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RED] 에스쿠도 로호 (Escudo Rojo) 2008 by NeoType

안녕하십니까, 네타입니다.
요 며칠 날이 더워지나 싶었더니 비가 올때 즈음엔 선선해지다가 이젠 또 눅눅하고 후덥지근한 날이로군요. 말 그대로 봄이란 건 느낄 새도 없이 벌써 여름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는 느낌입니다.

오늘은 우리나라에서 꽤 유명한 와인 가운데 하나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칠레의 레드 와인인 에스쿠도 로호(Escudo Rojo), 그 중 2008년입니다.

최근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것은 2009년이지만 드물게는 2008년도 아직 찾아볼 수 있지요. 예전에 제가 이걸 접했을 때는 2005 또는 2006이었는데 이제 와선 이 정도를 구하고 싶어도 이미 다 팔렸을테니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에스쿠도 로호... 프랑스의 보르도 그랑 크뤼 1급으로 유명한 샤또 무똥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를 소유한 바롱 필립 드 로칠드(Baron Philippe de Rothschild)의 와인의 하나이지요. 바롱 필립 드 로칠드... 이하 줄여서 바롱 필립은 우선 샤또 무똥 로칠드로 보르도 와인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을 받기도 하는 생산자이며, 대표적인 보르도 와인의 하나로 유명한 무똥 까데(Mouton Cadet)를 비롯한 와인들은 세계적인 명성과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저도 보르도 그랑 크뤼 1급 중 필두라 여겨지는 샤또 라피트 로칠드와 이 바롱 필립의 샤또 무똥 로칠드 두 가지는 큰 흥미를 느끼고 있기에 언젠가 이 둘 만큼은 제대로 오래된 빈티지와 신선한 빈티지들을 마셔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러다가 최근 무똥 로칠드의 1975년 빈티지를 구입했고 이는 얼마 전 여기에서도 소개했었지요.

일부 프랑스의 유명 샤또를 소유한 생산자들은 프랑스 본토를 벗어나 칠레나 미국, 남아공 등 새로운 지역의 와이너리와 합작하여 다양한 시도를 통해 훌륭한 품질의 프리미엄급 와인들을 생산하기도 합니다. 이 바롱 필립은 특히 이런 외국의 유명 와이너리와 손을 잡고 현지에 와이너리를 건설해 왔는데, 이를 통해 생산된 유명한 와인을 몇 가지 꼽아보면 칠레의 콘차이 토로(Concha y Toro)와 협력하여 알마비바(Almaviva)를 만들었고 미국의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와 함께 캘리포니아의 특급 와인 오퍼스 원(Opus One)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두 와인의 품질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저 역시 매우 관심이 가는 와인들이기도 합니다. 오퍼스 원의 가격대는 국내에서 약 4~50만원 내외에 취급되니 한동안 힘들겠지만 알마비바에 대해선 머지 않은 시기에 이곳에서도 소개해볼까 싶군요.

이 에스쿠도 로호는 바롱 필립의 칠레 지부라 할 수 있는 "바롱 필립 드 로칠드 마이포(Maipo)"에서 만들어집니다. 칠레의 와인 생산지의 하나인 마이포 밸리에 위치한 와이너리로 이 에스쿠도 로호는 레드 와인 품종 까베르네 소비뇽을 메인으로 까베르네 프랑, 그리고 칠레 특유 품종인 까르미네르를 블렌딩하여 보르도 스타일의 칠레 와인을 만든 것이라 볼 수 있지요.

우리나라에서 특히 유명한 칠레 와인을 몇 가지 들자면 시중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산 페드로(San Pedro)의 1865라거나 몬테스 알파(Montes Alpha), 그리고 바로 이 에스쿠도 로호를 들 수 있습니다. 유명하다는 것은 어지간한 사람들이라면 최소 한 번 이상 보았거나 이름을 들어보았다고도 할 수 있고, 그만큼 상품명만으로도 어느 정도 이상의 퀄리티가 보장되었다고 생각되는 와인이기에 대중적으로 많이 팔리는 와인이라 볼 수도 있지요.

