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RED] 아구어리베이 (Aguaribay) 말벡 2009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오늘 이야기하는 와인은 아구어리베이(Aguaribay)라 하는 아르헨티나 와인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와인 중 하나인 아구어리베이 말벡 2009년입니다.
"Aguaribay"란 아르헨티나 멘도자(Mendoza) 지역에 있는 나무의 이름이자 이 지역을 상징하는 나무이기도 하다는군요. 라벨에 그려진 나무가 바로 이 아구어리베이 나무를 나타내고 있으며 멘도자 지역은 아르헨티나 와인 전체의 2/3가량을 생산하는 최대 와인 생산지역이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저는 아르헨티나, 그 중에서도 말벡(Malbec)이라는 포도로 만든 와인을 몇 가지 마셔봤는데 이 와인들에서 몇 가지 공통적인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건 마치 호주의 쉬라즈(Shiraz) 와인 만큼이나 풀바디에 가까운 강렬한 바디감에 과실의 향과 맛이 확실하고 진한 맛이 오래도록 이어지는 느낌의 강하고 마시기 좋은 와인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이제까진 그다지 상표나 와인 이름 등을 제대로 기억하고 마시지 않은 편이기도 했고 보통 1~2만원 내외의 중저가 와인이라는 점도 있었기에 그러한 인상이 뇌리에 박혀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오늘 이 아구어리베이 말벡을 마셔보고 그 생각을 조금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실 위에서 말씀드린 호주의 쉬라즈 와인의 일반적인 관념인 "맛과 향이 강렬해 대중적으로 마시기 좋은 캐주얼 와인"이라는 인상도 얼마 전 마셨던 어떤 와인으로 상당히 흔들렸던 터라 와인에 대해 고정관념을 가지는 것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이 호주 와인에 대해선 차후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까지 저는 프랑스의 와인들은 기본적으로 장기숙성을 전제로 만들기에 따서 바로 맛있는 것은 꽤 드문 반면, 칠레나 호주, 미국 등 신세계의 와인들은 대부분 개봉하자마자 마셔도 맛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와인의 맛이 제대로 피어나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와인들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와인에 대한 뉴스에서 나온 이야기이기도 합니다만 이러한 호주나 칠레의 "쉽게쉽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버리는 듯한 정돈된 맛과 오랜 숙성과 깊은 맛을 추구하여 생산되는 와인들도 적지 않다고하니 점차 세계적인 인식의 변화가 진행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

어쩐지 서론이 길었지만 이 아구어리베이 말벡 역시 이러한 신세계를 바탕으로 한 장기숙성 와인의 한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다 제가 이 와인을 골라잡게 된 이유는 라벨 한 가운데 그려진 다섯 개의 화살로 상징되는 라피트(Lafite) 계열 와인인 점도 한 몫했기 때문입니다.

샤또 라피트 로칠드(Chateau Lafite Rothschild)라 하면 프랑스 보르도 뽀이약(Pauillac) 지방에 위치한 그랑 크뤼 클라세(Grand Cru Classe) 1급에 속하며 이 1급에 속하는 다섯 개의 샤또인 라투르, 마고, 오 브리옹, 무통 로칠드 중에서도 최고 중의 최고, 1등 중의 1등이라는 평으로 이름 높습니다. 저도 언젠가, 그게 몇 년이 걸리더라도 이 라피트 만큼은 큰 돈을 들여서라도 꼭 한 병 구하고 말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정도로 이 라피트에 대해 환상과 동시에 동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라피트 로칠드를 소유한 라피트 로칠드 가문은 말 그대로 가문이자 대기업을 넘어선 대기업의 하나라 볼 수 있으며 이러한 라피트 계열의 와인을 구분하는 가장 큰 표식은 라벨 한 가운데에 그려진 화살 문양에 있습니다.

