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RED] 이니스프리 (Innisfree) 까베르네 소비뇽 2008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요즘은 선물세트 기간이라 매장일이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구정이 머지 않아 많은 분들이 선물을 준비하시는 시기인데 요즘은 다른 선물세트뿐 아니라 와인 선물세트도 많이 구입하시더군요. 작년 추석도 그렇고 연말이나 구정 같은 시기에 와인 선물을 하는 것이 꽤 일상적이 된 분위기가 느껴져 와인이라는 술이 점차 우리 생활과 친숙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뭐, 그런 만큼 한동안은 저도 꽤 바쁘게 지낼 것 같습니다. 적어도 구정 연휴가 끝나고 행사 정리가 끝나야 조금은 편히 지낼 여유가 생기겠군요. 늘 생각하지만 서비스업이나 유통업은 남들이 쉴때 일하는 직종이다보니 명절이나 기념일은 신나게 일하고 평일에 남들이 바쁠 때 쉬는 뭔가 일반 사람들과 반대로 된 세계에서 사는 느낌입니다;


오늘 소개할 와인은 미국의 레드 와인이군요.
전부터 꼭 마셔보고 싶던 와인 중 하나인 이니스프리(Innisfree)라는 와인입니다.

"이니스프리"라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조셉 펠프스(Joseph Phelps) 와이너리의 "조셉 펠프스 이니스프리 까베르네 소비뇽"이라 불러야겠군요. 조셉 펠프스 빈야드는 미국의 주요 와인산지인 나파 밸리에서도 손꼽히는 유명 와이너리 중 하나인데 이 와인 이니스프리는 조셉 펠프스 와이너리 레드 와인의 가장 기본 상품입니다.

미국 와인이라 하면 어쩐지 프랑스나 이탈리아, 심지어 칠레나 호주, 아르헨티나 등의 와인들에 비해 썩 와닿지 않는 느낌이 듭니다. 무엇보다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1~2만원대의 중저가 와인들은 칠레나 아르헨티나 와인들이 압도적이고 좀 더 고급으로 올라가면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이름있는 와인들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지요. 실제로 흔히 취급되는 1~2만원 이하대의 데일리급 미국 와인들은 딱히 특징이나 맛이 훌륭하다고 하긴 힘든 정말 고만고만한 와인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일단 약간 눈을 높여 3만원, 또는 그 이상대의 와인들을 살펴보면 와인 품질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나파 밸리는 미국 와인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데 나파 밸리의 유명 와이너리의 와인들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의 세계적인 수준의 와인들에 밀리지 않는 고급으로 취급되며 전문가들의 평가 역시 높지요. 물론 가격도 높습니다.(..)

미국의 와인은 여타 와인 생산국들에 비하면 꽤나 친숙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와인 생산 지역도 지역별로 딱딱 구분되어 있고 무엇보다 평소 친숙(?)한 영어로 표기된 지역명과 와인명칭을 사용하기에 알기 쉽지요. 대부분의 미국 와인은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주인 캘리포니아 주와 워싱턴 주 등 서부에 위치한 지역에서 생산되는데 이 지역의 지형이나 지역명을 알아두면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조셉 펠프스 빈야드는 이러한 나파 밸리의 와이너리 중 특정 인물의 이름을 사용한 몇 안되는 와이너리 중 하나입니다. 사실 조셉 펠프스는 최초 1974년부터 제대로 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미국 와인 역사에 있어서는 매우 짧은 역사를 가진 와이너리지요. 그러나 오늘날의 조셉 펠프스 와이너리는 자체 포도원에서 생산한 포도만을 100% 사용해 특유의 개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름 높고, 무엇보다 나파 밸리에서 가장 넓은 포도밭을 보유한 와이너리이자 여러 가지 실험적인 시도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와이너리로 유명합니다.

최초 설립자인 조셉 펠프스 씨는 본래는 건축 회사를 경영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건축 회사를 운영하던 때에도 오늘날 캘리포니아의 유명 와이너리인 러더포드 힐(Rutherford Hill) 와이너리와 샤또 수버랭(Chateau Souverain) 등을 설계하고 지었다고 하는데 이후 조셉 펠프스 씨는 직접 포도원을 보유하고 와인을 생산하기로 결심, 1973년도부터 나파 밸리의 양질의 포도원을 구입하여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하는군요. 그리고 이듬해인 74년 최초로 쉬라 포도를 수확하여 새로운 시설로 와인 생산을 시작한 것이 조셉 펠프스 와이너리의 시작이었다 합니다.

나파 밸리의 좋은 환경과 훌륭한 포도밭, 그리고 그의 실험적인 도전 정신으로 1978년에 최초로 프랑스 보르도 풍 블렌드 와인인 인시그니아(Insignia)를 내놓았는데, 얼마 후 이 인시그니아는 수많은 와인 관련 상을 수상하기 시작했고 로버트 파커 등 와인 평론가들의 좋은 평가로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적인 고급 와인들과 나란히 수준을 겨루는 미국의 대표적인 와인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보르도 블렌드 와인을 메리티지(Meritage)라 부르는데 조셉 펠프스의 와인들은 최고 상품인 인시그니아부터 모든 레드 와인은 이러한 메리티지 방식으로 만들고 특유의 응축되고 농밀한 과일맛이 두드러지는 깊은 맛을 특징으로 합니다.

제가 이 이니스프리라는 와인에 큰 흥미를 느끼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조셉 펠프스 빈야드의 인시그니아의 명성, 그리고 농축된 진한 맛으로 표현되는 와인들을 직접 마셔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그러나 조셉 펠프스의 최고급 와인인 인시그니아는 당장 국내 가격만도 60만원 이상으로 책정된 고가라는 점과 어지간한 매장에선 구경도 하기 힘든 점 때문에 그나마 조셉 펠프스의 가장 기본 상품인 이 이니스프리로 눈을 돌린 것이지요.

