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의 보졸레 누보.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요즘 저는 쉬는 날마다 운전 연습 중입니다. 아직 차는 없지만 아무래도 조만간 운전을 하고 다녀야 할 일이 있을 것 같기에 미리 연습을 해두는 것이군요. 면허야 이미 예전에 따뒀지만 말 그대로 장롱 면허라 실제로 해보라면 영 자신이 없었기에 아버지 차를 몰며 도로 감각을 익히고 있습니다. 한 번 연습을 할 때마다 서울서 판문점이나 의정부를 돌아오는 코스로 최소 50km 이상에서 100km까지 주행을 하다보니 하루하루 할수록 점차 자신이 붙는군요. 역시나 백번 말로 배우는 것보단 실제로 한 번 해보는 것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반쯤은 그 존재를 잊고 있던 와인 하나를 꺼내봤습니다. 제목 그대로 2011년, 즉 작년에 나온 보졸레 누보로군요.

롤랑 부샤꾸(Roland Bouchacout)라는 네고시앙의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입니다. 비교적 유명한 네고시앙인 조르주 뒤뵈프(Georges Duboeuf)라거나 몽메상(Monmessin), 부르고뉴에서도 유명한 루이 자도(Jouis Jadot) 등에 비하면 그리 유명한 제조자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작년에 마침 구할 수 있었던 보졸레 누보가 바로 이것이었군요.

보졸레 누보... 그 이름 그대로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남쪽에 위치한 보졸레 지역에서 나온 햇 와인을 총칭하는 말이며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전세계적으로 출하되는 와인을 뜻하지요. 바로 그 해에 처음 재배한 포도로 처음 만들어낸 신선한 와인을 처음으로 맛본다는 의의가 큰 와인으로 바로 이러한 점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와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레드 와인이 포도의 수확에서 알코올 발효, 나무통 숙성을 거쳐 병입되어 판매되기까지 짧게는 4~5개월에서 길게는 18개월 내외까지도 걸리는 것에 반해, 보졸레 누보는 포도를 수확한지 약 6주에서 8주 이내에 병입 단계까지 완성되어 판매되기 시작합니다. 와인에 사용되는 포도는 보졸레 지방 토착 품종인 가메이(Gamay)라는 품종으로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피노 누아 등의 특징적인 레드 와인 품종에 비해 향이나 맛 등 특별히 두드러지는 특성도 없고 매우 가벼운 질감을 가진 품종이지요. 그런 만큼 일반 레드 와인과는 달리 진한 질감이나 숙성감, 강한 탄닌감이나 무거운 맛을 즐기는 대신 떫은 맛이 적고 가볍고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 나오는데, 이 때문에 보졸레 누보는 레드 와인이지만 약간의 화이트 와인 비슷한 측면도 가지고 있기에 조금 차게 마셔도 좋다고 하는군요.

그러고보면 저는 최근 4년 이상은 보졸레 누보를 마셔보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라면 군대에 있었으니 시간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다른 하나라면 굳이 이 보졸레 누보를 마셔야 할까, 싶은 생각 때문이었지요.

솔직한 말로 보졸레 누보는 맛이 매년 들쭉날쭉합니다. 맛 자체도 가벼운 편이라 맛이 제법 좋을 때는 "신선하다, 상큼하다."고 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다소 맛이 불만족스러울 때는 "밍밍하다, 그냥 시다." 등 맛이 있고 없고가 너무나 확연히 드러납니다. 일반 레드 와인이 오랜 나무통 숙성을 통해 어느 정도 깊은 맛과 숙성감을 보여 마시기에 따라선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과는 달리, 누보는 그 해에 생산된 포도를 짧은 시기에 발효 및 숙성을 하여 판매하는 것인 만큼 그 해의 포도가 좋았으면 맛이 좋고 별로라면 품질 역시 별로라는 것이 바로 나타나지요. 결정적으로 누보를 구입할 정도의 가격대라면 훨씬 괜찮은 레드 와인을 얼마든지 골라잡을 수 있다는 점 역시 최근 제가 누보를 구입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올해 이 2011년의 누보는 반쯤은 공짜로 얻은 것이었는데 저는 이걸 그대로 집에 보관해 두다가 오늘에야 문득 생각이 나서 병을 열게 되었습니다.

흔히 보졸레 누보는 11월에 나왔을 때 바로 마시는 것이 좋고 오래 보관할 수 없기에 늦어도 다음 해의 부활절 즈음까지는 마셔야 한다고 하지만, 이제까지 저는 1년 지난 누보도 마셔봤고 의외로 아직은 마실 수 있는 맛은 남아 있었기에 만약 이걸 오늘 따지 않았다면 정말 1년 이상 내버려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시험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왠지 일부러 해보고 싶진 않군요.(..)

