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탱커레이 No.10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최근 저는 오랜만에 탱커레이(Tanqueray) 진, 그 탱커레이 진의 상급품인 넘버 10을 하나 구하게 되었습니다.

술이라면 특히 가리는 분야가 없는 저이지만 증류주, 그 중에서도 위스키와 진을 특히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 넘버 10은 여러 의미로 많은 생각이 나게 하는 술입니다. 갑자기 아주 예전...이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약 3년여 전 이 탱커레이 넘버 10을 처음 구했을 때가 생각나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이 넘버 10은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았고 외국, 그것도 일본쪽을 다니시는 분을 통해 한 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이 그림의 떡으로만 바라보던 물건을 실제로 눈 앞에 두고 실제로 만져보고 실제로 마셔보게 되었다는 감동을 잊을 수 없군요.

이제는 이 넘버 10도 정식으로 수입되기 시작해서 당장 이마트 등의 대형 매장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장 이 넘버 10 역시 제가 현재 일하고 있는 매장에서 구입하게 되었는데 이는 오랜만에 이 진을 다시 한 병 사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같이 일하는 디아지오 쪽 언니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되었군요.

사실 처음에 그 언니는 이 탱커레이 넘버 10이 아닌 일반 탱커레이 진 2박스를 납품받을 예정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이 넘버 10이 대신 날아왔다고 합니다.(..) 덕분에 이 넘버 10 재고가 늘어나 이걸 집중적으로 판매하려던 중이었다는군요. 그래서 이 넘버 10을 이용해 시음 행사를 열기도 하는데 역시 그냥 이걸 시음하긴 힘드니 토닉 워터와 레몬 주스로 진 토닉을 만들어 시음을 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탱커레이 넘버 10 진 토닉이라... 이거 이야기만 들으면 아주 퀄리티가 차고 넘치는 이야기였습니다. 만약 제가 이쪽에서 일하지 않았더라도 탱커레이 넘버 10으로 시음을 한다고 하면 무슨 수를 써서든 이 매장에 찾아와 한 모금 마셔보고 진도 한 병 구입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뭐, 결국 이렇게 한 병 구입한 것도 그런 이유인지도 모르겠군요. 사실 가격도 3만 6천원이라 꽤 적절한 가격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예전에 이 넘버 10으로 해보고 싶었지만 제대로 해보지 못해본 일을 해보고 싶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건 바로 냉동!
예전엔 어쩐지 병째로 냉동실에 넣기 아까웠기에 제대로 해보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이렇게 한 병을 구했으니 이번엔 통째로 영하 20도 냉동실에 바로 넣어두기로 했습니다.

본래 마티니 시장을 노려 만들어진 진인 만큼 마치 드라이 베르뭇 특유의 향긋함과 레몬 껍질의 신선함, 그리고 마치 올리브 기름의 담백함과도 비슷한 촉감이 있는 술이라 이대로 마셔도 충분히 맛있지만 냉동을 시키면 이러한 맛과 향이 한 번에 농축되는 느낌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만 하루 이상 냉동실에 박아두던 술을 꺼내 칵테일 잔에 한 잔...
냉동실에서 냉각된 증류주 특유의 질감은 잔에 따를 때의 느낌도 걸쭉해 거품조차 생기지 않아 잔에 따를 때의 손맛도 참 재미있습니다.

이렇게 잔에 따라두는 것만으로 훌륭한 드라이 마티니를 앞에 둔 느낌입니다. 따로 레몬 껍질이나 올리브 같은 부재료를 첨가해줄 수도 있겠지만 모처럼이니 그냥 마시는 것도 꽤 괜찮았습니다. 차게 냉각됨에 따라 실온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강렬한 진의 향과 레몬이나 오렌지 껍질이 생각나는 향긋한 향, 달콤한 허브향에 베르뭇 특유의 구수한 듯한 향, 거기에 코 안쪽 깊숙이 파고 드는 샤프함이 한 번에 몰려오는 느낌이 듭니다. 입에 흘려넣으면 47도라는 도수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부드러운 질감과 함께 이 향들이 폭발적으로 피어나 아주 만족스러운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넘버 10은 이 자체가 말 그대로 마티니의 완성형이라는 느낌까지 들 정도로 훌륭한 밸런스를 가지고 있다 생각하기에 마티니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분명 마음에 드는 술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동안 이렇게 냉동한 진을 한 잔씩 마시며 이 한 병을 천천히 즐겨봐야겠습니다.