이 문양은 라피트 계열 와인들의 라벨과 뚜껑을 감싼 알루미늄 캡, 코르크 마개 등에 새겨져 있으며 이 문양이 새겨진 와인들은 DBR 라피트 콜렉션(Domaines Barons de Rothschild Collection)이라 불리우며 그 이름대로 바롱 드 로칠드라는 회사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문양이 새겨진 와인들은 흔히 라피트 소유 와인들로 알려져 있으며 유명한 것이라면 라피트 사가(Saga)와 레정드(Legende) 시리즈를 비롯한 프랑스 와인 뿐 아니라 『신의 물방울』 21권에서 등장하기도 했던 포르투갈의 퀸타 도 까르모(Quinta do Carmo) 및 아르헨티나, 남아공 등 전세계에 걸쳐 유명 지역에 포도밭을 소유하여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저 다섯 개의 화살은 유럽에서의 라피트 가문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마이어 로칠드(Mayer Rothschild)의 다섯 형제를 상징한 것이라 합니다. 마이어 로칠드의 다섯 형제는 각각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영국의 런던, 이탈리아의 나폴리, 프랑스의 파리에 따로 살고 있었는데 그의 임종에 가까워 다섯 형제를 모아놓고 화살 다섯 개를 부러뜨려 보라 했던 설이 있습니다. 사실 이 형제들에게 화살을 주고 "한 개는 쉽게 꺾이지만 여러 개는 쉽게 꺾이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교훈은 서구쪽뿐 아니라 동양쪽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삼형제에게 화살 세 개를 부러뜨려보라 헀던 어떤 장군의 설도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허구도 섞여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후 로칠드의 다섯 형제는 협력하여 하나의 자본을 형성하게 되었고 이를 이용해 막내인 제임스 마이어 로칠드(James Mayer Rothschild)는 프랑스 보르도 뽀이약 지방에 위치한 "샤또 라피트"를 사들였고 이것이 오늘날의 샤또 라피트 로칠드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합니다.

다소 허구가 섞여 있더라도 확실한 것은 저 화살 다섯 개처럼 전세계에서 따로 살고 있더라도 형제 간의 협력과 그 강인함을 상징하여 현재의 바롱 드 로칠드는 저 문양을 만들어 라피트 자사의 소유 포도원에서 관리하여 생산된 와인들에 새겨넣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저 문양은 하나의 상징이자 품질 보증서라 볼 수도 있겠군요.

얼마 전에 디캔터 이야기를 하며 언급했던 이 샤또 뻬이르 르바드(Peyre Lebade) 역시 라벨 왼쪽에 새겨져있듯 라피트 소유 포도원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하나입니다. 처음엔 상당히 마시기 힘든 맛이었지만 디캔터를 이용하고 시간을 들여 기다리니 멋진 맛을 보여준 와인이었기에 저 개인적으론 상당히 인상에 남은 와인이기도 합니다.

