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RED] 레 오브리에 드 라 뻬이라 (Les Obriers de la Peira) 2005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모처럼 오늘은 일찍 집에 들어온 김에 예전에 사두었던 와인을 하나 열었습니다. 꽤 흥미로운 와인이었기에 언젠가 천천히 시간 있을 때 열어야지, 라고 생각해서 셀러에 잘 보관해 두다가 이제야 열게 되었군요.

프랑스 남부 지방에서 생산된 와인인 레 오브리에 드 라 뻬이라(Les Obriers de la Peira)의 2005년입니다.
...이름이 참 복잡하군요;

레 오브리에 드 라 뻬이라... 이름이나 라벨 디자인이나 꽤 특이하게 생긴 편입니다.
제가 이 와인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예전에 소개했던 적이 있었던 프랑스 남부 랑그독(Languedoc)의 와인인 라 크라사드(La Croisade) 뿐 아니라 다양한 프랑스 남부 와인에 대해 알아보던 중 알게된 것이 바로 이 와인이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프랑스 와인이라 하면 보르도나 부르고뉴 쪽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저는 이런 메인이 되는 지방뿐 아니라 론(Rhone) 지방이나 남부 프랑스의 독특한 맛을 지닌 다양한 와인들도 꽤 재미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해 이쪽도 꽤 관심이 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이 와인을 모처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에 한 병 마련해 두었다가 오늘에야 열게 되었군요.

와인의 생산지인 꼬또 뒤 랑그독(Coteaux du Languedoc)... 이는 프랑스 남부 지역 구분 등급인 AOC 중 랑그독 AOC에 속한 지역의 하나의 이름이지요. 즉, 랑그독 지방 중에서도 좀 더 작은 지역에 속한 AOC인 만큼 좀 더 한정된 좁은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든 지역색이 드러나는 와인이라 볼 수 있지요.

랑그독 지방을 포함하는 남부 프랑스 지역은 대표적인 레드 와인 품종인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 쉬라 품종 외에도 독특한 품종인 쌩쏘(Cinsault), 까리냥(Carignan), 무르베드르(Mourvedre) 등의 전통적인 포도 품종을 블렌딩하여 만드는 것이 많습니다. 이 꼬또 뒤 랑그독 AOC의 와인들은 바로 이런 여러 포도들을 블렌딩하여 만드는 것이 많다보니 특정한 포도 품종이 라벨에 명시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 와인 역시 포도 품종이 따로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여러 품종이 블렌딩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요.

포도 품종이 딱히 명시되진 않았지만 전반적인 남부 프랑스 와인들의 특성은 어느 정도 무게감과 다양한 허브향, 향신료와도 같은 스파이시함, 그리고 블랙 커런트나 블랙 라즈베리 등의 검붉고 농익은 듯한 묵직한 과실향이 드러나는 것이 많은 만큼, 이 와인도 대략적으로 이러한 맛이 날 것이라 추측할 수 있군요.

듣기로는 이 레 오브리에 드 라 뻬이라(...이름을 일일이 쓰긴 길군요;)는 만들어진지 그리 오래된 종류의 와인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바로 오늘 여기에 소개하는 이 2005년이 바로 이 와인의 첫 번째 빈티지라고 하는데 코르크에 새겨진 "라 뻬이라 엥 다마이셀라(La Peira en Damaisela)"가 바로 이 레 오브리에가 생산되는 와이너리의 이름이라 합니다.

와이너리 이야기가 조금 늦었지만 이 와이너리는 약 2004년 롭 도우건(Rob Dougan)이라는 영국인 작곡가가 설립한 와이너리라 하는데, 이 롭 도우건은 오케스트라 클래식이나 일렉트릭 뮤직 등의 명가로 영화 『매트릭스 2 리로디드』의 OST 중 하나인 『Clubbed to Death』 등을 작곡하기도 했다 하는군요. 롭 도우건은 예전에 보르도 1급 와이너리인 샤또 마고(Chateau Margeaux)에서 일했었던 와인 제조자인 제레미 디피에르(Jeremie Depierre)와 손을 잡고 와인 생산을 시작했다 하며, 이 와이너리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라 뻬이라(La Peira)"라는 와인을 시작으로 훌륭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하는군요. 이 레 오브리에 드 라 뻬이라는 말하자면 "라 뻬이라"의 세컨드 와인격이라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와인을 잔에 한 잔...
색상은 짙은 자주색으로 잔 너머가 비쳐보이지 않을 정도로 진한 색상이고 잔 벽을 따라 흘러내리는 와인 방울이 매우 천천히 떨어지는 것을 보아 제법 점성도 있고 무거운 질감을 가진 와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가만히 코를 가져가면 리큐르 크렘 드 카시스와도 비슷한 진한 블랙 커런트의 향이 마치 무거운 잼처럼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막상 병을 열고 바로 잔에 따라 한 모금 머금으면 그런대로 묵직한 맛은 있지만 생각만큼 와인의 맛이 그리 진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처음엔 다소 가벼운 듯한 자두향에 감초와도 비슷한 달콤함이 떠도는 정도라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은 맛이군요. 그러나 약 30여분 후 점점 이 와인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향에서부터 처음엔 단순히 진한 잼과도 비슷한 농익은 과실향이 물씬 풍기던 것에 마치 버터나 견과류가 떠오르는 고소함 섞인 짙은 가죽향이 돌기 시작하고 한 모금 머금자 입 안을 꽉 채우는 무거운 바디감에 짙고도 살짝 떫으면서 부드러운 탄닌감, 진득하니 길게 느껴지는 풍부한 과실의 맛, 그리고 입안에서 오래도록 감도는 가죽향과 나무향이 인상적이군요. 가만히 입에 머금고 있다가 목구멍으로 넘기는 동안 은근히 매콤한 후추나 육두구가 떠오르는 스파이시한 향이 느껴지고, 와인에서 풍기는 어딘가 달콤한 듯한 향과는 달리 단맛은 거의 느낄 수 없는 무거우면서도 진한 질감을 가진 와인이라는 느낌입니다.

이 와인은 제법 무거운 와인인 만큼 그냥 드시기보단 요리와 함께 먹을 때 더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가볍게는 육포에서 짙은 소스로 요리된 진한 고기 요리와도 잘 어울릴 것 같군요.

이 레 오브리에 드 라 뻬이라의 수입사책정 소비자가는 7만 8천원이고 구입처에 따라 5만원 내외, 또는 그 이하에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프랑스 남부 랑그독 지방의 독특하면서도 진한 맛을 가진 와인으로 가격대는 조금 있는 편이지만 특유의 무거운 맛이 있기에 드라이하면서 풀바디감을 가진 와인을 좋아하신다면 꽤 만족하실만한 와인이라 생각합니다.

덧글

  • 2012/04/18 15:1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NeoType 2012/04/18 23:38 #

    비공개 님... 도움이 되신다면 좋겠군요.^^
    저도 이것저것 사 마시고 여기저기 조사해가며 쓰는 글이라 요즘은 영 글이 뜸해서 아쉽습니다.
  • SJ 2012/04/18 17:52 # 삭제 답글

    금주중에 이런 포스팅은 정년 염장...T_T
  • NeoType 2012/04/18 23:38 #

    SJ 님... 치료 끝나시면 조만간 술 한 병 업고 찾아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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