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또 무똥 로칠드 1975 구입.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최근 저는 꽤나 희귀한 와인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의 1등급 와인 다섯 가지 중 하나인 샤또 무똥 로칠드의 1975년 빈티지입니다.

Chateau Mouton Rothschild, 샤또 무똥 로칠드.
흔히 프랑스 보르도의 5대 샤또라고도 부르는 샤또 라피트 로칠드(Lafite Rothschild), 마고(Margaux), 오브리옹(Haut-Brion), 라뚜르(Latour), 그리고 무똥 로칠드의 다섯 와이너리 중 마지막으로 그랑 크뤼 클라세 1급으로 등록된 샤또입니다. 정확히는 1855년에 처음 지정될 때에는 2급이었다가 끊임 없는 노력으로 1973년에 이르러 비로소 1급으로 승격된 포도밭이지요.

와인에 깊은 관심을 갖기 되기 전 각종 주류에 대해 공부를 하던 시점에서부터 이 다섯 샤또들의 이름은 어디에서나 프랑스의 고급 와인들의 예시로 언급되기도 했기에 이름은 매우 친숙한 와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름은 많이 들어보고 실제로 주류 매장이나 와인샵 등에서 실물을 자주 볼 수는 있는 와인이지만 가격만큼은 절대 친숙하지 않은 와인이기도 하지요.(..)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의 보르도 1급 와인들은 못 해도 90만원대, 그 이상으로 오르는 일도 많고 싸게 나와봐야 70만원 내외로 거래되는 편이니 말이지요.

그러던 제가 제가 이 병을 직접 구입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와인에 관심이 생기며 한달에 거의 50~60만원은 다양한 와인 사는데 쓰는 저이지만 한 병에 30만원 이상의 고가들은 거의 엄두도 못 내지요. 그러나 저는 매우 운 좋게 이 와인을 구입할 수 있었는데 최근 있었던 와인 할인 행사에서 극소량 한정적으로 풀린 물건이 정말 운 좋게 저희 매장으로 들어왔고, 그걸 제가 구입한 것이지요. 말 그대로 판매 사원의 특권이라 할 수 있으려나요.(..) 가격은 70만원.

1975년 빈티지... 정확히 저보다 10살 많군요. 병을 살펴보니 라벨은 군데군데 얼룩이 생겨있긴 하지만 찢어진 부분이라거나 손상된 부분은 없이 아주 말끔한 상태입니다. 보관 상태가 매우 좋았던 것 같더군요.

와인에 대해 관심이 생긴 이래 저는 프랑스 보르도의 1급 와인 중 꼭 마셔보고 싶은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5대 사또 중 필두라 할 수 있는 샤또 라피트 로칠드, 그리고 처음엔 2급이었다가 실력과 노력으로 1급으로 승격된 이 무똥 로칠드지요. 그것도 최근 빈티지라 할 수 있는 2000년도 내외의 상대적으로 젊은 와인과 거의 20~30년 이상 된 오래된 빈티지를 각각 마셔보고 싶었는데 그 중 하나를 마침내 제 손에 들게 되었군요.

보통 와인은 병 목의 잘록한 부분 위쪽에서 캡실의 경계 부근까지 와인이 채워져 있습니다. 이 병을 보면 다소 수위가 낮아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지요.

오래된 와인은 와인의 수위가 낮아지기 마련입니다. 물론 젊은 와인들 중에도 보관상의 문제나 불량 등의 이유로 와인이 새거나 하는 등 수위가 낮아지는 일도 있지만, 오래된 와인은 병 내부에서도 자연적으로 증발하는 양도 있기에 이렇게 수위가 낮아지는 것이지요. 위스키를 숙성시키는 오크통에서도 미세하게 나무통에 수분이 흡수되고 내부 공간으로 증발하여 약간의 양이 적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와인도 코르크를 통해 비슷한 현상이 생기는 것이라 볼 수 있지요.

어느 정도 수위가 낮아지긴 했지만 큰 양의 변화는 없는 만큼 와인의 보관 상태가 양호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군요.

보르도의 와인의 분류 중 1급에서 5급까지 정해진 그랑 크뤼 클라세(Grand Cru Classe)는 최초 1855년 나폴레옹 3세가 세계 여러 나라에 보르도 와인을 소개하기 위해 파리 박람회에서 공식적으로 분류한 것이 시초입니다. 이때 수많은 보르도의 샤또에서 와인을 출품받아 보르도 상공회의소와 함께 오랜 세월에 걸친 각종 와인의 평판과 품질, 판매량 등 여러 자료를 기반으로 분류한 것으로 이때 정해진 등급은 오늘날까지 큰 변화 없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지요. 어찌보면 특정 밭에서 나온 것은 무조건 그 등급으로 분류되니 불공평한 점도 있지만 이 등급에 속한 샤또들은 자신들의 명성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때 정해진 등급이 지금까지 아주 변동이 없는 것은 아니라 소소하게 변동해 왔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바롱 필립 드 로칠드(Baron Philippe de Rothschild)의 샤또 무똥 로칠드가 1973년 2급에서 1급으로 승격된 것이지요. 이를 위해 무똥 로칠드는 50여년간 투쟁하며 노력해왔고 마침내 그 결실을 맺었다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나온 유명한 말이 "나는 2급이었다, 지금은 1급이다. 무똥은 변하지 않는다."("Premier je suis, second je fus, Mouton ne change", "First I am, second I was, Mouton does not change")로, 무똥 로칠드의 자신감을 한 마디로 함축한 말이라 할 수 있지요.

