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ROSE] 폴 자불레 (Paul Jaboulet Aine) 따벨 레 트로와 제스피에글 2008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저도 제 블로그에 들어와보는군요. 최근 몸 상태가 영 안 좋아서 며칠 뻗어있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거의 2주 가까이 이제까지 쌓인 피로 + 몸살 + 목감기 + 코감기 + 근육통 + 기타 등등으로 하루하루 집에 있는 시간이면 침대에 얌전히 뻗어있고 일 나가서는 최대한 안 아픈척 버티며 지내다가 이제야 좀 살 것 같군요. 아무래도 와인 매장에서 일하는 것이니 직접 손님들을 응대하는 일이다보니 목소리가 잘 안나와 한동안 제 꼴이 말이 아니었을 것 같아 이제까지 뵌 손님들께 죄송스럽군요.

저는 어쩌다보니 병이 한번에 몰려와 제대로 뻗어버렸지만 요즘 감기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더군요. 정말 자기 건강만큼은 꼭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저번 주 초대해주신 SJ 님 댁에서 마셨던 콜도르치아(Col D'Orcia)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가 상당히 맛이 좋았기에 이에 대해 글을 쓰려 했었지만 바로 그 다음날부터 제대로 뻗어버려 어찌저찌 그냥 넘어가게되어 참 아쉽습니다. 나중에도 좋은 와인 있으시면 같이 마셔주시기를~^^; 


오늘은 모처럼의 쉬는 날이고 몸도 제대로 나은 것을 기념해 와인을 하나 땄습니다. 역시 몸이 안 좋으면 와인이고 술이고 제대로 맛도 느낄 수 없기에 그동안 못 마신 것도 있고 해서 오늘 하루는 온종일 와인이랑 보낼 생각입니다;

오늘 이야기하는 와인은 프랑스의 로제 와인입니다. 프랑스의 와인 생산자 폴 자불레 애네(Paul Jaboulet Aine)의 로제 와인인 따벨 레 트로와 제스피에글(Tavel Les Trois Espiegle), 줄여서 폴 자불레 따벨 2008입니다.

로제 와인... 저번에 소개했던 미국의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에서도 이야기했었듯 일반적인 로제 와인의 이미지는 레드보다는 가볍지만 화이트보다는 무거운, 어찌보면 어중간한 와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만큼 낮에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바로 이 점이 우리나라에선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 못 하는 면도 있지요. 우리나라에서의 "술"이란 저녁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마시는(..) 음료나 다름 없다보니 레드나 화이트만큼 자기 개성이 확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맛 자체가 강하지도 않은 로제가 설 자리가 적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들어오는 로제 와인의 종류 역시 그다지 다양하지도 않은 편이지요.

저 자신은 이런 로제 와인의 바로 이 "어중간한 점"이 은근히 마음에 들어 로제 와인을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바로 오늘처럼 쉬는 날이면 낮부터 여유있게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살짝 차게 마시면 신선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에 은은히 퍼지는 풍부한 향, 그리고 섬세한 맛의 변화가 느껴지는 편히 마시기 좋은 와인이기 때문이지요. 레드 와인을 마실 때면 한 모금 한 모금 천천히 머금으며 마시는 편이지만 로제나 화이트 와인은 질감이 가볍기에 그냥 목구멍으로 꿀꺽~ 마셔도 충분히 산뜻함이 느껴지니 이렇게 맥주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제가 로제를 좋아하는 이유이지요.

그런데 오늘 소개하는 이 폴 자불레 따벨은 이러한 로제 와인의 특성 외에도 거의 레드 와인에 필적할만한 무거움을 가진 제법 독특한 로제 와인의 하나입니다.

먼저 라벨에 쓰여 있는 "따벨(Tavel)"이라는 문구. 이건 프랑스의 지명으로 프랑스의 유명 와인 생산지역인 론(Rhone) 지역의 한 지방의 이름으로 이 따벨 지역은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오직 로제 와인만을 만드는 지역으로 유명합니다. 즉 와인 이름에 "따벨"이 들어가면 이 와인은 십중팔구 로제 와인이라 할 수 있지요.

프랑스의 동부에 위치한 부르고뉴 지역의 남쪽에 세로로 길게 위치한 론 지역은 보르도, 부르고뉴와 더불어 프랑스의 대표 와인 생산 지역의 하나입니다. 이 론 지방은 크게 북부 론과 남부 론으로 나뉘어 북부는 주로 쉬라(Syrah)를 단독 품종으로 사용한 와인을 만드는 일이 많고 남부 론은 이 지역의 독특한 품종인 그르나슈(Grenache), 쌩소(Cinsault) 등의 레드 와인 품종이나 비오니에(Viognier) 같은 화이트 와인 품종 등 다양한 품종을 블렌딩한 와인이 많습니다. 이 따벨 지역 역시 남부 론에 속한 지역이니만큼 여기서 만드는 로제 와인은 쉬라, 그르나슈 등 묵직한 특성을 가진 포도로 만든 것이 많기에 가벼운 로제에서 무거운 로제까지 다양한 와인들이 생산되지요.

그리고 이 와인의 생산자인 폴 자불레 애네(Paul Jaboulet Aine)는 론 지역만을 중심으로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는 회사로 1834년부터 지금까지 자불레 가문이 이끌어오고 있지요. 폴 자불레는 북부 론부터 남부 론까지 다양한 지역에 포도밭을 소유하고 각 지역의 특성을 보여주는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는데, 가장 대중적인 론 와인인 꼬뜨 뒤 론 빠할레 45(Cotes du Rhone Parallele 45)를 시작으로 샤또네프 뒤 빠쁘(Chateauneuf du Pape), 에르미타주(Hermitage) 등 주요 론 지방의 대표적인 와인들을 만들며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레 트로와 제스피에글(Les Trois Espiegle)은 이 와인의 이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마도 이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밭의 이름이 아닐까 추측되는군요.

