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베이킹의 추억... by NeoType

그러니까... 예~전에는 집에서 빵과 과자 등을 만드는데 푹 빠졌었습니다.
마침 집에서 쓰는 것이 가스오븐레인지라 오븐이 있기도 했고, 평소 가족 중 아무도 오븐을 쓰지 않았기에 한 번쯤 써보고도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중학교 2학년인가 3학년 때, 특별 활동으로 제빵부를 했던 경력(?)도 있어서 고등학교 2~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사서 공부하고 재료들을 사서 직접 여러 시도를 해보고 했었습니다. (...한창 수능 시기에 뭔 짓을...;)

그러던 중... 저는 원서 줄을 잘못 서서 재수를 하게 되었고...(절대로 취미들 때문이 아님을 강조!;;)
...재수 생활의 피폐하고 고독하고 사회에서 멀어진 듯한 기분에 "난 이제 삐뚤어질테다~!!"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평일에는 공부, 주말에는 바로 이 홈베이킹에 미쳐 살아갔습니다;

보통 간단한 버터 쿠키나 파운드 케이크같은 것들이라도 제대로 솜씨 부려 만들면 1~2시간은 우습게 지나갑니다. 그동안 내리 부산하게 움직이며 버터를 휘저어 거품내고 설탕 섞고 모양 내서 오븐에 굽고... 그렇게해서 완성된 것을 가족 앞에 내밉니다.
제가 만든 것을 먹고 "맛있다~"라는 말 한 마디만 들어도 충분했었지요;

...실패한 날은 슬프기 짝이 없었지만;;

뭐 그건 그렇고... 지금도 이제까지 만든 것들의 레시피나 만드는 방법, 도구 사용법 등도 여전히 기억 나고 바로 해볼 수도 있습니다만... ...왠지 의욕이 안 납니다;
재수 시절의 그 "치밀어 오르는 듯한 열정"은 어디로 가고 지금은 왠지 만들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군요; (...열정이 아니라 객기였었나;;)

그런데 오늘 제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마침 하드에 있던 사진 정리 중, 예전에 찍어둔 사진 몇 장이 나와서입니다;
새삼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서 조금 써봅니다.


빵과 과자를 만드는 일을 베이킹(Baking)... 이를 집에서 하면 홈베이킹이 되겠군요.
보통 빵과 과자의 차이는 그것을 부풀게 하는 재료에 따라 나뉩니다. 효모, 즉 이스트(yeast)를 쓰면 빵, 베이킹 파우더나 버터 자체로 인해 부푸는 것을 과자, 즉 케이크라 하는군요. 일상 생활에선 카스테라도 빵, 단팥빵도 빵이라 부르지만... 알아두십시다;

또한 밀가루는 크게 3종류가 있는데,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입니다.

강력분은 빵을 만드는데 적합합니다. 반죽을 해주면 찰기가 좋아지는 종류의 가루로군요.
중력분은 흔히들 집에서 부침개나 국수 등을 만들 때 쓰면 좋은 종류입니다. 빵에는 거의 쓰이지 않지만, 팬케이크같은 부드러운 종류엔 어느 정도 써줄 수 있겠군요.
박력분은 과자나 케이크류를 만드는데 적합합니다. 찰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반죽이 나오는군요.

뭐... 저는 쿠키나 케이크보단 특히 빵쪽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빵은 기본적으로 "반죽->1차 발효->성형->2차 발효->굽기"의 단계라 할 수 있군요. 특히 발효에 걸리는 시간이 중요한데, 이스트는 살아있는 생물이라 할 수 있으므로 그것들을 어떻게 달래주느냐가 빵의 성공을 가른다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진장 실수와 실패가 많아서 제대로 된 탄수화물 덩어리(..)를 생산해내는 데에도 꽤나 시간이 걸렸었군요.
특히 이스트로 발효한 빵이 힘들었는데, 제대로 반죽이 된 빵을 제대로 구워내는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실패가 뒤따랐군요. 과연 "성공이네 어머니의 성함은 실패~"(..?!)라는 말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 중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빵은 바로 이 식빵입니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식빵은 빵 반죽 발효에 쓰인 이스트의 향을 감추기 힘들고, 또한 빵 자체의 맛이 확연히 드러나는 빵인 만큼 일체의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 진검 승부라 할 수 있겠군요.

가장 많이 실패했고, 그리고 지금도 가장 만들기 힘든 것은 역시 이 식빵입니다. "가장 간단한 것일수록 가장 어렵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빵이라 할 수 있겠군요.

그렇다보니 이러한 빵들은 매우 쉬웠습니다.

소시지 빵...
길쭉한 소시지를 반죽으로 감싸 칼집을 내주고 꼬아서 모양을 만들어 구워준 것입니다.
위에 케찹과 마요네즈로 조금 꾸며줬었지만, 마요네즈는 잘 보이지 않는군요.

