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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 바카디 8 (Bacardi 8)

얼마 전에 바카디(Bacardi)의 화이트 럼과 골드 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런저런 럼의 종류에 대해 길게 끄적였었군요. 럼의 종류를 간단히 분류하면 화이트, 골드, 다크, 오버프루프(over proof), 플레이버드 럼 정도로 구분할 수 있고 이제까지 화이트, 골드와 플레이버드 럼인 말리부에 대해 이야기를 했으니 오늘은 다크 럼에 대해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

바카디의 다크 럼 바카디 8입니다.
용량 700ml, 알코올 도수 40도입니다.

다크 럼... 다른 말로 "헤비 럼(Heavy Rum)"이라고도 부르는 만큼 숙성에서 오는 무거운 질감과 다양하고 깊이 있는 맛이 특징인 럼입니다. 사탕수수를 짠 즙을 발효시켜 술을 만들고 이를 증류소마다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몇 차례 증류하여 투명한 럼을 만들고 이를 나무통에 담아 몇 년간 숙성시킵니다. 일반 화이트 럼이나 골드 럼이 몇 개월에서 몇 년간 숙성시키고 별도로 거르는 과정을 거치는 반면, 이러한 다크 럼은 마치 위스키나 브랜디처럼 좀 더 장기적으로 통 숙성을 시키기 때문에 이를 숙성시키는 나무통의 풍미와 색상이 진하게 남아있게 됩니다.

저도 처음 이 다크 럼이라는 술을 마셔보았을 때는 위스키나 브랜디로 헷갈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위스키와도 같은 진한 나무향과 그을린 연기향, 그리고 브랜디와도 비슷한 독특한 달콤함과 풍미 등이 느껴졌기 때문이군요. 그러나 몇 번 마셔보니 이 다크 럼은 위스키와 브랜디와는 확연히 다른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멋진 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전면에 쓰여있는 스페인어 "Ron 8 años". 즉, "Rum 8 years"라는 뜻이라 하는군요. 바카디 사는 최초 스페인 출신 쿠바인인 돈 파쿤도 바카르디 마쏘(Don Facundo Bacardí Massó) 씨가 설립한 회사였던 만큼 특히 라벨에 스페인어 표기가 많습니다.

이 바카디 8은 그 이름대로 약 8년 이상을 오크 통에서 숙성, 이렇게 숙성시킨 통들의 럼을 적절히 블렌드하여 병입한 것이라 합니다. 오크 통에서 숙성시킨 만큼 진한 갈색과 마치 바닐라나 캐러멜과도 비슷한 달콤한 풍미가 더해집니다. 다크 럼은 위스키처럼 이렇게 숙성시키는 통의 영향이 큰 만큼 통의 종류에 따라 숙성시켰을 때의 색이 다르기 때문에 색만으로 숙성년도를 구분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마치 셰리통으로 숙성시킨 스카치 싱글 몰트 맥켈런(The Macallan) 12년이 미국의 파인 오크(Fine Oak)로 숙성시킨 15년보다 색이 진한 것과 비슷하다 할 수 있군요.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럼의 상표는 다양하고 각 회사마다 다크 럼을 만드는 만큼 다크 럼의 종류 역시 다양하긴 합니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국내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다크 럼은 사실상 이 바카디 8 밖에 없다는 것이로군요. 럼도 위스키나 브랜디 못지 않게 다양한 종류와 럼 애호모임 등 넓은 세계가 있지만 국내에선 일단 구할 수 있는 럼부터가 꽤 제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바카디 사의 다크 럼은 이 바카디 8 뿐입니다만 이 밖에도 다크 럼을 만들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라면 바카디 블랙(Bacardi Black)이라 부르는 럼이 있군요. 

사진은 바카디 홈페이지(http://www.bacardi.com/)에서 따왔습니다.
바카디 블랙... 이 럼도 사실 바카디 8과 비슷하게 그을린 오크 통에서 숙성시킨 후 블렌드하여 병입해서 만들어진다 합니다만 바카디 8이 약 8년 이상 숙성시킨 것인 반면, 이 블랙은 약 4년 이상 숙성시킨 럼을 모아 블렌드하여 만든 것이라 하는군요. 사이트에서 소개된 맛에 대한 묘사는 "중간적인 진한 맛, 열대 과일과 살구, 자두와 바나나의 향, 바닐라 섞인 나무향과도 같은 풍미(medium full-bodied blend with tropical fruits, apricots, plums and bananas, woody finish with hints of vanilla)"라 되어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들어오지 않는 럼이고 바카디 8보다는 숙성년도가 조금 짧긴 합니다만 꽤 마셔보고 싶은 럼 중 하나입니다.