개인적으로 로제 와인은 신선할 때, 즉 젊은 빈티지를 마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 따벨은 약 5년 정도까지는 숙성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2012년 3월 현재 약 4년 정도가 되었을테니 어느 정도 숙성감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코르크를 오픈.
와인과 닿아있던 한쪽 코르크 면이 제법 진한 색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보면 이 와인은 로제임에도 제법 짙은 질감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군요. 실제로 이 와인의 블렌딩 비율은 그르나슈 50%에 쌩쏘 40%, 쉬라 10%라고 하니 일반적인 남부 론 와인과 비슷한 구성비지요.

잔에 한 잔. 색상은 거의 다홍색에 가까운 힘찬 붉은색입니다.
와인 잔의 벽을 따라 흘러내리는 와인의 질감을 관찰하면 제법 묵직하고 천천히 흘러내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색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은근히 무거운 질감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향은 신선한 체리나 딸기, 크랜베리와도 비슷한 상큼하면서도 향긋한 향이 피어올라 꽤 기분 좋은 느낌이 듭니다.

신선한 향을 느끼며 한 모금 머금으면 느껴지는 느낌은 이러한 향과는 사뭇 느낌이 다릅니다. 부드러운 질감이나 마시기 쉬운 로제 와인의 특성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혀를 살짝 무겁게 누르는 듯한 무거운 질감에 이 가운데 퍼져가는 진하게 응축된 과실맛이 풍부하게 느껴지는군요. 와인 자체에서 단맛은 그다지 느낄 수 없지만 퍼져가는 질감과 향 덕분에 신선하면서도 살짝 달콤한 느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분명 로제 와인을 마시고 있지만 마치 조금 가벼운 레드 와인을 마시는 것과도 비슷한 묵직함과 살짝 떫은 탄닌감 역시 느껴지는군요.

이 따벨은 어지간한 보졸레 누보 이상은 되는 무거움을 가진 로제 와인이기에 일반적인 식사 자리에도 어울립니다. 단적으로 화이트 와인을 대신해서 연어나 참치 같은 진한 생선이나 양념이 강하지 않은 쇠고기 등 육류와도 어울리고 훈제 오리 구이같은 살짝 스파이시한 느낌이 있는 고기와도 잘 어울리지요.

이 폴 자불레 따벨의 수입사 책정 소비자가는 4만 9천원입니다. 일부 할인 매장이나 행사 기간 등에는 2만원 후반~3만원 초반 정도에도 구하실 수 있지요.

오직 로제 와인만을 생산하는 프랑스 따벨 지역의 로제 와인이니만큼 일반적인 레드 와인도 좋지만 신선함과 무거움을 동시에 가진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니 한 번쯤은 마셔볼만한 와인이라 생각합니다.

덧글

  • MP달에서온소녀 2012/03/30 21:02 # 답글

    와~ 정말 오랜만에 뵙네요. 와인매장에서 일을 하시는군요. 가격까지 알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 MP달에서온소녀 2012/03/30 21:03 #

    아픈거 어서 나으셨으면 좋겠어요.
  • NeoType 2012/03/31 12:46 #

    MP달에서온소녀 님... 오랜만이십니다.^^ 여기서 일한지도 제법 되었지요.
    몸은 거의 멀쩡해졌지요. 요즘 감기 정말 독한 것 같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 레키 2012/03/31 01:54 # 답글

    - 겁나 오랜만이군 ㅜㅜ 건강이 최고지 정말... 우리가게 매니저님도 독감 걸려서 한동안 헤롱헤롱...
    내가 옮긴거 같아서 되게 미안했음 ㅡ.ㅡ; 걸리기 바로 전에 내가 걸렸었다가 나았거든...
    여튼 얼른 건강 회복 하길!
  • NeoType 2012/03/31 12:47 #

    레키 씨... 애초에 내가 내 블로그 들어와보는 것도 오랜만이네;
    요즘 너도나도 감기 달고 사는 걸 보니 유행은 유행인가보네.
  • 2012/04/01 01:0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4/01 01:0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NeoType 2012/04/03 11:43 #

    비공개 님... 답변이 늦었군요. 연락드리겠습니다.^^
  • SJ 2012/04/04 00:00 # 삭제 답글

    항상 느끼는 거지만 Brunello는 Brunello의 값을 하더군요.. 오늘 그 와인샵 갔더니 또 같은 값에 팔고 있더라구요.. ㅋㅋㅋ 한병 더 지를까 또 갈등 때렸는데 말이죠... ㅋㅋㅋ 담엔 Banfi의 Brunello를 맛보고 싶어요... 그리고 탕크레디도 정말 이름값 톡톡이 하더라구요... ㅎㅎ
  • NeoType 2012/04/04 08:33 #

    SJ 님... 저번엔 꽤 맛있었습니다.^^
    다음엔 제가 안티노리의 브루넬로를 하나 가져가지요~
  • Kian 2012/04/10 02:46 # 삭제 답글

    이 와인이야말로 로제와인이란 이름답게 장밋빛이네요.ㅋㅋㅋㅋㅋ
  • NeoType 2012/04/11 23:45 #

    Kian 님... 색이 붉으스름한 면이 진하기도 하고 실제로 질감도 무거우니 실상은 조금 가벼운 레드 와인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지요. 실제로 맛도 무거우니 식사 때 레드 와인 대신 마셔도 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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