역과 가깝기도 해서 사실상 아일랜드 위스키는 하이랜드 위스키의 일종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하이랜드 지역 및 하이랜드 지역에 속한 스페이사이드의 대표적인 상표 몇 개를 들어보면 글렌리벳, 글렌피딕, 글렌모렌지, 맥캘런, 최근 국내에도 들어오기 시작한 싱글톤(Singleton) 등이 있고 이들은 모두 맛이 다르지만 보편적으로 "풍성하지만 부드럽고 온화한 맛"이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맛에 있어 공통점이 느껴지는 편입니다. 그러나 이 아일랜드 지역도 아일레이와 마찬가지로 섬 지역이라서인지 본토 하이랜드 지역 위스키들의 보편적인 특성과는 달리 상당히 독특한 개성을 가진 위스키들이 생산됩니다.

한 예로 올해 초 위스키 라이브 2011에서 시음해봤던 이 애런(Arran) 역시 아일랜드 지역의 섬 중 하나인 애런 섬에서 생산되는 위스키입니다. 여기서 저는 애런 10년을 시음했었는데 맥캘런과 마찬가지로 셰리 오크통에서 숙성시켰다는 설명처럼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면 오늘 이야기하는 탈리스커는 "향신료나 요오드와도 같은 찌르는 듯한 강렬한 피트향"으로 표현되는 아일레이 위스키들과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향에서부터 진한 피트향이 코를 자극합니다. 이밖에도 하이랜드 파크(Highland Park) 역시 섬들 중 하나인 오크니(Orkney) 섬에서 만들어지는데 하이랜드 지방의 보편적인 특성이 느껴지는 균형잡힌 맛이 특징적입니다.

이 밖에도 많은 아일랜드 위스키들이 있지만 제가 마셔본 것은 이 정도로군요. 다시 말해 아일랜드 섬들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들은 하이랜드 위스키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꽤나 독자적인 특성을 가진 위스키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아일레이 위스키들은 "아일레이 위스키"라는 명칭은 정식으로 분류가 되는 특성을 가진 반면, 아일랜드 위스키는 그 범주가 다소 미묘한 편이기에 별도로 분류되지 않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이야기가 길었지만 이 탈리스커는 스카이 섬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로 그 이름대로 "탈리스커 증류소"에서 생산됩니다. 이 탈리스커 증류소는 스카이 섬 카보스트(Carbost)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스카이 섬에 있는 유일한 증류소라고 하는군요.

탈리스커 증류소는 최초 1830년도에 휴 맥카스킬(Hugh MacAskill), 케네스 맥카스킬(Kenneth) 형제가 설립한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증류소로 그 긴 시간만큼이나 여러 일들이 있었다 합니다. 그 중 가장 큰 사건이라면 1960년 증류소에 큰 화재가 나서 시설 및 증류기들이 전부 소실되는 일이 있었다 합니다. 그 후 재건에 성공하여 다섯 개의 증류기를 다시 갖추고 위스키 생산을 계속하여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 사진 출처 - http://www.wormtub.com/ >

또한 탈리스커의 증류기들은 웜텁(worm tub)이라는 방식의 고전적인 응축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림처럼 왼쪽의 증류기에서 기화된 원주(原酒)는 긴 넥(neck)을 통해 오른쪽 위의 웜텁이라는 응축기로 들어갑니다. 웜텁은 찬물이 흐르는 거대한 통이고 이 통 안은 넥에서 연결된 코일형 관이 지나가게 되어있는데 증류된 술은 이 웜텁 내부를 통과하는 동안 액체로 변해 아래쪽으로 모이게 됩니다. 간단히 과학실 실험으로 했던 알코올 램프와 플라스크, 수돗물이 흐르는 유리관을 이용한 증류 장치를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탈리스커 증류소에서 이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이 고전적인 방식이 현대적인 방식보다 위스키에 좀 더 깊은 맛을 부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 하는군요. 그래서인지 탈리스커의 위스키들은 각종 위스키 박람회라거나 위스키 매거진 등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탈리스커 위스키의 상품들은 오늘 이야기하는 10년 외에도 12년, 18년, 30년 등의 다양한 상품들이 있는데 각각이 여러 방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18년은 2007년에 "Best Single Malt In The World 2007"로 선정되기도 했다고하니 그 품질은 누구나 인정할만 합니다.