어쨌거나 이 바카디 8을 잔에 한 잔...
잔에 따라두는 것만으로도 향이 강하게 퍼져갑니다. 가만히 향을 맡으면 마치 달콤한 바닐라와도 같은 향, 설탕을 슬슬 태우는 듯한 향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한 모금을 머금으면 혀에 착 감기는 듯한 진한 질감과 부드러운 촉감, 혀에서 굴릴수록 느껴지는 달콤함과 살짝 계피나 육두구와도 비슷한 매운 향신료의 향도 느껴지는군요. 목구멍을 넘긴 후에도 꽤 오랫동안 향이 남아있고 입 안에 나무향이 남아 산뜻한 느낌이 듭니다.

이래저래 묘사가 길었습니다만 한 마디로 표현하면 깔끔한 화이트 럼, 이보다 조금 묵직한 골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부드러움과 다양하고 진한 맛이 오랫동안 남는 느낌입니다. 

이러한 다크 럼을 쓰는 칵테일도 여러 종류가 있긴 합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다크 럼에 가장 어울리는 칵테일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크 럼과 설탕, 계피나 정향 등 몇 가지 향신료와 뜨거운 물만으로 만드는 핫 그로그(Hot Grog)로군요. 위스키나 브랜디 베이스 칵테일도 여러 재료를 넣기보단 심플한 재료로 자체의 맛을 살리는 칵테일이 특히 맛이 좋은 것처럼 다크 럼 역시 자체의 풍미가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간단한 레시피가 어울립니다.

핫 그로그는 다크 럼 본연의 맛을 특히 살리면서 향신료들로 향과 독특한 풍미를 주고, 마치 차를 마시듯이 따뜻하게 즐기며 알코올 기운이 스르르 올라오는 느낌이 드는 만큼 온몸이 푸근해지는 기분이 됩니다. 특히 추운 날 이 핫 그로그 한 잔을 천천히 즐길 수 있다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치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32000~50000원 정도의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크 럼은 칵테일에 이용되기도 합니다만 위스키나 브랜디처럼 그냥 마시기 적합한 편입니다. 무겁고 달콤한 풍미, 진한 맛을 특징으로 하는 만큼 위스키 등과 다른 매력을 가진 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by NeoType | 2009/02/22 12:10 | 재료 잡담 | 트랙백 | 덧글(28)

[칵테일] 옐로 버드 (Yellow Bird)

하루하루 시간은 자~알 가고, 저는 그다지 할 일은 없고...
요즘은 어쩐지 예전에 비해 포스트를 자주 쓰고 있군요. 사실 딱히 할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무엇보다 한동안 관리를 못 할테니 그 사이에 가능한한 많이 써두자는 생각입니다. ...뭐, 결국 자기만족이나 다름 없기도 합니다만;

그러면... 어제는 럼에 대해 이야기를 했으니 오늘은 럼 베이스 칵테일을 소개해봅니다.
칵테일 옐로 버드(Yellow Bird)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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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법 - 셰이크

화이트 럼 - 45ml
트리플 섹 - 15ml
갈리아노 - 15ml
라임 주스 - 15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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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럼과 큐라소, 갈리아노와 라임 주스를 셰이크하는 한 잔이군요. 그나저나 바닐라향 허브 리큐르인 갈리아노를 쓰는 칵테일은 참으로 오랜만에 이야기해봅니다. 제가 갈리아노라는 리큐르를 들여온 것은 예전에 조주기능사를 준비하면서 그 과제인 골든 캐딜락(Golden Cadillac)과 하비 월뱅어(Harvey Wallbanger)를 만들기 위해서였군요. 요즘에도 갈리아노는 자주 사용하는 재료 중 하나인데 주로 스크류 드라이버에 갈리아노를 소량 띄우는 하비 월뱅어를 만들 때 쓰는군요. 제 경우에는 영하 20도 냉동실에 넣어뒀던 보드카... 스톨리치나야를 얼음을 채운 잔에 60ml 쯤 따르고 그것의 세 배 정도의 오렌지를 채워서 강렬한 스크류 드라이버를 만듭니다. 거기에 갈리아노를 약 10~15ml 가량 슬슬 부어서 띄워주면 "차가움+냉동 보드카+달콤한 향"의 세 가지 요소가 삼위일체(..)되어 알코올 따윈 느껴지지도 않지만 강렬한 한 잔이 나오기에 애음하는 녀석이군요.

