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보모어 17년 (Bowmore 17 Years Old)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어느 새 3월이군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외출할 때마다 두껍게 껴입고 다니다가 점차 날씨가 선선해지기 시작해 포근한 느낌마저 들어 한창 놀러다니기 좋은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저는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다보니 큼지막한 장갑에 마스크 등 겨울용 방한구로 무장하고 다니다가 이제 이걸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날씨가 좋아져 한층 자전거를 탈 맛이 나고 있습니다. 가끔은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는 대신 어딘가 휙~ 하고 놀러가고 싶을 정도로군요.(..)

오늘은 오랜만에 위스키 이야기를 하나 해봅니다.
스카치 싱글 몰트, 그 중에서도 유명한 아일레이 몰트 중 하나인 보모어(Bowmore)의 17년입니다.

용량은 750ml인 표준품, 알코올 도수 43도로 통상적인 위스키들에 비하면 약간 높은 정도입니다.
보모어라 하면 위스키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그것도 아일레이 몰트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 이상은 꼭 마셔보셨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상표이기도 하지요. 흔히 "Islay Malt"라는 위스키 종류에서 대표적인 상표 몇 가지를 꼽자면 당장 떠오르는 아드벡(Ardbeg), 라프로익(Laphroaig) 등과 더불어 보모어가 거론될 정도로 아일레이 싱글 몰트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위스키입니다.

보모어의 위스키들은 특유의 요오드향과도 같은 피트향을 특징으로 하는 아일레이 몰트의 다양한 위스키들 중 특히 맛이 섬세하고 산뜻한 과실향이 떠오르는 것으로 유명하지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이 보모어 17년은 이름 그대로 스코틀랜드의 아일레이 섬에 위치한 Bowmore라는 도시에 위치한 증류소에서 만들어지는 위스키입니다. 보모어라는 도시는 아일레이 섬에서도 행정적인 수도 역할을 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증류소의 이름 역시 이 지역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기에 "보모어"라 하면 도시 이름과 증류소 이름 두 가지를 지칭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17년은 보모어 증류소에서 생산하는 상품 중 하나이지만 표준적인 상품이라 볼 수는 없는 종류로, 한 마디로 면세점용 위스키입니다. 표준적인 상품, 다시 말해 일반 시중에서 취급되는 보모어의 종류는 12년, 15년, 18년 등이며 이런 17년이나 보모어 캐스크 스트랭스(Cask Strength) 등 기타 다양한 종류의 보모어들은 대부분 면세 상품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들도 전부 보모어 증류소에서 만들고 있는 정식 상품들이니 내용물이 가짜라거나 위조품일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모어 증류소는 아일레이 섬 서쪽에 위치한 깊은 만(灣)인 인달 만(Loch Indaal, 로크인달)의 남쪽 해안가에 위치해 있습니다. 여담으로 이 인달 만의 북부 안쪽 해안가에는 역시 아일레이 싱글 몰트로 유명한 브뤼라디(Bruichladdich)와 포트 샬로트(Port Charlotte)라는 도시가 있지요. 보모어 증류소는 지금으로부터 200년 이상은 이전인 1779년에 설립되었다 하며 이는 스코틀랜드에서도 특히 오래된 증류소들 중 하나라 하는군요. 위스키 병의 아래쪽에도 "THE ORIGINAL ISLAY 1779 MALT"라는 양각 무늬가 새겨져 있는만큼 이는 보모어 증류소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지요.

아일레이 섬의 만에 위치한 지형적 특징과 오래된 역사로 보모어 증류소는 위스키 자체를 떼어놓더라도 꽤나 다양한 이야기거리와 긴 세월동안 겪어온 다양한 변화, 그리고 이에 따른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모어 증류소는 1779년 최초 존 P 심슨(John P. Simpson)이라는 상인이 설립한 이래 지금까지 계속해서 소유자가 바뀌어 왔습니다. 오늘날의 보모어 증류소는 Morrison Bowmore Distillers Ltd.라는 회사가 소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는 일본의 식음료 관련 대형 기업인 산토리(Suntory)의 지주회사의 하나라 하는군요. 이러한 점도 있기에 이 보모어는 일본 내에서도 꽤 인기 있는 싱글 몰트라 합니다.

