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RED] 라 크라사드 (La Croisade) 까베르네 쉬라 2009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요즘 새 글을 쓰는 텀이 점점 길어지고 있군요. 최근 회사의 워크샵 모임도 있었고 몇 가지 서류 작성을 할 것도 있었고 운전면허도 갱신하러 면허시험장에 찾아가고 중간중간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는 등 꽤 분주하게 지냈습니다. 하루하루가 정신 없이 지나가고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 말 그대로 아무 것도 안 하고 푹~ 뻗어 있기 바빠서(..) 쓰고 싶은 글이 있어도 피곤하다는 핑계로 미루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에 하루 이틀이 멀다 하고 새로운 칵테일을 만들어 사진을 올리며 이것저것 글을 쓰고 새로운 걸 찾아 여기저기 동분서주하던 시기의 저는 참 여러 의미로 대단했었던 것 같습니다.

뭐, 지금이 바쁘다는 건 그만큼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라는 의미도 될테니 좋은 일이라 볼 수 있으려나요.


오늘은 꼭 소개하고픈 와인을 하나 이야기해봅니다.
프랑스의 레드 와인으로 최근 국내에 수입되기 시작한 라 크라사드 (La Croisade)라는 와인입니다.

La Croisade... 프랑스어로 발음하자면 대략 "라 크롸자드"(..)쯤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냥 "라 크라사드"라 부르며 "십자가"라는 뜻이라 하는군요. 까베르네 소비뇽과 쉬라 두 가지 포도 품종을 50:50으로 블렌딩한 조금 독특한 와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와인이라면 주로 보르도나 부르고뉴, 또는 론 지방 등의 와인을 떠올리기 마련이고 각각의 지방은 특유의 일정 포도밭과 품종을 이용해 지역색이 뚜렷한 와인을 만듭니다. 그런데 이 라 크라사드라는 와인은 프랑스의 이런 주요 지역이 아닌 프랑스 남부 지역의 하나인 랑그독(Langue d’Oc)에서 생산되는 와인입니다.

프랑스의 수많은 포도밭과 와이너리들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조상 대대로 가족에 의해 운영되는 곳도 많은데 이 랑그독 지역의 포도 생산자들은 바로 이러한 집안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소규모의 작은 밭들을 가지고 있다 합니다. 과거에야 이렇게 소규모의 밭에서 소규모로 생산한 와인을 취급했지만 현대에 들어 점차 수많은 종류의 와인들이 생겨나고 전세계적으로 와인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이러한 소규모 작업으로 생산되는 와인도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지요. 랑그독의 와인은 바로 이러한 소규모 포도밭을 가진 생산자들이 모여 조합을 형성해 공동으로 시설과 설비에 투자를 하여 기술의 개량과 와인 질의 향상에 힘쓰기 시작했다 합니다. 이러한 랑그독을 비롯한 남부 프랑스의 와인들은 바로 이러한 소규모의 토착 품종이나 독자적인 와인 생산 방식을 시도하는 포도밭이 많은 만큼, 여타 보르도나 부르고뉴 등 프랑스의 와인들에 비해 매우 독특한 와인들이 만들어집니다.

오늘 소개하는 이 라 크라사드 역시 이러한 랑그독의 와인 중 하나로 일반적으로 단독으로 쓰이기도 하는 까베르네 소비뇽과 쉬라 두 가지가 동시에 쓰인다는 점이 특이하지요. 둘 다 구조감이 탄탄하고 무거운 질감을 가진 포도인만큼 이 둘을 섞은 와인이라면 당연히 바디감이 묵직한 와인이 만들어질 것이라 쉽게 추측 가능합니다.

거기다 이 와인은 이미 프랑스 본토뿐 아니라 유럽내에서도 꽤 인정받은 와인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만합니다. 사진으론 작아서 잘 안 보이지만 라벨의 오른쪽 귀퉁이에 새겨진 문양은 유럽의 와인 콩쿠르 등에서의 수상 경력을 보여줍니다. 특히 2010년 베를린 와인 경연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는 기록도 있는 만큼 이 라 크라사드를 비롯한 랑그독의 와인들도 다른 지방의 훌륭한 와인 못지 않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요.

이 라 크라사드는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수입되기 시작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대략적으로 시중에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 작년 말, 즉 2011년 10월 즈음부터였고 저도 이 와인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군요. 아직 인터넷 등을 검색해봐도 이 와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소개나 글도 없는 상태이고 심지어 시중에서 취급되고 있는 곳 역시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와인을 마셔보고 이 와인은 조만간 분명히 와인을 마시는 분들 사이에서 알려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밑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만 이 정도 가격에 이만한 품질을 가진 와인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기도 하고 이제까지 제가 이 와인을 추천해서 실망하셨다는 분 역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점도 이러한 생각에 확신을 더해주었지요.

이미 저는 이 와인을 5병 이상은 마셨지만 코르크를 열 때마다 기대가 됩니다.
프랑스 와인이지만 바로 따자마자 잔에 따라 마셔도 쉽게 마실 수 있는 종류이기에 바로 잔에 한 잔 따릅니다.

색상은 진한 보라색에 가까운 검붉은색을 띠며 시각적으로도 제법 묵직한 와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병을 열고 바로 마셔도 마시기 쉬운 맛이지만 20~30분 정도만 지나도 충분히 과실향이 열려 맛있게 마실 수 있지요.

