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큐르] 페르노 (Pernod) by NeoType

프랑스의 술 중 파스티스(Pastis)라는 분류가 있는데, 그 중 한 상표로 이 페르노(Pernod)가 있습니다.
색은 보시다시피 밝은 연두색이지요. 알코올 도수는 약 34%쯤 되고, 아니스(Anise)라는 약초로 만든 리큐르 중 하나입니다.
향이 굉장히 강렬하지요. 그런데 매우 친숙한 느낌의 향입니다. 마치 어릴적 먹던 어떤 과일맛 젤리 중 이것과 비슷한 향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또다른 이탈리아의 술 중 하나인 삼부카(Sambuca)와도 왠지 닮은 향입니다.

이 술을 그냥 마시면 약간 단 맛과 상당히 강렬한 향과 함께 입에 들러붙는 듯한 느낌과, 어딘가 찝찝한 듯한 느낌이 남습니다.
그러나 이 페르노와 물을 1:5 정도의 비율로 섞어주면...

이렇게 마치 우유빛과도 같이 뿌옇게 됩니다. 그리고 한결 마시기 쉬운 느낌이 되지요.
이는 술에 포함된 고농도의 오일이 원래는 알코올에 녹아있다가 물과 만나 흰 앙금을 형성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술 자체의 강렬한 느낌이 조금은 누그러들어 쉽게 마실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파스티스라는 술은 보통 이렇게 물에 섞어 마시는데, 피로회복과 원기회복 등 여러 효과가 있는 건강주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술을 가족들에게 조금씩 맛을 보여주니... "너나 마셔라."라는 분위기가...;;

약간의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과거에 압상트(Absinthe)라는 술이 있었습니다. 이 술은 쑥의 일종인 웜우드(wormwood)를 비롯한 여러 약초를 배합해서 만든 독한 술로, 프랑스에서는 1차대전 전부터 판매를 중지시켰다고 합니다. 이유는 사람의 정신을 빼앗고 죽음에 이르게 하고 출산율도 저하시킨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이는 사실 이 술의 알코올 농도가 너무나 높았기 때문이라 합니다. 즉, 원료의 문제가 아니라 알코올의 강도가 문제였다는군요. 제가 알기로는 약 68% 정도였다 합니다.

그 후 이 압상트의 판매가 금지되자 1797년 스위스의 페르노(Henri-Louis Pernod)라는 사람이 아니스라는 약초를 이용해서 술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아니스를 이용한 아니스(Anis)라는 리큐르가 여러 모로 압상트와 닮은 점이 많았기 때문에 압상트의 대체품으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합니다.

이 아니스라는 술이 그 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스페인에서는 오젠(Ojen)이라는 이름으로, 이탈리아에서는 아네소네(Anesone)로, 그리고 프랑스는 파스티스(Pastis)라는 이름으로 만들게 되었다 합니다.

덧글

  • 펠로우 2008/02/15 20:51 # 답글

    페르노는 일반 한국사람들이 거의 안좋아하는 것 같아요..정말 90%가 싫어하는 맛 같습니다. 저도 맛보니까 치약같아서 영 땡기질않아요..
  • NeoType 2008/02/15 21:19 # 답글

    저도 처음 마셔보려고 잔에 따랐을 때는 향이 꽤 독특해서 맛도 꽤 좋을 것 같았...지만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웬 끈적한 치약인지 뭔지 모를 요상한 향도 남고...

    물에 섞으니 그나마 조금 부드러운 맛이 나서 마실만하게 되었습니다만, 그리 자주 마시진 않는군요;
  • M 2008/08/25 23:05 # 삭제 답글

    반갑네요. 서핑하다 글 쓰게 됬는데..

    원래 리카를 즐겨 마시다가 얼마전 홍콩에서 페르노를 한병

    구입했습니다. 맛있는 술이죠, 특히 여름에.
  • 신양수 2008/08/28 10:34 # 삭제 답글

    저는 페르노 대신에 아예 압상을 한병.. ㄷㄷㄷㄷ 68도 ㄷㄷㄷ
  • NeoType 2008/08/31 22:29 # 답글

    M 님... 오호... 리카를 즐기시는군요. 아직 저는 페르노밖엔 마셔보지 않아서...^^
    이런 파스티스 종류는 솔직히 너무 맛이 강해서 처음엔 막상 샀지만 썩 마음에 들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두 잔씩 마시다보니 어느 새 이 맛에 중독되는 것이 꽤나 매력 있는 술이 아닐까 싶군요~

    신양수 님... 압상트~
    언젠간 저도 구해보고 싶지만 왠지 막상 들여오면 너무나 강해서 자주 마시지는 않을지도 모르겠군요; 뭐, 그래도 공부를 위해 꼭 마셔보고 싶군요~
  • 2009/05/11 00:17 # 삭제 답글

    우연히 페르노 검색해서 들어왔어요..
    술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한병 구할수 있을가 싶어 찾아보는중이죠 ㅎ

    얼마전에 압생트를 한잔하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이 놈이 신기하더라고요.. 먹는 방법도 가지가지라는데...