다른 이야기가 길었습니다만 칵테일 이야기로 돌아와서...
일단 "옐로 버드"란 그 이름대로 "노란새", 이른바 방울새의 한 종류로 주로 아메리카 방울새를 뜻한다 하는군요.

<사진 출처 - Wikibooks >

위와 같이 생긴 녀석이라는데... 뭐, 제가 새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니 넘어가지요;

이 옐로 버드라는 칵테일은 럼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 중 제법 알려진 것이라 하며 그 이름대로 노란 재료들이 특히 많이 사용되는 걸로 유명하군요. 칵테일 중 오렌지나 파인애플 주스 등의 노란색 주스를 쓰지 않는 것들 중 가장 노란 색상을 띠는 것이 이 옐로 버드라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어려울 것 없는 녀석이니 간단히 만들어봅니다.

화이트 럼과 큐라소, 갈리아노와 라임 주스입니다.
적당한 칵테일 글라스와 셰이커를 준비...

얼음이 든 셰이커에 순서대로 붓고 잘 흔들어 따릅니다.
그 이름대로 투명한 노란색이 되었군요.

레몬 조각으로 장식.
노란 칵테일인 만큼 레몬이 잘 어울리는군요. 이걸로 완성입니다.

갈리아노라는 리큐르는 소량만 들어가도 마치 페퍼민트 리큐르처럼 그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술입니다. 잔 주변에서 달콤한 바닐라 향이 진하게 떠도는군요. 가볍게 한 모금... 전체 90ml 중 럼과 큐라소만으로도 60ml를 차지하기에 전체 도수는 30도 내외입니다만 향도 달콤하고 맛 역시 부드러운 바닐라 맛과 라임의 새콤함이 느껴져서 자칫 알코올이 느껴지지 않는 느낌입니다. 한 잔을 다 마신 후에야 슬슬 알코올 기운이 몸에 떠도는 느낌이라 마시긴 좋지만 어쩐지 위험한 느낌도 드는 한 잔입니다.


또한 이 칵테일은 위와 같이 큐라소와 라임을 써서 약간 도수가 높게 만든 것도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바나나 리큐르와 주스를 써서 마시기 쉽게 만든 변형도 존재하는군요. 내친 김에 이쪽도 이야기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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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법 - 셰이크

화이트 럼 - 45ml
바나나 리큐르 - 15ml
갈리아노 - 15ml
오렌지 주스 - 30ml
파인애플 주스 - 30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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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위의 레시피에서 큐라소를 바나나 리큐르로 바꾸고 거기에 오렌지와 파인애플 주스를 넣어주는 형태로군요. 바나나 리큐르가 들어가는 만큼 더욱 달콤해지고 주스의 비율도 적지 않기 때문에 위의 것보다 좀 더 순하고 부드럽게 마실 수 있습니다.

이쪽도 가볍게 만들어봅니다.

화이트 럼과 바나나, 갈리아노와 오렌지, 파인애플 주스입니다. 이쪽은 그야말로 화이트 럼만을 제외하고 죄다 노란색 재료들이 쓰이는군요. 어쩐지 아예 럼도 골드 럼으로 써주는 편이 어울릴 것 같은 느낌입니다; 

잔은 위의 것보다 양이 많으므로 좀 더 큰 글라스를 준비합니다.

마찬가지로 재료를 순서대로 담고 잘 흔들어 따라냅니다.
이쪽은 주스의 비율이 높아서 불투명한 노란색이 나왔군요.

역시 레몬 조각으로 장식해서 완성입니다.
그나저나 이 잔은 최근 구하게 된 것인데 꽤 모양이 독특하니 마음에 들더군요. 가게 주인 아저씨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러한 독특한 잔은 국내에선 생산하는 것이 없고 전부 수입인데다 요즘엔 그리 흔하지 않다 하는군요. 이런 잔은 주로 칵테일 콘테스트 등의 대회에서 많이 쓰이기에 저 자신에겐 별로 필요 없을 것 같았습니다만... 뭐, 이런 것도 하나 갖춰두면 좋을 것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 보는 순간 "꽂혀서" 결국 하나 들여왔습니다;

