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ROSE] 베린저 (Beringer) 화이트 진판델 2009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요새는 이런저런 와인 시음회를 참석할 일이 자주 있어 여러 모로 즐거웠습니다. 바로 어제는 저희 회사 주관 행사로 사원과 관계자 대상으로 몬테스 알파(Montes Alpha)로 대표되는 칠레의 유명 와이너리의 하나인 비냐 몬테스의 오너의 한국 방문겸 몬테스 와인들 시음 행사가 있었습니다.

몬테스 알파라면 우리나라에선 마찬가지로 칠레의 1865와 더불어 가장 유명하다고 해도 좋을 와인이자 매장에서의 제 주력상품(..)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추석이나 구정 등의 선물용 및 각종 행사용 와인으로도 몬테스 알파의 까베르네 소비뇽은 매우 많이 팔리며 개인적인 취향면에서도, 그리고 맛이나 가격적인 면에서도 1865보다 우위에 놓는 와인이기도 하군요. 그러한 몬테스 알파 시리즈 및 몬테스의 거의 모든 상품들을 시음할 수 있는 기회라는 건 좀처럼 없기에 매우 유익한 자리였습니다.

이날 시음했던 와인은 몬테스 알파의 까베르네 소비뇽의 2000년에서 2004년까지의 비교적 올드 빈티지들과 메를로, 쉬라, 까르미네르, 피노 누아 등 알파의 레드 와인들과 이들의 상급품들인 몬테스 알파 M, 까르미네르를 이용한 퍼플 앤젤(Purple Angel), 쉬라로 만든 폴리 쉬라(Folly Shira), 그리고 미국 나파 밸리에서 생산되는 나파 앤젤(Napa Angel) 2종 시리즈 및 신상품인 스타 앤젤(Star Angel)의 두 가지 상품, 아르헨티나의 카이켄(Kaiken) 시리즈 등 아주 호화로운 라인업이었습니다. 거기다 호텔 연회장의 간단한 부페 역시 마련되어 있었기에 온갖 호사를 누린 날이었습니다.

와인 회사 소속으로 일하며 이것저것 배우는 것도 많았고 매장에서 일하는 것이 가끔은 힘들 때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런 시음회에 참가할 기회가 생긴다는 점으로 보상 받는 느낌입니다.


이야기가 길었지만 오늘은 로제 와인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미국의 와인 상표의 하나인 베린저(Beringer), 그 중 로제인 화이트 진판델(White Zinfandel) 2009년입니다.

와인의 종류에 대해 세세하게 파고 들면 나라나 지역별로 분류하거나 식전주, 식후주 등 용도에 따라 분류할 수도 있고 알코올 도수나 탄산가스 포함 여부 등 다양한 분야로 구분 가능하나, 주로 레드와 화이트, 그리고 로제 와인 세 가지로 흔히 색상으로 구분됩니다. 물론 레드 와인이라도 레드 와인끼리 색상의 차이가 있고 화이트나 로제 역시 모든 와인이 색상과 색감이 다르지만 일반적인 이미지나 대략적인 색상으로 구분하는 것이지만 사실 거의 모든 와인은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 가능합니다.

레드 와인이라면 가장 보편적인 와인이자 모든 와인의 기본, 그리고 "와인"하면 바로 떠오르는 적 포도주를 말하지요. 가벼운 안주와 곁들여 마시기도 하지만 주로 식사 중 함께 마시는 경우가 많고 포도의 종류나 만드는 방식에 따라 가볍게 마시는 보졸레 누보 같은 와인에서부터 묵직한 질감을 가지는 와인, 장기 숙성이 가능한 와인까지 다양한 종류가 만들어집니다. 탄탄한 구조감을 가진 질감에 떫은 탄닌감과 신맛, 단맛의 조화, 과일향과 숙성에 쓰인 오크향과 숙성에서 오는 향 등 모든 면에서 균형 잡힌 와인이 많지요.