가만히 코 앞에 잔을 가져가면 쉬라 특유의 민트향 같은 산뜻한 향이 떠돌고 풍부한 과실향이 퍼져 마시기 전부터 풍족한 기분이 듭니다. 한 모금 머금으면 입안에 퍼지는 바디감은 풀바디감에 조금 못 미치는 무거운 질감에 바닐라와도 같은 달콤함, 그리고 흡사 진한 포도잼을 입에 넣은 것 같은 진한 응축감이 느껴집니다. 와인을 넘긴 후 느껴지는 약간의 나무향과 묵직한 와인의 잔향이 코 안에 떠돌아 매우 만족스러운 느낌이 드는군요. 평소 단맛이 적고 무거운 질감을 가진 와인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틀림 없이 마음에 들게 될 맛을 가진 와인이라 하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최근 매장에서 이 와인을 취급하며 시음행사를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이 와인이 코르크를 연 후 몇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 실험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어중간한 와인은 병을 막 열어서 마실 때는 맛있을지 몰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신맛이 올라오기 시작한다거나 알코올 향이 강하게 올라오는 등 품질의 한계가 드러납니다. 몇몇 와인은 바로 마시긴 좋지만 짧게는 한 시간만 지나도 도저히 와인의 맛이라고 하기 힘든 맛이 나기도 하는만큼 이 라 크라사드는 어떨지 궁금했기 때문이군요.

시음행사를 하며 열어둔 와인을 6시간 동안 중간중간 조금씩 확인해봤는데 약간 맛이 가벼워진 것을 제외하곤 특별히 신맛이 올라온다거나 알코올 맛이 두드러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6시간이 지났음에도 특유의 탄탄한 구조감이 무너지지 않아 이 와인은 정말 좋은 와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지요.


이 라 크라사드의 수입사 책정 소비자가는 3만 5천원으로 현재 이 상품이 있는 백화점 등에선 이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하는군요. 제가 있는 매장 같은 경우엔 2만 5천원에 취급되지만 할인 행사를 하는 경우엔 1만원 중후반대에도 구하실 수 있습니다.

가격대에 비해 놀랄만한 품질을 보여준 와인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없다는 점이 참 아쉬운 와인입니다. 차후 좀 더 홍보가 이루어져 많은 분들이 이 와인을 접해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덧글

  • 2012/02/24 12:4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NeoType 2012/02/24 17:21 #

    비공개 님... 안녕하세요~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류쪽에 관심이 생기셨다니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쁘군요. 이 와인 같은 경우 최근은 이마트 일부 지점이나 롯데 백화점 몇몇 군데에서 취급되고 있다 합니다. 제가 일하는 곳도 이 중 하나인 이마트의 성수점이지요.

    언젠가 찾아와주시면 뵐 수 있겠군요. 매일 항시 있는 것이 아니기에 엇갈릴수도 있지만 웬만한 오후시간엔 매장에 있겠습니다.
  • 역설 2012/02/24 23:41 # 답글

    프랑스 와인이라길래 가격이 걱정되었는데 의외로... 아니 꽤 싸네?!
  • NeoType 2012/02/28 17:39 #

    역설... 이번에 들어온 물건 중 정말 대박 하나 건진 느낌이지.
    싸고 맛도 괜찮으면 사야지. 두 개 사야지.(..)
  • SJ 2012/02/27 14:03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로 이런 와인이야말로 와인 고르는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와인이라고 봅니다. ^^ 저렴하지만 맛은 저렴하지 않고, 오오오~ 하면서 놀라움을 자아내는 와인 말이지요... ㅎㅎ
  • NeoType 2012/02/28 17:40 #

    SJ 님... 저도 꽤 마음에 들어 이제까지 몇 병이고 마셨지요.^^
    앞으로도 이런 물건들이 많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 라뱅쓰리런 2012/03/12 23:21 # 삭제 답글

    저에게 와인이란 '사치의 눈물'이란 느낌이 강했는데 네타님의 글을 보니 와인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네요.
    가성비가 꽤 좋다고 하니 낭중에 다른사람과 저녁식사할때 같이 마시면 딱 좋겠습니다.
    근데 인지도가 낮다하니 왠만한 레스토랑에 배치되어있을지;;
    암튼 항상 뽐뿌질을 넣어주셔서 제 지갑의 영혼을 뺏으시는 네타님에게 늦었지만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 NeoType 2012/03/13 13:42 #

    라뱅쓰리런 님... 뽐뿌질이군요.^^; 역시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실 우리나라 와인 값이 비싼 편이긴 하지요. 정확히는 주류 자체 가격이 높은 것이라 봐야겠지만요. 아마 이 와인은 갖춰져 있는 가게 이전에 판매하는 곳 역시 많지 않기 때문에 외식하며 마시려면 직접 사가지고 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 봅니다.
  • 리자드킹 2012/03/13 22:49 # 삭제 답글

    어지간한 중소규모 이마트에는 들여놓질 않더군요.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14500원에 구입할수 있었습니다
  • NeoType 2012/03/15 00:51 #

    리자드킹 님... 좋은 시기에 구입하셨군요.^^ 지금은 할인 기간이지만 조만간 가격을 원래대로 올린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저도 몇 병 마련해둘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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