약간 새콤한 맛도 있던 위의 것과는 달리 이쪽은 달콤한 맛이 지배적입니다. 바나나 리큐르의 달달한 향이 특히 강하게 느껴지고 갈리아노와 오렌지의 달콤함이 주를 이루고, 거기다 파인애플 주스를 셰이크하면 그 촉감이 부드러워지기에 입에 닿는 느낌도 부드럽고 꽤나 마시기 좋은 맛이군요. 이쪽은 도수도 15도 정도로 낮은 편이니 순한 맛을 원하시면 이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


칵테일 옐로 버드.
갈리아노와 바나나 리큐르란 재료들은 다소 갖춰두기엔 번거로운 것들이기에 사실 집에서 만들자면 꽤 제약이 있는 칵테일이기도 하군요. 그래도 만약 갖춰두신 분이라면 한 잔 만들어보시면 제법 독특한 맛을 즐기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by NeoType | 2009/02/11 13:40 | 주류 잡담 | 트랙백 | 덧글(16)

[럼] 바카디 화이트, 골드 (Bacardi Superior, Gold/Oro)

이제까지 몇몇 재료에 대한 글을 쓰면서 정작 칵테일 3대 베이스 중 하나인 럼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을 하지 않았군요. 사실 진과 보드카에 비해 럼은 국내에 들어오는 상표가 그리 많지 않기도 한데, 코코넛 럼인 말리부(Malibu) 등을 제외한 순수 럼으로 유명한 상표를 꼽아보자면 바카디(Bacardi)와 캡틴 모건(Captain Morgan) 정도를 들 수 있습니다. 그나마 캡틴 모건은 바카디에 비해 쉽게 찾아보기도 힘든 편이니 우리나라에서 럼을 이야기하자면 바카디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수밖에 없군요.

오늘은 이러한 바카디 사의 럼들 중 흔히 화이트라 부르는 바카디 슈페리어(Superior)와 골드 럼인 바카디 골드(Gold)입니다. 이 골드 럼은 스페인 어로 "금색"이라는 뜻의 오로(Oro)라 부르기도 하는군요.

둘 다 동일하게 용량 750ml, 알코올 도수 40도입니다.

우선 럼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3대 증류주라 할 수 있는 진, 보드카, 럼 중 진은 처음 만들어지기를 한 네덜란드의 의사가 쥬니퍼 베리(Juniper Berry)를 알코올과 함께 증류하여 만든, 처음에는 약으로 쓸 목적으로 만들었으나 독특한 향과 맛으로 하나의 술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합니다. 또한 보드카는 러시아에서 처음 만들어진 증류주로 감자 및 여러 곡물로 만든 술을 몇 차례 증류하고 목탄으로 걸러내어 깨끗한 순수 알코올에 가까운 맛의 술로 만든 것으로, 러시아 황제와 귀족들도 애용한 러시아를 대표하는 술이었다 하는군요. 그리고 럼이라는 술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후 동남아, 인도 등지에서 재배되던 사탕수수를 중앙 아메리카 지역에 옮겨 심어 대량으로 재배한 것으로 술을 만든 것이 시초라 합니다. 사탕수수의 즙을 농축시켜 만들던 이 술은 이것 자체만으로도 고농도의 당분이 들어있기에 이것을 술로 만들어 증류한 술은 더할 나위 없이 강렬한 것이었다 하는군요.

진과 보드카가 각각 쥬니퍼와 허브 등을 넣어 증류해서 만들고 목탄으로 거르는 등 인위적인 손길이 가해진 술이라면, 럼은 오로지 사탕수수 등의 당분을 성분으로 만든 술이기에 증류주임에도 상대적으로 자연적인 느낌이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진과 보드카가 숙성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반면 럼은 증류 후에도 나무통에 담아 몇 개월에서 몇 년간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치기에 사실 럼은 같은 증류주라고는 하지만 브랜디, 위스키와 같은 증류 숙성주에 더 가깝다 볼 수 있군요.

최초 "Rum"이라는 이름은 처음으로 이 사탕수수를 증류한 술을 마셔본 원주민들이 취하여 흥분(Rumbullion)하게 되었는데, 이 "럼벌리온"이란 말은 지금은 사라진 단어로 현재는 "럼버셔스(Rumbustious)"가 쓰인다 합니다. 아마 "럼"이라는 이름은 바로 저 "럼벌리온"에서 따온 것이라 추측되며 영어로는 "Rum", 스페인어로는 "Ron"이라 한다 하는군요. 위 사진의 골드 럼에도 "Ron"이라 쓰여있군요.

