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RED] 제이콥스 크릭 (Jacob's Creek) 쉬라즈 까베르네 2008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벌써 12월도 1/3이 지나가고 어느새 올해도 거의 다 끝나가는군요. 그리고 새삼스럽지만 제가 와인 분야에서 일을 시작한지도 3개월이 지나갔고 짧은 듯 길었던 시간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올해처럼 큰 변화가 많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군요. 2년 4개월여의 군 생활의 종료,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었던 백수 기간, 그리고 어떻게든 자리를 잡고 와인 판매 일을 하며 이런저런 공부를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지금에 이르렀으니 앞으로는 이쪽 분야에서 어떤 방면으로 일을 하게 될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뭔가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었군요. 그러고보니 요즘은 주로 와인이나 위스키 글들을 주로 쓰고 있고 칵테일이나 여타 리큐르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는 편인데, 이는 이쪽 방면에 관심이 식은 것이 아니라 제가 가만히 집에 붙어 있을 시간이 별로 없게 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칵테일을 만들자면 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레몬, 과일 주스 등과 같은 신선한 부재료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막상 재료를 준비해서 한 번 사용하더라도 그 후 3~4일은 저녁 늦게 돌아오고 피곤하기도 해서 며칠동안 방치해놓고 보면 다시 손을 대기가 힘들 정도의 상태가 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손이 가는 칵테일보단 그냥 바로 마실 수 있는 위스키나 와인 쪽에 훨씬 손이 가는 것이 사실이지요.

뭐, 그렇다고 아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니 당분간은 주로 와인과 위스키 글 중심으로 올려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와인 이야기. 호주의 와인 상표의 하나인 제이콥스 크릭(Jacob's Creek), 그 중 기본 상품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쉬라즈 까베르네(Shiraz Cabernet)입니다.

제이콥스 크릭 와인은 기본 상품으로 이 쉬라즈와 까베르네 소비뇽을 블렌드한 쉬라즈 까베르네 외에도 메를로, 그르나슈 쉬라즈 등 몇 가지 상품이 있으나 이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것이지요. 약간 무거운 듯한 진한 질감에 단맛이 적고 과일향이 풍성한데다 가격대 역시 비싼 편이 아니라 쉽게쉽게 마실 수 있습니다.

Jacob's Creek... "Creek"이란 그리 크지 않은 개울, 시내 등을 뜻하는 말로 말 그대로 "제이콥의 시내"라는 이름입니다. 제이콥스 크릭이란 이 와인의 상표이기도 하지만 실존하는 지명이기도 합니다. 호주의 와인 생산지 중 하나인 호주의 남부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에 있는 작은 시내의 이름이라 하는데 이를 처음 발견하고 개발한 사람인 윌리엄 제이콥(William Jacob)의 이름을 딴 것이라 하는군요.

제이콥스 크릭을 생산하는 곳은 올랜도 와인즈(Orlando Wines)라는 이름의 와이너리로 위의 지명에서 추측 가능하듯 바로사 밸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와이너리의 설립자인 요한 그램프(Johann Gramp)는 1847년 처음으로 포도밭을 조성하여 포도 재배를 시작했는데 바로 이 지역이 제이콥스 크릭이라 불리는 곳이었다는군요. 훗날 아예 이 제이콥스 크릭을 와인의 상표명으로 삼아 판매를 시작했는데 오늘날 제이콥스 크릭은 수출 방면에서 가장 성공한 호주 와인의 하나가 되었고 60여개국에 수출되는 세계적인 상표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제이콥스 크릭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와인 중 하나입니다...만, 일부 대형 매장엔 아예 입고조차 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매장에도 이 상품은 없기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구했지만 수입사 가격보다 다소 비싼 값을 주고 구했습니다. 뭐, 가격이야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 물건을 구했다는 점이겠군요. 듣기로는 대형 매장이라면 주로 롯데 마트 등을 중심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합니다.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살짝 아쉬웠던 점은 코르크가 너무 심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코르크를 모으는 입장에선 뭔가 상표명이라도 새겨져 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 몇 개와 숫자만 한두 개 쓰여 있는 정도라 그다지 보관해둘 가치는 없을 것 같군요.

잔에 한 잔 따르면 색상은 역시 쉬라즈 블렌딩 와인 답게 반대쪽이 비쳐보이지 않을 정도의 진한 보라색에 가까운 색상이 나타납니다. 잔에서 피어오르는 향에서 쉬라즈 와인 특유의 가벼운 가죽향 섞인 민트향이 강하게 느껴지며 한 모금 입에 흘려넣으면 질감이 튼실하고 맛이 확실한 마시기 좋은 와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질감은 풀바디에 조금 못 미치는 미디엄 바디 이상의 질감에 진한 자두향에 블랙 커런트 리큐르의 풍미, 어딘가 바닐라와도 비슷한 부드러운 달콤함, 그리고 어느 정도 오크 숙성을 거친 듯 희미한 오크향 역시 느껴집니다. 탄닌감은 적은 편으로 병을 열자마자 거부감 없이 쉽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지만 약간의 시간이 지나니 질감이 좀 더 부드러워지고 느껴지는 맛과 향도 보다 확실해져서 아주 만족스러운 맛이 나는군요.