탈리스커 위스키의 특성 중 하나는 아일레이 지역이 아닌 곳에서 생산된 위스키 중 가장 페놀(Phenol) 수치가 높다는 것입니다. 이 페놀 수치는 발아된 몰트를 건조시킬 때 석탄의 일종인 피트(peat)를 태움으로 첨가되는 화합물인데, 페놀 수치가 높다는 이야기는 아일레이 위스키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석탄이 아닌 피트를 이용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탈리스커는 아일레이 위스키는 아니지만 아일레이 위스키와 비슷한 방식으로 생산하기에 그와 유사하면서도 또 독자적인 특성을 갖추게 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탈리스커에 대해 주목할만한 점은 바로 이 탈리스커가 조니 워커(Johnnie Walker) 그린 라벨과 위스키 리큐르인 드럼뷔(Drambuie)의 블렌드 재료 중 하나로 쓰인다는 점입니다. 특히 조니 워커 그린 라벨에서 그 특성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 만큼, 이들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 같군요.

이야기가 길었으니 이제 슬슬 맛으로 넘어갑니다.
색상은 10년답게 밝은 호박색이나 이렇게 잔에 따라놓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강렬한 향이 퍼져갑니다. 46도에 가까운 알코올 도수도 한몫 했겠지만 특유의 요오드향과도 같은 피트향이 강렬해 아드벡이나 보모어같은 아일레이 위스키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막상 입에 조금 흘려넣었을 때의 인상은 조금 다른데 혀에 닿는 것과 동시에 느껴지는 짜릿하면서도 풍부하게 퍼지는 맛은 혀에 닿는 느낌이 매우 부드러운 여느 싱글 몰트들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느낌이었습니다. 입에 머금고 굴려보면 이 강렬한 맛 속에서 느껴지는 복잡한 나무향과 캐러멜 같은 달콤함, 마치 박하와도 같은 향이 인상적이고 위스키를 넘긴 후 입에 남는 느낌 역시 오랫동안 남아 매우 강렬하고 힘찬 느낌을 주는군요.

탈리스커가 생산되는 스카이 섬이 화산섬이기에 이 위스키 역시 "화산이 폭발하듯 강렬하다."라고 표현될 정도라는 이야기도 있는 만큼 이제껏 마셔본 다른 몰트들과는 확연히 독특한 맛이라는 느낌입니다. 훗날 구할 수 있다면 탈리스커의 18년을 한 번 마셔보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올해 초 이 10년을 남대문에서 7만원에 구입했는데 요즘은 몇몇 대형 마트에서도 가끔 찾아볼 수 있더군요. 특히 이마트에선 이 탈리스커 10년을 5만 9천원에 판매하는 걸 보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아일레이 싱글 몰트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탈리스커 역시 독특한 맛이 있기에 한 번 드셔보시면 좋을 것 같다 생각합니다.

