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RED] 아구스티노스 (Agustinos) 와인메이커 셀렉션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오늘은 제가 쉬는 날, 다시 말해 집에서 빈둥거리며 지내는 날입니다. 주 5일 근무인 일이지만 쉬는 날이 일정치 않고 일하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은 일이다보니 이렇게 쉬는 날이 되어도 마땅히 할 일이 없는 것이 사실이군요. 이런 날은 굳이 무슨 일을 하거나 돌아다니기보단 집에서 쉬면서 평소 못 보던 책들도 좀 읽고 안 본 DVD나 돌려보는 것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생각나면 커피를 마시거나 위스키나 차게 얼린 보드카 한두 잔, 아니면 와인을 한 병 따도 좋고 오늘처럼 여유 있게 글을 쓸 수도 있겠지요. 이런 게 쉬는 날의 저의 일과라 할 수 있겠군요.

오늘 이야기할 와인은 칠레 와인의 하나인 아구스티노스(Agustinos)의 몇 가지 상품들입니다. 아구스티노스의 다양한 범주의 와인들 중 와인메이커 셀렉션(Winemaker Selection)의 두 가지 와인입니다.

왼쪽은 와인메이커 셀렉션의 까베르네 까르미네르 2009년, 오른쪽은 피노 누아 2009년입니다.
까베르네 까르미네르는 그 이름대로 까베르네 소비뇽과 칠레 특유 품종인 까르미네르를 블렌드한 것, 피노 누아는 말 그대로 피노 누아 품종 100%로 만든 와인입니다.

칠레의 아구스티노스 와이너리에서 생산하고 있는 와인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범주의 와인들을 적절한 가격에 구할 수 있고 품질들도 가격에 비해 꽤 만족스러운 편이라 저도 꽤 좋아하는 상표입니다. 이 와인메이커 셀렉션은 가장 기본 상품인 버라이어탈(Varietal) 급인 아구스티노스 까베르네 소비뇽과 까르미네르의 윗 등급에 해당하는 범주로 우리나라에서는 이 두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요.

버라이어탈 급의 까르미네르입니다.
버라이어탈 급이란 와인 라벨에 포도 품종이 명시된 기본 상품들을 가리키며 만약 포도 품종이 명시되지 않은 테이블 와인이나 다소 저가의 와인들은 "일반 와인"이라는 뜻으로 제너릭(Generic) 와인이라고 부른다고도 하는군요.

위의 까르미네르와 사진에는 없는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들의 가격은 수입사 책정가는 15000원이지만 구입처에 따라 11000원 내외의 가격에도 구하실 수 있습니다.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병입하기 전 오크통이 아닌 스테인레스 통에서 숙성시킨 후 병에 담아 판매된다는 점 덕분에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드러운 맛과 포도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맛을 보입니다.

다시 이야기를 원래대로 돌려서...
이 와인메이커 셀렉션은 그 이름대로 수확한 포도를 선별하여 생산하는 와인들로 스테인리스 통 숙성이 아닌 프렌치 오크통을 사용하며 그 숙성기간 역시 긴 것이 특징입니다. 당연히 기본품에 비해 훨씬 짜임새 있는 맛을 가지고 있지요.

먼저 이 까베르네 까르미네르는 전면 라벨에 표기되어 있듯 까베르네 소비뇽 50%, 까르미네르 50%를 블렌딩하여 만들어집니다. 최초 수확된 각각의 포도들은 따로 와인발효 후 10일간 스테인리스 통에서 숙성된 후 역시 각각 따로 프렌치 오크통에서 4개월 가량 숙성시킨 후 마지막 단계에서 두 포도로 만든 와인을 블렌딩한 후 다시 한 번 오크통에서 8개월 가량을 숙성시킨 후에야 병입한다고 하는군요. 말하자면 병입되기 전 약 12개월간 오크통 숙성을 거치기에 라벨에도 표기되어 있듯 리제르바(Reserva) 급 와인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약 14도 온도로 약간 차게 셀러에서 보관해두던 와인을 개봉해 잔에 따라 가볍게 굴리고 향을 맡았을 때 느껴지는 향은 까베르네 소비뇽 특유의 살짝 달콤한 듯한 자두향과 까르미네르 특유의 담배향과도 비슷한 향신료향이 풍성하게 느껴졌습니다. 색상은 진한 자주색이고 잔을 돌리며 살펴본 와인의 질감은 겉보기로도 살짝 묵직하고 풍부한 맛을 가진 것처럼 보입니다. 한 모금 입에 머금고 굴리면 느껴지는 바디감은 미디엄 바디 이상으로 풀바디에는 조금 못 미치는 느낌이지만 맛과 향의 풍성함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맛이었습니다. 나무향이 느껴지지만 질감은 거칠지 않고 혀에서 부드럽게 퍼지고 달콤한 자두를 크게 베어문 듯한 풍성한 과일맛에 약간의 커피향과도 비슷한 풍미, 그리고 담배향 같은 약간의 스파이시함, 그리고 목넘김 후 느껴지는 촉촉한 나무향이 상당한 만족감을 줍니다. 와인이 실온에서 조금씩 온도가 올라가고 공기 중에서 점차 산화가 진행될수록 와인의 맛이 점차 풀려나 한층 부드러워지고 마시기 좋은 맛으로 변해가는군요. 말 그대로 따자마자도 맛있지만 조금 두면 맛이 한층 피어나는 만족스러운 와인이었습니다.