1975년이라면 무똥 로칠드가 1급으로 승격된 직후의 와인이겠군요. 빈티지 차트를 살펴보면 1975년은 보르도에서는 제법 괜찮은 해더군요. 그런데 무똥 로칠드의 70년대 와인들의 점수를 살펴보면 이 75년은 딱히 좋았던 해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무똥은 무똥, 그리고 75년이면 지금까지 37여년 정도 버텨왔을 것이니 아직 와인 자체는 살아 있을 것이라 봅니다.

그러고보니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Robert M. Parker, Jr)의 보르도 와인 컨슈머 가이드에 마침 무똥 로칠드의 75년에 대한 테이스팅 노트가 있더군요. 그리고 무똥 로칠드의 70년대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이 있었는데 이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975 : RP 88
This wine has finally begun to reveal some potential after being closed and frightfully tannic for the last decade. The wine exhibits a good dark ruby/garnet color, a sweet nose of cedar, chocolate, cassis, and spices, good ripe fruit and extraction, and a weighty, large-scaled, tannic finish. Although still unevolved, it is beginning to throw off its cloak of tannin and exhibit more complexity and balance. I remain concerned about how well the fruit will hold, but this wine will undoubtedly hit its plateau around the turn of the century. Putting it in the context of what is a largely disappointing range of Mouton Rothschilds in the 1970s great bottles of the 1970 are superior to the 1975, but this is clearly the second-best Mouton of an uninspiring decade for this estate. Last tasted, 11/01.

2001년 11월에 시음했을 당시 로버트 파커의 1975년 빈티지에 대한 평가는 88점으로 상대적으로 무똥으로서는 낮은 점수더군요. 테이스팅 노트에서의 평은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무똥으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는 평이로군요. 이 책이 발매된 이후에도 약간의 점수 변화가 있었는지 최근 인터넷에서 찾아본 무똥 1975년의 로버트 파커 포인트는 91점으로 좀 더 높은 편이더군요.

뭐, 제가 이 와인을 언제 개봉할지는 모르지만 저 평가를 한 이래 10년 이상은 되었고 그동안 와인의 맛도 더 좋아졌을 수도 있고 이제 서서히 꺾이기 시작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래도 저의 첫 보르도 1급 와인으로서의 의미도 큰 와인이기에 얌전히 셀러에 넣어두고 잘 보관해두다가 적당한 시기에 따볼 예정입니다.

덧글

  • KAZAMA 2012/03/13 13:41 # 답글

    가격은..........크고 아름답습니까?
  • NeoType 2012/03/13 13:43 #

    KAZAMA 님... 난생 처음 할부라는 것을 써봤습니다.(..)
    이거 버릇되면 큰일나겠더군요;
  • 역설 2012/03/13 14:49 # 답글

    단 하나의 변화… 그랑 크뤼 1급… 으아…
  • NeoType 2012/03/15 00:40 #

    역설... 모든 일은 처음 한 번이 힘들다고 하니 이제 앞으로 이런 거 사는데 맛 들이는거 아닌가 모르겠네;
  • 역설 2012/03/15 13:37 #

    나... 나 한 모금... 아니 한 방울이라도...
  • NeoType 2012/03/16 22:37 #

    역설... 눈으로 마셔라. 두 번 마셔라.(..)
  • Frey 2012/03/13 14:51 # 답글

    밸리에서 제목만 보고 설마 했는데 진짜로군요^^ 맛있게 드시길 바랍니다.
  • NeoType 2012/03/15 00:40 #

    Frey 님... 저 자신도 설마 당장 이런 걸 사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지요;
    좋은 날 좋은 기회에 열어봐야겠습니다~
  • 레키 2012/03/13 15:17 # 답글

    - 으악! 대단한 와인을 사셨구만... 따기 전에 연락해줘 ㅋㅋㅋ KTX 를 타고 날라가겠어!
    +
    그러고보니 요즘 칵테일 글이 뜸하구만... 일하는 곳 때문일까;
  • NeoType 2012/03/15 00:41 #

    레키 씨... KTX...^^;
    아무래도 집에 붙어 있을 시간도 적고 와인쪽을 많이 접하다보니 칵테일 쪽은 정리할 시간이 없는게 사실이네;
  • 빛날輝 2012/03/13 17:48 # 답글

    우와................ 제발 향만이라도 좋으니 따실 때 구경 좀ㅜㅜ
  • NeoType 2012/03/15 00:41 #

    빛날輝 님... 아마 이걸 따는 날은 포스팅 제대로 하는 날이 될 것 같습니다.(..)
  • 술마에 2012/03/13 18:28 # 답글

    저....저도 좀 ㅜㅜㅜㅜ
  • NeoType 2012/03/15 00:42 #

    술마에 님... 이런 와인이야말로 정말 혼자 마시긴 아까운 녀석이지요.^^
  • 채다인 2012/03/13 19:00 # 답글

    안녕하세요 친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ㅁ;)....