햄롤빵... ...지금 보니 다소 모자란 듯한 느낌이군요. 이것도 특히 잘 된 날, 약간 실패인 날이 있는데, 이 사진은 약간 실패한 날 찍은 것인 모양입니다;

커다랗게 반죽을 밀어 넓게 펴고 거기에 마요네즈를 바른 후 미리 볶아둔 햄, 피망, 양파, 옥수수 등의 속을 넣고 마치 롤처럼 말아서 구운 빵이군요. 굽기 전에 반죽 위에 칼빵(..)을 내주면 저렇게 무늬가 생겨서 속이 보이게 됩니다.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야채 컵 빵... 이것도 약간 실패한 날이군요;

위의 햄롤빵과 마찬가지로 반죽을 크게 밀어 거기에 잘게 썬 피망, 당근, 양파, 햄, 옥수수 등의 속을 넣어 김밥 말듯 둥글게 말아줍니다.
그리고 역시 김밥 썰듯 5cm 정도의 두께로 썰어 알루미늄 컵 하나에 한 덩어리씩 놓아서 구워주면 완성이군요.
위에 장식으로 작은 햄과 치즈 조각을 얹고 케찹과 마요네즈를 얹어서 구웠습니다.

...일일이 하나하나 손이 많이 가는 것이다보니 시간을 무진장 잡아먹는 빵이었군요;

뭐... 이외에도 몇 가지 응용해 본 요상한 빵들(..)이 몇 개 더 있었습니다만, 자주 만드는 건 이 4가지였습니다.

그리고 물론 빵 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만들어줬었지요.

레몬 샤브레... 쿠키입니다.
버터를 실온에 두면 부드러워지는데(녹이는 게 아닙니다.), 그 상태에서 거품기로 샤샤샥~ 휘저어주면 아주 부드러운 크림처럼 됩니다. 그 때 거기에 설탕을 조금씩 휘저으며 섞어준 후 밀가루를 넣어 반죽이 되도록 해줍니다.

단, 과자류는 밀가루를 심하게 치대고 반죽해주면 글루텐이라는 것이 형성되서 찰기가 늘어나므로 조심스레 해줘야합니다. 반면 빵은 밀가루 반죽을 강하게 치대줘서 글루텐을 왕창 형성시켜서 끈기가 강한 반죽을 만들어야 좋은 빵이 나오지요.

이 레몬 샤브레의 경우엔 레몬 껍질과 즙을 조금씩 넣어서 전체적으로 약간 새콤한 맛이 나게 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카니발...이라는 이름의 쿠키군요.
견과류가 많이 들어가는 고소한 쿠키입니다.
땅콩, 호두 등을 넣어 만들었는데, 아마 정월쯤에 남아도는 땅콩과 호두를 써서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애플 파이... 지금도 자신있게 만들 수 있고, 가장 많이 만들었던 것이군요.
그런데 다소 많이 망가진 형태군요. ...이 애플 파이만은 언젠가 다시 한 번 만들어볼까 합니다;

파이는 버터가 특히 많이 들어가는데, 겹겹이 쌓인 파이 껍질이 부푸는 것은 오로지 버터의 힘입니다. 자세한 과정은 생략합니다;
속에 들어가는 사과는 사과를 잘게 썰어 설탕, 계피 가루 등을 넣고 졸여서 만든 것입니다. 취향에 따라 설탕의 양을 마음대로 조절해줄 수 있고 원하는 만큼 넣을 수 있으니 시중의 파이보단 좋은 점이 있다 할 수 있겠군요.


고구마 케이크... 이제까지 딱 한 번 만들어봤군요;
아무런 장식은 해주지 않고 그저 고구마 크림만을 전체에 발라서 만든 것입니다.

커팅해서 한 쪽...
저렇게 총 4층이 나오도록 만들었었군요. 동그란 스펀지 케이크를 구운 후, 그것을 반으로 잘라 케이크 틀 밑에 깔고 그 위에 고구마 크림을 펴바릅니다. 그 후 위에 다시 남은 케이크 반쪽을 얹고 다시 위에 크림을 발라 냉장고에서 조금 굳혀주면 완성이군요.

고구마 크림 역시 직접 만든 것입니다. 어느 날이었던가... 왠지 집에 고구마가 한 자루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만들었던 것 같군요.
대충 과정은 고구마를 몇 개 껍질을 까서 깍두기 썰 듯이 썰어 큰 냄비에 담습니다. 그리고 우유, 설탕, 버터 등을 넣어 약한 불로 오랫동안 끓여줍니다. 고구마를 찔러봐서 잘 익었으면 체에 받쳐 국물은 따로 담고 고구마를 건져 큰 그릇에 담고 으깨줍니다.
으깬 후에 아까 따라 둔 국물의 일부와 계란 노른자를 2~3개 넣고 거품기로 휘저어주면 완성이군요.