럼의 종류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일단 크게 화이트(White), 골드(Gold), 다크(Dark), 오버프루프(Overproof), 플레이버드(Flavored) 럼으로 구분 가능합니다. 또한 럼을 제조하는 상표에 따라 따로이 그 회사만의 독자적인 "프리미엄(Premium)" 럼이라는 것도 있습니다만 이러한 것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위의 다섯 가지에 대해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화이트 럼 (White Rum) - 실버(Silver), 라이트(Light) 럼이라고도 부르는 것으로 사탕수수를 짠 즙을 몇 차례 증류한 럼. 때로는 몇 개월간 숙성시킨 후 걸러서 투명한 색이 나도록 하는 경우도 있으나 상대적으로 향이 적기에 칵테일 베이스로 가장 많이 쓰임.

골드 럼 (Gold Rum) - 미디엄(Medium) 럼이라고도 불리며 화이트 럼을 나무통에 담아 몇 개월에서 몇 년간 숙성시켜 금색이 나게 된 럼. 화이트에 비해 진한 풍미.

다크 럼 (Dark Rum) - 헤비(Heavy) 럼이라고도 불리며 골드 럼보다 더 오래 숙성시킨 것으로 색과 향이 훨씬 진한 럼. 풍부한 맛과 다양한 향미가 특징.

오버프루프 럼 (Overproof Rum) - 통상 40도 전후의 일반 럼에 비해 75도 이상의 훨씬 높은 도수의 럼. 주로 151프루프(75.5도)에서 160프루프(80도) 사이가 일반적.

플레이버드 럼 (Flavored Rum) - 화이트 럼에 코코넛, 오렌지, 레몬, 망고 등의 과일 향과 당분을 첨가한 럼. 도수는 40도 이하로 주로 트로피컬 칵테일 재료로 쓰임.

바카디 사에서도 이 모든 종류의 럼들을 생산하고 있군요. 오늘 이야기하는 화이트와 골드 외에도 다크 럼인 바카디 블랙(Black)과 바카디 8이 있고 국내에서도 유명한 바카디 151이 바로 오버프루프 럼입니다. 또한 바카디 코코넛 럼 등의 플레이버드 럼들도 생산되긴 합니다만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는 점이 아쉽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코넛 럼인 말리부가 바로 이 플레이버드 럼이로군요.

럼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길었습니다만 이제 바카디라는 회사에 대한 것으로 넘어가지요.
바카디의 본사는 현재 북대서양에 위치한 버뮤다(Bermuda), 그곳의 수도 해밀턴(Hamilton)에 있으며 최초 회사의 설립자는 스페인 출신 쿠바인인 돈 파쿤도 바카르디 마쏘(Don Facundo Bacardí Massó)라는 사람이라 하는군요. 현재의 바카디 사는 그의 5대손인 파쿤도 L. 바카르디(Facundo L. Bacardi)라는 사람이 맡고 있으며, 바카디 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가족 소유의 주류 회사로 매년 200만 병 이상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합니다.

바카디의 창립자인 돈 파쿤도 바카르디 씨는 스페인의 와인 상인이었으나 1830년에 쿠바로 이주하였다 합니다. 당시의 "럼"이라는 술은 그야말로 싸구려 술집에서나 취급하는 조악한 술이었는데 그는 이 술에 여러 시도를 가해보기 시작했다 하는군요. 사탕수수를 짠 즙을 발효하여 증류한 술을 마치 보드카와 같이 목탄으로 걸러 불순물을 제거하였고, 마치 위스키와 같이 나무통에 담아 숙성을 해보는 등 여러 시도를 했다 합니다. 그렇게해서 완성된 럼은 기존의 럼에 비해 상당히 깨끗하고 맛이 좋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깨끗한 럼"이었다 하는군요.

그 후 그는 1862년 쿠바의 산티아고 데 쿠바(Santiago de Cuba)에서 증류소를 인수하여 그 이름을 "Bacardi and Company"라 이름 붙였고 이것이 바카디라는 회사의 기원이 되었다 합니다. 그 증류소의 지붕 밑에는 흔히 과일 박쥐(Fruit Bat)라 부르는 박쥐들이 서식하고 있었다는데, 옛부터 쿠바의 원주민들은 박쥐를 행운과 화합 등을 의미하는 길조라 믿었다는군요. 이에 파쿤도 바카르디 씨는 이러한 쿠바의 정서를 받아들여 이것을 회사의 상징으로 하였고 이 박쥐 그림은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합니다.