또한 보모어 증류소는 깊은 만의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보니 2차 세계대전 중에는 공군 기지로 사용되었다 하는군요. 연안 방위대(Coastal Command)라고 부르는 이 부대는 플라잉 보트(flying boat)라고 부르는 수면에서 이착륙이 가능한 비행기를 운용하며 해군을 지원하고 적의 잠수함을 공격하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전쟁 중에는 증류소로서 기능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후 전쟁이 끝나고 보모어 증류소는 다시금 위스키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이 전쟁 중에 지어진 방공호를 위스키 저장실과 숙성실로 이용하게 되었다 하는군요. 이 방공호는 바다보다도 더욱 깊은 위치에 지어졌던 만큼 해안가에 위치해 있지만 파도 등의 진동에 영향을 받지 않아 매우 조용하여 그야말로 이상적인 위스키 저장고가 되었다 합니다. 

보모어 증류소는 예로부터 아일레이 섬에서 수확한 보리만을 가지고 위스키를 만들었으나 점점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다보니 점차 스코틀랜드 본토에서 수확한 보리도 들여와 만들기도 한다는군요. 보모어 위스키의 제조과정 중 특히 눈에 띄는 점이라면 고전적인 방식인 플로어 몰팅(Floor malting) 방식을 이용해 맥아를 건조시켜 만든다는 점입니다.

위스키를 만드는 과정은 먼저 보리의 선별과 이를 발아시켜 맥아를 만들고 이를 건조시키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맥아를 건조시키는 과정은 석탄, 피트 등의 연료를 태운 연기와 고온의 공기를 불어넣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맥아 건조실에 수분을 머금어 발아한 맥아를 10~20cm 두께로 넓게 펼쳐놓고 건조시키며 중간중간 맥아들을 뒤섞어 고르게 연기와 열기를 쐬어주어야 하는데, 플로어 몰팅 방식이란 바로 이 뒤섞는 일을 사람이 직접 나무삽을 가지고 일일이 해주는 방식을 말합니다. 사람이 직접 쌓인 맥아층을 뒤섞는 만큼 밑바닥에 깔린 맥아를 삽으로 퍼올려 위로 올려주는 작업을 반복하면 전체적으로 고르게 건조가 이루어져 일정한 품질의 몰트들을 만들 수 있지요. 이 과정을 자동적으로 하는 경우는 공압식 몰팅(Pneumatic malting)이라 하여 고압의 바람을 불어넣어 맥아를 날려 뒤섞는 방식인데, 이 방식의 단점은 사람이 삽으로 퍼올리듯 "밑바닥의 맥아를 위로 퍼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품질이 다소 고르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지요.
 
이러한 사람의 힘들 이용한 플로어 몰팅 과정을 거친 양질의 몰트들과 깊고 조용한 위스키 저장실, 양질의 보리를 이용해 만드는 보모어의 위스키는 말 그대로 사람과 자연의 합작품이라 부를만 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길었지만 이제 한 잔 마셔봐야지요.
색상은 사진으론 조금 어둡게 나왔지만 약간의 갈색빛 도는 금색이라는 느낌이군요. 가만히 코를 가져가면 느껴지는 향은 상당히 산뜻한 과실향과 함께 약간의 스모키한 피트향이 느껴져 아일레이 몰트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모어의 12년을 마셨을 때는 이러한 산뜻한 과일향과 함께 부드러운 위스키의 질감으로 이 피트향을 놓치면 아일레이가 아니라 글렌리벳 등 하이랜드 위스키들을 연상할 수도 있을 정도의 부드러운 맛을 보여주는데, 이 17년은 한층 깊은 숙성감으로 섬세함과 강함을 동시에 가진 느낌입니다.. 입에 조금 흘려넣으면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곡물향이 느껴지고 뒤이어 숙성에서 오는 무거운 나무향과 한층 진해진 피트향이 동시에 느껴져 입안이 가득 차는 느낌이군요. 위스키를 넘기고 가만히 숨을 내쉬면 느껴지는 깔끔하면서도 개운한 잔향이 오래도록 남는 것이 계속해서 마시더라도 전혀 질릴 것 같지 않은 맛입니다.