    는 아니고;;맛있게 드세요 +_+
  • NeoType 2012/03/15 00:43 #

    채다인 님... 막상 가지고 있으니 언제 따야할지 모를 애물단지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 tom 2012/03/13 19:49 # 삭제 답글

    저거 한 병이면 글렌피딕이 몇 병이죠?ㄷㄷㄷ
  • NeoType 2012/03/15 00:45 #

    tom 님... 12년으로 6개들이 두 박스는 됩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참 대단하군요;
  • 칼츠상단 2012/03/13 21:10 # 답글

    로쉴드ㄷㄷ
  • NeoType 2012/03/15 00:45 #

    칼츠상단 님... 다음 번은 라피트 로칠드를 목표로 해볼까나요.^^
  • vindetable 2012/03/13 21:45 # 답글


    1975년 라벨은 앤디 워홀이 그렸네요 마시고 라벨도 잘 보관해야겠어요^^

    번개치시면 참석합니다 (응?)
  • NeoType 2012/03/15 00:46 #

    vindetable 님... 그러고보니 라벨 그림 옆에 서명이 있군요. 무똥은 매번 디자이너가 바뀐다더니 라벨도 보관할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와인은 적어도 혼자선 절대 딸 수 없는 물건이니 언제 딸지 기회를 봐야겠습니다.
  • 카운터 2012/03/13 22:01 # 답글

    이것이야말로 올드 빈티지의 압도적인 패기군요. 멋집니다.
  • NeoType 2012/03/15 00:47 #

    카운터 님... 이제까지 마셔본 올드 빈티지 와인은 1989년이 최고 오래된 것이었는데 이건 75년이니 한참 오래됐군요. 저보다 나이 많은 와인을 마셔보게 되는 건 처음이군요.^^;
  • SJ 2012/03/14 14:08 # 삭제 답글

    오오오오오.... 저건 최소한 결혼하셔서 와이프랑 첫날 밤에 까셔야 하는 와인입니다...
  • NeoType 2012/03/15 00:48 #

    SJ 님... 결혼이군요.^^;
    뭐, 어찌 됐든 그리 머지 않은 시기에 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이 75년은 이제 슬슬 숙성의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을까 싶군요.
  • KMC 2012/03/14 15:24 # 삭제 답글

    5... 5대 샤또 ㄷㄷㄷㄷㄷㄷㄷ....
    와인에 대해서는 무지하지만 이름만 들어도 설레입니다 ㄷㄷㄷ...
    정말 귀한날에 열어야 되는 와인이네요
  • NeoType 2012/03/15 00:49 #

    KMC 님... 매번 5대 샤또, 5대 샤또 하는 소리는 많이 들어봤지만 막상 실제로 한 병을 손에 들어보면 그 무게감이 남다르게 느껴지는군요. 이거 떨어뜨리면 얼마야, 하는...^^;
  • 레오 2012/03/15 09:03 # 삭제 답글

    이런와인은 따는날 다 마셔야하나요?
  • NeoType 2012/03/16 22:37 #

    레오 님... 일반적인 와인들... 특히 중저가의 일반 테이블 와인들은 심하면 2~3시간만 지나도 맛이 꺾여버리는 것도 있으니 일단 따면 그날 바로 마셔버려야 하는 것이 많지요.

    단, 프랑스의 와인들 중 이 무똥처럼 장기숙성을 전제로 한 와인들은 하루 이상 지나도 와인 맛이 꺾여버리지 않고 오히려 공기 중에서 맛이 더욱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요. 물론 일단 개봉해버리면 그 어떤 와인이라도 오래 보관할 수 없으니 그날 중에 전부 마시는게 정답이지요.
  • 2012/03/28 15:3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NeoType 2012/03/30 15:15 #

    비공개 님... 안녕하세요~ 제 블로그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메일로 답장 드렸습니다.
  • 루리도 2012/04/16 12:28 # 답글

    헉!! 이거 정말 부럽군요!!
    (전 기회가 되어도 못 샀을듯..ㅠ.ㅠ)
  • NeoType 2012/04/17 12:18 #

    루리도 님... 일단 덜컥 구입하긴 했지만 앞으로 이걸 언제 따야 할지가 문제입니다.(..)
  • 2012/05/07 19:5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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