그러나 다르게 말하면 이름만을 보고 구입한 후 생각만큼 맛이 좋지 않았다 할지라도 "이건 원래 이런가보다~"라고 생각한다거나 나중에 "나는 이러이러한 와인을 마셨다~"라고 말할 수는 있기에 품질과는 관계 없이 많이 팔려나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거기다 일반적으로 와인을 마시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와인을 오픈해서 바로 잔에 따라 마시기 시작하고, 어느 정도 많이 마셔보신 분이 아닌 이상에야 이 와인을 좀 더 뒀다가 시간을 들여 마실지 결정하는 등 마시는 방법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지요. 개인적으로는 이 에스쿠도 로호는 이런 면에서 유명하긴 하지만 대중적으로 쉽게쉽게 마시기에는 다소 미묘한 와인이라 생각합니다.

코르크를 개봉...
이 에스쿠도 로호는 그냥 바로 따자마자 마셔선 절대로 그 품질이나 맛을 논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보르도 블렌딩 와인이므로 디캔팅 정도는 하거나 병을 열어서 충분한 시간을 들이든가 해서 천천히 즐겨야 제대로 된 맛이 나기 때문이군요.

막 개봉한 와인을 잔에 따르면 솔직한 이야기로 제대로 된 향은 아무 것도 나지 않습니다. 와인 질감 자체도 가벼운 편인데다 향도 빈약하고 이대로 한 모금 머금어도 그저 밍밍하고 시큼하고 떫기만 한데다 입안이 텁텁해지는 탄닌감만 입안 한가득 떠돌아 빈말로라도 맛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군요. 거기다 특유의 떫은 탄닌감과 함께 향기로운 나무향과는 다른 텁텁한 나무향이 와인에서 오래도록 떠돌아 이대로 그냥 마시자면 그저 가볍고 과일 풍미도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와인에 지나지 않습니다.

적어도 디캔팅을 한 후 약 1~2시간 이상 둔다거나 병을 개봉한 후 4시간 정도는 내버려두지 않으면 이 특유의 신맛과 떫은 맛이 안정되지 않는군요. 충분한 시간을 들인 다음에야 비로소 와인다운 풍미가 나타나기 시작하는군요.

예전에 마셨었던 에스쿠도 로호의 2006년은 제가 와인이란 것을 잘 모르고 마셨었던 점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무난하니 마시기 좋았었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의 느낌은 맛 자체는 무겁진 않지만 부드러우니 마시기 좋았었다고 생각하는군요.

그러나 이 2008년은 다소 만족감이 덜한 느낌이 듭니다. 무엇보다 산도가 높아 신맛이 강하고 바디감도 가벼운데다 약간의 떫은 맛이 계속해서 남아있고, 결정적으로 과실의 풍미가 매우 빈약한 편입니다. 제가 와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묵직함과 가벼움 등 바디감은 차치하더라도 얼마나 과실 특유의 풍미가 풍성하고 알코올의 맛이 나지 않는가를 생각하는데, 이 에스쿠도 로호의 2008년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마시더라도 신맛과 빈약한 과실 풍미, 그리고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떫은 맛이 지배적이라 매우 만족감이 떨어지는군요.

에스쿠도 로호의 수입사 책정 소비자가는 4만 7천원이지만 흔히 시중에선 3만원 중후반대, 그리고 가끔은 그 이하에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할인매장이라면 할인폭이 큰 만큼 그때그때 소비자가는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요.

유명한 바롱 필립 로칠드의 칠레 와인이지만 예전 빈티지에 비해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편이었습니다. 최근에는 2009년이 시중에서 주로 취급되는데 이건 아직 마셔보지 않아 어떨지 모르겠군요.

덧글

  • SJ 2012/04/30 11:25 # 삭제 답글

    시음하신 제품의 상태가 좀 좋지 않아서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네요... 제 책상 서랍에 있는 와인들은 언제쯤 개봉가능할지... ㅎㅎ
  • NeoType 2012/05/01 20:56 #

    SJ 님... 나중에 다른 빈티지나 같은 와인을 몇 번 더 마셔봐야겠지만 예전 것에 비해 확실히 정돈되지 않는 느낌이 들더군요. 빨리 나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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