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야말로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는 날"이로군요.
정말 할 일이 없습니다. 어딘가 갔다 올 일도 없습니다. 무엇인가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덕분에 시간이 무진장 안 가는군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여러 잡다한 책들을 떠들어보거나 아무 일 없이 누워있거나 이렇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드리며 보낼 뿐입니다. 고작 하루 이렇게 있을 뿐인데 어쩐지
"이렇게 지내다간 폐인되겠다..."라는 본능적인 위기감이 느껴지는군요; 그나마 내일부턴 또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오늘은 브랜디의 한 상표를 소개해봅니다.
꼬냑 지방 브랜디의 유명 상표인 헤네시(Hennessy)의 Very Superior Old Pale, 즉 V.S.O.P입니다.
용량 700ml, 알코올 도수 40도입니다.
이 헤네시는 우리나라에서 레미 마르탱(Remy Martin), 까뮤(Camus)와 더불어 특히 유명한 꼬냑 회사로군요. 레미 마르탱이 약 1724년도에 설립되어 이들 중 가장 역사가 길고 헤네시는 이 다음인 1765년, 까뮤가 1863년이라 합니다. 물론 회사의 역사가 길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물건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그만큼 품질이 뛰어나기에 그렇게 오래도록 회사가 유지되어 왔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군요.
오늘날의 헤네시 사는 세계 시장의 약 40% 이상의 꼬냑 공급을 할 정도로 점유율이 높고 브랜디 외에도 동 페리뇽(Dom Përignon)을 필두로 하는 유명한 샴페인 회사인 모에 에 샹동(Moët et Chandon)과 합병하여 모에 헤네시(Moët-Hennessy) 그룹을 형성하였다 합니다. 거기다가 그 후에는 프랑스의 유명한 고급 패션 상품 회사 루이 뷔통(Louis Vuitton) 사와도 합병하여 현재는 모에 헤네시 루이 뷔통(Moët-Hennessy • Louis Vuitton), 줄여서 LVMH라 불리는 복합 기업이 되었습니다. 이 LVMH는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세계에서 가장 큰 명품 회사로, 그야말로 꼬냑과 샴페인으로 술이면 술, 각종 사치품 등으로 명품이면 명품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막강한 회사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이 헤네시를 생산하는 Jas Hennessy & Co., 줄여서 헤네시 사는 저러한 LVMH 그룹의 공동 경영을 맡고 있는 회사로군요. 회사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어쩐지 거창한 이야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헤네시 사는 최초 1765년 아일랜드 출신 귀족인 리차드 헤네시(Richard Hennessy)가 프랑스 꼬냑 지방에서 "오드비(Eaux de vie)" 상업을 시작한 것이 시초라 합니다. 그는 프랑스의 왕 루이 14세의 근위대로서 꼬냑 지방에 주둔하였다 하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그리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프랑스의 토속주에 불과했던 "오드비"라는 술이 장래성 있는 상품이라 판단하고 사업을 일으키기로 정했다 하는군요. 이 "오드비"란 "생명의 물(water of life)"이라는 뜻의 과일을 증류한 술, 즉 와인을 증류한 브랜디를 뜻하는 프랑스어라 합니다.
당시의 브랜디 사업은 주로 여러 포도원과 증류소의 판매업자로부터 브랜디를 구입, 이를 자신의 창고에서 어느 정도 보관했다가 파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는군요. 그렇기에 업자에 따라 숙성 방법이나 기간의 차이가 생겨 품질이 일정치 않았다 합니다. 이에 헤네시 사는 전속 브랜디 블렌더를 고용, 업자에게 숙성을 맡기지 않고 직접 숙성시키는 방식을 택하였다 하며 처음으로 병에 "Cognac"이라는 상품명과 숙성기간을 표기하기 시작했다 합니다. 이렇게 숙성기간을 표기하는 방식을 다른 업자들도 채택하여 지금까지 전통처럼 내려오고 있다 하는군요. 헤네시 사는 1813년에 이르러 지금의 "Jas Hennessy & Co."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합니다.
현재에는 헤네시 사도 포도원과 증류소를 소유하여 직접 브랜디를 생산하기도 하고 전속 계약한 다양한 업자로부터 원주를 공급받아 자사의 창고에서 숙성시켜 판매한다 합니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높다보니 헤네시의 원주 보유량은 상당한 양이라 하는군요.