    사실 압생트가 국내판매가 아직 중지된 상태라고 해서요..
    대용으로 페르노를 한병 구해볼까 하는 중입니다

    자주 놀러올께요~
  • NeoType 2009/05/16 18:27 #

    웅 님... 요즘은 압상트가 국내에서도 판매되는 것 같더군요~ 저는 압상트를 마셔본 적이 없고 이 페르노만 가끔 홀짝이고 있군요. 이 페르노만으로도 맛이 상당히 독특해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는데 압상트를 만약 마시게 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합니다^^
  • joker 2011/09/29 01:35 # 삭제 답글

    저 궁금한게 있어요, 이 pernod랑 pernod richard 주류회사가, 관계가 있나요?
    생뚱맞아서 죄송해요 ㅠㅠㅠ
  • NeoType 2011/09/29 21:33 #

    joker 님... 최초 페르노와 리카르라는 회사가 따로 있었는데 그 둘이 합쳐서 현재의 페르노 리카라는 주류회사가 된 거지요. 페르노 회사에서는 위에 나온 페르노라는 술을, 그리고 리카르도 리카르라는 이름의 파스티스를 생산하던 회사였고 서로 경쟁자와도 같은 관계였지만 이 둘이 합친 후 다양한 주류들을 취급하게 되었고 현재에 이르는 큰 회사가 되었지요. 자세한 것은 페르노리카 코리아(http://www.pernod-ricard-korea.com/)의 홈페이지에서 "페르노리카 히스토리" 부분에서 좀 더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 쿠니쿠노 2011/11/02 23:23 # 답글

    페르노라 이 녀석도 바에 있나 내일 한번 봐야겠네요
    압상트는 제가 예전에 대학에서 고급영문독해 시간에 읽은 허밍웨이의 한 단편소설
    Hills like white elephant
    에서 처음 그 이름을 보았는데요(?)

    단어 찾다가 이게 도대체 뭔 술이냐; 싶었죠

    The girl looked at the bead curtain. ‘They’ve painted something on it,’ she said. ‘What does it say?’
    ‘Anis del Toro. It’s a drink.’
    ‘Could we try it?’
    The man called ‘Listen’ through the curtain. The woman came out from the bar.
    ‘Four reales.’ ‘We want two Anis del Toro.’
    ‘With water?’
    ‘Do you want it with water?’
    ‘I don’t know,’ the girl said. ‘Is it good with water?’
    ‘It’s all right.’
    ‘You want them with water?’ asked the woman.
    ‘Yes, with water.’
    ‘It tastes like liquorice,’ the girl said and put the glass down.
    ‘That’s the way with everything.’
    ‘Yes,’ said the girl. ‘Everything tastes of liquorice. Especially all the things you’ve waited so long for, like absinthe.’
    ‘Oh, cut it out.’
    ‘You started it,’ the girl said. ‘I was being amused. I was having a fine time.’
    ‘Well, let’s try and have a fine time.’
    ‘All right. I was trying. I said the mountains looked like white elephants. Wasn’t that bright?’
    ‘That was bright.’
    ‘I wanted to try this new drink. That’s all we do, isn’t it – look at things and try new drinks?’
    ‘I guess so.’

    오랜만에 추억을 곱씹어 원문을 한번 검색해보았습니다. ㅎㅎ
    장수는 몇장안되는 단편소설인데 수많은 상징과 복선으로 가득해서 수업이 쉽지 않았던 것 같았어요.
  • NeoType 2011/11/03 01:12 #

    쿠니쿠노 님... 과연 애주가 헤밍웨이다운 소설인 것 같습니다.
    이 페르노가 압상트의 맛과 유사하다곤 하지만 아직 압상트를 마셔보지 못한 저로선 정말 그런지 확인할 방법은 없군요. 그런데 이 페르노도 정말 어마어마하게 취향 타는 술이지요. 저는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지만 제 주변에 이걸 물에 섞에 마셔보게 하고 마음에 든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 tisphie 2012/02/18 18:30 # 삭제 답글

    아니스가 무언가 하면, 사실 star-anise입니다. 팔각이라고 하는건데, 중국요리에 많이 쓰는 향신료에요. 오향장육이나, 동파육등에 들어가지요.
    이 팔각을 어려서 맡아본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 술도 꽤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물론 싸구려틱 하긴 하네요. 압셍트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물에타먹는것도 괜찮고. 칵테일 종류가 뭐가 있는지 좀 찾아봐야겠어요.
  • NeoType 2012/02/19 22:26 #

    tisphie 님... 사실 우리나라에선 그리 친숙하지 않은 향신료이기도 하지요. 저는 이 페르노 한 병을 조금씩 전부 마시고 나니 어느 정도 이 향에 익숙해진 것도 같지만 아직 압상트를 마셔보질 못해 상당히 궁금하기도 합니다. 압상트가 제법 가격대가 있다보니 아직 사보질 못했는데 이 페르노랑 얼마나 다른지 꼭 비교해보고 싶긴 하군요.^^
  • john 2013/01/22 18:19 # 삭제 답글

    헤밍웨이는 참 술을 좋아했군요. 페르노도 그의 소설 The sun also rises에 나오는 걸 보고 찾게 되었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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