그런데 오늘 마셔본 이 보졸레 누보는 생각 이상으로 상당히 맛이 좋았습니다. 듣기로는 2011년 보졸레 지방 날씨는 제법 괜찮은 편이었다고 하기에 어느 정도 기대했던 정도는 있었지만 그 기대 이상의 맛을 보여주는군요.

어떤 해의 보졸레 누보는 잔에 따르면 색상이 밝은 보라색일 돌 정도로 더도말고 딱 연한 포도 주스가 연상되는 색상을 보이는데 반해, 오늘 이 누보는 얼핏 봐선 젊은 레드 와인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정도로 진한 색상을 띠는군요. 잔에 코를 가져가면 느껴지는 신선한 체리나 민트향과도 비슷한 산뜻한 향, 그리고 꽃 향이 연상될 정도의 신선한 향이 한가득 퍼지는 것이 아주 힘찬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볍게 한 모금 머금으면 느껴지는 싱그러운 과실 풍미에 새콤한 크랜베리나 체리의 느낌, 그리고 약간 느껴지는 탄산가스의 짜릿함이 살짝 남는군요. 이 탄산가스 느낌은 누보를 만드는 과정 중 탄산가스가 가득 찬 탱크에서 포도를 탄산발효시켜 압착시키는 과정에서 생성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약 3시간에 걸쳐 천천히 한잔 한잔 마시면서 와인의 맛이 변해가는 걸 느끼며 2011년의 누보는 상당히 다양하고 깊은 맛을 가진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누보를 마시며 "맛있다."라는 생각이 들었군요.


예~전엔 보졸레 누보를 약 1만 5천원 내외에 구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보통 2만원대까지 올라갔기에 "전세계적으로 그 해에 처음 생산된 와인을 저렴하게 즐긴다."라는 보졸레 누보의 원래의 취지가 조금은 약해진 것 같아 아쉬운 느낌도 듭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누보를 마시며 즐거운 기분이 들었는데 가끔 실망스러울 때도 있지만 바로 이렇게 가끔은 놀라움을 주기도 한다는 점이 누보를 마시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군요.

덧글

  • KAZAMA 2012/03/20 23:34 # 답글

    안전운전하셔요

    저는 군대에서 운전은 이골이 나도록 해서...
  • NeoType 2012/03/21 22:39 #

    KAZAMA 님... 그러고보니 운전을 주로 하셨지요.^^
    한동안 처음 시작했을 땐 어버버 하며 운전했지만 이제야 조금 감이 잡히는 느낌입니다;
  • 엘바트론 2012/03/21 00:26 # 답글

    전 낚여서 말이죠... 보졸레 누보를 산거까진 좋은데 편의점에서 산거라 이미 와인이 사망한뒤더군요.
    결국 해당 편의점 본사에 클레임넣어서 돈을 돌려받고 상태좋은 물건을 받기는 했지만 기분을 심하게 잡쳐서 그냥 파스타 라던가 빵이라던가에 들이부어서 다 소비해버렸지요....
    후우 편의점도 와인이 가끔은 좋은게 들어와서 좋기는 한데 편의점이다 보니 보관이 엉망일때가 있어서 참으로 이상합니다...
  • NeoType 2012/03/21 22:43 #

    엘바트론 님... 편의점에서 구입하신 보졸레 누보가 엉망이었다니... 거기다 일반 와인이라면 몰라도 보졸레 누보라면 생산한지 얼마 안 된 것을 길어봐야 2~3개월 동안만 판매하는 것인데 그게 이미 망가진 상태였다면 보관 상태가 어지간히도 안 좋았던 것 같군요.

    요즘 편의점에서 취급되는 와인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는데 아무래도 소규모에 다소 지점이 있다보니 몇몇 지점이나 유통 과정에 다소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SJ 2012/03/22 10:04 # 삭제 답글

    보졸레 누보... 정말 상술의 승리라고 생각해서 잘 안 사는 와인이지요. 역시 와인은 적절한 기간 동안 숙성해서 나오는 제품들이 젤 좋지 싶네요... 토욜엔 Col D'Orcia BDM을 함 따 보도록 하지요... ㅋㅋㅋ
  • NeoType 2012/03/24 00:14 #

    SJ 님... 사실 맛있는 누보도 분명 있지만 역시나 이 정도 가격이면 번듯한 레드 사는게 낫지요;
    그날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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