뭐, 이런저런 이야기가 길었습니다만 이 V.S.O.P는 헤네시 사에서 생산하는 브랜디의 한 종류로군요. 이밖에도 헤네시 X.O라거나 최고급품인 리차드 헤네시(Richard Hennessy)라는 상품도 있다 합니다만 가장 대중적으로 마실 수 있는 것은 이 V.S.O.P라 할 수 있습니다.
헤네시 V.S.O.P는 약 60여 종의 꼬냑 지방의 각기 다른 증류소에서 생산되는 원주들을 모아 숙성시킨 것이라 하는군요. 헤네시의 가장 기본적인 상품이자 강렬하지만 부드러운 맛을 특징으로 한다 합니다.
이것을 잔에 한 잔...
술에 관한 여러 이야기가 있더라도 결국 중요한 것은 맛이지요. 아무리 대단한 명성이 있는 고급 술이라 할지라도 마셔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브랜디는 위스키 뿐 아니라 다른 증류주들에 비해 고급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기에 병 자체도 화려하거나 장식이 많고 가격 역시 상당한 편입니다. 이에 따라 아무리 비싸고 좋은 브랜디를 구입하더라도 일단 따는 것을 망설이기에 그대로 병째 장식해두는 일이 많군요.
그런 점에서 레미 마르탱이든 까뮤든 이 헤네시든 V.S.O.P 등급의 브랜디들은 가격도 적당한 편이고 병 디자인 역시 특별히 화려하지 않기에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생각합니다.
이러한 브랜디는 제대로 맛보려면 역시 이러한 브랜디 잔을 써주는 것이 좋습니다. 넓은 몸통과 좁은 잔 입구로 향기로운 브랜디의 향이 둥근 안쪽에서 맴돌고 좁은 입구에서 강렬하게 퍼져나오는군요. 이러한 브랜디 잔은 향을 맡기(sniff) 적합한 잔이라 하여 "스니프터 글라스(snifter glass)"라고도 부른다 합니다.
가만히 잔을 감싸쥐고 손의 체온으로 서서히 술이 따뜻해짐과 동시에 퍼져가는 향은 더욱 강렬해집니다. 향은 브랜디 특유의 달콤한 향, 여기에 약간의 씁쓸한 독특한 향이 느껴지는군요. 그러나 한 모금 입에 머금으면 살짝 달콤한 향에 비해 맛은 그리 달콤하지 않습니다. 진한 나무향 섞인 의외로 묵직한 질감이 짜릿한 알코올의 느낌과 함께 무겁게 퍼지는군요. 마신 후 떠도는 향이나 맛의 중후함 등 그야말로 "차분하게 정리된 맛"이라 해야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했던 이야기입니다만 레미 마르탱, 까뮤, 헤네시의 V.S.O.P들을 단순히 단맛만으로 비교하면 헤네시, 레미, 까뮤 순으로 단맛이 강해집니다. 헤네시는 꽤 단맛이 적고 질감도 무거운 편입니다. 거기다 향 자체도 다른 두 꼬냑들이 달콤한 향이라면 헤네시는 조금 씁쓸한 달콤함이라 할 수 있군요.
이 헤네시는 만약 칵테일로 만든다면 여러 다양한 재료가 쓰이는 칵테일보단 브랜디 자체의 맛이 특히 두드러지는 재료가 단순한 고전적인 칵테일이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자체의 분위기가 매우 무겁다보니 여러 주스나 시럽 등이 쓰이는 칵테일에선 이러한 느낌이 어울리지 못하고 조금 겉도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군요. 이런 점에서 브랜디 칵테일에 쓰이기 좋은 것은 헤네시보단 단맛이 있고 질감 역시 상대적으로 가벼운 레미 마르탱이라 생각합니다.
이 700ml 병의 경우 약 40000~55000원 내외... 별도로 반병 사이즈인 350ml와 500ml 크기의 병도 있으니 필요에 따라 고르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브랜디는 칵테일로 즐기는 것도 좋지만 역시 스트레이트로 천천히 즐기는 것이 제대로 맛을 보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한 병 갖춰두고 저녁 식사 후 한 잔 즐기는 것도 꽤 운치 있는 음주 방법이라 할 수 있군요.