덧글

  • 역설 2011/10/21 19:12 # 답글

    스코틀랜드 북쪽의 하이랜더들이 계승할 때 쓰던 위스... 아 이게 아닌가?!?!?
  • NeoType 2011/10/22 10:55 #

    역설... 어떤 의미론 "하이랜더"들이 만드는 위스키이긴 하려나...;
  • 마하 2011/10/22 00:23 # 삭제 답글

    저렴하면서도 맛은 저렴하지 않은 참 좋은 위스키지요 ㅎ
  • NeoType 2011/10/22 10:56 #

    마하 님... 처음 샀을 때만 해도 그리 싼편은 아니었는데 요즘은 은근히 가격대가 내려간 편이더군요. 그래도 5만 9천원도 그리 선뜻 지불하기엔 만만한 액수는 아니겠지요.
  • SJ 2011/10/22 06:59 # 삭제 답글

    다음엔 Talisker 57.6' 사서 마실 겁니다...ㅎㅎㅎ (Talisker 증류소의 위도이자 알콜도수더군요..ㅋㅋㅋ)
  • NeoType 2011/10/22 10:56 #

    SJ 님... 당장 우리나라에선 이 10년 외의 상품들도 찾아보기 힘드니 참 부럽습니다.^^;
  • DDT 2011/10/22 11:14 # 삭제 답글

    우욍~~위스키다!! 앞으로도 종종 올려주세요
  • NeoType 2011/10/23 12:54 #

    DDT 님... 아직 못 쓴 위스키들도 많고 와인들도 많으니 번갈아가며 써볼 생각입니다.^^
  • KMC 2011/10/24 17:03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위스키중 하나입니다 ㅎㅎ
    후추향같은 매콤함과 그 뒤에 숨겨진 과일향이 좋지요.
    나중에 생쵸코렛과 함께 드셔보세요. 마리아주 궁합으로 탈리스커와 생쵸코렛을 뽑기도 하더군요.
    18년도 한번 마셔보고 싶은데 기회가 영 안찾아 오네요...
    그리고 본문중에 정정하실게 있는데 글랜리벳과 맥캘란 글랜피딕은 정확하게 말하면 스페이사이드입니다. 하이랜드라고 표기되어 있어서 ^^;;;
    하이랜드 위스키라면 글렌모린지와 디아지오에서 나오고 있는 있는 달위니와 오반이 유명하지요
  • NeoType 2011/10/25 01:27 #

    KMC 님... 꽤 맛있는 위스키지요~ 그나저나 초콜릿과 위스키가 어울린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아직 진지하게 초콜릿과 함께 먹고 마셔본 적은 없군요. 언젠가 좋은 초콜릿을 구하면 한 번 시도해봐야겠습니다.^^

    저 위에서 "하이랜드"라 쓴 이유는 스페이사이드는 하이랜드 북동부 스페이 강 부근의 지역이라 하이랜드에 포함되기 때문에 저렇게 썼었습니다. 그래서 "스페이사이드 위스키"는 크게는 "하이랜드 위스키"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그랬군요. 그래도 역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으니 조금 수정했습니다.^^
  • KMC 2011/10/26 23:38 # 삭제

    그러셨군요 ^^;;
    저도 혹시나해서 써본거였는데, 그런 이유에서 그렇게 쓰셨던거였군요.
  • SY Kim 2011/10/27 16:52 # 답글

    저도 제일 좋아하는 위스키 탑3중에 하나가 바로 탈리스커죠.

    얼마전 몰트샵에 갔더니 탈리스커 18년, 탈리스커 디스틸러스 에디션(아모로소 캐스크), 탈리스커 10년 200ml짜리를 팔더군요. 탈리스커를 워낙 좋아해서 사왔는데... 주말에 음주타임만을 고대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몰트샵 매니저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탈리스커 18년은 올해말에 들어온다고 하더니 물량이 딸려서 못들어온다고 하더군요. 아 정말 안타까워요. 위스키 변방국의 슬픔....
  • NeoType 2011/10/27 23:49 #

    SY Kim 님... 몰트샵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았는데 상당히 다양한 상품들이 있나보군요. 18년이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다니... 아쉽군요;

    언젠가 시간이 되면 저도 몰트샵에 가봐야겠습니다.^^
  • 두두 2018/04/16 17:41 # 삭제 답글

    오늘 처음 마셔봤는데 확실히 그 짜릿한 맛에 놀랄 수 밖에 없더군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