화이트는 두 말이 필요 없는 백 포도주로 레드 와인만큼 식사 자리에서 주역 역할을 하는 경우는 적지만 와인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종류입니다. 레드 와인 못지 않은 다양한 종류의 포도가 사용되며 레드 와인 같은 장기 숙성에 적합한 와인은 많지 않지만 레드 와인에선 느낄 수 없는 신선함과 상큼함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 많습니다. 살짝 단맛이 있는 와인은 식전주나 디저트 대용으로 쓸 수도 있고, 레드 와인은 구입할 때 자칫 잘못 선택하면 도저히 취향에 맞지 않는 와인을 사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화이트 와인은 어지간해선 선택에 실망할 일이 없는 편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이야기할 로제 와인... 어찌보면 이 로제 와인은 아주 애매한 위치에 있는 와인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동시에 로제 와인의 특성이기도 한데, 레드 와인만큼 식사의 메인이 되는 경우도 적고 그렇다고 화이트 와인 대용으로 쓰이지도 않습니다. 거기다 화이트 와인 이상으로 장기 숙성에 적합한 와인은 거의 없다시피 한데다 질감 역시 매우 가벼운 와인이 많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알려진 로제 와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가볍게 마시는 와인", "달콤한 와인", "파티에서 마시는 와인" 등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지요.

이러한 인식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부 맞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로제 와인도 종류가 다양한데 거의 레드 와인 못지 않은 진한 질감에 화이트 와인 못지 않은 풍성하고 신선한 과일향을 가진 와인에서부터 단맛이 없는 드라이 타입에서 스위트한 와인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특히 프랑스 남부 론(Rhone) 지역에 인접한 따벨(Tavel) 지역은 유일하게 로제 와인만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유명하고, 모든 로제 와인은 레드 와인용 포도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그 다양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에선 이러한 로제 와인은 대중적이라 하기엔 그 종류도 다양하지 않고 바로 위와 같은 사람들의 인식도 많아 자주 찾아보기 힘든 종류인 것이 사실입니다. 살짝 달콤한 로제 와인은 가벼운 친목 자리에서 마시기 적합하고 단맛이 없는 드라이한 로제 와인은 식사에서 메인으로 마시기에도 적합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쓰이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지요. 얼마 전 한 와인 강연회에서 프랑스 론 지방 와이너리 관계자의 이야기에 따르면 유럽에선 더운 계절이나 오후에 차게 식힌 로제 와인을 마시는 것이 유행한다고도 하는데,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선 로제 와인이 레드나 화이트만큼 그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와인이 일상화되지 않은 사회 환경이라는 점이 로제 와인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 싶군요.

뭔가 빗나간 이야기가 길었던 것 같습니다만 오늘 이야기하는 이 베린저의 화이트 진판델은 대표적인 달콤하고 부드러운 로제 와인의 하나입니다. 알코올 도수도 10.5도로 일반적인 와인들에 비하면 약간 낮은 편이고 부드럽고 신선한 느낌이 많아 식전주나 가벼운 디저트와 곁들이기 좋은 와인이지요.

라벨에 쓰여 있기로 포도는 화이트 진판델(White Zinfandel)이라고 하는데 이는 "화이트 진판델"이라는 품종이 있다기보단 "화이트 진판델"이라는 생산 방식이 있다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와인을 생산할 때 포도를 찧어 즙을 낸 후 껍질과 오랫동안 접촉시키면 진한 레드 와인이 나오지만 로제 와인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접촉시켜 가벼운 핑크색이 나게 하는 것인 만큼, 껍질에서 우러나는 탄닌감이 적고 신선하고 깔끔한 와인으로 완성됩니다. 이 화이트 진판델이란 미국 고유의 포도 품종인 진판델을 가볍게 짜낸 와인이라 볼 수 있는데 본래의 진판델 품종으로 만든 레드 와인은 살짝 달콤한 풍미에 마치 물에 젖은 여우 가죽 냄새와도 비슷하다고 하여 폭시 플레이버(Foxy Flavour)라는 독특한 향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반면, 화이트 진판델은 살짝 스파이시하면서도 신선하고 마시기 좋은 와인이 나온다고 합니다.

이 베린저라는 와이너리는 미국의 와인 역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회사이기도 하지요. 미국에서의 와인의 역사는 대략 1800년대 중반 서부의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던 만큼, 베린저 와이너리는 1876년부터 시작되었다는 그 긴 역사만큼이나 미국 와인의 역사를 함께 해왔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1920년부터 1933년까지 미국에서 시행된 금주법 기간 동안에도 이 베린저 만큼은 성당의 미사 용도로 와인을 계속 생산한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베린저 와이너리는 가볍게 마시는 와인 뿐 아니라 고급 와인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와인 대중화에 특히 힘을 쓰고 있다고 하며 오늘 이야기하는 베린저의 화이트 진판델 로제 와인은 미국 본토뿐 아니라 전세계 화이트 진판델 와인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만큼, 베린저 와이너리는 미국 와이너리의 당당한 대표 중 하나라 볼 수 있습니다.