조금 퍽퍽했지만 아주 맛이 좋았다는 기억만이 남아있군요. ...왠지 이렇게 글을 쓰니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드는 듯...했으나 금방 시들~해졌군요;


뭐... 대충 이 정도의 사진이 나오길래 당시를 생각하며 조금 써봤습니다.
지금도 당장 하자면 할 수 있지만... 처음에 말씀드렸듯, 왠지 의욕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재수의 쓴 기억(..)이 떠올라서... 일리는 없겠지만, 왠지 내키지가 않는군요;

어쩌면 제가 살~짝 머리의 이상한 부분이 작용하면(?) 또 만들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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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시리벨르 2007/10/14 12:27 # 답글

    NeoType닙은...엄친아셨군요(쳇쳇쳇)
  • NeoType 2007/10/14 12:38 # 답글

    에이~ 엄친아라니요.
    ...굳이 말하자면 "우아친"에 가깝...;
  • 라비안로즈 2007/10/14 13:55 # 답글

    저는 오븐이 없어서... 홈 베이킹 하고 싶어도.. ㅠㅠ
    한번 버닝한 취미는.. 오래 안가더라구요..
    그냥.. 저런 취미가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


    뭐 저도 저렇게 버닝하고 나서 버려둔 취미가.. ;;;;;
    하지만.. 한번 저렇게 버닝해봤다는게 어디겠어요? ^^

    그나저나 저렇게 베이킹 솜씨두 있으시고.. 칵텔도 잘 만드시구.. ㅋㅋ
    솜씨가 좋으시네요
  • 배길수 2007/10/14 14:59 # 답글

    이번에는 중국식칼로 중화요리에..(푹)
  • 피두언냐 2007/10/14 15:20 # 답글

    여기저기 요리잘하는 사람들 보면 부러워요..
  • NeoType 2007/10/14 15:53 # 답글

    라비안로즈 님... 한 번 불타올랐다가 식어버린 취미를 되살리기는 참 힘들지요.
    ...이 정도론 별로 솜씨가 좋다고 하기도 뭐하군요;

    배길수 님... 우선 크고 아름다운 칼 한 자루부터 구해야겠군요;
    중화요리... 고추 대신 피망 잔뜩 썰어서 고추잡채라 우긴 것이라거나, 마파 두부 정도는 흉내나마 낼 수 있지만 본격적인 것은 영;;

    언냐 님... ...그리 요리를 잘한다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무엇보다 여기까지 이르는 동안 실패가 무진장 많았습니다; 음식 쓰레기 증가에 공헌(..) 톡톡히 했었군요;
  • 굇수한아 2007/10/14 20:38 # 답글

    쳇....................부럽!!
  • 김복숭 2007/10/14 21:18 # 답글

    아침에 밥도 못 먹은 상태에서 이 포스팅 봤다가 쓰린 배를 부여잡고 생식을 물에 타먹었지 말입니다. 엄청 맛있어보여요! 특히 야채컵빵이 막 군침 돌게 하는데요. 베이킹은 정확한 계량이 관건이라는데 그래서 저는 간단한 계란빵을 만들면서도 번번히 실패하곤 했지요.
  • NeoType 2007/10/14 21:38 # 답글

    굇수한아 님... 이 홈베이킹을 본격적으로 한 것이 벌써 3년이 되어가는군요; 한동안 할 의욕이 없...;;

    김복숭 님... ...저도 간만에 사진들을 보니 견물생심 물씬물씬..;;
    예전에 알바하던 곳에 저 야채 컵을 만들어갔더니 사장님을 비롯, 알바생 전원이 좋아해줬었군요. (...고기집이었습니다;)
  • 에루 2007/10/14 22:03 # 답글

    고구마 케익 너무 맛있어보이네요~
    제동생도 홈베이킹에 관심이 있어서 만드는 걸 종종봤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던데요.. 재료값이 무지 비싸던데요..
    케익만들때 샀던생크림은 반도 안쓰고 냉동실에 처박혀 있습니다;;
  • MerLyn 2007/10/14 22:34 # 답글

    레몬 사브레 진짜 좋아하는데 ;ㅁ;
    전 개인적으로 마들렌 좋아해요 ㅎㅎ

    아...진짜 배고파졌다(......)
  • NeoType 2007/10/14 22:45 # 답글

    에루 님... 재료값이라... 밀가루, 설탕 등은 그리 비싼 편은 아니지만, 버터, 치즈, 크림 등은 아주 그냥 눈돌아가지요.(..)
    특히 크림은 한 번 사면 재빨리 써줘야지, 2~3일만 지나도 슬슬 가버리니; (...비슷한 이유로 제 칵테일도 크림은 별로 안 씁니다;)

    MerLyn 님... 음식 포스팅은 언제나 양날의 칼;
    마들렌도 아마 레몬 껍질을 쓴 것이던가요... 그건 틀이 있어야 만들 수 있기에 해본적이 없군요.
  • 핀치히터 2007/10/15 01:44 # 답글

    글의 사진을 보면 무척 맛있어 보이는데 글의 내용을 보면 너무 슬프군요. ㅠㅠ 네오타입님의 그 열정이 보이는 듯 합니다.
  • NeoType 2007/10/15 16:54 # 답글

    ...슬프실 것 까지야..;;
    뭐, 언제 또 재개할지 알 수 없을 뿐, 그냥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정도의 글입니다;
  • 성정 2007/10/16 21:57 # 답글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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