다시 아구어리베이로 돌아와서...
이 와인도 바로 따서 마셨을 때는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없는 와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처음 따자마자 잔에 조금 따라 맛을 보니 바로 신맛이 돌고 혀에서의 질감도 뻣뻣하고 어딘가 딱딱한 느낌이 들 정도로 텁텁한 맛이 드는데, 이로 미루어 이 와인 역시 좀 더 맛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디캔터에 옮겨볼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래도 프랑스 와인만큼 맛이 풀려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일단 병을 따놓고 계속 기다리며 30분이 지날 때마다 조금씩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30분이 지나도 이 맛은 끄떡 없었고 한 시간이 지날 때 쯤에야 살짝 거슬리는 느낌의 떫은 맛이 점차 약해져가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시간 후 한 모금 마셔봤을 때 이제야 시고 떫은 향이 거의 가시고 말벡 와인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진한 과일향에 살짝 가죽향과도 비슷한 스파이시함이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한 시간 후 세 시간쯤 되니 입에 착 감겨드는 듯한 질감의 아주 마시기 좋은 와인이 되는 것을 보니 이 와인은 아르헨티나라는 신대륙의 와인임에도 프랑스 와인 못지않게 상당한 포텐셜을 가져 장기숙성에도 적절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창 마시기 좋게 피어났을 때의 맛은 처음의 인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변모를 보여줍니다. 잔에 따랐을 때의 와인 색상은 2009년이라는 어린 빈티지임에도 불구하고 잔 반대편이 투과되지 않을 정도의 진한 자주색의 묵직한 질감의 와인이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군요. 한 모금 머금으면 입 안을 꽉 채우는 듯한 풀바디의 묵직함, 검은 서양자두나 카시스 리큐르가 떠오르는 진한 베리향에 입 안을 가볍게 자극하는 후추나 육두구와도 비슷한 스파이시한 향, 마신 후 길게 남는 여운 등 상당히 매력적인 맛입니다. 어쩐지 와인을 마시면서 두껍게 썬 살짝 피가 흐르는 스테이크가 떠오를 정도로 진하게 양념을 하지 않은 고기와 특히 잘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아구어리베이의 가격은 수입사 책정 소비자가는 35000원이지만 구입처에 따라 좀 더 저렴하게 구하실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엔 2만원에 조금 못 미치는 가격에 구할 수 있었는데 이 정도 퀄리티에 이러한 가격이라면 꽤 만족스럽군요.

덧글

  • SJ 2011/11/02 04:21 # 삭제 답글

    아르헨티나 말벡... 저렴하지만 웬만큼 비싼 와인보다 나은 종류가 꽤 많습니다. 아르헨티나가 2000년대 초중반에 디폴트를 겪은 이후 환율이 와장창 낮아진 탓이 크죠... ㅋㅋㅋ 말씀하신 대로 아르헨티나 말벡이나 호주 쉬라즈, 뉴질랜드 피노 누아는 그야말로 "흙속의 진주"들이 꽤 많아요...

    전 주말에 잠깐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ㅎㅎ 면세점에서 Balvenie Golden Cask 14년산을 사서 땄다지요... Islay 위스키와 달리 Peat향은 거의 없고, 대신 부드럽게 톡 쏘는 향이 은근 매력있습니다. Sweet & Spicy한 느낌이네요...
  • NeoType 2011/11/03 00:24 #

    SJ 님... 정말 아르헨티나 와인들은 잘 찾아보면 저렴한 가격대에서 생각지도 못한 퀄리티를 보여주는 와인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나하나 새로운 와인들을 찾아보는 일도 즐겁지요.^^

    한국에 오셨었군요~ 발베니 골든 캐스크라... 그냥 발베니 15년은 마셔봤지만 골든 캐스크라는 종류는 처음 들어보는군요. 언젠가 보이면 저도 구해봐야겠습니다.
  • vindetable 2011/11/02 20:44 # 답글

    보르도에 로스차일드 가문은 셋이나 있습니다. 1은 샤토 라피뜨 2는 샤토 무통 3은 샤토 클락

    저 말벅 와인의 에드몬드 로스차일드는 샤토 클락 소유주 일겁니다.
  • NeoType 2011/11/03 00:32 #

    vindetable 님... 유럽에서의 그 "로칠드 가문"의 시작이 바로 저 마이어 로칠드인 "마이어 암셸 로칠드"이지요. 샤또 라피트를 처음 사들인 제임스 로칠드가 마이어 로칠드의 막내이고, 무똥 로칠드를 처음 소유한 나다니엘 드 로칠드는 마이어 로칠드의 셋째였던 네이산 로칠드의 아들이지요. 거기다 샤또 클라르크를 소유한 에드몬드 로칠드는 바로 저 라피트의 제임스 로칠드의 증손자뻘에 해당하니 라피트 가문이라 봐도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인지 라피트 로칠드 소유 포도원의 화살 문양과 바롱 에드몬드 드 로칠드의 와인들에 새겨진 문양이 미묘하게 다른 점이 보이는 것도 같은 라피트이긴 하지만 친척간임을 나타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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