뭐, 이야기가 길었지만 와인은 역시 맛이지요. 잔에 한 잔 따랐습니다.
병 너머로 볼 때도 예쁜 색상이었지만 이렇게 잔에 따라놓고 보니 참으로 매력적인 색상입니다. 잔 주변에 떠도는 상큼한 딸기향이나 체리향, 풋사과와도 비슷한 산뜻한 향이 기분 좋게 퍼져갑니다. 가볍게 한 모금 머금으면 신선한 과일 주스를 머금었을 때와도 비슷한 달콤함과 신선함이 입 안 가득 차는데 부드러운 질감에 달콤한 향, 새콤하고 가벼운 산미가 적절히 어울려 아주 기분 좋게 마실 수 있습니다. 이것과 어울리는 음식이라면 고기가 들어간 메인 요리보단 신선한 과일 같은 디저트, 그렇다고 달콤한 케이크보단 산뜻한 무스 케이크 같은 것이 어울리겠습니다. 가볍게 마시자면 복숭아나 파인애플 통조림 같은 것과도 아주 잘 어울리지요.

계절엔 조금 안 맞지만 이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은 특히 여름용 와인으로도 인기 높은데, 도수도 낮은 편인 만큼 이걸 약간 차게 식혀두면 더운 여름 아주 시원하게 꿀꺽꿀꺽 마실 수 있습니다. 물론 너무 차가우면 맛과 향을 제대로 느끼긴 힘드니 평소엔 상온 정도에 두고 마시면 이 신선함과 상큼함을 한껏 즐길 수 있지요.

로제 와인은 그 신선한 특성 탓인지 오래되면 숙성된다기보단 맛 자체가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레드나 화이트 같으면 어느 정도 병 숙성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로제 와인, 특히 단맛이 있는 로제 와인은 만들어진 그 순간이 "완성품"과도 비슷하니 오래된 와인보단 젊은 와인일수록 더 맛이 좋다고 하는군요. 오늘 제가 이야기하는 이 와인은 2009년이지만 요즘은 2010년이 시중에 취급되고 있는 만큼 아마 이것보다 2010년이 더 신선하고 더 맛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의 소비자 가격은 2만 3천원이지만 역시 구입처에 따라 가격이 다르겠습니다. 요즘 저희 매장뿐 아니라 몇몇 매장에선 상당히 할인이 들어가 1만원 초반대에 판매되기도 하니 가볍고 신선한 와인을 즐기시고 싶으시다면 단연 이것을 추천드리고 싶군요.

덧글

  • Kian 2011/12/07 11:08 # 삭제 답글

    앗! 로제와인 ㅇ_ㅇ... 사실 네타님 블로그는 맨 처음엔 이미지부터 들어오는데 보자마자 아 저건 로제와인이구나 하고 알아차렸달까요. 물론 와인의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초심자가 접하기 쉬운 와인이라고도 하고요. 왠지 빛깔이라든가 여튼 그 색감이 확 끌립니다(맛은 어떨지 모르지만). 핏빛 같은 레드와인과 덜 핀 백합꽃 빛깔인 화이트와인 사이에서 장밋빛이란... 확 섞어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쪽이군요. 갑자기 키르가 떠올랐다는... 요새는 칵테일쪽은 안올리시나요?
  • NeoType 2011/12/08 11:01 #

    Kian 님... 로제 와인도 단것부터 무거운 것까지 종류가 참 다양하지요. 그래도 레드나 화이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시기 편한 와인이라는 점은 변치 않을 것 같군요.

    칵테일 쪽은 안 한다기보단 요즘은 집에 붙어 있는 시간이 적다보니 재료들을 갖춰두기 힘들어서 못 하고 있군요. 과일 주스나 레몬 등 금방금방 써줘야 하는 재료들을 갖춰둬도 자주 쓸 시간이 없어 상하게 되는 일이 많으니 당분간은 여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아주 그만둔 건 아니니 가끔이나마 새로운 것들 좀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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