Innisfree... 우리나라 모 화장품 상표명으로도 쓰이지만 이니스프리란 많은 분들이 짐작 가능하듯 아일랜드의 극작가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의 시 중 하나인 『이니스프리 호수섬(Lake Isle of Innisfree)』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나 이제 일어나서 가리라, 이니스프리로 가리라..."로 시작되는 시로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담은 내용입니다. 저는 어릴 적 초등학교 때 이 시의 우리말 버전을 배우고 외웠던 적이 있었기에 이 와인의 이름부터가 친숙했습니다.

이 이니스프리 역시 메리타지 방식으로 만들어졌는데 각 빈티지마다 매년 그 블렌딩 비율이 다릅니다. 당장 이 2008년은 까베르네 소비뇽 85%에 메를로 11%, 그리고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4%로 만들어진다 하는데, 2007년 빈티지는 까베르네 소비뇽의 비율이 75%에 나머지 25%는 메를로, 쉬라, 까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으로 구성되었다 합니다. 심지어 가장 최근 빈티지인 2009년은 96%가 까베르네 소비뇽에 3% 메를로, 1%의 쁘띠 베르도로 만들어졌다 하니 그해 그해 뛰어났던 포도 중심으로 블렌드하여 그 품질을 유지해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코르크를 개봉... 그런데 코르크가 너무 심심해서 이 점은 은근히 실망스럽더군요. 저는 이제까지 마신 와인의 코르크들을 전부 보관하는 주의인데 이렇게 아무 무늬나 문구가 새겨져 있지 않은 코르크는 그다지 모아봤자 영 보람이 없기 때문이군요.

그러나 막상 잔에 따르고 한 모금 마셔본 다음엔 코르크 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 한마디로 표현해 이 이니스프리의 맛은 "무거우면서 온화하다."라고 하겠습니다. 처음 잔에 와인을 따라 들여다 봤을 때의 색상은 진한 보랏빛에 가까운 무거워보이는 색상이었지만 막상 향을 맡으면 마치 민트나 봄의 풀향기가 연상되는 향긋한 향이 부드럽게 피어오릅니다. 이어서 한 모금 머금으면 퍼지는 질감과 느낌은 풀바디에 가까운 진한 바디감이 느껴지지만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게 퍼져가는군요. 진한 와인 특유의 떫은 탄닌감조차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거부감 없이 부드럽게 퍼지는 이 맛과 블랙 체리, 카시스 리큐르, 신선한 과일잼이 연상되는 진하고도 다양한 풍미가 느껴지는 것이 이렇게나 밀도가 높으면서도 부드럽고 섬세한 와인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된 느낌이었습니다.

개봉한 후 약 1시간여가 지남에 따라 마치 계피나 박하와도 비슷한 스파이시함이 살짝 돌기 시작하며 섬세했던 향이 한층 힘차게 느껴지기 시작했지만 전체적으로 온화한 와인의 본질은 그대로 유지되는군요. 그야말로 이상향을 뜻하는 "이니스프리"라는 그 이름처럼 이 와인을 즐기는 그 시간 자체가 마음을 온화하고 평화롭게 만들어주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 이니스프리의 소비자가는 8만 9천원으로 기본 상품임에도 제법 고가이지요. 그러나 08년이라는 상대적으로 젊은 빈티지이면서 이 정도의 진하면서도 섬세함이 느껴지는 맛을 실제로 경험해보니 말 그대로 "좋은 와인"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차후 이 조셉 펠프스의 상급 와인들을 하나하나 마셔보고 언젠간 인시그니아도 마셔볼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덧글

  • Kian 2012/01/12 02:49 # 삭제 답글

    그 이름에 딱 맞아떨어지는 와인이네요. 이니스프리하면 아무래도 옛 건물이 허물어지고 난 터에 샘터만 남아서 이끼 낀 돌 사이로 샘이 솟아나오는 그런 게 생각나는데 말이죠. 뭔가 와인의 이미지가 살아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좀 안좋은 편견 같은 게 있는데 아무래도 미국 것은 먹는거라면 잘 안건드리게 된다는... 호평을 받았다는 와인이고 자체 이미지는 참 좋은 것 같은데 말이죠... 에스쁘아가 우리나라 거라고 알려졌다면 잘 안팔린다는 그런 거랑 비슷하려나.
  • NeoType 2012/01/13 01:21 #

    Kian 님... 미국 와인은 정말 데일리 급은 특출난 것이 꼽을 정도인데 프리미엄급으로 올라가면 정말 좋은 와인들이 어마어마할 정도로 많지요. 그나저나 에스쁘아... 이래서 화장품 이름을 어렵게(?) 짓나 봅니다.^^;
  • 케이힐 2012/01/12 15:47 # 답글

    이니스프리!! 한번쯤 마셔보고 싶었던 와인인데... 예전보다 가격이 좀 오른것 같아서 도통 손이 못가네요 ㅜㅠ 아웅~ 부러워요!
  • NeoType 2012/01/13 01:23 #

    케이힐 님... 정말 이렇게 진하면서도 섬세한 와인은 처음이라 마시면서 내내 감탄했지요.

    일단 소비자 가격이 거의 9만원대, 가끔 할인매장 들어가도 7만원대를 찍는 와인이니 좀처럶 선뜻 사긴 힘든게 사실이지요. 가끔... 아주 가~끔 이런 할인매장서 5만원대로 떨어지는 경우가 더러 있으니 그때를 노려보셔도 좋을 것 같군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