덧글

  • 2011/10/30 11:4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NeoType 2011/10/30 12:19 #

    비공개 님... 웬만한 그냥 진들은 그냥 마시면 한두 잔 이상 마시기 힘든 편인데 이 넘버 10은 정말 홀짝홀짝 마시다보면 어느 새 몇 잔째 마시게 되는 경우도 많더군요.^^
  • 렌즈캣 2011/10/30 12:09 # 삭제 답글

    요즘 예전에는 구하기 어렵던 술들을 구하기 편해져서 술질(?)하기 좋아졌습니다. 군대 다녀오고 나니깐 구하기 힘들던 힙노틱이 일반 대형마트에서 파는걸 보고 격세지감같은 기분을 느꼈달까요.
  • NeoType 2011/10/30 12:21 #

    렌즈캣 님... 최근 힙노틱도 그렇고 스미노프 블랙 라벨이나 시락 등의 보드카, 거기다 진도 이 넘버 10과 헨드릭스 진 등 점차 희귀하던 것들이 마트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되어 반갑기도 합니다. 한편으론 이걸 구하려 동분서주했던 예전이 생각나는군요.^^;
  • 마하 2011/10/30 20:35 # 삭제 답글

    헨드릭스진도 좋지만 얼마못먹어봤고 제대로 많이 접해본 진중에는 이놈이 대장인거 같습니다
    진토닉도 좋고 마티니도 좋고,,,
    다만 그외의 진 베이스 칵테일에 쓰기아깝다는 느낌이들어 활용도가 쪼끔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장점인지 단점인지 ㅋㅋ
  • NeoType 2011/10/31 22:57 #

    마하 님... 다른 진들 마시다가 이 넘버 10을 마시면 정말 무엇인가 한 단계 "특별한" 진이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꽤 좋은 진이지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칵테일에 쓰는 것 자체가 어쩐지 아깝다는 생각이 드니 활용도(?) 면에선 참 미묘한 녀석이지요.^^;
  • EIOHLEI 2011/10/31 10:44 # 답글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싸게팔때 한병 구해놓고 정작 어떻게 마시지 했는데 덕분에 제대로 마시겠네요
  • NeoType 2011/10/31 22:58 #

    EIOHLEI 님... 어지간한 진들은 그냥 마시기보단 토닉 워터와 레몬이나 짜넣고 마시면 꽤 괜찮은데 이 넘버 10만큼은 그냥 마셔도 상당히 맛이 좋지요. 냉동 한 번 해보시면 아주 입에 착 감겨들어옵니다.^^
  • 술마에 2011/11/01 00:00 # 답글

    마티니엔 정말...
    하지만 진 자체의 느낌과 진토닉에선 헨드릭스를 이길 수 없죠...
  • NeoType 2011/11/01 18:53 #

    술마에 님... 헨드릭스 진은 저는 토닉도 좋지만 마티니에도 참 마음에 들더군요. 특유의 향긋한 오이향과도 비슷한 향에 약간 기름진 듯한 질감이 마티니에도 딱이더군요. 정말 진들은 상표에 따라 맛과 향의 특징이 확실해서 마시다보면 빠져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카운터 2011/11/01 00:50 # 답글

    인천쪽 이마트에 봄베이 사파이어와 핸드릭스 진만 들어와있는데

    최근에 이 놈이 입고되어 있는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가격도 남대문과 비교하면 그렇게 차이가 안 나더군요.
  • NeoType 2011/11/01 18:54 #

    카운터 님... 확실히 요즘 이마트나 대형 매장의 가격들도 무시 못할 수준이더군요. 깔루아나 베일리스, 일부 보드카 및 위스키들은 별 변화 없지만 이런 프리미엄 급의 상품들에서 생각지도 못한 가격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 tom 2011/11/04 21:48 # 삭제 답글

    영하20도에 넣어놓으면 얼지 않나요?

    탱커레이...나름 비쌌던 진 같은데...저렇게 보관했다가 토닉워터에 타 마시면 청량감이랑 맛이 상당히 좋겠군요...

    안그래도 제가 진토닉을 상당히 좋아하는데 말이죠...ㅎㅎ
  • NeoType 2011/11/05 01:33 #

    tom 님... 저 탱커레이 뿐만 아니라 보드카, 럼, 위스키, 브랜디, 데킬라 하여간 모든 알코올 도수 40도 이상의 증류주들은 영하 20도 "정도엔" 얼지 않습니다. 저희 집 냉동실에는 지금 스톨리치나야 보드카 한 병과 이 탱커레이 넘버 10, 그리고 플라스크에 옮겨담은 조니 워커 골드 라벨이 들어있지요.
  • 샷찡 2011/11/04 23:53 # 답글

    전 사다가 냉장실(영상1도)에다 넣어놨더니 어머니하고 여동생이 진토닉 말아서 1센티 남기고 다 드셨더군요...ㅠㅠ

    사고나서 쇼트한잔정도 마신게 다인데...
  • NeoType 2011/11/05 01:33 #

    샷찡 님... 어머님과 동생분이 꽤 술이 강하신가보군요.^^;
    정작 본인은 제대로 마셔보지 못하셨다니 참 아까우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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