바카디 슈페리어, 흔히 바카디 화이트라 부르는 이 병이 바로 1862년부터 생산을 해 온 최초의 바카디 사의 상품이라 합니다. 사탕수수 즙으로 만든 술을 1~2년 가량 오크 통에서 숙성시킨 후 이를 목탄에 걸러 만든다 하는데, 이러한 여과를 통해 종래의 럼과는 다른 부드러운 맛을 특징으로 한다 하는군요.

이대로 그냥 마셔도 좋지만 맛이 부드럽고 무엇과 섞어도 어울리기에 칵테일 베이스로 가장 많이 쓰이는 상품이라 합니다.

다음으로 골드 럼인 바카디 골드...
듣기로는 이 골드는 일반 바카디 슈페리어와 마찬가지로 오크 통에서 숙성시키는데 그 숙성 기간이 좀 더 길다고 하는군요. 화이트에 비해 자체의 맛이 강하고 마치 아몬드나 호두와도 같은 풍미가 있습니다.

사실 이 병은 조금 오래된 디자인으로 요즘 판매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것이 요즘 판매되는 바카디 골드 럼의 병과 라벨 형태입니다. 병 자체도 화이트 럼의 병처럼 긴 형태이고 라벨도 깨끗하게 바뀌었군요. 물론 옛날 것과 맛의 차이는 없이 단지 병만 바뀐 것입니다. ...자주 가는 주류 매장에서 허가를 얻고 촬영한 것이군요;

두 가지를 잔에 한 잔씩...
럼 특유의 달콤한 알코올 향이 물씬 풍깁니다.

먼저 화이트는 달콤한 향이 마치 바닐라 향과도 비슷하군요. 향을 맡으며 한 모금... 알코올 도수 40도의 강렬한 증류주임에도 촉감이 매우 부드럽습니다. 가만히 혀에서 굴리면 달콤한 가운데 기분 좋은 향이 스르르 퍼지는 느낌이군요. 마신 후에도 뒷맛이 깔끔하고 잡맛이 없는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골드 역시 달콤한 향이 풍기지만 화이트와는 달리 살짝 찌르는 듯한, 마치 무슨 향신료와도 같은 향이 섞여있군요. 한 모금 쭈욱 머금고 입에서 굴리면 화이트에 비해 질감이 조금 묵직하고 향이 더 강하군요. 좀 더 풍미가 강하고 깔끔한 화이트와는 달리 맛의 변화가 있기에 이 골드는 몇몇 칵테일에도 어울리지만 그냥 마시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럼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은 상당히 많습니다만 바카디 럼이라면 바로 이 칵테일 바카디(Bacardi)가 빠질 수 없군요. 1933년 바카디 사가 자사 럼의 홍보를 위해 만든, 럼+라임 주스+그레나딘 시럽만으로 만드는 심플한 칵테일로 새콤달콤한 맛의 밸런스가 완벽에 가까운 한 잔이라 저도 꽤 좋아하는 녀석이군요. 또한 이 칵테일은 다른 회사의 화이트 럼이 아닌 반드시 바카디의 화이트 럼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유명하군요.

특히 재판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 뉴욕의 한 바에서 다른 회사의 럼으로 만든 바카디를 내놓아서 손님으로부터 고소를 당했고, 법원이 이에 판결을 내리길 "바카디 칵테일은 반드시 바카디 럼으로 만들어야 한다."였다 합니다.

사실 이 바카디 칵테일이란 화이트 럼+라임 주스+설탕만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럼 칵테일 다이커리(Daiquiri)의 변형이라 볼 수도 있으니 이러한 이야기는 재판을 좋아하는 미국을 풍자하는 것이라고도 합니다만, 아무래도 그 회사만의 정통성과 자존심과 얽힌 이야기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군요.

화이트와 골드 둘 다 시중에서 약 18000~22000원 선에 구입 가능합니다.
같은 "럼"이라는 술이라도 럼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 만큼 그 용도에 따라 종류를 달리 써주는 것이 정석이라 할 수 있군요. 사용하기에 따라, 종류에 따라 달콤한 트로피컬 칵테일의 베이스로도 분위기 떠들썩하게 마실 수 있는 술로도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럼이라는 술도 꽤 넓은 세계가 있는 매력적인 술입니다.

by NeoType | 2009/02/10 14:31 | 재료 잡담 | 트랙백 | 덧글(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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