아드벡이나 라프로익 같이 피트향이 진한 위스키들은 맛은 좋아도 여러 잔을 마시긴 힘든 느낌인데 보모어같은 부드러운 피트향을 가진 위스키는 몇 잔이고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저는 이 17년을 몇 년전 면세점에서 약 7만원대에 구입했는데 요즘은 어떨까 모르겠군요.
어지간한 아일레이 몰트들이 그렇듯 약간 가격대가 있지만 요즘은 시중에서도 면세점용이 아닌 일반품 보모어 12년이 약 8만원 내외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으니 쉽게 구할 수는 있습니다.

특유의 섬세함과 온화한 맛으로 아일레이 싱글 몰트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위스키라 생각합니다.

덧글

  • 오군 2012/03/02 20:47 # 삭제 답글

    눈여겨 보던 위스키 중 하나인데!! 글 재밌게 읽고 갑니다.
  • NeoType 2012/03/03 13:09 #

    오군 님... 언젠가 한 병 들여놓으셔도 좋을 위스키지요~^^
  • 카운터 2012/03/02 23:19 # 답글

    보모어 17년... 색깔이 정말 예쁘군요. 아일레이계 위스키는 접해본적이 없어서 어떤 향과 맛이 날지 상상이 안가는군요. 언제 한번 기회가 되면 남대문에서 구해봐야 되겠습니다.
  • NeoType 2012/03/03 13:10 #

    카운터 님... 아일레이도 하나둘 마시다보면 어느 새 빠져들어 다양한 걸 마셔보고 싶어지더군요.
    다음 번엔 라프로익 쿼터 캐스크 한 병 구입해서 제대로 마셔볼 생각입니다. 여기저기서 한 잔씩 마셔본게 전부라 천천히 놓고 즐겨보고 싶더군요.^^
  • SJ 2012/03/03 08:13 # 삭제 답글

    보모어 좋지요... 어제 잘 들어가셨죠? 조만간 또 뵈요~ ㅎㅎㅎ
  • NeoType 2012/03/03 13:11 #

    SJ 님... 어젠 즐거웠습니다~^^
    쪼~끔 과음한 것도 같습니다; 다음에 뵙지요~
  • KMC 2012/03/04 01:01 # 삭제 답글

    보모어 맛있는 아일라죠 ㅎㅎ 부드러우면서 은은한 과일향이 나는게 괜찮죠
    보모어는 일본에서에서 증류소 인수하고서 스코틀랜드 현지쪽에서는 엄청 욕을 먹었다는 소리를 들은적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인수하기 전에 나왔던 보모어는 정말 맛있다고 들었는데 그거를 구할려면 현재 나오는 보모어의 가격보다 더 비싸게 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정도로 물건이라고 하더라고요.
    국내에 아직 올드 보모어가 몇병있다는 소문이 있다곤 하지만 이미 주류쪽에서 유명한사람들이 싹쓸어갔단 이야기를 들어서...
    그래도 명술은 명술입니다. 다음번엔 라프로익을 리뷰 해주세요 ㅎㅎ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일라 위스키라서요 ㅎㅎ
  • NeoType 2012/03/05 01:48 #

    KMC 님... 일본에서 인수하기 전의 보모어라... 생각해보니 그때와 지금은 맛이 다른게 당연할지도 모르겠군요. 과연 이제와서 그걸 구하는건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라프로익은 머지 않은 시기에 새로 한 병 구입할 예정인데 그때쯤에야 정리해볼 예정입니다.
  • KAZAMA 2012/03/08 23:21 # 답글

    향이 진할것 같군요
  • NeoType 2012/03/13 13:36 #

    KAZAMA 님... 좋은 위스키는 향만 맡아도 마치 마셔본 것 같은 착각이 들지요.^^
  • 마하 2012/03/12 00:57 # 삭제 답글

    보모어 도시라고 하기엔 뭐랄까,,,
    우리나라에 읍내정도의 느낌??
    왠지 도시라는 말이 안어울리는듯 합니다 ㅋㅋ
    촌구석이지만 너무 사랑스러운 촌구석
    또 가고싶네요 ㅠㅠ
  • NeoType 2012/03/13 13:37 #

    마하 님... 저는 이런저런 자료나 사진 정도만을 알고 있기에 상상만 할 뿐이지만 역시 본토에 가보신 분의 말씀은 참고가 되는군요.^^ 저도 언젠가 꼭 가보고 싶습니다~
  • 김신학 2014/01/16 12:02 # 삭제 답글

    보통 어디서 구입을 하시나요?! 저가 알아본데는 12년인데 12만 부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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