다음으로 피노 누아로 넘어갑니다.
이 피노 누아 역시 수확한 포도를 선별하여 와인발효 후 12개월간 프렌치 오크통 숙성을 거친 후 병입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단 피노 누아, 그것도 칠레의 피노 누아라고 하면 일단 약간의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피노 누아라고 하면 흔히 부르고뉴 레드 와인의 대표 품종이기도 하고 최근엔 뉴질랜드의 피노 누아 와인들도 꽤 유명한데, 일단 피노 누아라는 품종 자체가 더운 지방이 아닌 서늘한 기후의 지역에서 잘 자라는 품종이라는 점이 그렇습니다. 칠레라고 하면 실제로 북부엔 사막 지형도 있고 상당히 햇볕이 잘 드는 따뜻한 지역이라는 생각이 드는 만큼 과연 좋은 피노 누아가 자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요.

< 그림 출처 - 아구스티노스 홈페이지 (http://www.agustinos.cl/) >

그러나 칠레의 남부 해안가에 위치한 비오비오 밸리(Bio Bio Valley)는 바로 이런 피노 누아가 자라기에 적절한 기후를 보이는 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칠레 와인 산지 중 최남단에 위치한 지역이며 뉴질랜드와 위도도 비슷하고 평균 기온 역시 비슷하다고 하는군요. 거기다 연중 강수량도 많고 낮에는 따뜻하지만 밤에는 춥고 바람이 거센 지역이라고 하니 이러한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포도들을 많이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피노 누아와 비슷하게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포도인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등의 화이트 와인용 포도들도 많이 재배한다고 하는군요.

그렇기에 이 피노 누아 역시 상당히 맛을 기대해볼 수 있고 실제로 병을 개봉해 맛을 본 순간 이 기대가 어긋나지 않았다는 생각에 꽤 즐겁게 마실 수 있었습니다.

최초 병을 따서 잔에 한 잔 따랐을 때 색상은 밝은 루비와도 같은 붉은색, 그리고 매우 부드러워보이는 가벼운 질감이 인상적입니다. 잔에서 풍겨나오는 향은 상당히 섬세하고 꽃이나 체리, 딸기향과도 같이 향기로워 마시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집니다. 입에 살짝 머금으면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과 미디엄 바디 정도의 질감 속에 과실의 풍성함이 한껏 느껴지고 와인을 넘긴 후 느껴지는 오크향이 향긋하고 깔끔해 위의 까베르네 까르미네르와는 다른 의미로 입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이걸 마실 때는 약간 늦은 점심 무렵이었는데 낮에 마셔도 부드럽고 가볍게 즐기기 좋고 저녁 때 마셔도 하루의 긴장을 탁 풀어주는 듯한 부드럽고 향기로운 와인이라 하겠습니다.

흔히 중저가의 피노 누아 와인은 잘못 고르면 밍숭밍숭하거나 시큼한 경우가 많지만 이 아구스티노스의 피노 누아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맛을 보여주는군요.


이 두 와인의 가격대는 수입사 책정가 25000원으로 흔히 1만원 후반~2만원 초반대의 가격에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상당히 가격대 만족비가 높은 와인이고 와인을 처음 드시는 분들도 쉽게 마실 수 있는 맛인 만큼 누구에게나 권할만한 와인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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