그냥 마셔도 충분히 맛있지만 치즈나 두꺼운 햄조각, 육포 등이라도 같이 놓고 마시면 아주 맛이 좋을 것 같군요. 물론 고기를 구우며 먹는 식사 자리에서도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은 와인이라 누가 마셔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라는 느낌입니다.

이 제이콥스 크릭 쉬라즈 까베르네의 수입사 책정 소비자 가격은 19000원으로 시중에선 1만원 중반대 정도에도 구입 가능합니다. 가격대도 높지 않은 편이라 와인을 처음 드시는 분, 와인을 좋아하시는 분 어느 쪽이라도 일상적으로 가볍게 즐길만한 와인이라 생각합니다.

덧글

  • 역설 2011/12/10 23:55 # 답글

    쉬라즈 까베르네... 오 맛있을 거 같다 +_+
  • NeoType 2011/12/11 00:49 #

    역설... 이 글 쓰면서 맛있게 마셨음.(..)
    나중에 와인 한 병씩 가지고 어딘가 코르크 차지비 싼데서 한 잔 하지.
  • 역설 2011/12/11 01:36 #

    칵테일이 죽었슴다 ㅜㅜ
  • Kian 2011/12/13 03:16 # 삭제 답글

    헛... 주르륵 읽고나니까 그 다음의 가격은 헛하겠지... 하고 내리려는데 읭?..? 생각 외로 낮아서 놀랐습니다;;
    나중에 집에서 소고기 파티 할때 한병 척 디밀면 괜찮을 법한데요?
  • NeoType 2011/12/13 16:44 #

    Kian 님... 저렴하면서 좋은 와인들도 참 많지요. 이런 와인은 그냥 마시기보단 역시 뭔가 고기라도 있다면 더욱 맛이 좋으니 딱 좋을 것 같군요.^^
  • 엘바트론 2011/12/13 20:55 # 답글

    으음... 와인하니 생각나는데 작년 크리스마스 에 나온 보졸레누보 를 쟁여놓고서는 1년가까이 뒀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제가 특별관리를 하지않아 어머니가 세워서 보관을...(어?!) 하시더군요.

    1년정도는 버틸까요.....
  • NeoType 2011/12/13 21:38 #

    엘바트론 님... 보졸레 누보... 1년 정도는 간신히 버틸 정도지요. 사실 누보는 매년 11월 셋째주 목요일부터 다음 해 부활절 전까지 마시는 와인이라고도 하기 때문에 얼른 따버리는게 답입니다. 세워서 보관했다 하더라도 실내가 너무 온도가 높거나 건조하지 않았다면 코르크만 조금 마르고 말았을테니 지금 바로 시간 있으실 때 따면 무사할 것 같습니다.
  • 엘바트론 2011/12/15 08:12 #

    사실 보졸레누보 를 3년간 숙성해보자! 가 목표였는데 다른두병이 죽어버려서..... 남은 한병을 어떻게할까 고민중입니다.
  • NeoType 2011/12/15 15:28 #

    엘바트론 님... 보졸레 누보를 3년 숙성... 이거 생각도 해본 적 없는 발상입니다.^^;
    솔직히 1년 지난 녀석 땄다가 한 모금 마시고 영 아니라서 버렸던 적이 있는데 잘 되시면 좋겠습니다;
  • 엘바트론 2011/12/16 20:23 #

    슬픈소식입니다, 남은 한병도 죽어있었습니다, 저의 계획은 여기서 좌절되었어요 ;ㅅ;
  • NeoType 2011/12/17 11:14 #

    엘바트론 님... 이거 아쉽군요...;
    다른 와인도 아니라 누보를 오래 보관하시려면 제대로된 보관환경이 첫 번째일 것 같고, 이왕이면 저가의 누보보단 빌라주급, 또는 그 이상의 누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SJ 2011/12/14 01:38 # 삭제 답글

    저거 저도 자주 마시는 와인이죠.. 일단 싸고 괜찮아서 혼자서 홀짝홀짝하기에도 좋고, 친구네 집에 들고가서 부담없이 마시기도 좋습니다. 19,000원이면 여기랑 크게 가격 차이도 안 나네요... (여기서 보통 7유로 정도 합니다)

    지난 주 목요일에는 친구들과 함께 프랑스 와인 4종류 테이스팅 (피노누아 샴페인+부르고뉴 레드 2 (Santenay Pinot Noir, Domaine Nicolas Rossignol Beaune 1er Cru 2008) + 피레네지방 화이트(Cabidos 2006)), 그리고 지난 주 일요일에는 단골 와인샵 (호주+뉴질랜드 전문)에서 하는 public tasting 가서 거의 15종류를 맛보고 왔습니다. Shaw + Smith Chardonnay랑 Shiraz는 한 병씩 업어왔구요. 각각 병당 22.5유로인데 어디서 언제 까마실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ㅎㅎ

    연말연시는 이렇게 술과 함께 가나봐요... ㅎㅎㅎ
  • NeoType 2011/12/14 22:39 #

    SJ 님... 충실한 알코올 라이프(?)군요.^^; 정말 와인은 혼자 마시기보단 여럿이서 하나씩 가져와 여러 가지를 한 번에 맛보는 것이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와인 중에서도 부르고뉴 와인들만큼은 아직 손을 못 대고 있습니다. 저렴한 부르고뉴 루즈 같은 것들도 있지만 조금만 이름 있는 것들로 올라가면 가격대가 하늘을 숭숭 찔러대니(..) 지금은 도저히 무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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